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송 및 구제, 법·정책 연구, 교육과 연대를 통하여 인권을 옹호하고 실절적인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2021 희망법 여름 실무수습 참여후기

지난 7월 5일부터 30일까지 4주 동안 김상연, 김채연, 남혜선, 박주인, 양현준, 고준우, 이렇게 여섯 명의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희망법  ‘2021 여름 실무수습’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실무수습도 강의와 과제 수행, 법정 방청, 토론회 참관 등 다양한 일정으로 채워졌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주로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아쉬운 점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즐겁게 참여해 주신 참가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여름 실무수습에 참가하며 느낀 점들을 정리한 후기를 소개합니다. 꿈을 향한 길에 값진 경험을 했다는 소감에 희망법도 기쁩니다. 그리고 희망법 역시 여러분에게서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우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넓은 곳에서 반갑게 만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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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법에서 변호사의 길을 다시 찾다

 

김 상 연

 

대부분의 로스쿨 학생들이 그렇듯, 나 역시 희미한 전망에 기대어 덜컥 로스쿨에 입학했다. 사회를 바꾸겠다는 꿈은 아직 꺼지지 않았으나 정작 운동에 본격적으로 투신하기엔 스스로에 대한 확신조차 없는 상태, 그 속에서 변호사라는 진로는 일종의 우월전략이었다. 생계를 해결하면서도 전문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 소위 진보적 대학생들에게 이보다 더 유혹적인 선택지가 있을까.

그러나 ‘변호사가 되면 보다 많은 일을 더 전문적으로 할 수 있겠지’ 그런 막연한 기대만으로 견디기에 로스쿨 생활은 만만하지 않다. 고작 한 학기를 다녔을 뿐이지만, 대학 입시 이후 오랜만에 겪는 몰입적인 경쟁은 나라는 인간 자체를 바꾸길 요구했다. 자기소개서에 패기 있게 썼던 계획들이나 입학 전 술자리에서 지인들에게 변명하듯 내뱉었던 전망들은 금세 희미해져 버렸다. 로스쿨에 먼저 들어간 선배가 농담처럼 뱉었던 말마따나, 자본-노동관계를 채권-채무관계로 대치하여 머릿속에 민법의 탑을 세우느라 바빴을 뿐이다.

무엇보다 로스쿨 생활 중에 가장 힘들었던 건 이런 생활을 이겨내야 할 정당성을 자신에게 부여하는 일이었다. ‘결국 너도 주류의 세계 속으로 투항하는구나’하는 비웃음에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하기 어렵다는 점이, 그리하여 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도대체 어디에 써먹을 것인가를 납득할 수 없는 상태가 가장 힘들었다.

희망법 실무수습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역설적이게도 그런 공부를 최대한 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부여된 과제들은 그 자체로 전혀 복잡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아직도 대자보의 언어만 가지고 있는 학생운동권에게는 손조차 댈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래서는 소수자의 권리를 대변하기는커녕 방해가 될 뿐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일까, 꼼꼼한 강평 내용 중에서도 책임 있는 대리인의 자세에 대해 지적받았을 때가 가장 뼈아팠다. 높은 창의성을 요구하는 검토보고서 과제를 하면서도 결국 좋은 논증을 위해서는 치밀하게 쌓은 법학적 지식이 가장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무엇보다 똑똑하고 잘 나가는 로스쿨 동기들은 대형 로펌에 취업해서 나의 반대편에서 논리를 써 내려갈 것이 아닌가. 적어도 그 친구들만큼은 노력해야 부끄럽지 않은, 정당한 대변자가 될 수 있을 테다.

예습∙복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1학년 여름방학의 4주를 투자했지만,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는다. 오히려 코로나19의 심화로 인하여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한 점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내부교육, 외부 세미나, 과제와 강평, 법정방청 등 모든 프로그램이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특히 희망법의 변호사님들이 여러 분야의 최전선에 뛰고 계시다 보니, 다양한 의제에 대해 다른 어느 곳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희망법의 변호사님들 및 실무수습 동기생들과 끈끈한 인연을 쌓게 되어 4주간 정말 즐거웠다.

