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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소식] 노인성 질병 장애인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신청자격 제한은 헌법 위반

글 / 김 재 왕   지난 23일 헌법재판소는 노인성 질병이 있는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받았다는 이유로 활동지원 서비스 신청 자격을 제한하는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는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헌법재판소 2020. 12. 23. 선고 2017헌가22, 2019헌가2(병합) 결정). 희망법도 참여한 이 소송 내용을 소개합니다.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는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사를 제공하고 활동지원사가 받는 임금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이에 따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은 활동지원사로부터 옷 벗고 입기, 세수, 이동 등 일상생활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활동지원제도가 없었을 때는 활동지원을 장애인의 가족이 부담해야 했고, 부담할 가족이 없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시설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이 사건 당사자 황아무개 씨는 거동이 어렵지만, 시인이자 화가이고 이웃과 교류하며 자유롭고 존엄하게 살아가고 싶은 50대 장애 여성입니다. 황 씨는 2010년 병원의 동료 환자를 통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신청하여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4시간의 재가(가사 간병)급여를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에서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최대 하루 14-5시간, 사회활동까지 지원)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여름 광주광역시 북구청에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하였으나 거부되었습니다.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가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받고 있는 경우는 신청 자격이 없다고 규정하였기 때문입니다. 황 씨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이유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장애인이 약 3만 명가량 되었습니다.   2020년 6월 11일 ‘장애인활동지원법 제5조 제2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공개변론에 참여한 대리인단과 활동가들의 단체사진   노인장기요양서비스가 아니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꼭 필요한가요? 심판 과정에서 보건복지부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아니라도 노인장기요양서비스와 다른 복지 제도로 황 씨와 같은 장애인을 지원할 수 있으므로,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하여 황 씨와 같은 장애인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신청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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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소식] “공무원 임용 면접에서 장애 관련 질문은 위법”, 불합격처분 취소

글 / 최 현 정 수원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 이광만, 주심 : 도정원)는 지난 11월 18일, ‘공무원 임용 면접시험에서 면접위원이 청각장애인 원고에게 한 장애 관련 질문은 차별로서 위법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와 달리 판단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에 대한 불합격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수원고등법원 2020. 11. 18. 선고 2019누13363 판결). 이번 판결은 면접위원의 차별적인 질문을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라고 인정함으로써, 채용 과정의 차별 행위를 보다 적극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 면접위원의 장애 관련 질문이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서 위법함을 인정하고, △ 장애인 편의제공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절차적 하자의 위법성을 인정함으로써 1심 판단의 잘못을 바로잡았습니다.   □ 사건 개요 원고 류 씨는 구어(상대방의 입모양을 보고 말을 이해하고, 본인도 입으로 말을 하는 의사소통방식)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입니다. 2018년 여주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 9급 일반행정 장애인 구분모집에 지원하여 필기시험에 합격하였습니다. 류 씨는 장애인 구분모집의 유일한 필기시험 합격자였고, 해당 직렬은 최종 2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습니다. 면접등급은 ‘우수’, ‘보통’, ‘미흡’으로 평가하는데, 류 씨가 ‘보통’ 등급을 받기만 하면 최종 합격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면접위원 3인 전원은 류 씨에 대해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을 ‘하’로 평가했고, 추가 면접시험에서도 면접위원 3인 전원이 같은 항목을 ‘하’로 평정했습니다. 이에 61명의 면접시험 응시자 중에서 오직 류 씨만이 ‘미흡’ 등급을 받아 불합격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면접위원들은 류 씨에게 “집∙학교에서의 의사소통방법, 수화를 배우지 않은 이유, 동료들과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지, (SNS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겠다고 답하자) SNS를 쓸 줄 모르는 민원인은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장애 때문에 오해와 갈등이 있었던 경험” 등을 질문하였습니다. 시험 절차에서의 문제점도 많았습니다. 여주시는 사전에 류 씨에게 면접시험에서의 편의제공 항목과 기준을 안내하지 않았고, 면접위원에게 류 씨의 장애 특성을 “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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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장애아동의 함께 놀 권리를 위하여, ‘통합놀이터’!

