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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동성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송을 제기하며

  한국의 성소수자와 동성커플이 가족제도에서 겪는 실질적 권리의 배제는 수없이 많습니다. 배우자가 아플 때 보호자의 역할을 하고, 간호를 위해 휴직을 하거나 업무시간 조정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의 일상의 사건에서 불필요한 걱정과 불안에 시달립니다. 소성욱 김용민님은 2017년부터 동거하고 2019년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산 동성 부부입니다. 두 분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게 민원 홈페이지를 통해 동성 부부임을 밝히고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자격취득 여부에 대해 문의한 결과 ‘사실혼의 배우자도 피부양자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소성욱님을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신고한 후 2020년 2월 28일 성욱님은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하였습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2020년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도 부여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피부양자 가입기록을 삭제하였고, 부부가 적법한 통지가 없었음을 문제 삼자 그제야 ‘피부양자 인정요건 미충족’으로 접수된 서류를 반송한다는 공문을 보내 이전에 인정했던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자격인정을 무효화 하였습니다. 2020년 11월 23일 소성욱님에 대하여 새로운 보험료부과처분을 내렸습니다. 부부는 이 보험료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는 사회보장 차원에서 실질적인 건강보험의 필요성 여부를 피부양자 선정의 1차적 요건으로 두면서 피보험자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 동일세대 여부 같은 실질적 생활관계를 더 중요시하며, 실질적 가족을 보호해왔습니다. 2021년 2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원고 부부와 대리인단,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활동가들이 이 처분의 위법성과 부당함에 대해 이야기 하였습니다. 친구들이 겪은 부당함을 지켜봐야 했던 지인 여러분들도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유상아님은 “성욱이와 용민이가 8년간 우리에게 보여준 사람을 사랑하는 가치관, 인생관, 도덕관이 부부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하지도 않은 ‘성별’ 때문에 이 자격을 박탈 당해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 합니다.”라고 하셨고 이수정님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느 부부보다도 멋지고 빛나는 두 사람이, 이 부부가 인권침해 당하지 않길 간절히 바랍니다.” 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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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법 브리핑] 동성혼 불인정의 위헌성을 인정한 판결을 통해 들여다 본 일본 동성커플 권리의 진전

    일본 대중문화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만화, 영화, 드라마 같은 매체에서 다양하게 다뤄지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보셨을 것입니다. 소위 “BL” 장르물에서 법적 보호가 없는 동성커플이 불완전입양 제도를 이용해서 서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꽤 오래전부터 봤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정치 지형을 자민당을 포함하여 ‘보수적’ 이라고 보지만 사실 일본은 오랫동안 차분히 성소수자 권리를 진전시켜 왔습니다. 일본은 중요한 인권 보장 메커니즘인 국가인권위원회나 별도의 헌법재판소가 없는 국가이지만, 중앙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 전문가단체, 학술단체 등 다양한 기관과 영역에서 독자적인 규범과 정책의 확장을 통해 차츰 평등 보장의 망을 조각보처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의 성소수자 권리 일본에는 아직 포괄적 차별금지법 혹은 혹은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이 포함된 차별금지법은 존재하지 않지만 1990년대 초반 성소수자 단체 아카(OCCUR)가 도쿄도를 상대로 제기한 대관 차별 손해배상 소송 이후 성소수자 차별금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실상 규범화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1997년 9월 17일 도쿄 고등법원은 “행정 측의 처분은 동성애자라는 사회적 지위에 대하여 태만으로 인한 몰이해에서 지방자치법과 조례가 금지하는 불합리한 차별적 취급을 했으며 위헌 위법이었다”라고 판시하기도 했습니다. 📖 도쿄도 대관 차별 손해배상 소송 (일본어) 그 이후 지방자치단체에는 성평등(‘남녀공동참여’), 인권 관련 조례, 행동, 지침에 성소수자가 포함된 곳이 많습니다. 지방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중앙 행정부의 각 부처에도 성소수자 관련 정책이 많습니다. 일단 중요 입법으로는 2003년 제정되어 2004년부터 시행된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관련 법(‘성동일성장해특례법’)이 있습니다. 후생노동성은 남여고용기회균등법에 대한 2017년 시행 새 지침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언동 및 직장 내 괴롭힘도 ‘성희롱(세쿠하라, Sexual Harassment)’에 포함된다고 명시적으로 밝혔습니다. 법무성 인권정책에 성소수자는 포함되며 인식개선을 위한 다양한 유튜브 캠페인도 진행합니다. 