변호사는 커녕 아직 로스쿨생조차 제대로 되지 못한 우리 실무수습생들을 후배 법조인이자 동료 활동가로 존중해주신 변호사님들 덕분에, 변호사의 길이라는 선택에 단단한 디딤돌을 얻은 기분이다. 앞으로 공익과 인권을 위해 일하고 싶은 변호사 지망생이라면, 희망법 실무수습이라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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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현장에서 다시 만나기를

 

김 채 연

 

희망법 실무수습에 지원하며 자기소개서에도 썼지만, 희망법에서의 실무수습은 로스쿨에 들어오기 전부터 꼭 하고 싶었던 활동이었다. 관심 있게 보는 뉴스마다 등장하시던 변호사님들의 활동을 가까이에서 보고 배우며 이 시간이 앞으로 내가 어떤 변호사가 될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겠다는 직감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직감은 역시나 맞았다.

처음에는 로스쿨에 입학한 지 한 학기밖에 되지 않은 내가 과연 주어진 과제를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기우였고, (물론 더 잘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다) 활동이 끝난 지금 돌아보면 희망법 실무수습을 1학년인 지금 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변호사님들께서 구체적으로 과제 설명을 해주셨고, 부족한 부분은 변호사님들이나 함께하는 실무수습생들에게 물어보며 배우고 발전할 수 있었다. 특히 과제를 팀으로 진행하면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고민하며 혼자는 할 수 없었을 과제들을 해냈다. 그리고 내가 낸 과제에 대한 꼼꼼한 강평은 감동 그 자체였다. 과제 내용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변호사로서 사건과 당사자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 특히 공익인권변호사로서 가져야 할 관점과 마음가짐에 대해 깊게 고민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고민과 반성을 안고 앞으로의 법학 공부와 로스쿨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

지도변호사 미팅, 다양한 교육, 공동과제, 개별과제, 강평, 재판 방청 등 희망법에서 활동했던 한 달은 매 순간 정말로 재미있었다. 특히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지도변호사였던 류민희 변호사님을 만나러 희망법 사무실에 갔었던 때다. 날씨가 무척 더웠는데 무척이나 신난, 그렇지만 약간은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사무실 문을 두드렸던 것이 생각이 난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지면에 다 적을 수는 없으니, 한마디로 감상을 말하자면 ‘나도 저런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거였다. 사실 아직 어떤 법조인이 될지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못했지만 (일단 변시 통과부터..)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을 전업으로 하고 싶다는 마음은 확고해졌다.

벌써 실무수습이 끝난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바쁘고 행복한 한 달을 보내다가 다시 법학 공부를 하려니 여전히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내가 왜 이 공부를 해야 하고 ‘잘’ 해야 하는지를 안다. 앞으로 언젠가 현장에서 다시 뵐 수 있는 순간이 오기를 소망하며,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신 희망법 변호사님들께 정말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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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법과 함께한 반성과 발전의 시간

 

남 혜 선

 

어쩌다가 로스쿨에 입학해버리고 나서는 첫 학기를 꽤나 방황하면서 보냈다. 교과서 속의 판례와 조문들이 현실과 매우 동떨어져 보여서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거지’하는 의문만 품은 채로 책장을 넘기던 날들이었다. 없는 의지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고민하였는데, 공익인권변호사로의 진로를 생각하던 참이라 희망법 실무수습에 지원하였다. 4주라는 기간이 조금 마음에 걸렸으나 그렇다고 방학 때 공부를 할 것 같지는 않았기에…

결과적으로 희망법 실무수습에 참여한 것은 아직 겪지 못한 2년반을 통틀어 로스쿨 생활 중 가장 잘한 일이리라 생각한다. 장애인, 성소수자,집회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듣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다른 학생들과 함께 두 번의 개별과제와 한 번의 공동과제를 수행하였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정을 쫓아가면서 궁금했던 공익인권소송의 실제를 경험할 수 있었고,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문제를 푸는 것만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배움을 얻었다.

모든 배움이 의미 있었지만, 다음의 두 가지 일은 특히나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첫째는 공동과제 강평에서 한가람 변호사님이 ‘의견서에사건 당사자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해주신 것이다. 과제를 완성하는 것 자체에만 신경 쓰고 당사자의 관점을 간과한 스스로가 너무나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강평을 들으면서 공익인권소송에서는 단순하고 근시안적인 승리를 얻어내는 것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당사자를 존중하면서도 소송 결과가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여 소송의 목표를 세우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였다. 그러기 위해서 이 부끄러움의 기억을 마음 깊이 새겼다.

