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송 및 구제, 법·정책 연구, 교육과 연대를 통하여 인권을 옹호하고 실절적인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2021 겨울 실무수습 참여 후기 (하)

지난 1월 11일부터 2월 5일까지 4주 동안 희망법  2021 겨울 실무수습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실무수습은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대부분의 활동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지만, 강의와 과제, 여러 인권옹호 현장 방문, 인권 관련 회의 참관 등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된 것은 이전의 실무무습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섯 분의 참가자 모두 매우 열정적이고 즐겁게 참여해주셔서, 직접 만나서 함께 활동할 수 있었다면 더 많은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쁜 일정과 온라인 활동의 아쉬움 속에서도 내내 밝은 표정으로 성실하게 참여해준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번 겨울 실무수습에 참가하며 느낀 점들을 정리한 후기를 소개합니다. 값진 경험을 했다는 소감에 희망법도 무척 기쁩니다. 희망법 역시 참가자 여러분께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우는 기회였습니다. 앞으로 더 넓은 곳에서 반갑게 만나길 바라겠습니다.

 

*  *  *  *  *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희망은 여전히 제 마음속에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힘든 시간을 견디고 또 견뎌서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로스쿨 합격 통지를 받고 나서, 이제는 드디어 나에게도 기회가 찾아 왔고 잘 해내야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나긴 로스쿨 입시 과정에서 너무 지쳐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조금씩 속이 곪아 있었던 탓인지 1학년 1학기 예습을 할 중요한 시기인 1월과 2월에 우울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심지어 코로나까지 발생하면서 제 안의 우울감은 더욱 깊어졌고, 제가 그려왔던 로스쿨 생활이 아니었기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려고 생각했었습니다. 집안 사정도 있었고, 마음이 잡히지 않으니까 당연히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성적도 좋지 않았고, 저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감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저를 괴롭게 했습니다. 그런데도 남들 앞에서는 안 괜찮지만 괜찮은 척하면서 로스쿨 생활을 했습니다. 이 상태로 보낸 지난 로스쿨 1년의 생활은 희망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온 날들이었습니다.

 