문부과학성은 2015년 트랜스젠더 학생에 대하여 의료기관의 진단서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학생의 교복/옷차림, 화장실 등 시설 이용에 관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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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들의 적극적 집회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소수자들의 적극적 집회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 국가인권위원회의 경찰에 성소수자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실효적 대책을 마련하라는 의견표명에 부쳐     글 / 박 한 희   지난 10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인천지방경찰청에게 성소수자의 적법한 집회를 최대한 보장하고, 제3자의 집회 방해로 집회의 자유가 제한되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는 의견 표명을 했습니다. 인권위의 의견표명은 희망법 김동현, 류민희, 박한희 변호사가 함께 참여하고 있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천퀴어문화축제 법률지원단의 진정 결과 이루어진 것입니다. 2019년 법률지원단은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 당시 경찰이 충분한 사전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현장에서 오히려 반성소수자 단체들의 의견을 전달함으로써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였음을 이유로 인권위 진정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천퀴어문화축제 법률지원단에서의 활동 보고 참조 이에 대해 인권위는 경찰의 대처에 일부 미흡한 점은 있으나 이것이 집회의 자유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해 인권침해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여 진정 자체는 기각했습니다. 다만 계속해서 성소수자 집회에 대한 조직적 방해가 이어지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국가의 적극적인 보호의무가 요구된다 하여 위와 같이 의견표명을 했습니다. 특히 인권위는 “성소수자의 합법적인 집회에 대하여 국가가 적극적인 보호의무를 실현할 의지를 명확하게 천명하지 않는다면, 예상을 뛰어 넘는 반대세력의 규모와 조직적 방해행위는 향후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향후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맞물려 보다 강경한 다수 집단의 폭력적인 집해방해행위로 악화될 것이 자명하다”고 의견표명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인권위도 지적했다시피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이어진 퀴어문화축제에서 반성소수자단체들은 조직적으로 집회방해, 증오범죄를 하고 있고 그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비록 진정 자체의 기각은 유감이지만 인권위가 이와 같은 의견표명을 한 것은 의의있다 할 것입니다.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는 단지 국가로부터 집회를 방해받을 자유만이 아니라 혐오와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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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모두를 위한 성중립 화장실

글 / 박 한 희   ✽본 글은, 인터넷 언론 비마이너의 ‘[비마이너X다이애나랩 기획연재] 차별 없는 가게의 조건’ 시리즈에 실린 박한희 변호사의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화장실 어디 있어요?” 식당, 카페에서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가게 내에 설치된 경우도 있고 공용 건물에 별도 설치된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가게에는 화장실이 있다. 만일 어떤 가게를 이용하는데 화장실을 전혀 사용할 수 없다면 해당 가게를 들어가기가 망설여질 것이다. 그런데 실제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음에도 이를 마음 편히 사용하지 못하는, 그 결과 가게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살림의원 화장실 입구. 남녀 구분이 아닌 여성전용 화장실과 가족화장실·공용화장실로 구분된 문   화장실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들 가게 등에 설치된 화장실의 대다수는 남녀, 두 가지 성별에 따라 구분되어 있다. 규모가 작은 가게의 경우 화장실이 한 칸만 존재하는 1인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지만, 이 역시 소변기와 대변기가 같이 있는 등 성별 구분을 전제로 한 것들이 많다. 그리고 이렇게 둘로 나누어진 화장실 앞에서 망설여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트랜스젠더, 젠더퀴어, 인터섹스 등이다. 언론에서도 많이 다루어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하겠지만, 기본적인 개념을 먼저 짚어보자. ‘트랜스젠더(transgender)’는 태어날 때 지정된 주민등록상의 성별과 자신이 인지하는 내면의 성별정체성이 다른 사람을 말한다. ‘젠더퀴어(genderqueer)’는 중성, 무성, 양성 등 여성/남성이 아닌 성별로 자신을 인지하는 사람을 말한다. ‘인터섹스(intersex)’는 생식기, 성선, 염색체 등 성적 특징이 통상적인 여성/남성과 다른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결코 그 수가 적지 않으며 지금도 어딘가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상을 보내고 있다. 트랜스젠더 등은 많은 경우 법적 성별과 자신이 살아가고 겉으로 인식되는 성별이 불일치한다. 가령 법적 성별은 남성이지만 성별정체성은 여성이고 주변 사람들 역시 외관상 여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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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갈 수 없다’ – 낙태죄 정부안의 문제점과 올바른 입법방향

