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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참여 후기

[2017 하계실무수습 후기 2편] ‘기지국수사’ 위헌여부 공개변론 방청기

손성동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7월 13일 우리는 헌법재판소에서 이른바 ‘기지국수사’(특정 시간대, 특정 기지국에서 발신된 모든 전화번호에 대해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받거나 압수∙수색을 하는 수사방식)와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 등(2항 포함)의 위헌성을 다투는 2012헌마 538사건의 공개변론을 방청했다. 이 사건은 같은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문제가 된 위치추적 사건(2012헌마191)과 병합되었는데, 희망법에서는 한가람 변호사님과 박한희, 김두나 변호사님이 공개변론을 맡아서 준비하셨다. 문제가 된 사건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기자로, 2011년 12월 민주통합당의 예비경선 당일에 현장에서 취재했다. 그런데 이후에 언론을 통하여 예비경선 현장에서 금품이 살포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피청구인 서울중방지방검찰청 검사는 내사에 착수하였고, 그 과정에서 전기통신사업자들에게 착·발신한 전화번호, 통화시간 등 659명의 통화기록과 위치정보 등을 요청한 기지국 수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기지국수사와는 별도로 이틀 뒤 CCTV를 통해 피내사자의 인적사항을 확보하였고, 혐의가 없어 내사는 종결되었다. 청구인은 이러한 내사 과정에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수집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종결 처리후 45일이 지난 때에야 서울지방검찰청으로부터 그 사실을 통지받았다(공개 변론 시 한가람 변호사님이 이날 통지 받은 것이 아니라 통지가 발송되었다는 것으로 수정). 청구인은 자신이 무슨 범죄혐의를 받은 것인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자신의 전화번호 뿐만 아니라 자신이 통화한 상대방의 전화번호까지 포함되어있자 큰 우려를 느낄 수 밖에 없었고, 이런 일이 반복되자 기지국수사와 기지국수사의 법률상 근거라고 주장되는 통신비밀보호법 제 13조 제1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청구의 요지는 (1) 기지국 수사는 법률상 근거가 없어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되고, (2) 이 사건에서 기지국수사는 필요하지 않았음에도 자의적인 수사편의성을 이유로 실시되고 통지도 늦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것, (3)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은 기지국수사를 허용하는지, 혹은 허용한다고 해도 그 구체적인 요건이 불분명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고, (4) 별도의 요건을 두고 있지 않아 영장주의 원칙에도 반한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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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하계실무수습 후기 1편] “첫 번째 공동과제는 군형법 제92조의6에 대한 위헌 의견서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글. 한상원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한가람 변호사님의 과제소개를 듣자마자 놀란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 4월, 육군이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에 의거해 동성애자를 색출하는 반인권적인 수사를 진행하였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이후 이 사건으로 구속기소 된 A대위에게는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의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동성군인 간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법률이 과연 정당할까?’ 이러한 문제의식을 안고 교내 인권법학회 친구들과 함께 군형법상 추행죄에 대해 연구하는 모임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군형법상 추행죄의 위헌성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학교 인권법학회와 로스쿨·사법연수원 공익인권법학회 연합 [인;연]의 이름으로 게재하였었다. 이 사건을 통해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단순히 개인과 사회 일부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법률의 이름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성 소수자에 대한 법률적 차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하여 이번 여름방학에 SOGI(Sexual Orientation&Gender Identity-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법·정책 개선 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희망을 만드는 법”으로 실무수습을 나가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희망법에 실무수습을 나와서 처음 받게 된 과제가 바로 군형법상 추행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의 위헌 의견서 작성이라니, 놀람과 더불어 일정 부분은 반가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지나간 첫 주 그러나 공동과제를 받고 첫 주 동안은 빽빽한 교육일정으로 인해 저녁 시간을 이용하여 틈틈이 서면을 검토하고 자료를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안은 헌법재판소에서 지난 2002년도에서부터 바로 작년에 이르기까지 총 세 차례의 결정을 통해 합헌을 선언한 사안의 네 번째 위헌심사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그런 만큼 헌재의 확고한 결정례를 뒤집기 위한 치밀한 법리적 논증과 더불어, 해외사례에 대한 조사를 포함한 실증적, 경험적 자료에 대한 수집까지 요하는 작업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사안 자체가 가지는 특수성은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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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공익인권법 실무학교 1일차 현장스케치

