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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하계실무수습 후기 2편] ‘기지국수사’ 위헌여부 공개변론 방청기

손성동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7월 13일 우리는 헌법재판소에서 이른바 ‘기지국수사’(특정 시간대, 특정 기지국에서 발신된 모든 전화번호에 대해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받거나 압수∙수색을 하는 수사방식)와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 등(2항 포함)의 위헌성을 다투는 2012헌마 538사건의 공개변론을 방청했다. 이 사건은 같은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문제가 된 위치추적 사건(2012헌마191)과 병합되었는데, 희망법에서는 한가람 변호사님과 박한희, 김두나 변호사님이 공개변론을 맡아서 준비하셨다.

문제가 된 사건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기자로, 2011년 12월 민주통합당의 예비경선 당일에 현장에서 취재했다. 그런데 이후에 언론을 통하여 예비경선 현장에서 금품이 살포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피청구인 서울중방지방검찰청 검사는 내사에 착수하였고, 그 과정에서 전기통신사업자들에게 착·발신한 전화번호, 통화시간 등 659명의 통화기록과 위치정보 등을 요청한 기지국 수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기지국수사와는 별도로 이틀 뒤 CCTV를 통해 피내사자의 인적사항을 확보하였고, 혐의가 없어 내사는 종결되었다. 청구인은 이러한 내사 과정에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수집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종결 처리후 45일이 지난 때에야 서울지방검찰청으로부터 그 사실을 통지받았다(공개 변론 시 한가람 변호사님이 이날 통지 받은 것이 아니라 통지가 발송되었다는 것으로 수정). 청구인은 자신이 무슨 범죄혐의를 받은 것인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자신의 전화번호 뿐만 아니라 자신이 통화한 상대방의 전화번호까지 포함되어있자 큰 우려를 느낄 수 밖에 없었고, 이런 일이 반복되자 기지국수사와 기지국수사의 법률상 근거라고 주장되는 통신비밀보호법 제 13조 제1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청구의 요지는 (1) 기지국 수사는 법률상 근거가 없어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되고, (2) 이 사건에서 기지국수사는 필요하지 않았음에도 자의적인 수사편의성을 이유로 실시되고 통지도 늦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것, (3)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은 기지국수사를 허용하는지, 혹은 허용한다고 해도 그 구체적인 요건이 불분명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고, (4) 별도의 요건을 두고 있지 않아 영장주의 원칙에도 반한다는 것이다.

 

1차 공동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한가람 변호사님이 양식을 참고하라고 이 사건의 변론요지서를 주셨었고, 공개변론이 있기 일주일 전 다른 변호사님들 앞에서 연습하실 때 참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사건의 내용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공개변론을 방청할 수 있었다.

 

일주일 전에 공개변론을 미리 연습할 때에는 변호사님들 사이에서 의견을 주고 받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식으로 소송의 전략을 짜고 준비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발표 자료와 발표 내용이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목소리나, 발표자료의 글씨체에서부터 “영장주의”와 같은 용어를 어떤 의미로 사용해야하고 어떤 점을 강조하는 게 좋은지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소송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었다.

이전에 지방법원이나 고등법원에서 방청을 해 본적은 있었으나 헌법 재판을 방청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우리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신분증과 방청권을 교환한 뒤, 깨알같이 헌법 소책자를 하나씩 챙기고는 엄격한(?) 물품검사를 통과한 뒤 재판정으로 들어갔다.

재판정 안에는 생각보다 기자들도 많이 있었다. 헌법재판에서 공개 변론이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고, 기지국 수사의 위헌성이 가지는 의미도 있겠지만 나중에 올라온 기사를 보니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새로이 지명된 김이수 재판관 때문에 언론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진 것 같다. 재판관들이 등장하고, 기자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포토타임을 잠시 가진 후에 재판은 시작되었다.