둘째는 공익인권 변호사가 되겠다고 해서 공부를 덜해도 될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는 김동현 변호사님의 조언이었다. 기존 판례를 반박하고 새로운 법리를 개척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에 오히려 기본 법학 실력에 창의성까지 더하여야 한다고. 그동안 공부를 게을리한 것을 반성하게 되는 말씀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실무수습 일정이 대부분 비대면으로 진행되었기에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 로스쿨 생활을 이어갈 의지를 기르고, 나아가 인생의 방향성을 정하는 데에 도움이 된 시간이었다. 이런 소중한 실무수습 기회를 제공한 희망법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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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반갑다

 

박 주 인

 

‘복장은 완전히 자유’가 적힌 메일을 받고, ‘희망법이구나’하고 실감했다. 4주간의 실무수습만큼이나 이 시간을 보내고 다시 학교로 돌아올 나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다양한 주제의 교육, 실제 사건에 대한 과제, 의대생들과 함께한 연합 세미나, 토론회와 재판 방청까지 바쁘고도 알찬 일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날, 네모난 화면에 바둑판처럼 있는 변호사님들과 수습생들의 얼굴은 신기하게도 낯설기보다 애틋했다.

과제는 특히 주어진 자료를 읽어내는 일부터 쉽지 않았고, 서면의 질과 마감은 선택이 되었다. 변호사에게는 하나의 사건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인생의 사건이므로 사명감과 전문성은 필수다. 무엇보다 공익인권 분야는 소송의 승·패소뿐만 아니라 활동가의 정체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수습생의 과제라며 확인하지 않고 대충 넘겼던 순간들이 떠올라 부끄러움에 뒤척이기도 했다. 글자는 있는데 뜻이 없다는 것을 사람들이 모를 리가 있나.

희망법의 변호사님들은 모든 수습생을 미래의 동료로 대해주셨다. 지도 변호사님과 면담할 때, 화면 너머로 보내주신 잔잔한 응원의 눈빛이 떠오른다. 책에서는 한 줄일지라도 판결이 나오기까지 많은 이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는 것, 돌아가서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고 나의 실력을 키워야겠다는 것, 나만의 안정적인 생활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비대면 진행의 이점을 양껏 활용한 다른 수습생분들에게도 즐거웠다고 전하고 싶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반가울 사람들. 이제 온라인 조회와 종례를 위해 맞췄던 알람을 끈다. 밑천이 다 드러나서 쌓을 일만 남은 내가 되어 학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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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넓혀나가는 시간

 

양 현 준

 

2021년 상반기는 선행학습과 1학기, 계절학기에 끌려다니듯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지만, 오랜 꿈이던 희망법 실무수습을 기다리며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하필 첫 출근 즈음에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여 첫 출근의 설렘마저도 느끼지 못해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줌을 켜고 대기할 때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따뜻한 표정으로 맞아주신 희망법 구성원분들과 함께 나의 첫 실무수습을 채워나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비대면 환경 속의 실무수습이 어색해서 몸과 마음이 늘어지기도 했지만, 점점 그 속의 재미를 찾아 나갔다. 관심은 있지만 자세히 알지 못했던 다양한 인권 관련 주제에 관해 배우고, 과제에 대해 고민하며 다른 실무수습생분들과 토론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많은 외부 일정이 취소되어 아쉬웠지만, 법정 방청과 토론회 참관, 민변 소수자위 월례회 참관 등을 하며 생각의 지평을 넓혀나갈 수 있었다.