이러한 로스쿨 생활 속에서, 1학년 2학기 실무수습 공지에서 공감과 희망법 실무수습 모집 글을 보고 지금까지 잊고 지냈던 꿈이 떠올랐습니다. 변호사가 되어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따뜻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는 삶, 그리고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꿈이었습니다. 학부 시절에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자원활동가로 활동하면서 너무나도 따뜻한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때 했었던 활동뿐만 아니라 같이 나누었던 감정과 이야기 모두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기 때문에 공감과 희망법 실무수습을 보면서 제 꿈을 다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감에서는 이전에 활동했었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희망법에서 실무수습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하였고 2021 겨울 실무수습을 희망법과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실무수습을 시작하면서 제 마음속에는 꿈이라는 작은 생명의 불씨가 조금씩,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실무수습은 코로나 상황을 고려하여 4주 동안 온라인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희망법의 첫인상은 따뜻함과 배려였습니다. 비록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변호사님들의 말씀 내용, 어조 하나하나에서 배려심을 느낄 수 있었고 다른 실무수습생분들도 따뜻한 분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무수습은 교육, 재판 방청, 토론회 참관, 대리인단 참관, 그리고 3개의 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 차별금지법의 이해, 집회의 자유, 장애 인권의 이해, 소송 실무의 기초,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인권의 이해 등 다양한 교육을 받으면서 사회적 약자, 소수자와 공익인권법에 대하여 고민하고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교육 시간을 통해서 제가 가고자 했던, 가야만 하는 삶의 방향이 다시 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막막했지만 보람 있었던 과제를 통해서 작지만 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공동과제를 받았을 때는, 아니 받기 전부터 저는 자신감이 없고 위축된 상태였습니다. 로스쿨 1학년 동안 제대로 공부를 한 것이 없어서 아는 게 많이 없다고 생각했고, 성적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실무수습생분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되고 두려웠습니다. 공동과제의 주제는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조치로 전보, 해임, 감봉 조치를 당한 원고를 위한 상고이유서를 작성하는 것이었는데, 소멸시효, 입증책임, 채무불이행 책임 등 어떠한 법리를 근거로 논리를 전개할지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다른 실무수습생분들과 역할을 배분하고 한 걸음씩 걸어가다 보니 전체 상고이유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2차 과제였던 정신장애인 불합격처분취소 사건 소장 작성, 마지막 과제인 3차 과제였던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가 겪게 되는 법익 침해와 개선방안에 대한 검토의견서까지 다른 실무수습생분들과 힘을 합쳐서 차근차근히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변호사님들께서 늘 저희에게 진심으로 교육해 주시고 과제에 대한 강평까지 꼼꼼하게 해 주셔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최현정 변호사님께서 제게 주셨던 피드백 중에서 “서면은 마치 그림과 같다”라고 말씀해 주셨던 부분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서면 위에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을 하나의 획으로 일관성 있게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지만, 저는 그 말에서 서면을 따뜻한 색으로 채울 수도 있고 그것은 참 멋있는 일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서면이라는 그림을 망치더라도 사실은 망친 게 아니라 다시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행복한 사건이 일어난 것처럼 제 인생도 그러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과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또한, 실무수습 기간 함께 했던 다른 실무수습생분들에게도 정말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실무수습 첫날부터 어색했던 시간을 부드럽게 풀어주시고 항상 당차고 똑 부러지고 똑똑하고 창의적이셨던 호연님, 저와 같이 상고이유서 채무불이행 부분을 맡아서 과제를 함께 했고 꼼꼼하고 다각적으로 사안에 접근하고 배려심이 많으셨던 수현님, 정신장애인 불합격처분취소 과제를 같이 진행했고 본인이 맡은 부분뿐만이 아니라 다른 부분까지 꼼꼼하게 검토해서 세부적으로 문장과 오타 교정까지 해주시고 교육 중간중간 분위기도 풀어주고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던 남선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채용 과정 개선방안 과제를 함께 했고 깊이 있는 관점으로 사안을 바라보시고 문제의 핵심을 냉정하게 분석하시고 꼼꼼하고 똑똑하다고 생각한 기원님까지 모두 정말 감사했습니다.

 

더 나아가서, 제 담당 지도변호사님인 김두나 변호사님도 정말 감사했습니다. 공익변호사의 진로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고, 무엇보다도 로스쿨 생활과 변호사 시험에 대한 걱정에 대하여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온라인으로 미팅을 진행했지만, 변호사님 목소리와 말씀 내용, 어조에서 따뜻함과 배려심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꿈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오직 하나,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일세”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라는 책에서 연금술사가 두려워하고 있는 산티아고에게 건넸던 말입니다. 지금까지 제 인생은 너무나도 많은 어려움과 수많은 고비가 있었지만, 제가 살고 싶은 삶을 살기 위해서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던 삶이었습니다. 도전도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도전하고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실패하면 될 때까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삶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로스쿨에 입학하면서부터 지독한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겪고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저는 꿈과 희망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됐습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희망법에서 실무수습을 하면서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꿈과 희망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희망은 여전히 제 마음속에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잠시 보이지 않았을 뿐, 사라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잃어버렸던 희망을 다시 찾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극적으로 변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하게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희망법에서 다시 발견한 희망은 제게 작지만 큰 불씨가 되어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남은 로스쿨 생활에서 더 발전하고 성장하면서 꿈과 희망을 간직할 것이고, 훌륭한 변호사가 되어서 더 따뜻하고 건강한 세상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답을 찾을 것입니다, 늘 그랬듯이

글 / 이 일 규

 

 

온라인 강의에 참여하고 있는 2021 겨울 실무수습 참가자들

 

*  *  *  *  *

 

