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송 및 구제, 법·정책 연구, 교육과 연대를 통하여 인권을 옹호하고 실절적인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2020 겨울 실무수습 참가 후기] “함께 나누는 고민 속에서 희망을 느꼈습니다”

지난 1월 6일부터 31일까지 4주간, 6명의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희망법  ‘2020 겨울 실무수습’에 참여했습니다. 일반적인 로스쿨 실무수습이 2주간인 것과 비교하면 무척 긴 시간이었고, 조금은 부담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내 행상 밝은 모습으로 열심히 생활하고, 여러 강의와 과제 그리고 체험 프로그램들을 성실히 참여해 주었습니다. 넓지 않은 희망법 사무실을 가득 채우던 웃음소리, 호기심과 열정이 묻어나던 표정들, 하나하나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번 겨울 실무수습에 참가하며 느낀 점들을 참가 학생들이 후기로 남겼습니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 새롭고 값진 경험을 했다는 소감에 희망법도 무척 기쁘고 감사합니다. 희망법도 여러분에게서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우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넓은 곳에서 더 반갑게 만나뵙겠습니다.

 

 

 

희망법에서 만난 작은 희망

김명혁

희망법에서의 한 달이 쏜살같이 지나고 벌써 활동을 마무리하는 후기를 쓴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합니다. 첫 출근 날 지하철을 갈아타가며 한 시간이 넘는 거리에 있는 서울혁신파크로 출근하면서 과연 내가 한 달 동안 이 출퇴근길을 버틸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었는데, 그 걱정이 무색할 만큼 하루하루 내일이 기다려지는 즐거운 한 달을 보냈습니다.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이것저것 신경써주시고 배려해주신 변호사님들과 국장님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께 한 달을 보낸 우리 실무수습 동기들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희망법 사무실 뒤켠에 매일 같이 모여서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웃고 떠들고, 과자 나눠먹고 커피 타 먹고, 또 아주 가끔씩 헌법 원칙에 대해서 치열한 토론을 펼치던 그 시간이 정말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이번 실무수습 한 달 동안 정말 압축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다양한 인권 현장에 함께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동대문구 퀴어여성체육대회 손해배상소송 기자회견에서 변호사님이 쟁점을 하나씩 짚어가며 언론 인터뷰를 하시던 모습, 장애인차별상담전화 사례회의에서 여러 단체의 변호사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고민하던 모습,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변호사님이 토론하시던 모습 등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변호사의 역할이 사무실 안 서류더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생생한 인권 현장에서 법률 전문가로서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로스쿨 공부에 새로운 동기부여를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법조계 진로로 들어선 순간부터 가져온 고민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로스쿨에 들어오면서부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떨쳐놓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법률가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점점 넓어지다 보니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쉽사리 갈피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로스쿨 동기들과도 술 한 잔 할 때면, 나중에 어떤 일을 할지, 어떤 법률가가 될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막막한 마음을 나누곤 했습니다.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나 이상을 마음 한켠에 품으면서도, 결국 졸업하면 현실에 타협해서 적당한 일자리를 찾아가게 되지 않을까 하고 어림짐작해 왔습니다.

하지만 희망법 변호사님들의 생활을 한 달간 옆에서 지켜보면서,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람 있게 일하는 변호사의 삶이, 저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라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겠다고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졸업하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나도 이렇게 마음 맞는 동료들과 작은 사무실을 차려서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고민은 로스쿨을 졸업하고 일을 하면서도 끝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고민 한 구석에 희망법이 작은 희망을 심어준 것 같아 감사합니다.

희망법 변호사님들, 국장님들 실무수습이 끝나서 몸은 멀어졌지만, 마음으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옆에 따라다니면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졸업하고 돈 벌어서 마음뿐만 아니라 후원으로도 응원할게요. ^^ 특히 제 지도변호사님이셨던 한가람 변호사님, 맛있는 커피와 즐거운 면담 시간 정말 감사했습니다. 실무수습생들 다 같이 모여서 꼭 한번 놀러갈테니 다음에 뵙는 그 날까지 저희 잊지 말아주세요!

