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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의한 재산범죄 불처벌, 타당한가

글 / 최 현 정

 

가족관계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에 대한 실증적 통계와는 달리, 법은 여전히 ‘가정의 평온’을 전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이 재산범죄를 범했을 때 처벌하지 않거나, 피해자가 고소를 해야만 검사가 기소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형법 ‘친족상도례’ 조항도 그 중 하나입니다.

형법 친족상도례 조항은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재산범죄에 대하여, 친족에 의한 범행의 경우 처벌 여부 등을 달리 규정합니다. “직계혈족,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의 경우에는 그 형을 면제합니다(형법 제328조 제1항 참조). 즉,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와 같은 가까운 친족이 횡령죄, 사기죄, 공갈죄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 일률적으로 그 형을 면제하여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보다 먼 관계에 있는 “그 외의 친족”이 재산범죄를 범한 경우에는피해자가 고소를 해야만 검사가 가해자를 기소할 수 있습니다(형법 제328조 제2항).

‘가정에는 국가형벌권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잘못된 전제로 만들어진 조항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위 형법 제328조 제1항이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고려와 함께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인해 깨지는 것을 막으려는 데에 그 입법취지가 있다.”고 본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2. 3. 29.자 2010헌바89 결정). 그리고 같은 조 제2항에 대해서는 “국가가 먼저 개입하지 아니하되 피해자가 굳이 고소를 하여 처벌을 원한다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그 취지를 설명했습니다(위 결정).

친족상도례 조항의 문제점은 많은 사례들을 통해 지적되어 왔습니다. 피해 금액이 크고 죄질이 좋지 않더라도, 가해자가 피해자의 자녀이거나 동거하는 친족이라는 이유로 검찰 수사 후 불기소처분(공소권없음)이 되기 때문입니다.

친족관계에 있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장애를 이용하여 범행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 때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접수한 경제적 착취 사례 328건 중 63건(19.2%)의 가해자가 “가족 및 친인척”으로 나타납니다. 2018년에는 경제적 착취 사례 302건 중 75건(24.8%)가 “가족 및 친인척”에 의한 범행이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형법과 별도로 장애인복지법에 경제적 착취를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을 위하여 증여 또는 급여된 금품을 그 목적 외의 용도에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장애인복지법 제86조 제4항 제2호,제59조의9제7호). 그런데 수사기관은 위 조항을, 기초생활수급비처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에게 지급하는 금품에 대한 범죄로 제한하여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인이 수령한 보험금이나 상속재산, 장애인 스스로 취득한 재산에 대한 범죄의 경우 여전히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위 조항은 ‘목적 외의 용도에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므로, 그 외의 행위들 예컨대 사기에 의한 편취 행위가 이루어진 경우 등에는 처벌할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국회에서도 관련 개정법률안을 몇차례 발의했습니다. 형법 친족상도례 규정 자체를 삭제하는 개정안은 아니고, 일부 범죄의 경우 예외 조항을 두어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범죄 행위자가 후견인이거나 피해 금액이 크거나 피해자가 장애인인 사건 등에는 형법 친족상도례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지난 4월,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주관한 토론회 <장애인 경제적 착취,친족상도례 적용 여전히 타당한가?>  ⓒ미디어생활

 

보다 근본적으로는 형법 친족상도례 조항 자체를 삭제할 필요가 있고, 이에 헌법소원도 제기되어 있습니다. 친족상도례 규정이 청구인의 재산권, 재판절차진술권,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기 위한 것입니다. 희망법도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재단법인 동천 등과 함께 청구인 공동대리인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청구인은 중한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청구인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는데, 그 장례식장에서 만난 삼촌과 숙모의 제안으로 청구인은 이들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그 후 3~4년 동안 청구인의 삼촌과 숙모는 청구인의 상속재산, 급여 등을 임의로 사용했고, 청구인 명의로 대출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청구인은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의 도움을 받아 가해자들을 준사기, 횡령 등으로 고소하였지만 검찰이 형법 친족상도례 규정을 적용하여 공소권 없음의 결정을 한 사안입니다. 피해 금액이 2억 원이 넘지만, 가해자들이 청구인과 동거하는 친족이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은 것입니다.

 

[관련글보기] –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 가족이라는 이유로 장애인 경제적 착취가 면책되는 것은 중단되어야 한다

 

법이 전제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가까운 가족에 의해서 재산범죄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 피해자는 재산의 손실보다 더 큰 정신적 고통을 겪을 수 있습니다. 장애인의 경우 그 피해가 외부로 드러나기 어렵기 때문에, 재산 전부를 잃을 때까지 범행이 지속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단지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거나 피해자의 고소를 공소 제기의 요건으로 규정한 친족상도례 조항은 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이를 시정할 수 있도록 희망법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