여섯 명이 같이 진행한 공동과제에서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꼈다. 그동안 헌재의 판례를 접할 때는 재판관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았다면, 이제는 내가 직접 자료를 찾아와 재판관을 설득해야 했다. 멕시코 헌법재판 사례를 찾기 위해 알지도 못하는 스페인어 문서를 번역기를 돌리고 사전을 찾아가며 해석할 때, 내가 지금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법 지식이 실무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체감했다. 그리고 짧은 시간 안에 당사자의 입장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함과 동시에, 법 전문가로서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역할을 수행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강평에서 지적해주신, 당사자를 타자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원칙을 평생 마음에 새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기업과 인권 분야에 관심이 있다고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기업과 인권에 몰입하는 기간이 될 줄은 나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다. 국내에서의 노동권 침해 및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해외 진출 한국 기업의 인권 침해 문제를 2차에 걸친 개별과제로 모두 다뤄볼 수 있었다. 기존 법령에만 머무르지 않고 입법안까지 제시할 수 있고, 소장이 아닌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제라, 명확한 답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조사해야 끝이 나는 것인지가 보이지 않아 막막하기도 했다. 특히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규범이라도 그것을 ‘법’으로 강제하는 일이 어려워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나 이 막막함과 답답함 속에서 하나의 개선방안이라도 찾아내는 일이 공익인권변호사의 역할이라는 것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엄청 더웠던 날 길을 헤매며 처음으로 찾아간 사무실에서 김광민 국장님이 내려주신 콜드브루 커피를 마시며 지도 변호사님이신 김두나 변호사님과 면담을 했던 기억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실무수습 선배님(?)이기도 하신 변호사님이 어떠한 고민과 활동을 쌓아가며 여기까지 오게 되셨고 지금은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시는지부터 소소한 일상 얘기까지, 막연히만 느껴졌던 공익인권변호사로서의 삶에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줌으로나마 ‘스몰 토크’ 시간을 마련하고 ‘과제 윗 미’를 하며 재밌는 시간을 보냈던 다른 실무수습생분들, 뒤풀이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주신 희망법 구성원분들과 좋은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우리는 어차피 언젠가 만나게 됐을 사람들”이라는 다른 실무수습생분의 말처럼, 언젠가 다시 동료로 만날 날을 그리며 내 앞에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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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당신에게

 

고 준 우

 

이 후기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이하 ‘희망법’이라 줄여 이르겠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게시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수습 후기를 직접 찾아서 읽어 볼 정도의 열의를 가지신 분들은 아마 희망법에서 실무수습 경험을 쌓길 원하거나 미래에 변호사로서 일하길 바라는 예비 법조인들이실 것입니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제가 희망법 실무수습에 임하면서 기대했던 것들, 희망법 실무수습이 실제로 제게 주었던 소중한 경험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느낀 점과 희망법 실무수습을 희망하시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기대했던 바: 희망법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기를

여러분의 로스쿨 생활은 어떠신가요? 저는 이제 (1년의 휴학을 마치고) 2학년의 반을 지나며 어느 정도 로스쿨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답답하고 두렵고 막막한 점들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로스쿨에서 공부하는 기간 동안 소화해야 할 학업량이 많다보니 좀 알겠다 싶다가도 모르는 법리와 쟁점들이 튀어나와 저를 당혹스럽게 할 때가 있습니다. 공부를 하다가도 스스로 제대로 된 방법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이 시간들이 흐르고 나면 전문성이니 리갈 마인드니 하는 것들이 내게도 생길지, 변호사시험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한데 하염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끝없는 속앓이를 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괴로운 것은 공익인권에 헌신하는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진로 고민을 함께 털어놓고 정보를 공유할 만한 친구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일 것입니다.

아마 이런 고민은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께서도 공통적으로 하고 있는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나마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로스쿨에 다닌 덕분에 그래도 관심사가 같은 원우들을 제법 만나 공익인권법학회 활동을 하며 이런 답답하고 건조한 마음에 물을 주고는 있지만, 그마저도 방학이 되면 각자의 일정으로 바빠지는 탓에 쉽지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희망법 실무수습에 지원하며 다음의 두 가지를 기대했습니다.

첫째로는 공익인권변호사로서의 진로를 더욱 깊이 있게 탐색하기 위해서 다양한 인권분야에서 실무수습 경험을 쌓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아무래도 공익인권변호사로서의 진로에 대해서는 로스쿨의 공식적인 통로(ex. 행정실, 학생회 등)를 통해 정보가 많이 유입되지 않는 편이다 보니 직접 실무수습을 통해 경험을 쌓는 것만큼 진로탐색과 정보접근에 좋은 방법이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특정한 인권의 주제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노동인권, 소수자인권, 시민권(정치적 인권) 등을 아우르며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인권변호사의 활동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제게 희망법은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왔습니다.

둘째로는 저처럼 공익인권변호사가 되고자 희망하는 다른 로스쿨생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앞으로의 로스쿨 생활에서 쉽게 지치지 않도록, 저와 같은 진로를 고민하며 노력하고 있는 다른 로스쿨생들을 만나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서로에게 서로가 존재만으로도 응원이 되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장래에 동료가 될 예비 법조인들과 함께 협업하는 경험 역시 쌓아보고 싶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희망법 실무수습에서 공익인권변호사가 되겠다는 진로를 구체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경험과 인권에 대한 이상(理想)을 계속 타오르게 해주는 열정 모두를, 즉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경험한 바: 희망은 피와 땀으로 쓰인다