글 / 류 민 희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한 여성과 낙태 시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들(형법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 ‘의사’에 관한 부분, 이하 ‘낙태죄 조항’이라고 합니다)이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마침내 66년만에 평등으로 진정한 첫 걸음을 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2019. 4. [승소소식] 헌법재판소, 낙태죄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 류민희 최현정 ▶ ‘낙태죄’ 헌법소원 변론기 / 최현정       2019년 4월 11일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직후,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활동가들 및 시민들이 헌재의 결정에 환호하고 있다. ⓒ 성과재생산포럼   헌법재판소는 위 헌법불합치결정에서 입법자에게 2020년 12월 31일의 입법시한까지 개정입법의무를 부여했습니다. 여성단체들은 직후 성명을 통해 기본권이 보장되는 명확한 개정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올 8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에서도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와 헌법, 국제인권규범에 근거한 비범죄화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여러 정책기관에서도 해외의 좋은 정책들을 참고한 연구보고서가 출간되었습니다.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여성의 재생산 건강 및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방향   하지만 정작 입법의무가 있는 정부는 어떠한 의견 수렴도 없이 침묵한 채로 1년 6개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던 2020년 10월 7일 마침내 정부는 형법과 모자보건법의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의 개정안은 좋지 않은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정부의 개정안은  정부안은 기존 낙태죄 조항을 그대로 둔 채, 예외적 허용 요건을 형법 제270조의2로 신설하는 안입니다. 개정안에 의하면 형법 제269조의 낙태죄 조항은 문언 그대로 남아 있으므로 형법 체계상 임신중지는 원칙적으로 불법이고, 위법성조각사유가 인정되어야만 범죄가 되지 아니한다. 즉, 임신 14주까지는 여성 요청이 있으면 허용하고, 이후 24주까지는 성범죄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친족간 임신,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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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박 4일 동안 신촌역 광고판을 지킨 이유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문구가 적힌 광고가 신촌역에 설치되었습니다. 그러나 광고 게시조차 인권위 진정을 거쳐야 했고, 게시 후에는 성소수자 혐오에 의한 증오범죄(hate crime)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시민들이 직접 나서 광고판을 새로 꾸미기 시작했고, 광고판 주변은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한 새로운 광장이 되어 갔습니다. 그렇지만 광고 종료 나흘 전까지도 광고판 훼손은 계속되었습니다. 이에 성소수자 활동가들은 광고 종료까지 마지막 3박 4일 동안 신촌역에 상주하며 광고판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3박 4일 바짝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보고 느낀 것을 정리한 희망법 박한희 변호사의 글입니다. <오마이뉴스> 기고를 전재합니다.     3박 4일 동안 신촌역 광고판을 지킨 이유   글, 사진 / 박 한 희     지난 8월 31일 자로 서울 신촌역 역사 내 게시되었던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아래 ‘아이다호’) 광고가 내려졌다. 이로써 5월부터 장장 4개월에 걸친 아이다호 캠페인이 마무리됐다. 신촌역 아이다호 광고는 수많은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의 얼굴을 통해 성소수자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고 있음을 시민들에게 보여주었다. 동시에 수차례 훼손이 반복되며 성소수자들이 마주하는 혐오와 차별의 현실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광고 게시가 마무리될 시점에 반복적인 훼손이 이루어져 성소수자 활동가들은 3박 4일 신촌역에 상주하며 광고를 지키고 함께 꾸몄다. 3박 4일의 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경험한 일들을 나누어보고자 한다.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   지난 7월 31일, 서울 지하철 신촌역 역사에 아이다호 광고가 게시되었다. 243명의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의 얼굴사진을 배경으로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였다. 아직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가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내기 쉽지 않음을 고려하면,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지하철 역사에 게시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컸다. 이 광고를 접하는 시민들이 지하철에서, 직장에서, 거리에서 내가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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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당신이 모르는 ‘차별금지법’의 실체

