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동계 실무수습 참여후기

2019 동계 실무수습 참여후기

다른 삶을 위하여

김희원

 

저는 SNS 등을 통해 알게 된 활발히 활동하는 희망법과 그 활동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고, 희망법에서 인권의 최전선에서 일하시는 변호사분들을 뵙는 것이 제 큰 꿈 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실무수습 기간 동안 그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다짐을 얻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이 실무수습 기간은 생각보다 너무나 짧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저는 희망법에서 많은 희망을 보고 배우며 제 삶에서도 큰 다짐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실무수습기간 동안의 활동은 크게 과제, 교육, 외부활동이 있었습니다. 제게 특히 인상 깊었던 과제는 트랜스젠더 관련 과제였습니다.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라고 하셨는데, 저는 법이 이렇게 상상력을 많이 동원해야 하는 영역인 줄은 몰랐습니다. 치열하게 생각하고, 경계를 뚫고 다방면에서 접근해야 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을 좌우하는 무언가의 작성에 일말의 도움이라도 되어보고자, 동기들과 치열하게 의견을 나누고 생각했습니다. 과제를 하면서 느끼게 된 것은 무엇이든 혼자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돕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서는 안 되고,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여 바꾸어 간다는 것을요.

 

다양한 교육을 접하면서 시야를 넓혔던 것도 좋았고, 변호사님들이 직접 말씀해주시는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정말 유익했습니다. 이것은 교육 중의 일은 아니지만, 마지막 날에 류민희 변호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공부해서 남 줄 생각으로 하라”고요. 저는 그 말에 크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는 외부활동과 겹쳐 들렸습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저는 피켓만을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위해 자신이 배운 것을 쏟아부어 세상에 호소하는 그 시간이 제게는 뜻깊었습니다. 그래서 ‘그래, 나도 배워서 남 줄 생각으로 공부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겨울 한 달, 이렇게 역동적인 삶을 살았던 적이 있었나 싶었습니다. 동기들과 변호사님들과의 즐거웠던 시간 잊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희망법 2019 동계 실무수습에 참여한 (왼쪽부터) 최하림, 조소연, 김희원, 이유림, 박선경, 이도경 씨.

 

실패도 경험이 될 수 있다

박선경

 

졸린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아홉 시가 넘어 있었습니다. 가슴이 철렁해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뛰어가고서야 깨달았습니다. “아, 실무수습 끝났지.”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던 한 달이었습니다. 여러 교육을 듣고 행사에 참여하며 차별과 인권침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었고, 실제 진행 중인 사건을 접하며 관련 서류를 작성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변호사로서 인권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면 일단은 제대로 된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인권침해적이거나 차별적인 법제도와 관행을 바꾸어 나간다.’는 희망법의 목표에 걸맞게, 과제로 주어진 사건 또한 관련 판례나 결정례가 없거나, 기존의 것에 반하는 듯한 주장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도록 서면을 작성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변호사님께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제가 당사자라 하더라도 당연히 억울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명쾌하게 ‘왜’ 당사자의 주장이 옳은지를 말하지 못하는 것이 더 속이 탔던 것 같습니다. 동기들과 함께 주장의 근거로 들 만한 판례며 결정례를 찾으면서도 좀처럼 쓸 만한 내용이 나오지 않아 한숨을 푹푹 쉬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왔던 결과물들에서 제가 담당한 부분이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담당 변호사님들이 과제에서 제가 짚고 넘어가지 못한 점이나 잘못 적은 점에 대해서 세세하게 피드백을 해 주셔서 이렇게 서면을 써도 되는가 하고 찔렸던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었습니다. 피드백을 들으며 아직 변호사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마음 반, 빨리 제대로 된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백 번 묻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고, 백 번 보는 것이 한 번 경험해 보는 것만 못하다는 말처럼, 얼마나 중요하고 절박한 사건에서 변호사의 능력이 필요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 부족이 어떤 의미인지 느껴 보았다는 것이 제가 희망법 실무수습에서 얻어가는 가장 값진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은 1년간의 로스쿨 생활에서 지칠 때마다, 그 기억들을 떠올려보며 노력을 이어가 보려 합니다. 뜻깊은 시간을 보내도록 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희망이라는 말의 무게, 그것을 함께 나눠 든 사람들

이도경

 

어떻게든 될 거야, 작년 한 해 동안 이 말을 버릇처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각자의 힘듦으로 지쳐있는 친구들을 위로하기 위한 말이기도 했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좌절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이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막연한 주문을 외우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일 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왜 법률가가 되고자 했는지, 법률가로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하는 것은 당장의 시험 앞에서 사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세상에는 그저 놔두어서는 어떻게든 안 되는 일이 너무 많다는 걸 깨달았을 때 희망법 실무수습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떻게든 될 거라는 무책임한 희망을 잃어버린 저는 4주 동안 진행된 실무수습에서 본래의 희망이 가진 무게를 찾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례회의를 참석하여 치열한 고민을 함께 나눴고,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벌어진 증오 범죄를 다루는 국회토론회에 참석하여 혐오에 대응하기 위하여 어떤 제도적 조치가 필요한 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리서치 페이퍼를 작성하기 위하여 판례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조차 누군가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력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사회를 조금 더 낫게 바꾸고 또 지금보다 더 괜찮아지리라는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면담 시간에 변호사님들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오롯이 책임지는 것은 신이 아닌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이고, 그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뿐이다.’ ‘변호사로서 살아가는 것은 최전선에서 혐오를 마주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또 가장 먼저 사회가 변화해가는 것을 볼 수 있기에 계속 활동할 힘을 얻는다.’