글 / 최 현 정   희망법은 ‘통합놀이터 법개정 추진단’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통합놀이터’ 소개와 함께, 관련법 개정안의 내용과 그 경과를 간단히 전합니다. ‘통합놀이터’는 모든 어린이가 장애 유무나 장애 정도에 따라 차별 받지 않고 완전히 참여하여 놀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말합니다. 여기서 ‘통합’은 단순히 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물리적 장벽을 제거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하게 사회참여의 공간인 놀이터에서 동등한 주체로서 참여하여 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놀이’가 아동의 창의력, 상상력, 자신감, 자기 육체적, 사회적, 인지적, 정서적 힘과 기술의 개발을 촉진시키고, 즐거움의 측면에서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고 강조합니다(유엔아동권리협약 23조, 일반논평 17호). 장애가 있는 아동도 마찬가지입니다. 관련 글 보기 – 나에게 놀이터란?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그런데 장애 아동만을 대상으로 특별히 마련된 공간에 머무는 것은 오히려 장애 아동의 소외감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에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아동의 문화적 발달과 정신적 안녕을 위해 계획된 프로그램과 활동은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통합적이고 참여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 아동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일반논평 9호). 관련 글 보기 – 누구에게나 접근이 가능한 놀이터   국내에도 이미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설치되기도 했습니다. 관련글 보기 – 학교에 통합놀이터를 만들자! 관련글 보기 – 동네에 통합놀이터를 만들자!   하지만 대부분의 놀이터는 여전히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설치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어린이놀이시설 76,711개소 중에서 통합놀이터는 20여곳 남짓에 불과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종전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하 ‘어린이놀이시설법’)과 그에 따른 고시가 장애를 고려한 놀이시설의 안전 기준을 마련하지 않는 점이 큰 걸림돌이 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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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가지 유형의 장애인에게만 장애인 복지를 제공하는 장애인 등록 제도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글 / 김 재 왕   희망법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과 함께 현행 장애인 등록 제도를 바꾸는 활동을 벌일 계획입니다. 그 시작으로 지난 10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의 장애인 등록 신청을 지원하고, CRPS가 장애로 인정되어야 하는 이유를 담은 의견서를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제출하였습니다. 그리고 장애인 등록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 장애인 등록 제도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복지 서비스를 받으려면 우선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으로 등록하여야 합니다.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장애인연금은 물론 장애인용 주차 구역을 이용하려고 해도 우선 장애인으로 등록하고 개별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장애인복지법」시행령 [별표 1]은 지체, 시각, 청각 등 15가지 유형만을 규정하고 있고, 보건복지부 고시 「장애정도판정기준」은 위 15가지 장애 유형에 대한 판단 기준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치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HIV 감염인, 뚜렛 증후군 환자 등 15가지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은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장애인 등록 문턱을 넘지 못하여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장애로 인한 어려움을 개인이나 가족의 도움으로 견뎌내야만 하였습니다.   ❏ 15가지 유형 제한은 정당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1항은 “”장애인”이란 신체적ㆍ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라고 하여, 장애 유형을 제한하고 있지 않습니다. 15가지 유형 제한은 행정부에서 만든 기준일 뿐입니다. 대법원도 지난 해,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별표1]에 열거된 15가지 장애유형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장애의 판정을 위한 절대적인 준거가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장애등록을 신청한 자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1항) 임이 분명하다면, 위 15가지 유형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유사한 장애유형을 유추 적용하여 장애등급 판정을 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6두50907 판결).   ❏ CRPS는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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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갈 수 없다’ – 낙태죄 정부안의 문제점과 올바른 입법방향

글 / 류 민 희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한 여성과 낙태 시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들(형법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 ‘의사’에 관한 부분, 이하 ‘낙태죄 조항’이라고 합니다)이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마침내 66년만에 평등으로 진정한 첫 걸음을 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2019. 4. [승소소식] 헌법재판소, 낙태죄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 류민희 최현정 ▶ ‘낙태죄’ 헌법소원 변론기 / 최현정       2019년 4월 11일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직후,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활동가들 및 시민들이 헌재의 결정에 환호하고 있다. ⓒ 성과재생산포럼   헌법재판소는 위 헌법불합치결정에서 입법자에게 2020년 12월 31일의 입법시한까지 개정입법의무를 부여했습니다. 여성단체들은 직후 성명을 통해 기본권이 보장되는 명확한 개정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올 8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에서도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와 헌법, 국제인권규범에 근거한 비범죄화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여러 정책기관에서도 해외의 좋은 정책들을 참고한 연구보고서가 출간되었습니다.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여성의 재생산 건강 및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방향   하지만 정작 입법의무가 있는 정부는 어떠한 의견 수렴도 없이 침묵한 채로 1년 6개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던 2020년 10월 7일 마침내 정부는 형법과 모자보건법의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의 개정안은 좋지 않은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정부의 개정안은  정부안은 기존 낙태죄 조항을 그대로 둔 채, 예외적 허용 요건을 형법 제270조의2로 신설하는 안입니다. 개정안에 의하면 형법 제269조의 낙태죄 조항은 문언 그대로 남아 있으므로 형법 체계상 임신중지는 원칙적으로 불법이고, 위법성조각사유가 인정되어야만 범죄가 되지 아니한다. 즉, 임신 14주까지는 여성 요청이 있으면 허용하고, 이후 24주까지는 성범죄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친족간 임신,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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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사법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 참여기