글 / 박 한 희   지난 5월 30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제21대 국회 개원을 맞아 ‘제21대 국회 주요 입법·정책 현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과제들과 부각해야 할 현안을 정리한 이 보고서에는 당연하게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역시 포함됐다. 이처럼 차별금지법이 이미 우리 사회의 주요 과제가 된 지 오래이다. 시민들의 지지도 역시 높다. 지난 1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1대 국회, 국민이 바라는 성평등입법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7.7%가 “성별, 장애, 인종, 성적지향 등 다양한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21대 국회에서는 개원과 동시에 차별금지법에 대한 좋은 움직임들이 나오고 있다. 14일 정의당은 차별금지법 발의 의지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했고,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국회에 차별금지법 입법을 촉구할 예정이다. 차별금지법을 발의조차 못했던 20대 국회와는 다른 모습들에 이번에야말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차별금지법이 그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 글에서는 현재까지 논의된 차별금지법안의 내용과 외국의 사례들을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의 효과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차별금지법 이후 ‘차별 금지’는 가능한가   2008년 제17대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노회찬 의원 대표발의)은 제1조에서 “이 법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하며, 차별을 예방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한다. 이처럼 모든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로 인한 피해에 대한 효과적 구제와 예방을 하는 것은 차별금지법의 기본적인 목적 중 하나이다. 성별, 장애 등 몇몇 사유만을 다루거나 고용 등 영역이 한정된 개별적 차별금지법과 달리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고용, 교육, 재화 및 용역, 행정서비스 등 전반적 영역에서 성별, 장애, 인종, 나이, 언어,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 20여 가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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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차별금지법’ 더 이상 미루지 마라

최근 경향신문은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계기로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연대체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함께 성소수자 차별과 편견에 맞서온 활동가들의 릴레이 기고를 게재하였습니다. 그리고 릴레이 기고의 첫 글로 희망법 박한희 변호사가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 담은 글을 소개했습니다. 이 글을 전재합니다.   ‘차별금지법’ 더 이상 미루지 마라   박한희   지난 3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각 정당에 보낸 정책질의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위와 같이 답변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소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민사회의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사회적 합의·논란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느 새 익숙한 유형이 되었다. 법무부가 2018년 발표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차별금지 사유에 관한 사회적 논란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차별금지법 제정 질의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렇게 반복적으로 이야기되는 사회적 합의는 대체 무엇인가. 인권과 평등의 문제가 누군가의 합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가 아님은 우선 별론으로 해두자. 대체 어느 정도의 의견이 일치하면 사회적 합의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인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민주사회에서 만장일치는 아닐 것이다. 일반적인 가중다수결 요건인 3분의 2 이상이면 합의가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 사회는 이미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 2019년 KBS 신년 여론조사에서 3명 중 2명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흔히 차별금지법에서 성소수자 인권이 쟁점이 되지만, 2017년 갤럽조사에서 90%가 동성애자의 취업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사실을 정부와 국회가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는 것은 무지라기보다는 의도적이며, 노력 부족이라기보다는 책임의 방기이다. 국제사회 역시 이러한 점을 파악하고 있다. 2017년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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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법 활동] 혐오에 맞서, 환대와 연대의 무지개를 들자

