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송 및 구제, 법·정책 연구, 교육과 연대를 통하여 인권을 옹호하고 실절적인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발언] “법조일원화 도입 목적을 무력화시키는 법원조직법 퇴행 법안은 부결되어야 합니다”

“법조일원화 도입 목적을 무력화시키는 법원조직법 퇴행 법안은 부결되어야 합니다”

– 2021년 8월 30일 ’법조일원화 무력화’ 법원조직법 개악안 본회의 처리 반대 기자회견(참여연대, 민변 사법센터 공동주최) 발언

 

서 선 영

※ 기자회견 현장에서 시간 제약상 아래 내용중 많은 부분이 생략되었습니다.

 

1. 현재 법조일원화 제도는 판사가 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요건을 5년으로 단축시키는 법안이 곧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입니다. 이 법안은 발의된 시점부터 2개월도 지나지 않아 법사위 소위를 통과하더니 곧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습니다.

 

2. 법조일원화는 기본적으로 우리 시민이 누구에게 재판을 받을 것인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이는 단순히 법원의 일이나 법조계의 일이 아니라 우리 시민들이 어떤 재판을 받을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국회의원들은 충분한 토론도 없이, 공청회 한 번 없이, 무슨 작전을 수행하듯 20년-30년에 걸친 논의를 후다닥 뒤집으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3. 저희는 오늘 이 법안이 이렇게 통과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왜 우리가 법조일원화 5년 단축법안을 반대하는지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4. 법조일원화가 도입되기 전, 즉 판사가 되기 위해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요구하는 법이 도입되기 전의 법관임용 시스템은 즉시법관제도였습니다. 사법연수원을 나오자마자 바로 판사로 임용되고 배석판사, 단독, 부장판사를 거쳐서 한 단계씩 승진을 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결단을 했습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   (1) 우선, 이 결단에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판사상이 무엇인가에 대한 중요한 의미전환이 있었습니다. 공부를 잘 해서 좋은 점수를 받고, 좋은 대학을 나오고,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사법연수원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사람, 머리가 좋은 사람이 좋은 판사의 상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있었습니다. 정답과 그 정답을 맞추는 시험을 잘 치르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에 대해 생각하고, 올바른 판단을 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이 있는 사람, 다양한 법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법원을 구성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있었습니다. 

 

  •   (2) 즉시법관제도는  순혈주의와 필연적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순혈주의는 사회로부터 법원을 분리시키고, 사회의 흐름과 동떨어진 법원의 독특하고 기묘한 문화와 시민위에 군림하는 권위주의적 법원의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법조일원화는 다양한 법조경력자로 법원을 구성해서 이 순혈주의를 해체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었습니다.

 

  •   (3) 순혈주의, 도제 시스템은 법관들 사이에서는 관료주의의 토양이 되었습니다. 독립된 법관의 심성이 아니라 상급자의 의중을 살피고, 상급자의 말을 정답처럼 받아들이는 법관들을 양산했습니다. 사건 자체가 아니라 승진과 출세를 목표로 삼는 법관들이 잘 나가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발생한 최악의 사태가 ‘사법농단’이었습니다.

 

  •   (4) 관료주의 법원에서 내부 승진을 못한 법관은 옷을 벗고 법원을 나가 전관이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인식되는 지경에도 이르렀습니다. 이것은 특권고리인 전관예우의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    (5) 이와 같이 법조일원화는 즉시법관제도에서 발생하는 이와 같은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안되겠다는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도입된 것이었습니다. 순혈주의, 특권의식, 관료주의, 전관예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존의 제도를 탈피하고 완전히 새로운 제도로 변경해야 한다는 중요한 목적을 갖고  법조일원화가 출범했던 것입니다. 법조경력 10년 요건도, 법조일원화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 정도 기간은 필요하다는 오랫동안의 논의와 합의를 통해 도출된 것이었습니다.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10년 연차는 점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올해까지는 5년의 경력만을 요구했고, 내년부터는 7년의 경력을 요구하면서 10년의 요건을 완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5. 그런데 법원은 5년에서 멈춰야 한다고 합니다.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요구하는 점진적 진행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국회의원은 법원의 의견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발의를 했고, 법사위까지 통과를 시켰습니다.

그래서 이 질문을 해 봅니다. 법원이 법조일원화의 도입 목적에 맞게 운영하려고 많이 노력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어려움이 발생해서 이것을 바꾸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법조일원화의 목적과 상관없이 이전 즉시법관제 모습과 별반 다름 없게 운영을 해 오다보니 법조일운화와 충돌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말입니다. 만약 후자라면, 이런 법은 국회가 발의해서도 안되고 더구나 통과시켜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   (1) 법원은 법조일원화에 맞춰 제도를 운영해 왔습니까. 법조일원화가 최초로 실행에 들어갔던 시기는 양승태씨가 대법원장으로 있었던 때입니다. 이 당시는 법원의 관료주의가 가장 극심하고 그 타락의 끝인 사법농단까지 발생한 시기였습니다. 관료주의를 해체하기 위한 법조일원화를 그에 맞게 시행했을리가 없습니다. 좀 더 들여다보면 이렇습니다. 

 

  •   (2)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법원이 군법무관을 임명한 숫자는 47.6%였습니다. 2017년까지는 3년의 법조경력만 요구하던 시기였기는데, 이때 법원은 사실상 법조일원화 법관이라고 할 수 없는 사람을 50%가까이 선발했던 것입니다. 5년을 요구하는 지금도 3년의 군법무관 경력에 2년의 재판연구원 경력만 거치면 5년 요건이 다 채워집니다. 군법무관 출신, 재판연구원 출신을 다수 임명한 법원은 법조일원화 취지를 어떻게 구현했다고 할 것입니까. 