희망법의 실무수습은 총 4주간 진행되었습니다. 그동안 실무수습생 전원이 함께 업무를 분담하여 협업하여 서면을 작성하는 공통과제를 1번, 개별 또는 팀별로 보고서(정책 보고서 등)나 서면(소장 등)을 작성해보는 개별과제를 2번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제를 진행하는 가운데 일과시간에는 변호사님들께서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분야에 맞추어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2021년 여름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의 확산으로 인해 한 번의 재판방청을 제외하면 모두 재택근무로 진행되어 희망법 변호사님들이나 동료 실무수습생들과 자주 만나볼 기회가 없어 무척 안타까웠지만, 희망법에서의 실무수습 경험은 제가 기대했던 바를 충족시켜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첫째로 희망법 실무수습은 공익인권변호사로서의 활동이 얼마나 다양한 전문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전문영역들이 어떻게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되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공익인권변호사가 갖춰야 할 전문성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변호사’라고 하면 송무와 법률상담만을 그 직무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희망법 실무수습은 공익인권변호사의 임무가 단순히 주어진 법률의 한계에서 의뢰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 인권을 최대한 주장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어진 법률을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나갈 것인지 바꾸기 위한 수단으로서 무엇을 채택할 것인지(ex. 다양한 종류의 소 제기, 헌법소원, 입법부와의 협력, 시민사회단체와의 협력 등)도 고민하는 복합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것임을 알려주었습니다.

예컨대 공통과제는 다수의 변호사들이 협력하여 하나의 서면을 작성하는 실제 실무현장의 업무방식을 익히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국제인권 메커니즘의 활용에 대한 교육은 공익인권변호사가 단순히 국내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국내의 법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법과 국제인권 메커니즘의 다양한 자원들을 활용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고, 상고법원 개혁 등 사법시스템 개혁에 대한 토론회의 경험은 변호사에게도 더 나은 재판을 고민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그 고민들을 사법 시스템에 반영시키는 것도 인권을 옹호하는 중요한 활동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생활물류센터 노동실태의 개선을 위한 현행법제에 대한 검토보고서 작성 과제도 공익인권변호사의 덕목은 기존의 법을 아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법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줄 아는 것이라는 점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실무수습 기간 동안 김동현 변호사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공익인권변호사는 활동가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무엇보다 ‘변호사’라는 것입니다. 인권을 위한 사회운동의 영역에서는 변호사로서 기대되는 ‘역할’이 있으며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활동에 직접적으로 헌신할 수 있었던 그 귀한 시간과 역량들을 법을 익히는 데에 쓴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결국 공익인권변호사 역시 그 전문성을 잘 가꿔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며 맞서야 하는 강력한 상대들을 생각해볼 때 오히려 그 전문성의 요청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습니다. 이 말씀을 들으며 저는 예비 법조인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둘째로 좋은 실무수습생 동료들과 만나 서로의 고민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비록 직접 만날 기회는 적었지만, 서로 화상회의를 통해 소통하며 각자의 고민과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각자 로스쿨엔 어쩌다가 오게 되었는지, 로스쿨 생활이 힘들진 않은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앞으로의 생활에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대화들을 많이 나눴습니다. 특히 동료 실무수습생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곳에 모인 모두가 결국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만나게 될 사람들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법조계 자체가 넓지 않은 까닭도 있겠지만, 그 안에서 사람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인권의 이름으로 자신의 정의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더욱 귀한 까닭입니다.

여러분들도 로스쿨에서 있다 보면 법을 스스로 해석하고 고민하기보다 주어진 해석을 받아들이기에도 벅찬 순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점점 법은 내가 대항할 수 없고 바꿀 수 없는 외부의 무언가로 딱딱하게 굳어가고, 당초 그 법이 어떤 사회적 관계로부터 탄생한 것인지는 망각된 채 개인의 영달을 위한 도구(tool)나 기술(technic) 정도로만 느껴지기 십상입니다. 말이 ‘법학전문대학원’이지 사실상 자격증 확보를 위해 ‘변호사시험학원’에 다니는 것과 구분이 안 되는 셈입니다. 그런 가운데 법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탄생하는 인권의 약속이자, 다른 모든 기술들을 인간화하는 기술임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는 동료 실무수습생들과의 만남은 제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희망법에서의 실무수습은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향한 희망이 단순한 간절한 바람만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그 바람을 실현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으로, 즉 피와 땀으로 쓰이는 것임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희망법 변호사님들께서 과제를 꼼꼼하게 강평해주시면서 남긴 피드백들이 제게는 정말 하나하나 가슴 깊이 남는 말들이었습니다.

