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송 및 구제, 법·정책 연구, 교육과 연대를 통하여 인권을 옹호하고 실절적인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2021 겨울 실무수습 참여 후기 (상)

지난 1월 11일부터 2월 5일까지 4주 동안 희망법  2021 겨울 실무수습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실무수습은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대부분의 활동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지만, 강의와 과제, 여러 인권옹호 현장 방문, 인권 관련 회의 참관 등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된 것은 이전의 실무무습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섯 분의 참가자 모두 매우 열정적이고 즐겁게 참여해주셔서, 직접 만나서 함께 활동할 수 있었다면 더 많은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쁜 일정과 온라인 활동의 아쉬움 속에서도 내내 밝은 표정으로 성실하게 참여해준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번 겨울 실무수습에 참가하며 느낀 점들을 정리한 후기를 소개합니다. 값진 경험을 했다는 소감에 희망법도 무척 기쁩니다. 희망법 역시 참가자 여러분께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우는 기회였습니다. 앞으로 더 넓은 곳에서 반갑게 만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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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법에 지원할 때 앞선 것은 포부보다는 고민이었습니다. 제가 가진 부족한 지식을 가지고 실무수습에서 할 수 있을지, 3학년으로 접어드는 겨울방학에 실무수습에 나가는 것이 옳은지, 글자 한 자라도 더 봐야 할 시간에 괜히 4주를 다른 데에 써버리는 것 아닌지 등등 여러 가지 있었지만, 그럼에도 희망법으로 실무수습을 오기로 결정한 것은 희망법에서 실무수습을 함으로써 남은 로스쿨 1년을 잘 버텨낼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3학년이 다가오면서 동기들은 나름의 관심 직역과 분야를 정해가고 있는데 저는 아직도 제가 무엇을 위해 법을 배우는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목표가 없다 보니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만 버텨왔던 지난 2년보다 남은 1년을 더 잘 해낼 자신 역시 없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지난여름 2주간의 짧은 실무수습을 다녀오고 나서 그래도 변호사의 길을 걷겠다고 했던 것이 생각이나, 그리고 진심으로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시는 변호사님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 이번 겨울을 희망법에서 보내고자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실무수습을 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변호사님들이 사건을 처리할 때 단순히 한 사건만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진행하면서 어떻게 다른 세상도 바꿀지 고민하시는 변호사님들의 모습을 보며 단순히 세상의 부조리에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로스쿨 생활을 늘 버티려고만 했는데 변호사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해내자는 마음을 다시금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공익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그리고 법리를 바꾸기 위해서는 기존의 법리를 철저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 역시 기억에 남습니다. 로스쿨에서의 기간이 1년 남은 지금 변호사님들이 보여주신 모습은 다시금 학교에서 배움에 정진하고 변호사다운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매일 줌으로 만난 실무수습생 분들과 지도변호사님 역시 실무수습을 돌이켜 볼 때마다 늘 떠오를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만나며 점점 반가워지는 얼굴들을 보며 코로나로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화상채팅으로 만나더라도 관계맺음이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신청한 실무수습이고 4주라는 시간이 짧지는 않았지만 희망법에서의 실무수습은 새로운 사람과 만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어떤 변호사가 될지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서로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렇기에 같이하는 마음이 큰 실무수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만난 분들 모두 감사하고 다음에 또 만나요!

글 / 오 수 현

 