글 / 김 재 왕     시각장애인은 소송 기록을 어떻게 볼까요? 청각장애인은 법정에서 어떻게 의사소통할까요? 장애인이 사법 절차에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참여하기 위해서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에서는 장애인 사법지원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희망법은 장애인이 당사자인 소송을 할 때가 많은데, 당사자가 소송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 고민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럼 법원은 장애인에게 어떤 지원을 해 왔을까요? 대법원은 2013년 ‘장애인 사법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펴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장애유형별 특성 및 필요한 지원 내용을 소개하고, 장애인 사법지원의 법적 근거, 장애 개념과 유형, 장애 유형 및 정도에 따른 구체적 사법지원 내용, 사법지원 신청 및 제공 절차를 민·형사 소송절차 단계별로 담았습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청각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한 재판에서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을 제공하기도 하였습니다. 희망법이 참여한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권 보장소송에서는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을 동시에 제공하였고, 청각장애인 공무원 임용차별 사건에서는 청각장애인 당사자가 필담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노트북과 스크린을 제공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소개> [법률 프리즘]장애인에게도 정당한 편의를 제공한 재판 청각장애인 공무원 임용차별 사건 재판 참여기   2013년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은 변화된 환경을 반영하고 부족한 내용을 보완하여 개정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2013년 이후 관련법에서 장애인 사법지원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예컨대, 2016년에는 장애로 진술하기 어려운 당사자가 진술을 도와주는 사람과 함께 출석하여 진술할 수 있도록 「민사소송법」 제143조의2가 신설되었습니다. 전자소송도 활성화되었고,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고 장애등급제가 개편되는 등 장애인 관련 법령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한편, 기존 가이드라인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내용은 정신, 지적, 자폐성 장애인을 묶어서 기술하여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이드라인은 재판부에 권고하는 성격이어서 실효성을 담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가이드라인의 존재를 모르는 법관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가이드라인 개정을 위하여 장애인 관련 법률가와 장애인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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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장애인의 의사표현은 믿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 합헌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희망법은 지난 2017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와 함께 신체장애가 있는 선거인에게 투표보조인이 가족이 아닌 경우 반드시 2인이 동반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습니다. 장애인이 지정한 1인이 기표를 보조하는 데 다른 사람이 입회하도록 강제함은 장애인의 자기결정을 무시하는 조치이자 알리고 싶지 않은 기표 내용을 누군가에게 보여 주게 만들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투표하기 어렵게 합니다. 또, 가족은 1명이 보조해도 되는데 가족이 아닌 사람은 2명이 보조해야 함은 가족이 곁에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차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27일, 희망법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습니다. 장애인은 무능력하다는 오해와 장애인 스스로 기표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기기 도입이 어렵다는 막연한 생각이 이번 결정을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3명의 재판관은 희망법의 주장을 지지하며 반대 의견을 내었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비판 지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의 논평에 담았습니다. 희망법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장애인이 차별 없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계속 싸우겠습니다.     장애인의 의사표현은 믿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 합헌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1.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0. 5. 27. 재판관 6:3의 의견으로,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에게 투표보조인이 가족이 아닌 경우 반드시 2인을 동반하여 투표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이하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헌법재판소 2020. 5. 27. 선고 2017헌마867 결정).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은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선거권 제한이 비밀선거의 원칙에 예외에 해당하여 이 사건 청구인(이하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리 위원회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선거인의 기본권 침해를 외면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2. 청구인은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뇌병변 1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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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공무원 임용차별 사건 재판 참여기

지난 6월 3일 수원고등법원에서는 ‘청각장애인 공무원 임용차별 항소심’ 재판이 열렸습니다. 이 재판은 원고 류아무개 씨가 여주시 공무원 채용 면접시험을 보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편의제공을 받지 못하고, 차별적인 질문을 받았으며, 사전에 충분한 안내도 받지 못하는 등 부당하고 차별적인 평가를 받았고, 결국 불합격되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재판은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채용과정에서의 장애인 차별 관행을 바로잡아가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재판에 앞서 진행된 준비과정과 당일 재판 현장에 참석했던 희망법 강현진 사무국장과 김광민 모금홍보국장의 글을 통해 이번 재판을 살펴봅니다.   장애인 채용과정, 차별없이 이뤄지길   강현진   얼마 전, 희망법의 김두나, 김재왕, 최현정 변호사가 공동대리인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청각장애인공무원시험 불합격처분 취소’ 행정소송의 원고 류아무개 씨가 사무실에 왔습니다. 지난 2월에 관련 소식을 전했었는데, 곧 있을 변론기일을 앞두고 준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청각장애인 류 씨는 2018년 여주시 장애인구분모집 공무원시험에 응시해서 1차 필기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 후 2차 면접시험에 응시하였다가 불합격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면접시험 과정에서 차별적 질문이 있었고, 응시 안내 및 절차에 문제점이 있어서 여주시를 상대로 행정소송하고 있습니다. 관련 글 보기 – 공무원 임용 면접시험에서 청각장애인 차별 사건, 항소 제기 일상에서 청각장애인과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별로 없었던 터라, 처음에 ‘이 분과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잘 몰라도 우리에겐 눈짓, 손짓, 몸짓이 있으니까, 손짓으로 자리를 안내하고 눈인사를 나눴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이후에 필담과 구어를 사용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음을 알고 마스크를 잠시 벗고 구어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작은 회의실에 둘러앉았는데, 간격을 두고 떨어져 앉아서 구어보다는 필담이 편했습니다. 순간 필담을 나누려면 종이와 펜을 꺼내서 해야 하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벽에 걸린 모니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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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두 개의 장면을 통해 본 ‘선거와 평등’