저는 대학 학부생 시절 이른바 운동권으로 지냈습니다.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 학생들과 달리, 저는 학업 이외에 다른 시민사회 활동에도 기웃대기도 하고 짧은 기간이지만 직장생활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더 늦기 전에 공익인권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려면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한 해를 마치기는 했지만, 공익인권 분야에서의 실무를 경험하고 비슷한 진로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과 교류하고 싶다는 욕구가 쌓여왔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학회 활동이나 학생들 사이의 교류가 거의 없었기에, 교수들이 흔히 공식행사에서 밀어주는 이른바 검·클·빅(검찰, 재판연구관(로클럭), 대형로펌)에 관한 진로 정보만 많이 접했기 때문입니다. 운이 좋게도 지난 여름방학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진행하는 공익연수에 참여하면서 공익인권 분야에서의 실무를 어느 정도 경험해볼 수 있었지만, 같은 시민단체에 배정되었던 다른 학생이 참가 의사를 철회하면서 활동 기간 동안 다른 학생과 교류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겨울방학을 앞두고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이하 희망법)을 비롯하여 여러 공익인권 분야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의 실무수습 모집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희망법은 4주라는 장기간 진행하면서 현직의 변호사들이나 학생들의 교류도 상대적으로 풍부하고 배우는 내용도 많다는 평가를 주변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적잖이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희망법 실무수습은 크게 기본 교육, 공동 및 개별 과제, 재판 참관 등 실무 견학, 그리고 변호사님과의 상담 등으로 구성되어 4주간 진행되었습니다.
기본 교육은 실제 변호사의 사무에 관한 강의와 각 공익 분야의 이슈들에 관한 강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입학 전에는 법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않았고 입학 이후에도 기본적인 법학지식만 배웠을 뿐이라, 현장에서 실제로 어떠한 글을 쓰고 실제 소송절차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강의를 통해서 배우는 실무 지식은 아직 제가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신선하고 흥미로웠습니다.
기본 교육 이외에도 공익인권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온 변호사님들로부터 그 분야의 특수한 법리에 대한 강의도 들었습니다. 공익인권 분야는 지식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에 짧은 강의로는 그 분야의 역사나 맥락을 세세하게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만, 적어도 그동안 해당 분야에서 활동한 변호사들이 어떤 시각과 자세로 문제에 접근해왔는가 라는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매주 정기적으로 주어졌던 과제는 주로 최근 실무와 관련한 법률문서를 작성하는 작업이 많았습니다. 사례 문제 풀이만 자주 해왔던 그동안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공부와 달리 소장, 변호인 의견서를 포함해서 입법 검토보고서 작성 등 실제로 현장에서 변호사들이 작성하는 다양한 형식의 글을 쓰는 과제는 만만치 않았지만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현재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사안을 직접 다루어보면서 관련된 자료를 직접 찾아서 글을 쓰는 작업은 그 무게감이 남달랐습니다. 가상의 사례가 아닌 실제 의뢰인의 소송에 관계된 글을 쓰는 작업은 긴장감이 더 높았습니다. 무엇보다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증거의 수집과 해석부터 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 의뢰인에게 책임감을 느껴야하는 변호사라는 직역의 마음가짐을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을 말씀드리면, 실무수습을 하면서 과제의 주제보다는 글쓰기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공부하는 동안 그동안 학습했던 지식을 인출해서 쏟아내는 방식의 빠른 템포의 글쓰기를 주로 경험했고 그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겨울 실무수습 과제들은 되도록 사안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문장의 논리를 다듬어나가는 느린 템포의 글쓰기였습니다. 제가 학부에서 인문학을 전공하던 시기나, 직장에서 일하던 시절에 접했던 글쓰기는 이런 느린 템포의 방식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과제 양식이나 주제의 낯섦보다는 그 방식의 익숙함에 반가운 마음으로 과제에 착수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법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주제넘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빠른 글쓰기 위주인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학습이나 평가 방식이 실무가를 길러내는데 적절한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실무 견학은 현재 희망법에서 진행하는 사건의 재판이나 변호인단의 실무 회의를 참관하거나, 희망법을 비롯한 다른 공익인권 분야의 단체에서 진행하는 토론회를 견학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서 아쉽게도 현장에 가는 일은 드물었지만, 실제 재판을 참관하는 경험은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법학전문대학원에서는 깊이 있게 배우지 않지만 실제로는 적지 않게 활용되는 조정이나 화해와 같은 절차를 직접 보면서 변호사에게는 재판 이외의 수단도 다양하게 활용하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실무수습 동안에는 지도 변호사님과 멘토링의 형식으로 상담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졌습니다. 제가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다 변호사님도 일정이 적지 않으신 터라 면담을 자주 하지는 못했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익인권 분야에서 일하는 선배 변호사로서 경험을 풍부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공익 분야에서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자 하는 후배를 아끼는 마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무수습 기간 일과는 현장의 재판 참관 등 별도의 일정이 있는 때를 제외하면 다른 학생들과의 오전 조회로 시작해서 이후에 정해진 일정의 강의나 과제 작업에 참가하고, 저녁 즈음 일정 종료를 메신저로 알리는 식으로 반복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음에도 이렇게 정기적인 조회가 있었기에 꾸준히 활동에 대한 몰입감을 잃지 않고 끝까지 실무수습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자칫 생활이 불규칙해질 수 있는 방학 동안 스스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좋은 무게추가 되었습니다.