 

 

 

함께하는 일이기에

강은희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 로스쿨 공부와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에 지쳤을 때쯤 희망법 실무수습을 시작했습니다. 저도 다른 후기들에서처럼 4주간 나름의 위안을 얻을 수 있기를 막연히 희망하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슬러서 희망법이 있는 혁신파크로 향했습니다. 4주간의 실무수습을 마친 지금 마음은 아쉬워도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무수습 동안 희망법 변호사님들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변호사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외부회의나 행사가 있으면 실무수습생들에게도 참여할 것을 적극 권장하셨기 때문에 다른 단체와 협업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관심이 가는 의제에 참여할 기회는 다양한 형식으로 주어지니 각자의 방식대로 또 여력이 닿는 대로 앞으로의 모습을 선택해 나가면 된다는 것을 실무수습을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한 저의 고민과 불안함을 덜 수 있었습니다.

희망법 실무수습은 이론과 실무의 간극을 좁혀주었습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법이 꽤나 쓸모가 많은 도구라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의 공부는 대부분의 경우 변호사시험 준비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제가 배우는 것들이 현실에서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쉽게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희망법 실무수습 동안 수업 중에 지나쳤던 개념들이 실제 사건을 풀어나가는 열쇠가 되는 모습이 법의 유용성이 좋아 로스쿨에 간 제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만, 실무수습을 통해 법이 만능이 아니라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법은 어디까지나 가능한 여러 가지 해결책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 그래서 당사자의 목소리와 앞으로 겪을 수도 있는 파장까지 모두 고려해가며 가장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함을 배웠습니다. 그 모든 것을 고민해야만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일 것도 같지만 한 사람이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나누는 고민이기 때문에 막막함 보다는 희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실무수습 내내 실무수습생들을 향해 항상 손을 먼저 뻗어주는 희망법이어서 감사했습니다. 함께 먹는 점심시간도 넉넉한 간식들도 아쉬울 것 같습니다. 이 인연이 여기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든든한 동료가 되어 다시 뵐 수 있도록 조금 더 힘을 내보려고 합니다.

 

 

 

다시 한번 꿈을 생각하다

장재용

 

1학년 2학기 어느 날, 다른 공익인권단체에 실무수습을 다녀온 선배가 실무수습을 다녀오면 내가 왜 변호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더라고 말을 했습니다. 고된 로스쿨 생활 속에서 점점 자기소개서에 적었던 초심이 희미해져 가던 차였습니다. ‘실무수습을 다녀온다고 달라질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로스쿨 생활에서 누구나 한 번쯤 다 해 본다는 실무수습, 이왕 한다면 공익인권단체에서 해 보자는 생각에 희망법에 지원했습니다.

사실 걱정도 많이 되었습니다. 1학년 성적이 형편없는데 내가 과연 4주 동안의 실무수습을 잘 해 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희망법에서의 한 달은 공익인권 변호사가 되겠다는 제 꿈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로스쿨 생활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1년 내내 실패만 했던 것 같다고 느꼈던 로스쿨 생활 가운데 처음으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동안은 막연히 ‘공익인권 변호사가 되어야지’라는 생각만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공익인권 변호사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희망법에서 4주 동안 변호사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회의, 기자회견, 재판을 방청하면서 실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재판 방청은,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실체법, 절차법들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체험할 좋은 기회였습니다. 변호인석에서 증인신문을 하는 변호사님의 모습이 참 멋있었고, 저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단순히 멋있기만 한 일은 아니라는 점도 배웠습니다. 여전히 세상에는 바꾸어야 할 일, 맞서 싸워야 할 일이 많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놀이기구 탑승을 거부당하는 사람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체육관 이용을 거부당한 사람들, 수형자라는 이유로 선거권 행사를 거부당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히 권리가 주어져야 할 것 같은데도, 권리를 행사하기가 너무 어려운 현실이 여전히 눈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 지난한 법정다툼의 과정들을 감내하며, 선례가 없는 사건에서 선례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것이 공익인권 변호사의 숙명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편으로, 공동과제와 개별과제를 하면서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학교에서 뭐라도 배우긴 했구나, 자료조사를 충실히 하면 글이 써지는구나 하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자료조사를 하는 과정은 좀 고통스러웠지만, 글이 술술 쓰이는 순간에는 신명이 났습니다. 변호인의견서 과제 마지막에 ‘피의자의 변호인 변호사 장재용’이라고 쓰는 순간에 기분이 짜릿했습니다. 연휴 때문에 개별과제를 하나밖에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희망법에서의 실무수습을 통해서 저는 다시 저의 꿈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로스쿨 생활 중 공부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면 희망법에서의 실무수습을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희 실무수습생들을 잘 챙겨 주신 변호사님들, 국장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희망법 사람들, 그리고 실무수습 동기들과도 앞으로도 공익인권 분야, 법조분야에서 계속 교류를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힘찬 2020년이 되기를!