예컨대 박한희 변호사님과 한가람 변호사님께서는 과제 강평에서 변호사의 서면은 중립적이고 초월적인 제3자의 입장에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의 입장에서 쓰이는 것이며, 그렇기에 어떤 용어를 쓸 것인지도 섬세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히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섣불리 양보하거나 타협하는 태도를 보이거나 억울함을 호소한다는 명분 아래 의뢰인의 주체성과 존엄을 축소하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제대로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꼼꼼하고 세세한 강평을 들을 때에는, 법정에서 단호하고 확고하게 의뢰인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 주장을 뒷받침할 부단한 법적·사실적 근거들의 총체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저는 희망법 실무수습을 통해 저 자신의 진로에 대한 소소한 희망을 발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부단한 노력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인권은 외부로부터 저절로 구원자와 같이 찾아오는 것이 아닌 인간 스스로의 실천 속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듯, 인권을 향한 희망 역시 고급스러운 잉크로 쓰이는 것이 아닌 그것을 위해 투쟁하고 헌신하는 수많은 활동가와 공익인권변호사의 피땀으로 쓰인다는 것을 깨달은 셈입니다.

 

나가며: 법의 문을 함께 여는 문지기가 될 수 있다면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유명한 단편인 「법 앞에서(Vor dem Gesetz)」는 다음과 같은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농부가 법 앞에 찾아와 그 안으로 들어가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법 앞에 선 문지기는 농부를 말로 어르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하면서 가로막습니다. 그러다가 농부가 기력이 쇠하고 죽음을 맞이할 때가 돼서야 농부의 질문을 받고 문지기는 말합니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이 문으로 들어갈 수 없소. 왜냐하면 이 입구는 오직 당신만을 위한 것이니까, 이제 나는 가서 이 문을 닫아걸어야겠소.”

억압받고 차별받는 모든 이의 해방은 피억압자 스스로의 힘으로 얻어내야 할 목적이라는 점에서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본인에게만 열리는 문과 같습니다. 하지만 법률가는 문 옆에 서서 피억압자들을 때로는 어르기도 하고 때로는 협박하기도 하며 그 길을 가로막습니다. “법을 어기면 어떤 후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해본 적 있어? 1심 재판부를 넘어선다고 권리가 구제되는 게 아니라 앞으로 2심, 3심에 이르는 그 긴 시간을 버텨야 할 텐데? 법은 원래 그 안정성이 중요한 만큼 구체적인 정의를 위해 쉽게 비켜서거나 변해서는 안 되는 거야”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자신의 위치를 성찰하지 않은 채 법의 논리에만 매몰된 법률가의 태도가 바로 이런 문지기의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법적 안정성이라는 ‘성벽’이 제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법이라는 ‘성’의 존재의의 자체가 모든 이의 자유와 평등을 지켜내는 것이라면, 그 안에 들어가고자 하는 이의 정당한 호소에 그 문을 열어젖히는 것이 법의 정신이자 약속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법에게 바라는 ‘희망’이란 좀처럼 열리지 않는 법의 문이 사회적 약자들과 피억압자들에게 활짝 열어젖혀지는 그 해방의 순간에 대한 희망일 것입니다. 그 희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문지기(법률가)와 농부(피억압자) 사이에 설정된 위계와 불평등을 넘어서는 연대가, 다시 말해 진정한 의미에서의 “법 앞의 평등(Gleichheit vor dem Gesetz)”이 필요할 것입니다. 문을 가로막고 서서 문을 열 수 없는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고 설득하는 법률가가 아닌, 힘들더라도 함께 문을 열어젖히는 법률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희망법 실무수습은 이처럼 희망을 위해 헌신하고 연대하는 공익인권변호사로서의 자세에 대해 일깨워주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께서 법이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면, 희망법에서의 실무수습이 그러한 믿음을 구체화하고 지탱해주는 귀중한 경험을 제공해주리라 확신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희망법 실무수습에 주저하지 않고 지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훗날 희망법을 통해서, 혹은 다른 어떤 기회로든 우리가 만나 법의 문을 함께 열어젖혔으면 좋겠습니다.

 

법이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고준우가.

 

7월 2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1 희망법 여름 실무학교 환송회’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