 

희망법 실무수습은 이전에는 주로 매일 희망법 사무실에 학생들이 출근하여 함께 작업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어 학생들 간의 교류가 많았다고 하지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서 그렇게 진행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다만 이렇게 불가피하게 제약받았던 부분만 제외하면 실무수습은 만족스럽게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공익인권 분야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분들을 비롯하여 비슷한 목표를 가진 다른 학생들과 꾸준히 교류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저는 심지가 강하지 못한 탓인지 그동안 법학전문대학원에서 1년을 보내면서 검·클·빅만을 바라보며 달리는 것 같은 학생들 사이에서 목표에 대해 고민하는 경험을 적잖이 했습니다. 그래서 실무수습을 하는 동안 공익인권 분야에서 현재 진행되는 사안의 실무를 경험하고 변호사님들이나 학생들과 이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된 초심을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과제를 하면서는 무엇보다 공익인권 분야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의 어려움에 대해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제가 경험했던 법학 공부는 효율적인 변호사 시험 대비를 위해서 기존의 판례와 법리를 압축적으로 익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익인권 분야에서는 기존의 법체계에서 해결되지 않는 사안이 많기에 기존의 법리에 대한 이해에 더하여 그 문제점과 입법적인 개선 방안까지도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법원에서 진행되는 소송에서 더 나은 법리를 설득하거나, 이를 공론화해서 행정부와 입법부가 개선 방안을 실행하도록 압력을 넣는 일도 공익인권 분야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의 업무에 포함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실무수습 동안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하면서 기존의 법리를 대체할 새로운 논리를 고민해보는 작업을 해야 했었는데, 이는 그동안의 법학 공부와 비교하면 마치 다른 두뇌를 사용하는 듯한 신선한 감각이었습니다. 다만 한편으로는 앞서 언급했듯이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법학 공부와 현장의 변호사가 접하는 실무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었습니다.
종합하면 희망법 실무수습을 하면서 공익인권 변호사가 어떠한 업무를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충분히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학생들과의 협업이나 변호사님들의 강의와 조언도 충실히 이루어졌기에 4주 동안 몰입해서 일정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라는 어려움으로 인해 현장 활동에 제약이 있었음에도 이를 대체하는 다른 일정을 마련해주신 변호사분들의 노력 덕분에 그 밀도가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공익인권 분야에서 활동하기를 목표로 하는 예비 법조인분들이 기회가 된다면 꼭 참가해보시길 권합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한 달간의 실무수습을 진행하시느라 고생하신 희망법 소속 변호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글 / 양 기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