 

 

 

공익과 변호사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4주

김도엽

 

로스쿨을 다니는 1년 동안 법을 공부하면서도 내가 무엇을 공부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대한 고민이 깊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공익인권법학회 활동에서 희망법을 알게 되었고, 이번 방학이 아니면 공익인권 변호사분들의 활동을 볼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실무수습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무수습 신청서를 작성할 때에는 4주 동안의 실무수습 기간이 길다고 생각을 했지만, 4주 동안의 기간은 제가 원하는 것들을 빠짐없이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교육에서는 노동, 장애, 성소수자, 집회시위 등 여러 분야들의 최근 현안과 법적 쟁점을 학습하면서,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실무에서 다루는 과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현재 희망법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건들을 과제로 다루면서, 같이 실무수습을 하는 동기들과 법리를 구상하고 몇시간 씩 토론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변호사님이 과제에 대해서 따끔하게 지적해주신 것을 들으면서, 언젠가는 더 명확하고 논리정연한 글을 쓸 수 있는 변호사가 되어서 희망법의 변호사님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억이 남는 것은 마지막 공식 일정인 과제 발표 후의 질의응답 과정에서의 한가람 변호사님의 지적이었습니다. 단순히 법률가로서 법리 해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인권의 활동가로서, 소수자에게 법 현실이 어떤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는 말씀을 기억에 담아두고 실천하는 법률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4주 동안의 실무수습 기간의 활동은 교과서에서는 뜬구름 잡는 것처럼 보였던 법학을 제게 이제는 눈 앞에 가져다 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어떤 법률가가 될지에 대해서 변호사님들과 이야기하면서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었던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2년 동안의 로스쿨 기간 동안 저를 지탱해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짝반짝 빛났던 희망의 겨울

손서윤

 

낙태죄 위헌 판결 기사를 읽다가 대리인단 리스트에서 발견하게 된 희망법.

희망과 법이라는 다소 낯선 단어 조합은 수많은 연대 활동들과 법률지원, 공익 소송대리활동 소식, 그리고 극찬의 실무수습 후기들이 가득한 희망법 홈페이지로, 결국 첫 겨울방학을 희망법에서 따뜻하게 보내도록 이끌었다.

약한 자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 꿈들은 저 편으로 밀어둔 채 그 수단만이 인생의 목적이 되어 하루하루 삶을 버텨온 로스쿨 생활에 더 무채색으로만 물들어가고 있던 내가 미뤄두었던 가치를 위해 일선에서 행동하는 희망법에서 실무수습을 하며 다시금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고, 무언가 때문에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존재였다는 걸 상기했다.

희망법에서 법조인으로서 사회를 바꾸는 방법이 소송을 통한 판례를 남기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대중의 이목을 끌고, 문제의식을 던지고, 또 그것을 법률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다. 다수자의 시각을 반영한 기계적인 법을 어떻게 이용해서 소수자를 보호하는 것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 직접 보고 느끼면서 한 켠으로 밀어두었던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망이, 희망이 다시 불타올랐고 그것을 횃불 삼아 새로운 길을 내고, 밝혀나갈 내 모습까지 그려볼 수 있었다.

지원할 때부터 첫날 아침까지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로스쿨 1년을 겨우 마친 상태에서 활동에 잘 참여할 수는 있을지 걱정이 컸었다. 그런 걱정들이 무색하게 바쁜 와중에도 수많은 질문과 도움 요청에 따듯한 관심으로 최선을 다해 답하고 조언해주신 변호사님들 덕분에 정말 막막하던 과제도 큰 무리 없이 제출할 수 있었고. 법학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접점을 찾고싶다는 내 기대의 150% 이상을 얻어가며 실무수습 후기에서 수없이 보았던 공부할 동기, 로스쿨 생활을 버틸 동력까지 채운 것 같다.

4주로 구성된 일정이라 많은 고민 끝에 지원하였는데, 허투루 지나간 시간 하나 없이 정말 순간순간이 생각할 점과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 오히려 짧다고 느껴질 만큼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시간들이었다.

