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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시위의 자유

낙태죄 폐지 향한 목소리 위축시키는 수사, 즉각 중단해야

글 / 김 두 나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한 여성과 낙태 시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들(형법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 ‘의사’에 관한 부분, 이하 ‘낙태죄 조항’)이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입법자에게 2020년 12월 31일까지 위 조항을 개정입법하라는 의무를 부여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19. 4. 11. 선고 2017헌바127 결정). 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28개 여성·시민·사회단체의 연합체인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은 여러 차례 성명을 발표하여 임신과 출산, 임신중지가 공공의료체계에서 안전하게 보장되려면 기본적으로 임신중지를 비범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정부는 입법 방향에 대해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고 의견 수렴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9월경, 정부가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지 않고 주 수에 따른 처벌조항을 존속시키는 방향을 법 개정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그리고 10월 7일,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결국 기존 낙태죄 조항을 그대로 둔 채, 기간이나 사유에 따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 개정안은 헌법재판소 결정취지에 반하여 낙태죄를 사실상 부활시킨다고 볼 수 있는 안으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건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안입니다. 이에 모낙폐는 9월 28일과 10월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라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개최한 청와대 앞 기자회견 모습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그런데 위 기자회견 개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맡았던 모낙폐 활동가들은 수사기관으로부터 출석요구서를 받았습니다. 모낙폐가 개최한 기자회견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 위반한 ‘미신고 집회’라면서 위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본 활동가들을 집시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낙폐가 개최한 기자회견은 집시법상 사전 신고를 해야 하는 집회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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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들의 적극적 집회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소수자들의 적극적 집회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 국가인권위원회의 경찰에 성소수자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실효적 대책을 마련하라는 의견표명에 부쳐     글 / 박 한 희   지난 10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인천지방경찰청에게 성소수자의 적법한 집회를 최대한 보장하고, 제3자의 집회 방해로 집회의 자유가 제한되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는 의견 표명을 했습니다. 인권위의 의견표명은 희망법 김동현, 류민희, 박한희 변호사가 함께 참여하고 있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천퀴어문화축제 법률지원단의 진정 결과 이루어진 것입니다. 2019년 법률지원단은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 당시 경찰이 충분한 사전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현장에서 오히려 반성소수자 단체들의 의견을 전달함으로써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였음을 이유로 인권위 진정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천퀴어문화축제 법률지원단에서의 활동 보고 참조 이에 대해 인권위는 경찰의 대처에 일부 미흡한 점은 있으나 이것이 집회의 자유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해 인권침해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여 진정 자체는 기각했습니다. 다만 계속해서 성소수자 집회에 대한 조직적 방해가 이어지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국가의 적극적인 보호의무가 요구된다 하여 위와 같이 의견표명을 했습니다. 특히 인권위는 “성소수자의 합법적인 집회에 대하여 국가가 적극적인 보호의무를 실현할 의지를 명확하게 천명하지 않는다면, 예상을 뛰어 넘는 반대세력의 규모와 조직적 방해행위는 향후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향후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맞물려 보다 강경한 다수 집단의 폭력적인 집해방해행위로 악화될 것이 자명하다”고 의견표명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인권위도 지적했다시피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이어진 퀴어문화축제에서 반성소수자단체들은 조직적으로 집회방해, 증오범죄를 하고 있고 그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비록 진정 자체의 기각은 유감이지만 인권위가 이와 같은 의견표명을 한 것은 의의있다 할 것입니다.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는 단지 국가로부터 집회를 방해받을 자유만이 아니라 혐오와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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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소식] 12년 만에 종결된 경찰의 화풀이 소송, 씁쓸함만으로 끝낼 문제는 아니다.