지난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열렸습니다. 선거는 국민의 뜻이 직접 표현되고 전달되는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지만, 투표 과정에서 차별과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많습니다.  희망법 김재왕, 박한희 변호사가 이번 총선에 참여하며 느낀점과 개선해 갈 방향을 정리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투표참여, 아직 더 싸워야하나 봅니다.   글 김재왕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선거에 참여할까요? 우선 선거공보가 다릅니다. 후보자는 시각장애인에게 점자형 선거공보를 보냅니다. 내용이 점자로 인쇄되어 있지요. 그런데 모든 후보자가 점자형 선거공보를 보내지는 않습니다. 이번 선거에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지만, 점자형 선거공보를 보낸 정당은 11개에 불과했습니다.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점자형 선거공보 전반적인 투표 과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투표 과정은 공직선거법에 하나하나 규정되어 있습니다. 선거인은 투표소에 가서 신분증으로 신분을 확인하고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에 들어갑니다. 기표소에서 기표용구로 기표하고 투표용지를 반으로 접고 기표소를 나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습니다. 저도 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시각장애인에게 어려운 점은 기표입니다. 비밀선거의 원칙에 따라 장애인도 스스로 기표함이 원칙입니다. 같은 기표소 안에 2인 이상이 동시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공직선거법 제157조 제7항). 그리하여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는 시각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를 할 수 없는 선거인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특수투표용지 또는 투표보조용구를 제작·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공직선거법 제151조 제8항). 그래서 투표소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투표보조용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장애인투표보조용구 /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블로그 투표보조용구는 반으로 접힌 카드 형태입니다. 앞면에는 기호 또는 성명 등이 점자로 인쇄되어 있고 그 옆에는 네모난 구멍이 나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투표보조용구를 열어 안쪽에 투표용지를 넣고 다시 접으면, 투표용지의 기표란 이 투표보조용구 앞면의 구멍과 맞게 됩니다. 시각장애인이 푸표보조용구의 점자로 기표하고자 하는 후보자의 기호나 성명을 확인하고, 그 옆 구멍 사이에 기표용구를 찍으면 기표용지의 해당 난에 기표가 됩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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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대한 노동 착취를 방조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책임을 묻다

장애인에 대한 노동 착취를 방조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책임을 묻다 이른바 ‘염전노예’ 피해자의 국가배상소송 변론기   김재왕   대법원, 이른바 ‘염전노예’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 인정 대법원은 2019년 4월 5일, 이른바 ‘염전노예’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심리불속행이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이 법 위반 등의 특정한 사유가 없다면 더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로, 국가와 완도군이 낸 상고를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이로써 염전노예 사건에 대한 국가배상 소송은 3년 5개월 만에 마무리되었습니다. 피해자 4명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각 2,000만원에서 3,000만원의 위자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과정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 2014년 이른바 ‘염전노예사건’이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다수의 염전주들이 장기간 동안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일을 시키면서 임금을 주지 않고 착취한 사건이었습니다. 가해자들은 대부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마을 전체가 장애인에 대한 노동 착취를 알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범죄행위를 예방해야 하는 경찰과 장애인에게 복지를 제공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염전공대위와 법률대리인단 결성 장애계는 ‘염전노예장애인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염전공대위)를 꾸리고 함께 대응하였습니다. 활동가들은 피해자들을 만나 피해 사실을 기록하고, 그들이 경찰에서 편하게 진술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조력인으로 참여하였습니다. 피해자들이 가해자로부터 분리되어 머물 곳도 찾고, 장애인 등록 등 사회복지서비스 신청도 지원하였습니다. 피해자들에게는 다양한 법률 조력이 필요하였습니다. 피해자 가운데 어떤 사람은 가해자와 합의할 때에 법률가의 조력이 필요하였습니다.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후견이 필요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가해자로부터 충분한 배상을 받지 못한 피해자는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이에 염전공대위는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법률대리인단을 꾸렸습니다. 희망법도 이에 참여하였습니다.   국가배상 소송 제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피해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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