첫 순서로 청구인 측의 발표를 맡은 한가람 변호사님은 꽤 긴장된 표정이었으나 우리 쪽을 보시고는 씩 웃으셨다. 왠지 모르게 나도 같이 긴장되었고, 실수 없이 변론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변호사님은 파워포인트로 만들어진 발표자료를 리모컨으로 넘기면서 발표하시려고 했는데,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시작 직전까지만해도 제대로 작동하던 리모컨이 막상 변론하려고 하니 작동하지 않아 슬라이드가 넘어가지 않았다. 나도 가슴이 철렁했다. 결국 함께 위치추적 부분을 맡아 함께 변론을 진행했던 다른 변호사님이 슬라이드를 넘겨주셨다. 적잖이 당황했을 것 같은데도 내가 보기에 변호사님은 시간도 정확하게 지키고, 말의 빠르기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준비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했던 것 같다.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을 요청한 취지에 맞추어, 방청객들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어려운 법률용어로 법리를 풀어내기 보다는,  최대한 간결하게  기지국 수사의 위헌성을 설명하는(한가람 변호사님 표현 대로) “TED 강연”처럼 잘 진행되었던 것 같다.

법무부(이해관계인) 측에서는 따로 발표자료를 화면에 띄우지 않고 변론요지서를 읽는 듯한 방식으로 변론을 진행하였다. 주된 내용은, 한 번의 기지국 수사로 얻게 되는 전화번호의 수가 청구인측 주장보다 훨씬 적고, 기지국 수사의 횟수 자체도 매년 급감하고 있으며, 기지국 수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사생활을 침해할 정도로 상세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양측에 대한 재판부의 질문이 이어졌다. 청구인측에게는, 일주일 전의 예행연습 때도 지적되었던 것과 같이, 기지국 수사의 성격 (즉, 이를 임의수사로 볼 것인가 강제수사로 볼 것인가)을 질문하였고, 그에 따라 영장주의 즉 구속영장과의 관계는 어떻게 보는 것이 적합한가에 대하여 주로 질문했던 것 같다. 청구인측에서는 기지국 수사는 이 사건과 같이 사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므로, 기지국 수사에 영장주의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에 준하여 요건이 제한되고, 수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그러한 수사에 이에 불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답변하였다. 반면, 법무부쪽에는 위와 같은 질문에 더불어 내사는 언제 끝날 것인지 모르는 것인데, 내사가 종결되고 일정한 기간 내에 통지를 하는 것이 당사자가 그 과정에 참여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위헌적이지는 않는지, 필요한 자료 외에 나머지 자료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청구인 측의 주장 중 상당 부분이 이미 국가인권위원회가 여러차례 지적한 것과 동일한데, 법무부나 검찰 쪽에서 이를 개선할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닌지 등에 대하여 질문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무부측에서는 기본적으로 입법적으로 개선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행 법조항이나 기지국 수사가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태도로 접근하였다. 즉, 말하자면 구형사소송법에서 구속영장은 수사의 필요성만 충족되면 받아들여졌는데,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어 법이 개정되었다고 해서 구형사소송법이 위헌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지만 실제 수사에 사용되지 않는 자료는 다 폐기한다고 하였다.

 