글 / 서 선 영     “방패를 챙겨 나가려다, 너무 세게 방패를 잡아 당겨 자신의 방패에 맞음” “방패를 챙겨 나가려다, 너무 세게 방패를 잡아 당겨 자신의 방패에 맞음”, “하이바 쓴 채로 물포를 뒤쪽에서 맞음”, “구보로 이동하던 중 도로에 세워져 있던 기둥에 오른쪽 다리를 부딪힘”, “근무 교대 중 넘어짐”, “이동중에 인도와 차도 경계 부근에서 발을 헛디뎌 접질림”, “상황 종료 후 부대 복귀를 위해 경력 수송버스로 이동 중 차도와 인도 사이에 있는 울타리를 넘으려다 앞으로 넘어짐”, “진군들의 전진으로 진압 방패에 무릎을 부딪힘” 위 사연들은 2008년 촛불집회 주최 단체, 단체에 소속된 활동가, 사회를 본 사람 등에게 치료비를 배상하라고 하면서 국가(대한민국)가 내민 청구서의 내용 중 일부다. 경찰이 자신의 방패를 너무 세게 잡아당겨 스스로 그 방패에 맞은 것도, 경찰이 쓴 물포에 경찰이 맞은 것도, 경찰이 다리를 헛디뎌서 발생한 상처도 모두 집회 주최 단체 등이 물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략적 봉쇄소송이라고 부르기도 아까운, 이런 소송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전략적 봉쇄소송 (SLAPP, 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이라는 용어가 있다. “시민들이 자신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고 그렇게 행동하는 시민들을 응징하는데 목적이 있는 민사소송”[정영수, ‘전략적 소송(SLAPP)에 관한 연구’]을 말한다. 괴롭히기 소송이라고도 부른다. 위 소송이 전략적 봉쇄소송의 성격이 있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경찰이 피해라고 주장하고 있는 구체적인 내용들을 보고 있으면(위에서 언급한 예는 경찰의 황당한 주장 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 소송에 전략적 봉쇄소송이라는 품위있는 단어를 붙이는게 어색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저 집회가 없었으면 이 모든 일이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집회 탓이라는, 집회에 대한 증오소송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원고)의 이름을 사유화해서 소송이라는 형식으로 집회 주최‧참가자 들에게 화풀이를 한 추태일 뿐이었다.    2008년 시작한 소송이 결국 2020년에야 끝났다. 이 사건은 이명박 정권 1년차이자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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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승소소식] 경찰 폭력 규탄 집회에 대한 해산명령, 참가자 체포의 공권력 행사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 인정, 그러나 집회 방해라는 본질과 책임져야 할 개인을 쉽게 면책시켜버린 1심 판결에 대하여

  글 / 서선영   지난 2019. 9. 20.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6. 7. 7. 경찰의 집회방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선고했습니다(서울중앙 2016가단5270172 판결, 판사 박병태). 그러나 이 판결은 집회 방해의 직접적 행위자인 당시 서울종로경찰서 경비과장, 경찰서장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 집회 방해의 본질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와 문제점이 많은 판결입니다. 당시 사건의 경과와 1심 판결의 문제점에 대한 글입니다.   1. 2016년 7월 7일 ‘경찰폭력 규탄의 날’ 집회 신고   2016년 겨울 촛불이 타오르기 몇 개월 전을 다시 생각해본다. 지금은 광화문에 갖가지 집회가 열리는게 자연스런 풍경이 되었지만, 당시는 그렇지 않았다. 집회 금지가 일상이었고, 집회를 위한 현수막, 깔판, 고인을 기리는 영정들도 경찰은 쉽게 탈취했었다.   7.7 경찰폭력 규탄의 날 집회 포스터   유성범대위, 4.16 연대, 백남기 농민 대책위는 2016. 7. 7. ‘경찰폭력 규탄의 날’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집회의 종로구청에서 출발해서 1개 차로를 걸어서 경찰청까지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집회 이틀전인 7. 5. 종로경찰서에 신고했고, 집회 당일까지 경찰의 금지나 조건통보 조치는 없었다.   2. 행진 시작 불과 10분전 경찰의 갑작스런 조건통보, 해산명령, 행진 차단, 참가자 체포   예정된 대로 집회를 간략하게 하고 행진을 시작하려고 하던 시점에 경찰은 갑자기 조건통보를 하면서 행진을 막아섰다. 이미 이틀전에 종로경찰서에 신고했고, 경찰도 아무런 금지나 조건통고 조치를 하지 않았던 집회 신고 시점으로도 1시간 50분이 지난 시점에서의 갑작스런 조건통보였다.   조건통보의 내용은 행진 인원이 300명 미만일 경우 신고된 것과 같이 1차선으로 행진할 수 없고 인도로만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300명을 기준으로 1차선으로 시위를 할 수 없다는 경찰의 조건은 그 자체로 위헌소지가 높았지만, 더 큰 문제는 집회 주최측에서 조건통보에 이의 제기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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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 경찰은 국가폭력 인권침해를 사과하고, 권고안을 조속히 이행하라

