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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제도 개혁 논의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상고제도(대법원) 개혁 논의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서 선 영   대법원을 생각하면 13명의 대법관이 법대에 앉아 판결을 선고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에는 다수의견, 별개의견, 반대의견, 보충의견 등 각 대법관의 입장이 기록된다. 이런 판결문을 보면 각자 자신의 법적 소신과 철학을 가진 대법관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치열하게 토론을 해서 어렵게 도출된 결론이겠거니 하는 기대를 하게 되고 그 기대는 타당하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하는 전형적인 이미지와 대법원의 실제 모습은 다르다.   1) 한국의 대법관 수는 14명인데, 1년에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수는 44,328건이다(2020년 사법연감 기준). 대법관 1인당 사건수로 환산하면 3,693건이다. 전원합의체(13명)의 토론은 고사하고 소부(4명으로 구성)에서도 한 사건당 시간을 들여 제대로 토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법원 판결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전원합의체 사건은 대법원 사건의 0.05%에 불과하다. (참고로 1인당 사건수 계산에서 14명이 아니라 12명으로 나눴다. 대법원장은 일상적인 재판에는 관여하지 않고, 대법관 중 1명은 법원행정처장으로 재판을 안하고 행정업무만 한다. 대법관 한명이 행정업무만 하고 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2) 활발한 의견의 교환과 토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견’을 가진 존재가 필수적이다. 우리 대법원은 어떨까? 여성대법관이 최초로 임명된 것은 2004년이었다. 반세기가 넘는 기간동안 대법원에서는 남성들만 모여서 토론을 하고, 남성들만 판결문을 써왔다는 것이다. 서울대, 오십대가 대부분이라는 것까지 합쳐서 일명 ‘서오남’이라고도 부른다. 고위법관 출신이 대다수다.   3) 전원합의체 자체는 치열한 토론을 통해 나온 것일까? 법관의 관료화(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체제)가 심각한 때일수록 전원합의체 토론의 실질에 의문이 가는 일들이 많았다. 관료화가 극심했던 양승태 시절 전원합의체 판결 116건 중 33.6%(39건)가 전원일치 판결, 즉 소수의견이 없는 판결이었다. 원세훈 국정원장의 선거개입 사건도 전원합의체에서 13:0으로 항소심(공직선거법등 위반 유죄 인정)을 뒤집고 파기환송됐는데, 나중에 사법농단 문건에서 청와대와 뒷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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