지난 6월 24일과 25일 양일간,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제6회 공익인권법 실무학교가 개최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인권과 법제도에 대한 깊이 있는 강의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80여 명의 참가자 여러분들도 이틀간 쉼없이 이어지는 강의를 열정적으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이번 공익인권법 실무학교는,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지원센터>와 <법조공익모임 나우>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말이고 날씨도 좋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제6회 공익인권법 실무학교를 찾아주셨습니다. 빡빡한 일정과 깊이 있는 강의들로 피곤할 수 있었음에도 수강들 모두가 진지하고도 밝게 강의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실무학교의 첫 강의는 “공익소송의 기획과 수행”이라는 주제로 김수정 변호사가 맡아주었습니다.   수강생 여러분들은 강의 내내 집중해주셨습니다.   두 번째 강의는 심우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의 “기술발달이 제기하는 법적 쟁점과 입법과제”였습니다. 빠르게 다가오는 미래시대에 우리의 법과 제도는 어떻게 발맞춰 나가야 하는지, 수강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멋진 강의였습니다.   희망법 류민희 변호사는 “성소수자 지원 법률 실무”라는 제목으로, 실질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동성커플을 위한 법률과 소송에 대한 깊이 있는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희망법 김동현 변호사는 “다국적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한 구제,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강의했습니다.   ‘새로운 시선’ 프로그램은 “노년의 인권 – 관점, 국제인권규범, 한국의 법제도”라는 주제로 진행됐습니다. 첫 토론자로 참여한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대표의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인권연구소’창’의 류은숙 활동가의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사단법인 온율의 배광열 변호사가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섰습니다.   희망법 김재왕 변호사가 사회자를 맡아 진행된 ‘새로운 시선’ 토론에서는 수가생 여러분들의 뜨거운 관심으로 질문과 토론이 이어져 예정시간보다 30여 분이 지난 후에야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2일차 포토스케치 바로가기 *사진은 달군 님께서 촬영하셨습니다.

제6회 공익인권법 실무학교 2일차 현장스케치

지난 6월 24일과 25일 양일간,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제6회 공익인권법 실무학교가 개최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인권과 법제도에 대한 깊이 있는 강의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80여 명의 참가자 여러분들도 이틀간 쉼없이 이어지는 강의를 열정적으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이번 공익인권법 실무학교는,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지원센터>와 <법조공익모임 나우>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공익인권법 실무학교 둘째 날, 첫 강의 “공익소송으로서의 재심의 수행”은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으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가 맡아주셨습니다.   두번 째 강의는 “인권옹호와 국제인권메커니즘의 활용”이라는 주제로 참여연대 백가윤 활동가가 강의를 했습니다.   희망법 김재왕 변호사의 “장애차별소송의 쟁점” 강의에 몰입하고 있는 수강생들.   이번 실무학교는 수강생들의 날카롭고 진지한 질문들이 많았던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희망법 서선영 변호사의 “집회의 자유와 소송의 쟁점” 강의에 많은 수강생들이 참여해 한층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공개좌담회는 “새정부 시기, 역사에 비추어 본 인권운동의 과제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사회는 희망법 한가람 변호사가 맡았습니다.   인권연구소’창’의 류은숙 활동가가, 공개좌담회의 패널로 참여해 인권운동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공개좌담회에 참여해준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김혜진 한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의 이야기는 참가자들로부터 내내 뜨거운 호응과 박수를 받았습니다.   강의에 몰입하고 있는 참가자 여러분들.   이틀간 쉼 없이 달려온 강의들에 최선을 다 해 참여해 준 강사와 수강생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1일차 현장스케치 바로가기 *사진은 달군 님께서 촬여하셨습니다.

[동계실무수습] 2편, 언젠가는 나도 희망법의 동료가 되기를!