[경찰인권침해조사보고서에 관한 입장] 경찰은 국가폭력 인권침해를 사과하고, 권고안을 조속히 이행하라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경찰이 국민을 상대로 불법을 수반한 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쌍용차 정리해고파업 강제진압’, ‘용산참사 사건’ 등에 대한 국가폭력 진상조사결과를 차례로 공개하며 경찰의 과잉진압 과정에서 헌법상 기본권이 조금도 고려되지 않은 위법성을 지적했다. 또한 국가의 위법행위가 ‘경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실상 ‘청와대’가 개입한 폭력이었음을 인정했다. 8월 21일 먼저 발표된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백남기 농민 치료 과정에서 사실상 박근혜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28일 발표된 ‘쌍용차 정리해고 옥쇄파업 진압’에서 강제진압을 최종 지시한 곳이 이명박 청와대였다고 적시했다. 진상조사위는 국가폭력에 대한 경찰의 공개사과와 함께 경찰이 피해자인 국민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쌍용차 사태’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취하를 권고했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피해자 30명의 죽음의 배후가 청와대와 경찰이라는 진상조사 결과는 충격을 넘어 큰 분노를 안겨주었다. 진상조사위는 국가폭력의 배후를 지목하였으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배경과 구체적인 책임을 묻는 데까지는 권한이 미치지 못했다. 배후로 지목된 책임자들에 대한 조사와 책임규명이 숙제로 남았다. 경찰과 이명박-박근혜 청와대는 지난 수년동안 국가폭력 피해자인 국민에게 책임을 철저히 전가했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최한 죄로 한상균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집행부는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집회시위 과정에서 경찰장비 파손과 경찰의 인적피해에 위자료까지 3억 8천여만원의 민사 손배청구소송을 당해야 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당시 옥쇄파업 현장에 있었거나 혹은 지부 간부라는 이유로 노조원들을 형사처벌하고, 101명의 해고노동자들과 연대 집회에 참가했던 노동자, 시민들에게 헬기등 진압장비와 경찰의 인적피해, 위자료 명목으로 총 16억 8천만 원의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심지어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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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논평] 희망버스에 대한 국가와 경찰의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 대한 논평

1.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민사부(재판장 김행순)는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고공농성을 벌이던 김진숙씨와 연대하기 위해 희망버스 집회(2차 희망버스)에 참가한 시민들을 상대로 국가와 경찰들이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에서 국가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경찰관들의 청구중 일부를 인용하였다. 2. 2차 희망버스 당시 경찰은 김진숙씨가 있는 곳으로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집회 참가자들을 차벽으로 막아섰고 해산명령과 폭력적 진압작전을 벌였다.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가 집회 참가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살포되었고 경찰은 방어수단을 갖고 있지 않은 시민들에게 방패를 휘두르는 등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진압과 연행이 있었다. 이날의 해산명령은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해산이었음이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의 살수가 위법한 공권력 행사임이 2018년 5월 헌법재판소에서 확인되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희망버스에 대해 경찰이 댓글공작을 벌였다는 점까지 드러나고 있다. 3. 희망버스측은 이날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집회 참가자들의 신체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도 침해된 사정이 있는 점, 경찰 개혁위의 권고에 따라 경찰이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조정·화해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한 점에 비추어 이 사건을 쌍방의 조정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하였으나 국가측은 조정에 대해 거부의사로 일관하였다. 공권력 행사가 위법한 것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반성 없이 국가와 경찰이 피해자라는 입장만을 유지했던 것이다. 4. 항소심은 대한민국이 피해라고 주장한 캡사이신, 무전기 등과 같은 비품의 분실, 파손등의 주장에 대해 “피해물품등이 시위참가자들의 행위로 직접 손상, 분실되어가 시위 참가자들이 이를 탈취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국가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종래 집회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없어진 물건, 파손된 물건 등을 모두 집회 주최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방식의 청구를 했었고 법원은 경찰이 관리소홀로 분실한 것인지, 일반적인 경찰 업무중에 파손된 것인지에 대해서 세세히 검토하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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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 조작사건 가해자들의 책임을 묻는 소송의 항소심 선고가 31일에 열립니다.