서투른 열망과 관심만 있었던 저에게 잘 몰라도 아직은 괜찮은 학생의 신분에서 세상을 바꿔나가는 노력의 현장을 겪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신 희망법 구성원분들과 한달의 시간동안 가족처럼 많은 것을 나누고 든든한 존재가 되어준 실무수습 동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동료로 인연을 이어나갈 그날을 고대하며 짐이 아닌 힘이 되도록 실력 열심히 쌓아가겠습니다. 얼른 다시 만나요!

 

 

 

가슴 속 깊이 오래도록 남을, 희망을 만드는 공동체에서 함께 보낸 시간들

도주은

 

실무수습을 지원할 때는 길다는 이유로 망설였던 그 4주라는 시간이 벌써 끝나버렸다니 너무나 놀랍고 아쉽습니다. 그래도 희망법에서의 지난 4주동안 느꼈던 감정과 깨달음은 제 가슴 속에 깊이 남아 오래도록 향기를 낼 것입니다. 또 그 향기는 제가 앞으로 살아갈 삶을 잘 이끌어줄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돌아보면 희망법은 제 삶의 중요한 결정들에 힘을 실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학부시절 무언가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며 살고 싶다는 어렴풋한 마음만은 가지고 있었지만, 스스로에게 그런 삶을 살아낼 역량이 있는 것일까 질문을 하곤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희망법의 공익인권법실무학교에서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공익인권활동들에 대하여 알게 되었고, 인권활동을 하는 효과적인 무기로 변호사자격증을 따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져 로스쿨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가짐이 매일의 해야 할 공부에 치여 옅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마음의 끈을 다시 붙잡고자 희망법의 실무수습을 지원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실무수습이 끝난 지금, 희망을 품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이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희망을 만드는 공동체라는 넓은 말을 쓴 이유는 희망법의 활동은 다른 인권단체 내지 공익변호사들,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과의 넓은 연대를 통해 이루어짐을 수습 기간 중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장애인권단체가 모여 함께 논의하는 장애차별상담사례회의의 참석을 통해서도 그 점을 느꼈고, 희망법의 국장님과 변호사님들께도 항상 그 점을 강조해주셨습니다.

실무수습 환영회를 해주시는 첫 날, 류민희 변호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다시금 기억이 납니다. 자신이 누리는 많은 것들이 일종의 ‘특권’일 수 있다는 점을 늘 경계하고, 앞으로 마주하는 사안의 ‘무거움’을 잊지 않기를 바라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외부활동으로 소위 ‘풍등 사건’의 재판 방청을 갔습니다. 책이나 영화 등에서만 보던 증인신문 과정이 눈앞에서 이루어지니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증인신문과 판사의 태도가 무언가 피고인 노동자분께 유리한 듯 보여 신도 났습니다. 그런데 신문이 끝난 후, 피고인 노동자분과 변호사님들과 대화를 하면서 이 과정을 재밌고 흥미롭게 느꼈다는 점이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이 일은 성실하게 살고 있던 노동자 분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가져다주었고, 그 과정에서 외국인노동자라는 이유로 중첩적인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를 당하셨던 것입니다. 재판이 길어질 경우 연장되는 비자로는 일을 할 수가 없어 생계에 대한 걱정도 크셨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뢰인의 이익이자 생각이라는 점을 강조해주신 변호사님의 말씀도 기억에 남습니다.

개인과제로 장애를 이유로 한 공무원 채용 불합격 처분의 소 항소이유서를 쓰는 과정에서도 이 사건은 누군가의 인생과 상처 그 자체라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처음에는 실제 기록들을 읽어 본다는 사실에 신기하기도 하였는데, 원고와 가족분의 진술서를 보면서 류민희 변호사님께서 하신 그 ‘무거움’을 항상 잊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이 가슴으로 다가왔습니다.

정말 소중한 깨달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상이 늘 무겁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희망법의 국장님들, 변호사님들, 그리고 실무수습생분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들은 즐거움과 감사함이 가득했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나누었던 대화 하나하나가 모두 기억에 남습니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서로를 믿고 존중하는 그 모습이 정말 좋았습니다. 함께하는 모든 분들이 정말 배울 점이 많은 멋진 분들이라 저도 옆에서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행복했던 4주의 시간은 함께하는 여러분께서 다 만들어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현장에서 함께 만날 그 날을 꿈꾸며 저는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