글쓴이,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윤홍기   희망법으로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입학하여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예비 법조인. 주변에는 분명 그런 멋진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 부끄럽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확실한 목표도 그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모습도 나에게는 없었다. 왜 로스쿨에 진학했냐는 질문에 인권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답하곤 했지만, 내 대답은 그저 둥둥 떠다닐 뿐이었다. 귀하다는 젊은 날의 시간을 나는 둥둥 띄워 보내고 있었다. 실무수습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조언에 나는 희망법에 가고 싶다고 답했지만 내가 4주짜리 실무수습을 지원할 자격은 있을 지 조금은 겁이 났다. 내 기말고사 답안지 앞에서 교수님께서는 방학동안 복습을 철저히 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하셨었다(아이 창피해). 고백하건대, 충동적으로 지원서를 작성했고 급하게 제출했다. 실무수습 기회가 주어졌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조금 놀랐다. 희망법이 있는 서울혁신파크는 집에서부터 생각보다 먼 거리에 있었다. 첫 날부터 지각하게 될까 조금 긴장했었다. 첫 날에는 희망법에 대한 소개 및 실무수습 기간 동안의 전반적인 일정을 설명 받는 오리엔테이션이 있었고 이어서 공동과제 설명이 있었다. 공동과제는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을 위한 증인신문사항의 초안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조선소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하였고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경찰이 고인의 사인이 자살이라는 경찰의 판단을 들어 부지급 결정을 한 사건이다. 쉽지 않을 것 같아 다소 걱정이 되었다. 첫 주 첫 주에는 교육을 받는 일정이 이어졌다. 서선영 변호사님의 집회시위의 자유, 이종희 변호사님의 일터 괴롭힘, 한가람 변호사님의 소송실무의 기초, 김재왕 변호사님의 장애 인권의 이해, SOGI 인권의 이해, 김동현 변호사님의 기업과 인권, 류민희 변호사님의 동성결혼의 쟁점에 대한 교육이 이어졌다. 희망법이 지금까지 진행해 온 소송과 활동들을 중심으로 해당 주제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졌고 구체적인 사례들이 주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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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실무수습후기] 1편, 4주가 지난 후 의욕을 되찾은 내 모습이 놀라웠다.

글쓴이,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해인   기말고사를 몇 주 앞둔 지난해 11월 말, 나는 아무런 삶의 의욕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기계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던 상태였다. 2년동안의 로스쿨 생활에 지칠 대로 지쳐 있던 나는, 내 자신이 도대체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하는지, 아니 더 나아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런 저런 생각에 머리는 복잡하고, 공부도 잘 될 리가 없던 터. 머리를 식힌다는 핑계로 딴짓을 하던 중, 학교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다가 우연히 희망법 실무수습 공지를 보았다. 그리고 호기심에 이끌려 희망법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았고, 이전 희망법 실무수습생들의 후기를 읽었다. 로스쿨 생활을 하며 몹시 무미건조해진 나와 달리, 생기 넘치고 반짝거리는 기존 희망법 실무수습생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희망법에 가면 의욕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희망법에 지원하게 되었고, 운 좋게도 2017년 겨울의 한 달을 이 곳에서 보낼 수 있었다.   첫째 주 누구에게나 그렇듯, 첫째 주는 탐색의 시간이다. 아슬아슬하게 2시 정각 직전에 사무실에 도착한 나는 자리에 앉아 가장 먼저 같이 실무수습을 할 친구들의 얼굴을 힐끔힐끔 살펴 보았다. 같은 학교에서 온 세현을 제외하고는 살면서 전혀 본 적이 없는 낯선 얼굴들이었다. (심지어 세현과도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어 본 지 얼마 안되었던 시기였다.) ‘수연, 민정, 홍기, 재홍, 세현’. 열심히 속으로 사람들의 이름을 외우며, 앞으로의 4주간의 생활 동안 많이 친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첫 날은 다른 실무수습생들과 인사를 하고,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후 지도변호사님이신 한가람 변호사님과 차를 마시러 혁신센터 1층의 까페로 갔다. 아마 이 때부터가 희망법의 분위기를 슬슬 느끼기 시작한 시기인 것 같다. 한가람 변호사님께서는 아주 큰 테디베어 인형이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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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실무수습후기] 3편, 장애인의 영화관람 권리