 

  •   (3) 올해 신임 법관 임용 예정자157명 가운데 법원 소속 재판연구원 출신이 67명입니다. 42%가 넘습니다. 3년의 재판연구원을 거친 후 2년 잠시 로펌 등을 다녀오면 5년의 법조경력이 다 채워지는 그룹입니다. 이들은 5년 법조일원화 법관입니까. 2년 법조일원화 법관입니까. 재판연구원 시기를 빼년 2년만의 경력만이 있는 이들의 법조경력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입니까. 법원이 5년으로 단축하자고 하면서도  이와 같이 재판연구원이나 군법무관 출신들을 많이 뽑았던 관행에 대한 문제의식은 보이지가 않습니다. 법관의 반은 2년 법조일원화 법관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년 법조일원화를 법조일원화라 부를수는 있는 건가요

 

  •   (4) 2019년까지 경력 법관 중(전담법관과 법무관 제외) 절반에 가까운 10대 대형 로펌 출신이 46.3%라고 합니다. 김앤장은 13%였습니다. 이제 법관 10명 중 한명 이상은 ‘김앤장’ 출신입니다. 올해는 8명 중 한명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법조 경력자를 선발한다는 법조일원화 취지는 어디 간것입니까. 대형 로펌과 법원의 법조카르텔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   (5)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가 법관으로 임용되어도 다시 배석기간을 4년 거쳐야 합니다. 판사가 되기 전에 10년 이상 쌓은 경력들, 그 전문성과 철학을 법원은 그다지  존중하지 않겠다는 것을 아예 제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10년 이상 경력자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계속 준 법원이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가 지원하지 않는다고 법을 바꿔달라고 합니다.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6. 이와 같이 법원은 법조일원화와 상관없이 제도를 운영해왔습니다. 법조일원화에 법원은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양승태씨가 대법원장으로 있었던 시절 뿐만 아니라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양승태 시절의 운영방식을 그대로 갖고 갔습니다.이런 법원이 자신들의 제도 운영에 대한 평가 하나도 없이 법조일원화를 10년에서 5년으로 바꿔달라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태로 고정시키려는 것입니다. 지금의 법조일원화는 제대로 된 법조일원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 

 

7. 국회는 법원이 이런 요청을 해도 들어주면 안되는 것입니다. 최소한 지금 법조일원화가 어떤 상황인지 심사라도 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회 회의록을 보면 그냥 법원이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통과시킨 기록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8. 법원은 미국이나 영국도 5년의 법조경력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면서, 세계적 추세에 부합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   (1) 그러나 미국의 경우 5년을 요건으로 하는 주의 경우도 실제 임용되는 법관의 경력은 최소 15년에서 20년 사이가 다수고, 5년의 요건만 충족한 법관이 임용되는 경우는 극소수입니다. 그런데 우리 법원은 이렇게 운영하려고 지금 법조요건을 단축하려고 할까요. 아닙니다. 5년 요건만 충족한 사람을 대부분 뽑기 위해서 단축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운영해왔고, 앞으로도 판결 초고를 쓸 배석판사가 필요하다는 말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5년의 요건만 규정해도 미국처럼 법조일원화 취지에 맞게 운영할 수 있다면 굳이 왜 반대를 하겠습니까. 지금 우리 법원은 그와 같이 운영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너무나 높기 때문입니다

 

  •   (2) 영국은 법관인사위위원회에 다양성 확보 의무(여성, 흑인 등 소수민족, 자문변호사, 장애인 등)을 법적으로 부과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연령 다양성도 이런 맥락속에 있습니다. 저는 우리 법원이 다양성 확보를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법원은 오로지 시험과 시험 뿐이었습니다. 거기에다 영국의 경우 연령 ‘다양성’을 추구하지만, 우리 법원은 5년차 중심으로 법관을 뽑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뽑기 위해서 법안 통과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양성을 언급하며 영국 사례를 이야기하는 건 앞과 뒤가 맞지 않습니다. 

 

9. 이와 같이 우리 법원은 법조일원화 경력을 5년으로 단축해도 될 만한 아무런 여건을 갖추지 않았고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전 폐단의 나쁜 토양은 그대로 있고, 거기에다가 현 상태로 5년이 고정된다면 후관예우와 법조 카르텔 특권층이 확장될 위험이 너무나 높습니다

 

10. 국회는 심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법안 발의 2개월만에 법안심사 소위에서 통과시키고, 이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또다시 법사위를 통과시키더니 본회의에 곧 상정을 한다고 합니다. 국회 소위에서 잘못된 판단을 했다 하더라도 문제가 제기되었으면 적어도 공청회를 열고, 문제가 있음이 확인되면 통과를 추진하지 말아야 합니다. 따져묻고 법조일원화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한 확실한 보장책이 있고, 그에 따라 실행을 한 다음에 제도를 손보더라도 손봐야 하는데 지금 아무런 여건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 ‘통과’, 그 다음은 ‘법원이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법원개혁을 이야기하는 국회의원들이 이 법안을 그대로 통과되어야 한다는 언급들을 보고 있으면, 그 국회의원의 법원개혁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의문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11. 국회는 각자가 가진 헌법적 의무와 책임을 생각하고, 법조 일원화 5년 후퇴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하고, 이 법이 통과되지 않아야 한다는 저희의 말을 경청해주기 바랍니다. 법조일원화 5년 법안은 재논의되어야 하고 이대로 통과되어서는 안됩니다.  

 

※ 다행히 2021년 8월 31일 위 법안은 국회에서 부결되었습니다. 법조일원화가 제대로 정착되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2021년 8월 30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공동주최한 <‘법조일원화 무력화’ 법원조직법 개악안 즉각 중단하라> 기자회견 모습  ⓒ참여연대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