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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조작사건

[논평]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 판결에 대한 논평

  오늘 서울고등법원 민사4부(재판장 홍승면)은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피해자 강기훈과 가족들이 대한민국과 직접 가해행위자(91년 유서대필 조작사건 당시 부장검사 강신욱, 주임검사 신상규, 필적감정인 김형영)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을 제외한 직접 행위자들의 책임을 모두 면제시켜주었다. 유서대필 조작사건이 무엇인가. 1991년 당시 정권의 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국가기관이 유서대필범을 만든 사건이다. 있지도 않은 유서대필범을 만들기 위해 무슨 일이 있었는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들을 은폐하고, 가혹행위를 하고, 허위감정을 했다. 피고들은 이 사건의 담당검사이고 국과수 감정인이었다. 오늘 법원은 검사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한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을 뿐 아니라 , 감정인에 대하여도 실체적 판단 없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조작 당시로부터 3년 내에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과연 유서대필범으로 복역을 하고, 석방 이후에도 유서대필범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살아야 하였던 강기훈씨가 그 이십년 세월 속 어느 시점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는가? 법원 스스로 그 단계에서 대한민국과 검사, 그리고 감정인에게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가? 3년이면 강기훈씨가 아직 유서대필범으로, 희대의 악마로 사법적 평가를 받아서 감옥에 갇혀 있을 때이고 있지도 않은 유서대필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한 검사들은 모두 현직에 있었을 때이기도 하다. 소멸시효는 권리위에 잠자는 자를 법은 보호하지 않는다는 법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권리를 행사하고 싶었어도 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는다. 수사기관의 위법행위에 기반해 공소가 제기되어 유죄가 선고되었던 과거사 사건의 경우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되기까지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는 장애사유를 인정하여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확립된 법리이기도 하다. 강기훈씨가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2015년이다. 재심 무죄확정판결을 통하여 비로소 필적감정의 허위성이 법원에 인정되었던 것인바, 이때까지는 소송을 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것이 기존의 판례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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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항소 포기, 그러나 재판은 계속 될 것입니다.

이 글은 7월 6일 판결 이후 발표된 민변의 논평과 <유서대필조작사건 국가배상 공동대리인단>(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백승헌,김묘희/ 변호사 송상교/변호사 서선영/ 변호사 최현정/ 변호사 이주언)의 보도자료를 재편집한 입니다. 24년만의 무죄. 그러나 가해자 중 누구도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강기훈 씨는 유서를 대필하여 동료인 김기설 씨의 자살을 방조하였다는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뒤 24년이 지난 2015년에 대법원으로부터 무죄확정판결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무죄판결 후에도 가해자 중 어느 누구도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피해자 본인인 강기훈 씨와 강기훈 씨 가족 등 6명은 가해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하여, 국가와 당시 수사책임자인 강신욱(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부장검사), 신상규(당시 강력부 수석검사, 사건 주임검사), 필적감정을 한 김형영(당시 국과수 감정인)을 공동피고로 2015년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총 31억원의 지급을 내용으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리고 1년 8개월만인 지난 7월 6일,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제37민사부, 재판장 김춘호)은, 국가와 감정인에 대해서는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만, 사건의 핵심인 검사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1991년 강경대 열사 사망 이후, 정권 퇴진과 공안통치 종식을 바라는 시민들의 거센 요구를 반전시키기 위해 정권은 전대미문의 유서대필이라는 사건을 터뜨렸습니다. 정권이 한 청년에게 동료의 죽음을 부추긴 자살방조범이라는 누명을 씌우고, 위기를 모면한 것입니다. 검사는 그 시나리오의 핵심 행위자였습니다.   사건 초기부터 강력부 검사를 대거 투입한 후 유서대필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줄 수 있는 필적 자료들은 고의적으로 은폐했습니다. 강기훈에게 유리한 자료를 입수하고도 압수목록조차 기재하지 않고 서랍속에 감춰두었던 것은 그 대표적 행위입니다. 또한 강기훈과 참고인들에 대한 강압수사를 통해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결론을 정해놓은 꿰어맞춘 수사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검사의 위법행위가 일부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전체적으로 꿰어 맞춘 수사라는 핵심 쟁점은 가볍게 털어버렸습니다. 검사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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