글쓴이,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수연     ‘희망법’에서의 인턴 2주차에 김재왕 변호사님이 참여하고 계신 사건의 재판을 방청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매일 아침 은평구 사무실로 출근하였던 것과 달리, 이날은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으로 바로 출근하였다. 변호사님 말씀에 따르자면, 이번 변론의 과정은 조금 특별하게 진행된다고 하셨다. 로스쿨을 준비하면서 법정을 여러번 기웃거렸지만, 증인 신문이나 국민참여재판이 아니라면 구두로 하는 변론의 과정을 보기 힘들었는데, 원고 측 대리인과 피고 측 대리인은 각각 1시간 정도의 구두 변론을 준비해 와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양측 대리인단이 긴장한 것 같은 분위기를 옅 볼 수 있었다.   해당 사건은 시청각 장애인들이 영화 상영자를 대상으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기해 영화 상영 업자들이 영화에 대한 자막과 영상해설을 제공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청구한 사안이었다. 재판에서 다뤄졌던 주요 쟁점은 (1) 자막과 영상 해설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장애인차별법상의 간접 차별에 해당하는지 (2) 영화가 제20조, 제21조 상의 정보 제공에 포섭되는지 (3) 영화 사영업체들이 정당한 편의 제공에 대한 법률 제24조의 수범자로 여겨질 수 있는지 (4) 그리고 영화 자막 및 영화 해설 제공을 아니하는데 있어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지였다.   원고는 우선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체계에 대해서 설명했다. 동법 제4조에서는 차별을 3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직접차별, 간접차별과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직접 차별은 장애인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서비스 제공을 거절하거나 하는 사안으로, 영화 자막이나 해설의 미제공은 간접차별 혹은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둘의 구분은 명확하지 않고, 따라서 경합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원고측 변호사님들이 주장하셨다. 이를 기반으로, 원고 측에서는 피고 영화상영업체가 자막 및 영화 해설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서 동법 제15조, 제20조, 제24조에 위반되는 간접 차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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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수습 후기] 불광동 실무수습생 서면 작성 기능 전수기

  0. 공동과제에 대한 의식의 흐름 이 이야기는 2016년 여름, 짧은 장마 뒤 바로 찾아온 무더위에 4주간 동고동락한 실무수습생 5명의 공동과제 수행기입니다. 막연했던 어색함부터, 자신감, 막막함, 불안함, 익숙함, 각성을 거쳐 환희에 이르기까지 양보할 줄 모르는 다섯 수습생들이 공동과제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나름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5명이 함께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까요? 실무수습을 위해 첫발을 디딘 서울혁신파크는 웬만한 대학캠퍼스만큼 컸습니다. 첫 출근이라 서둘러 나왔는데도 사무실이 있는 건물을 찾는 일부터 만만치 않았습니다. 서울혁신파크를 두 번쯤 돌고서 사무실을 찾았을 때는 이미 땀 범벅이었습니다. 게다가 변호사님들이 회의하는 동안 대기실로 사용한 공동회의실은 바람이 들지 않는 곳이어서 저는 연신 손부채를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십 분쯤 지나 수습 동기가 들어오자 ‘이 친구가 함께하는 수습생이구나, 이제 시작이구나’하는 실감이 났습니다. 연이어 다른 수습생들이 도착하긴 했는데, 저는 통성명도 없이 쭈뼛쭈뼛 인사만 하고 사전에 나눠주신 일정표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변호사님께서 회의를 마치시고 회의실에 오실 때까지 시간이 좀처럼 흐르지 않았습니다. 이 속도로 시간이 흘러간다면 4주가 4년이 될 것 같았습니다. 일을 같이 하는 사람과는 필요 이상의 친분을 쌓지 않으려는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어색하다면 과연 공동과제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서로 할 일을 미루거나 누군가 혼자 짊어지는 것은 공동과제에서 벌어지는 제일 흔한 사태고, 그런 일만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해볼만했습니다. 공동과제에 대한 정식 발제는 목요일에 있었지만, 그 전 월요일에 이미 공동과제의 주제를 담당변호사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 공동과제는 시위 주최자 및 참가자에 대한 국가의 민사소송에 대응하는 법리검토와 서면작성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집회 중에 발생한 경찰비용을 집회 주최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것을 반박하는 논리를 연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공동과제를 들었을 때는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먼저 경찰행정이라는 공공서비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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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수습 후기] 나를 설명하기 위한 시간 – 희망법 실무수습

