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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소식>HIV 감염인 입원 거부에 대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차별 인정

희망법은 여러 인권단체와 함께 합리적 이유 없이 HIV 감염인의 입원을 거부한 국립재활원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었습니다. HIV 감염인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장애인에 해당하므로, 이것이 병력 차별일 뿐만 아니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장애인 차별임을 주장하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5월, 그 주장을 받아 들여 국립재활원장에게 차별시정을 권고하였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장애인 차별로 인정받으면, 피해자는 법무부에 시정명령을 신청하거나 법원에 구제조치를 청구할 수 있는 등 다양한 권리구제 수단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희망법은 이번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이 HIV 감염인의 차별을 개선하는 데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활용해 HIV 감염인의 차별을 구제하는 데에 노력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논평으로 봐 주세요.

 

지난 2017년 11월, 김재왕, 박한희 변호사가 HIV/AIDS 감염인에 대해 재활치료를 거부한 국립재활원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했음을 밝히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논평>

“HIV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차별로 인해 죽는다.”

– HIV감염인 재활치료거부사건에 대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적용 결정을 환영한다 –

 

우리는 2017년 11월, HIV감염인의 재활치료를 거부한 국립재활원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였다. 피해자는 면역력이 떨어져 기회질환을 앓게 되었고, 그 결과 시력을 잃고 편마비가 생겼다. 국립재활원은 피해자를 역격리할 시설이 없고, 감염내과 전문의와 검사장비가 없어 응급 대처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5월, 이 사건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1조(건강권에서의 차별금지) 위반한 차별금지행위라고 판단하였다. 국립재활원장에게 피해자를 입원 조치할 것과 재발방지를 위해 HIV감염인에 대한 인권침해 및 차별 예방교육을 직원들과 함께 수강할 것을 권고하였다. 국립재활원의 주장과 달리 피해자는 의학적으로 역격리가 필요한 상태가 아니고, 에이즈치료를 위한 시설, 장비, 인력이 필요하다는 국립재활원의 주장 또한 피해자가 정기적으로 감염내과에 외래로 방문하고 처방받은 에이즈 약제를 복용하면 되며 혹여 조절되지 않은 급성질환이나 중증질환이 발생하면 상급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하면 되므로 이유 없다고 보았다. 즉 국립재활원이 피해자의 입원을 거부한 것은 ‘질병에 대한 지식과 진료경험의 부재로 인한 의료진의 막연한 공포’에 기인하거나 ‘특정 질병을 피하려는 의료기관의 잘못된 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보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HIV감염인에 대한 차별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적용하였다. 그동안 HIV감염인에 대한 차별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법」의 병력차별로 보아 시정권고해 왔으나 강제력이 없어 실효적인 구제를 하지 못했다. 국립재활원을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진정한 첫 번째 이유이다. 이번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은 HIV감염을 이유로 차별당하였을 때에 다양한 권리구제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단초를 제시하였다. 만약 국립재활원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법무부에 시정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 그와 별도로 법원에 피해자에 대한 입원거부를 시정하여 달라고 구제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

 

이 사건을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으로 진정한 또 다른 이유는 HIV감염인이 체감하는 차별의 맥락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HIV감염인들은 “HIV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차별로 인해 죽는다”고 말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를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는 활동제한과 참여제약이 따르는 요인으로 개인적, 신체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요인을 주목하여 살필 것을 강조하였다. HIV감염인 개인의 면역체계 손상정도 및 건강상태만을 살핀다면 HIV감염으로 인한 일상생활, 사회생활의 상당한 제약이 유발되는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 에이즈약제가 없던 때에는 HIV감염 후 약 10년이 경과할 즈음 사망하였으나 현재는 의학과 약제의 발달로 HIV감염인의 건강상태는 HIV감염 후 경과한 시간, 에이즈약제 복용 시작 시기 등에 따라 다양하다. 그런데 차별적 대우와 사회생활의 제약은 면역체계 손상정도 및 건강상태의 차이보다는 HIV감염 그 자체에 대해 발생한다. HIV감염인에 대한 차별은 대부분 전파가능성에 대한 과도한 우려와 ‘위험한 사람’이라는 편견에 따라 ‘격리’ 혹은 ‘분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에이즈약제를 복용하거나 손상정도가 심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가족과 단절, 만연한 진료거부, 직장에서의 해고, 심지어 부모가 HIV감염인이란 이유로 자녀가 공부방에서 쫓겨나는 등의 사회생활의 제약이 따른다. HIV감염은 사회적 태도와 개인적인 손상과의 상호작용으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의 제약이 야기되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가 에이즈 기회질환으로 인해 편마비와 시력을 상실한 상태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 모든 영역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는 상태이므로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 등록과는 무관하게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장애인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장애인의 개념은 다양한 사회의 변화에 따라 확장될 수 있는 열린 개념”으로 보아야한다고 했듯이 장애인이 겪는 사회적 차별과 사회적 요인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국립재활원은 즉각 차별을 시정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그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권리구제 수단을 이용하여 그 차별에 맞서 싸울 것이다.

 

2019년 5월 16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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