온라인 강의에 참여하고 있는 2021 겨울 실무수습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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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에서의 첫 해는 예상했던 만큼 불행했다.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은 와중에 내게 주어진 그 어떤 공부도 재미가 없었다. 법 공부가 너무 싫어서 학교 공부는 최소한으로 하고 매일 학회활동이니 프로보노니 하는 다른 일들을 벌이고 다녔다. 공부 스트레스를 피해서 도망다녔는데, 사실 해야 할 일을 회피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또 그것대로 컸다. 1학년 2학기가 끝난 뒤 내게 남은 건 인생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연함 뿐이었다.
사실 희망법 실무수습에 지원했을 당시에도 ‘예습보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는 마음이 지원 동기의 4할 정도를 차지했었다. 실제로 민법 인강 듣는 것보다 희망법에서 일하는 게 훨씬 재밌기는 했다. 실제로 진행 중인 사건의 상고이유서를 쓰는 것도, 새롭게 시작하는 소송의 소장을 쓰는 것도, 예비법조인의 입장에서 현재 발의된 입법안을 비판하는 것도, 모두 새롭고 재미있었다. 수업을 들을 땐 모조리 ‘TMI’ 로만 느껴지던 – 가령 ‘건물주도 아닌 내가 대체 왜 근저당권에 대해 이렇게 열심히 배워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한다든지 – 법리들을 직접 적용해 보니 학기 중엔 그렇게 쳐다보기 싫던 교과서들마저 잘 읽혔다(스탠드 받침으로만 쓰던 헌법학원론 교과서를 희망법 덕분에 처음 펴보았다).
류민희 지도변호사님과의 대화에서 특히 힘을 많이 받았다. 막연하게 스윗한 응원의 말보다는 뼈 때리는 조언에 더 가까웠는데, 왜 그렇게 묘하게 위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고리타분한 법학은 나랑은 안 맞아!’ 내지는 ‘나는 수험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자유로운 영혼이야’와 같은 자의식을 어서 버리고 효율적으로 공부해서 빨리 변호사 자격증을 따는 것이 이득이라는 변호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쩐지 기분이 유쾌해졌다. 로스쿨 생활 3년 동안 하기 싫은 법 공부를 하며 행복을 유예해야만 하는 상황이 줄곧 억울했는데, 생각해 보면 내가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위한 도구를 날카롭게 벼리는 시간이라면, 쓸데없는 억울함에 매몰되지 말고 그냥 내게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능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끌어내는 분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했었다. 안 된다고 말하는 대법원 판례가 이미 저만큼 쌓여 있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단단하게 굳혀낸 달걀들을 끊임없이 바위에 던지는 일이, 대체 어떻게 가능할까 싶었다. 고작 한 달 동안 실무수습생으로서 서면을 쓰면서도 이미 확립된 판례에 자꾸만 설득당해서 주장을 수그러뜨리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과연 내가 공익활동이라는 걸 할 수 있을까 잠깐 의구심이 생기기도 했다.
끊임없는 에너지를 품은 채 바위 깨기를 멈추지 않는 희망법 변호사님들같은 어른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렇지만 로스쿨에서의 남은 2년 동안 내 손에 쥐어진 달걀을 최대한 단단하고 날카롭게 다듬어두고 싶다는 의지가 다시금 생겼다. 나중에 경제활동인구가 된다면 희망법 꼭 후원해야지!

글 / 최 호 연

 

서울서부지방법원 재판 방청 후 박한희, 류민희, 조혜인 변호사와 함께 기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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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시절 우연히 희망법에서 진행한 공익인권법 실무수습에 참여한 후, 로스쿨에 입학하면 첫 실무수습은 꼭 희망법에서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공익인권 관련 소송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실무수습이 시작되기 전에는 마냥 설레고 즐거웠다. 그런데 실무수습이 진행되면서, 과제를 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평소 잘 알고있다고 생각했던 장애인권 관련 과제를 작성할 때, 이 사건이 왜 차별인지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소장에서 법리를 설명해 내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방청한 재판에서도 재판장이 ‘차별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였을 때, 대체 그 증거라는 게 무엇일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과제로 주어진 주제들의 많은 경우는 판례의 다수의견과 배치되거나 아예 선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배웠던 법리와 다른 법리를 주장하거나, 판례를 찾을 수 없어 해외 사례를 들여다봐야 했다. 대법원에서 정립된 판례가 왜 이 사안에서 적용되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해 논증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고, 앞으로 내가 변호사가 되어서 공익소송을 수행할 수 있을지 자신감이 떨어져서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혼자서 하는 과제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었다. 다른 실무수습생분들과 고민되는 쟁점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글을 읽어봐 주면서 주장을 점검하면서 글이 점차 나아지는 것을 보는 게 뿌듯했다. 다른 실무수습생들과 서로에 대한 진심어린 응원을 나누면서 과제를 하나씩 해나가면서 무사히 마지막 과제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 좋은 동료들을 만난 것 같아 감사했고, 어디에선가 꼭 다시 만나게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도변호사님이셨던 최현정 변호사님으로부터 앞으로의 로스쿨 생활에 용기를 많이 얻었다. 기존의 법체계를 단순히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판례에서 변화되어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공부해야 된다는 말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법을 더 열심히 공부해서, 지금 법원의 ‘차별’에 대한 좁은 관점을 넓히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었다.
변호사님들의 교육을 듣고, 과제에 대한 강평을 들으면서 공익소송은 그 재판에서 이기고 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재판을 통해 차별에 관한 판례 문구를 하나라도 남기고, 재판 과정을 입법 운동의 계기로 삼는 등 법원 밖에서의 변화를 만드는 데도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을 더 넓은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희망법 변호사님들이 마치 질수도 있는 싸움임을 알면서도 기꺼이 전장에 걸어 들어가는 결연한 전사들처럼 보였고, 꼭 변호사가 되어 곁에서 함께 싸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비록 화면으로 만났지만, 겨울동안 그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보냈던, 이번 실무수습을 통해 만난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글 / 박 남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