예전부터 SNS에서 희망법의 소식들을 받아보고 있었다. 여름방학 실무수습 공지를 보고 단박에 하고 싶긴 했지만, 나와 같은 1학년들은 보통 민법, 민사소송법 예습을 하며 첫 여름방학을 보내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특히 다른 실무수습의 경우 기간이 2주인 것에 비하여 희망법은 4주라는 것도 조금 부담이 되었다. 계속 마음을 정하지 못하다가, 지원 마지막 날이었던 6월 3일 낮에서야 급히 지원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다. 사실 실무수습을 하게 되었다는 결과를 메일로 받고도 한참을 “괜히 한다고 했나? 남들 다 공부하는데 이러다 뒤쳐지는 거 아니야?” 같은 걱정을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왜 했냐고 묻는다면, 막연하게는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1학기를 보내면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는데, 어릴 때부터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했으면서도 정작 변호사가 뭔지 모르기 때문에 회의감이 드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특히 인권, 공익 같은 ‘좋은 말’에는 관심이 많으면서도 그런 가치들이 어떻게 실무에서 실현되는지 혹은 실현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로스쿨을 다니는 내내 바쁠 텐데, 당장 바쁘다는 이유로 미루다보면 그 어느 때에도 희망법을 들여다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주. 첫 날. 희망법이 입주해있는 서울혁신파크는 생각보다 멀었다. 한 시간을 넉넉잡아 갔는데 환승에서 길을 헷갈리는 바람에 첫날부터 5분가량 늦어버렸다. 함께 실무수습을 할 친구들을 처음 만난 뒤 나 혼자 1학년인 것을 알고 걱정이 잔뜩 되살아났다. 희망법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전반적인 일정을 전달받은 뒤 지도변호사였던 한가람 변호사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까지의 실무수습 시스템과 달리 이번부터는 팀으로 교육받거나 과제를 부여받지 않았다. 교육은 다 같이 받고, 개별과제는 매 주 두 개의 주제 중에서 2:3으로(우리는 총 다섯 명이었다)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그것으로 그 날의 일정은 끝이었고, 사무실에서 저녁 회식이 있었다. 실무수습생들끼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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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수습] 에버랜드 소송 법정방청후기

에버랜드 소송 법정방청후기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7기 정석현   서론 – 무엇이 장애를 만드는가 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손상이 ‘장애’로 귀결됨에 있어서는, 개인이 가진 손상뿐만 아니라 사회적 요인도 큰 작용을 합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의 정의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법은 장애를 ‘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의 사유가 되는 장애라 함은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를 말한다.’ 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은 ‘손상 또는 기능상실’로 인하여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이 ‘초래된’ 경우를 장애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신체적, 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의 발전 또는 기타 사회적 배려에 의하여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상당한 제약을 받지 않는 경우라면 손상이 장애로 귀결되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도근시는 안경이 발달되지 않은 사회에서는 장애일 수 있으나 안경이 발달된 사회에서는 장애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장애를 사회적 맥락에서 해석하려는 정신이 가미된 정의이기에 정신적·신체적인 손상을 가진 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합리적인 대우를 중시하는 개념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버랜드 소송은 시각장애가 장애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인을 차별을 하는 에버랜드에 대하여 이를 시정하기를 요구하는 소송이었습니다. 에버랜드 소송 과제진행 에버랜드 소송의 발단은, 에버랜드가 시각장애인들에게 특정 놀이기구의 탑승을 금지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T-EXPRESS 등 스릴난이도가 높은 7종의 놀이기구에 대해서 에버랜드는 시각장애인 전면탑승금지 규정을 정하거나, 동승자가 있어야만 탑승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정해놓았습니다. 희망을 만드는 법의 김재왕 변호사님은 놀이기구를 탑승하는데 시각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 시각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 고도 근시자와 시각장애인을 부당히 차별하고 있다는 점, 시각장애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시각장애인 놀이기구탑승금지 규정을 삭제하라는 내용의 적극적 조치’ 및 손해배상을 에버랜드에 청구하였습니다. 치열한 공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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