혐오에 맞서, 환대와 연대의 무지개를 들자 – 장신대 ‘무지개 사건’ 징계 등 위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제기   박한희   지난 5월 14일, 민변 소수자위원회는 무지개색 옷을 입고 채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장로회신대학교 신학대학원 학생들을 대리하여, 학교를 상대로 총 4,500만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에는 희망법 조혜인, 박한희 변호사가 공동대리인단에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보도자료] 장신대학교 위법 징계 등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기   5월 12일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현장 모습   2018년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장신대학교 신학대학원, 학부생들이 무지개색으로 옷을 맞춰 입고 채플에 참석했습니다. 학생들은 한국사회와 개신교 내의 성소수자 혐오에 맞서 환대와 연대의 무지개를 들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학교는 이들의 행위가 학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유기정학, 근신 등의 징계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지난 2018년 12월 민변 소수자인권위원회 대리인단에서 징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7월 법원에서 학교 측의 징계가 모두 무효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저도 당시 선고일에 참석해서 학생분들과 함께 기뻐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법원에서 징계무효 판결이 나왔지만 학교 측은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교수들은 공공연히 “징계의 절차가 위법한 것이지 내용이 위법한 것은 아니다”, “같은 일이 있으면 다시 징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고, 실제로 학교는 학칙을 개정해 동일한 사건 발생 시 징계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버렸습니다. 이렇게 학교가 반성하지 않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소송에는 이겼으나 교내에서 계속 고립되었고, 급기야 한분은 목사고시에 합격하고도 ‘동성애옹호자’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면접에서 과락하는 불이익까지 겪었습니다. 이에 대리인단, 원고들, 그리고 무지개예수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함께 논의해 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제기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소송의 목적은 그 동안 원고들이 겪은 정신적, 경제적 고통에 대해 배상을 받는 것임과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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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두 개의 장면을 통해 본 ‘선거와 평등’

지난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열렸습니다. 선거는 국민의 뜻이 직접 표현되고 전달되는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지만, 투표 과정에서 차별과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많습니다.  희망법 김재왕, 박한희 변호사가 이번 총선에 참여하며 느낀점과 개선해 갈 방향을 정리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투표참여, 아직 더 싸워야하나 봅니다.   글 김재왕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선거에 참여할까요? 우선 선거공보가 다릅니다. 후보자는 시각장애인에게 점자형 선거공보를 보냅니다. 내용이 점자로 인쇄되어 있지요. 그런데 모든 후보자가 점자형 선거공보를 보내지는 않습니다. 이번 선거에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지만, 점자형 선거공보를 보낸 정당은 11개에 불과했습니다.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점자형 선거공보 전반적인 투표 과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투표 과정은 공직선거법에 하나하나 규정되어 있습니다. 선거인은 투표소에 가서 신분증으로 신분을 확인하고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에 들어갑니다. 기표소에서 기표용구로 기표하고 투표용지를 반으로 접고 기표소를 나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습니다. 저도 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시각장애인에게 어려운 점은 기표입니다. 비밀선거의 원칙에 따라 장애인도 스스로 기표함이 원칙입니다. 같은 기표소 안에 2인 이상이 동시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공직선거법 제157조 제7항). 그리하여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는 시각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를 할 수 없는 선거인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특수투표용지 또는 투표보조용구를 제작·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공직선거법 제151조 제8항). 그래서 투표소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투표보조용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장애인투표보조용구 /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블로그 투표보조용구는 반으로 접힌 카드 형태입니다. 앞면에는 기호 또는 성명 등이 점자로 인쇄되어 있고 그 옆에는 네모난 구멍이 나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투표보조용구를 열어 안쪽에 투표용지를 넣고 다시 접으면, 투표용지의 기표란 이 투표보조용구 앞면의 구멍과 맞게 됩니다. 시각장애인이 푸표보조용구의 점자로 기표하고자 하는 후보자의 기호나 성명을 확인하고, 그 옆 구멍 사이에 기표용구를 찍으면 기표용지의 해당 난에 기표가 됩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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