 

우리가 어떻게든 되게 만들고자 하는 것은 대체로 아주 어렵고 힘든 일이어서 때로는 깊게 좌절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여 희망의 무게를 함께 나눠진 사람들이 있음을, 또 앞으로도 그 무게를 나눠들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제 몫의 무게를 들 수 있는 변호사가 되어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겠습니다.

 

 

 

“잊고 있던 포부를 다시금 떠올렸습니다”

이유림

 

지난 한 달 간의 실무수습은 정말 꿈만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너무나도 훌륭한 희망법 변호사님들과 실무수습생 동기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고, 몹시 어렵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과제들을 수행하면서 로스쿨에 들어온 이후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희망법에 와서 공익인권변호사들이 법률자문, 소송대리, 토론회 참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제가 처음 로스쿨 입학 당시 되고 싶었던 변호사의 모습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입학할 때만 해도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 구제를 위해 앞장서는 법률가가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로스쿨 입학 후 제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하여 학점 경쟁에 매몰되어 살다보니 변호사를 애초에 하고자 했던 이유를 잊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차에 희망법 실무수습에 참여하여 제가 앞으로 변호사로서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가면 좋을지에 대한 해답을 얻는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다양한 인권 문제를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그동안 사익만을 좇느라 마비되었던 저의 미약한 인권 감수성을 제고할 수 있었습니다.

한 달 동안 귀한 시간을 내어 열심히 저를 지도해주시고,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시는 희망법의 모든 변호사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게으른 저를 버리지 않고 열심히 함께 과제를 수행해주었던 인권에 대한 열정이 불타는 동기 실무수습생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2019년 동계 희망법 실무수습은 벌써 끝나버렸지만, 우리의 인연은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희망법 실무수습을 고민 중이신 모든 로스쿨생분들에게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이 희망법에 와서 무엇을 얻고자 하든, 희망법은 그것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계신 뛰어난 변호사님들로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그분들의 지도를 받아 실무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난이도가 높은 만큼 매우 뜻깊은) 과제를 해보고, 토론회·포럼·기자회견 등 희망법의 변호사님들이 종횡무진 멋지게 활약하시는 다양한 행사를 참여하다보면 1달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 버리고, 그 후 한층 성장한 멋진 당신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희망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

조소연

 

저는 공익 인권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로스쿨에 입학했습니다. 다양한 소수자 인권에 대해 깊게 공부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로스쿨 첫 1년이 끝난 뒤 제 모습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공익 인권에 대한 공부는커녕 오히려 제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과 친구들조차 챙겨주지 못하는, 마음이 좁은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로스쿨 입학할 때의 목표의식과 패기를 되찾고 싶다는 생각으로 희망을만드는법 실무수습에 지원하여 한달 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희망을만드는법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공익인권변호사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변호사님들을 통해서 직접 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상상하던 변호사의 모습은 법정에서 변론하는 모습, 판례를 리서치하는 모습, 의뢰인과 상담하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렇지만 공익인권변호사가 할 수 있는 활동은 기자회견, 토론회, 책집필, 사례회의 등등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다채로웠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박한희 변호사님과 함께 참여한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기자회견입니다.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젊은여군포럼, 무지개행동, 한국여성민우회와 같은 다양한 조직이 연대하여 이른 아침부터 대법원 앞에 모여서 발언을 하고 함께 구호를 외쳤습니다.

변호사는 법리를 무기로 법원 상대로 하는 싸우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소수자의 인권에 있어서는 사회전반의 분위기를 형성하는게 더 중요하기도 하다는 류민희 변호사님의 말씀이 계속 생각이 났습니다. 성소수자의 인권, 여성의 인권, 군인의 인권 너무나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공감해주지 않으면 변화는 일어날 수 없다는 걸 학교에서 또 집에서 매일같이 체감했습니다. 이날 참여한 기자회견은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판결에서 문제점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야기하게 하기위한 변호사와 활동가들의 노력이었습니다. 그분들의 노력과 실천을 잠시나마 바로 옆에서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로스쿨 1학년을 보내면서 제가 변호사로서 어떤 인권운동을 할 수 있을지 막연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번 한달간의 경험을 통해 제 미래의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재료를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변호사가 되어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님들과 다양한 자리에서 만나 함께 일하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판도라의 상자속 희망

최하림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버렸어.” 사무실에서 다른 실무수습생 친구들과 과제를 하다가 무심코 튀어나온 말이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판례들을 조사하면서 수많은 피해사실과 인정되거나 인정되지 않은 책임들을 읽어나가다 보니, 상자에서 튀어나와 세상에 퍼진 온갖 해악을 바로 마주하는 기분이 들어 그런 말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4주 동안 희망법에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교육을 받고, 세 개의 과제를 하고, 여러 대외활동에도 참여하면서 학교 수업이나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접하는 것보다 훨씬 자세하고 생생하게 사건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괴로운 일들은 성희롱 사건뿐만 아니라 정말 어디에나 있었습니다. 대형 인명사고에 대한 기업의 책임회피, 장애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증오범죄…

그러나 세상에는 아무리 슬프고 힘들더라도 용기를 내어 부정의에 맞서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의로운 판결이 내려지도록, 부당한 차별이 시정될 수 있도록 법정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회의실, 국회 토론회장, 바람 부는 기자회견장을 종횡무진 오가시는 변호사님들과 활동가님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배우면서, 그 사실을 새삼스럽게 실감했습니다.

판도라의 상자 속에는 희망이 남아 있었기에, 사람들은 상자에서 튀어나온 해악들이 괴롭혀도 희망만은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희망법과 함께 보낸 지난 4주 동안은 그런 희망의 존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다들 바쁘신 와중에도 실무수습생들을 환대하고 배려해 주셔서 더욱 감사했습니다.)

저 또한 무사히 법조인이 되어 반드시 공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뛰어다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러려면 일단 한 변호사님 말씀대로 ‘전투적으로’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