서선영 변호사 1991년 집회에 나섰던 대학생이 경찰(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사망한 후 많은 열사들이 정권타도를 외치며 분신을 했습니다. 전국적으로 불타오른 저항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당시 노태우 정권은 소위 ‘유서대필’ 사건을 만들어냈습니다. 동료의 유서를 대신 써주며 분신자살하는 것을 도와줬다는 것이었습니다. 정권에 대한 분노는 동료를 죽음으로까지 몰고가는 비정하고 파렴치한 운동권에 대한 환멸과 냉소로 바뀌어갔고 정권의 반전카드로 호출된 희생자인 강기훈 씨는 24년 동안 유서대필범라는 굴레를 짊어지고 살아야 했습니다. 2015년 재심은 유서는 김기설(분신하신 분)이 쓴 것이 맞고, 강기훈이 쓴 것이 아니라고 하며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당시 검사와 국과수는 강기훈 씨가 유서대필범이라는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끼워맞추기식으로 몰아갔습니다. 검사들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유서와 비슷해보이는 김기설의 필적을 그가 근무했던 군부대에서 입수하고도 관련 기록을 남기지 않고 책상 속에 은폐했습니다. 또 검사들은 강기훈 씨를 조사하면서 잠을 재우지 않았고 ‘천장에 매달아 공사를 하겠다’고 협박했으며, 말을 하지 않으면 어머니와 여자친구를 언급하며 ‘주변사람들 족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참고인들이 줄줄이 검찰로 소환되었는데 원하는 진술을 하지 않으면 검사가 수사관들에게 “정신 좀 차리게 해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바로 폭행이 난무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게다가 김기설의 필적이 맞다고 진술했는데 조서에는 김기설의 필적을 정확히 모른다고 기록되어 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자술서를 쓰라고 강요당했다는 증언도, 진실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갖가지 수법들이 동원되었다는 증언들도 차고 넘칩니다. 뿐만 아닙니다. 당시 검사들은 교묘하게 국과수 감정결과가 허위로 나올 수 있도록 필적 감정을 의뢰했고, 또 국과수 감정인은 이에 적극적으로 부응했습니다. 언론플레이를 통해 당시 뉴스를 본 사람은 그 누구도 강기훈 씨가 유서대필범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이 사건이 만들어진 실체입니다. 당시 조작에 가담한 검사와 국과수 감정인,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1심에서는 국과수 감정인과 국가의 배상책임만 인정했을 뿐, 사건의 기획과 실행을 담당한 검사들의 책임은 부인했습니다. 1991년 정국을 뒤흔든 조작사건을 단지 국과수 감정인의 허위감정의 문제로 축소시켜버렸습니다. 법리적으로도 옳지 않고 부정의한 판결입니다. 이에 강기훈 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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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의 희생자와 시민들에게 국가가 더 이상 스스로를 피해자로 주장하지 않기를 바라며

서선영 변호사 손해배상 책임에는 ‘채무불이행 책임’과 ‘불법행위 책임’이 있다. 전자는 계약관계에서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책임을 지는 것이다. 후자는 그런 계약 관계 없이 타인에게 위법행위를 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것이다. 후자인 불법행위 책임은 민법 제750조에서 규정하고 있다(“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한번만 더 반복해서 말하면 불법행위 손해배상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국가(대한민국)가 스스로 피해자임을 주장하며 시민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집회 참가자와 주최자들을 상대로 한 소송이다. 백남기 농민을 물대포로 조준사격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2015년 민중총궐기의 대한민국,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과 유족들을 차벽으로 둘러쌌던 2015년 세월호 집회에서의 대한민국, 지상보다 하늘이 더 가까운 85호 크레인에서 수백일을 버티던 김진숙 위원을 만나러 간 사람들에게 최루액을 쏘아댄 2011년 희망버스 집회의 대한민국, 헬기와 불법무기들로 노동자들을 집단 구타하던 2009년 쌍용차 진압현장에서의 대한민국, 매일 수천에서 수만명이 참가하던 집회 참가자들을 군홧발로 밟고 곤봉으로 내려쳤던 2008년 촛불집회의 대한민국. 이 대한민국이 이들 집회의 주최자와 참가자들을 상대로 국가가 피해자라며 수천에서 수억에 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기교적으로 악용하는 대표적 사례를 든다면, 이런 손해배상 소송을 들고 싶다. 집회는 모두 그 시기의 국민의 저항을 목소리를 담고 있었다. 이슈에 대한 찬반을 떠나 정치체의 문제가 거리에서 쏟아져나온 것이 이런 집회이다. 정부와 집회측과의 관계는 단순히 사적 개인들간의 관계가 아니라 기본권 수범자와 기본권 주체와의 관계이다. 집회라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작동 과정이다. 그런데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가 국민에 대해 순수한 ‘타인’이 되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라는 정치체의 책임과 맞지 않다. 집회라는 것은 민주주의의 불가결한 요소인데, 이런 소송은 민주주의 사회의 본질인 갈등을 불온시하고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국민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이다. 또한 소송을 제기하는 순간 원고–피고의 틀로 문제가 구조화되기 때문에 물대포를 쏘고 차벽으로 막아서며 곤봉을 휘둘렀던 경찰이 마치 무력한 개인이었던 것처럼 피해자화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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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소식> “집회참가자에 대한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해 6년만에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서선영 변호사 2011년 기소. 2018년 무죄 확정   2011년 8월 집회 참가를 참가해서 행진했다는 이유로 2건의 일반교통방해죄(2011. 8. 20. 노동자대회‧시국대회, 2011. 8. 27. 4차 희망버스)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이 지난 2월 28일 확정되었습니다(대법원 2. 28. 선고 2017도12971 판결). 이 사건은 1심, 2심에서 계속 무죄가 선고되었었는데 검사측이 끝까지 상고를 제기해서 이제야 무죄가 최종적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집회 참가자에 대한 일반교통방해의 공동정범성을 부정   단지 집회에 참가해서 행진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을 받아왔습니다. 주최측이 집회를 신고하지 않았거나 신고를 했더라도 경찰로부터 금지나 제한통고를 받은 경우, 집회에 있었던 사람 모두를 일반교통방해의 공동정범으로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집회 참가자들은 본인이 참여한 집회가 신고되었는지 또는 경찰이 집회에 대해 제한을 했는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행진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참가자들이 좌우할 수 없고, 탐지해야 할 의무도 없는 사정으로 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형벌의 예측가능성이라는 대원칙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었고 최근에는 집회 단순참가자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판결들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하였거나 시위 주도자등과 의사연락이 없었다면 공모공동정범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리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검사가 제출한 객관적 증거는, 피고인이 인도에 있는지 도로에 있는지도 불분명한 상태로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있는 사진 하나뿐이었습니다. 1심과 2심 모두 피고인의 공모공동정범성을 부정하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사측은 끝까지 상고를 제기하며 당초 신고된 범위와 달리 행진을 했다면 참가자들 모두 일반교통방해죄를 구성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다행히 대법원은 검사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무죄가 확정된 사안입니다.   집회 참가자의 행진을 범죄화하는 일반교통방해죄 수사와 기소가 더 이상 없기를 바라며   그러나 이 사건처럼 집회 참가자이고 평화적으로 행진을 했을 뿐인 사안에서 어떤 경우는 최근에 유죄가 확정되기도 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집회(시위)의 전형적 모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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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법 생각]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개정논의와 관련한 여러 생각들

  서선영 변호사   1. 작년 9월 경찰개혁위원회에서는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에 관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평화적 집회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집회 시위에 관한 패러다임을 바꾸고 신고절차 개선, 금지통고 기준 명확화, 해산과 대응절차 개선 등을 권고했고 경찰청은 이에 대해 모든 권고사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2017. 9. 7. 경찰 발표). 지난주(2018. 1. 26.)에는 경찰청과 진선미 국회의원실 공동주최로 ‘집회의 자유 보장을 위한 집시법 개정 세미나’가 열렸다. 집시법 개정과 관련한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토론회는 주로 현행 집시법의 ‘신고제’를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논의가 되었다. 하지만 현행 집시법은 집회 보장보다는 규제 위주로 각 조항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몇 개 조항만을 단편적으로 바꿔서는 집회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     2. 현행 집시법은 제1조(목적)부터 제26조(과태료)까지 총 26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 조항에 죄형법정주의 위배, 집회의 자유 헌법원칙 위배 등 쟁점이 있다. 우선 제 1조 목적조항 부터가 문제이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은 집회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함으로써, 평화적 집회 그 자체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이나 침해로서 평가되어서는 아니되며”(헌재 2003. 10. 30. 결정, 2000헌바67)라고 결정한 것이 15년 전이다. 그렇지만 “광화문 광장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 자체만으로 공안에 위협이 된다” (2015년 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의 발언. 2015. 12. 21. 한겨레 신문), “경찰, ‘민중총궐기’ 평화집회라도 불법일 땐 전원체포”(2016. 2. 26, 연합뉴스)라는 위헌적 발언들이 경찰의 공식적 입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헌재의 결정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발언들이 왜 이렇게 공공연하고 당연하게 나올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집시법 제1조도 이런 발언들의 강력한 지지기반이었다. 집시법 제1조(목적)는 “이 법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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