이어 청구인측과 이해관계인 측의 참고인들의 의견을 진술하고, 재판부가 질문하였다. 여기에서는 주로 우리 쪽에서는 한 주 전에 국회에서 있었던 경찰폭력 토론회에서 뵈었던 이호중 교수님이 참고인으로 나오셔서 진술하셨다. 교수님은 법원의 허가라는 요건이 있음에도 조회신청이 법원에서 거의 기각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절차나 대상범죄의 제한 없이 개인의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이 조회할 수 있는 것은 전세계에서 유례없는 인권침해라는 점을 강변하셨다. 또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제공요청은 최소한 그 정보수집의 대상이 된 가입자를 특정할 것을 필수요건으로 하므로, 이 사건 절차조항은 기지국 수사를 허용하는 근거조항이 될 수 없어 법률유보원칙에 반하고,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는 요건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서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는 점도 강조하셨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외국의 사례와 일반적 행동자유권 역시 침해된다는 청구인 측 주장 등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교수님은 주로 독일의 사례를 들어 한국과 비교하여 설명하셨고,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직접 침해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위치추적과 기지국 수사가 지금과 같이 제한없이 이루어질 경우 구속영장보다 더 심각한 기본권의 침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이해관계인 측에서는 차진아 교수님이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는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현장 주변의 통신기록 등을 포괄적으로 열람 내지 제출받아 검토하는 것까지 포함되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설명하였다. 또 직접 수사관을 파견해 범죄 피의자의 소재를 추적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피의자 등의 기본권 침해 정도가 위치추적 자료의 제공보다 덜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어진 재판부와의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이호중 교수님이 사례로 든 독일의 경우가 오히려 가장 엄격하게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조회를 통제하고 있는 경우라고 설명하였고, 입법적으로 그 절차를 엄격히 하거나 대상범죄를 제한하여 개선할 여지는 있으나 이 자체로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을 반복하였다.

 

재판부에서 참고인에 대한 질문을 마무리하고 최종변론을 시작하려 할 때 한가람 변호사님께서 발언을 신청하여, 이 사건 청구인의 경우 사건종결 처리 후45일이 지나서 통지를 받은 것이 아니라 그 날짜로 수사기관에서 발송한 것이라고 서면과 발언을 수정하였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3은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받은 경우 대상에게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그 사실을 통지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 기점을 언제로 보더라도 통지는 늦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사실상 기지국 수사가 행해진 횟수로 볼 때 대부분의 경우 통지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최종변론에서 역시 우리 쪽에서는 방청하는 사람들을 생각하여 사실상 여기 있는 모두의 전화번호가 조회되고 있으며, 전화번호와 통화하는 상대방의 전화번호만 몇주간 조사하면 사실상 그 사람의 인간관계나 동선도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이해관계인 측에서는 앞서와 같이, 기지국 수사의 효율성에 비하여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개인정보는 굉장히 제한적인 것이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지 않는다는 점과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지난 주의 인천성모병원 사건의 증인신문과 더불어 기지국 수사 공개변론 방청은 이번 실무수습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활동으로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도, 마치 드라마를 보듯이 단순히 기록과 서면을 확인하는 재판이 아니라 구두로 양측의 주장이 오가고, 특히 이번 공개변론은 재판부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이를 이해하게 해야한다는 점에서 예전에 방청했던 재판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다 역동적인 과정을 통해서 서면이나 기록으로는 쉽게 읽을 수 없었던 쟁점이라든가 상대방 주장의 모순 같은 것이 더 드러나기도 하는 것 같아서 재밌고 유익했다.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나에게는 말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게 하였고, 이후에 과제 등으로 서면을 읽을 때 ‘상대방은 여기에 대해서 뭐라고 주장하고 어떻게 반박하는 것이 주장할까’ 하는 점들을 조금 더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영장주의”나 “강제수사” 혹은”임의수사” 등에 대한 재판부의 질문과 양측의 응답을 들으면서 재판에 있어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하는지, 어떤 언어로서 풀어내는지가 실제 재판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실감하면서, 그 민감한 언어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그런 용어 자체를 이번 사건으로 처음 알게 되기도 했지만.

그리고 서면을 볼 때는 잘 못느꼈었는데, 상대방 주장에 모순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즉, 법무부에서는 초반부에 주장할 때 마치 지금 행해지는 기지국 수사나 위치정보 조회는 조회되는 사실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매우 적거나 없다고 하면서도, 후반부에서는 이러한 수사 방식이 매우 효율적이어서 다른 방식으로 대체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그런데 알 수 있는게 별로 없어서 기본권을 별로 침해하지 않는 수사방식이 어떻게 꼭 필요한 수사 방식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는 이 사건에서 기지국 수사를 요청한 바로 이틀 후에 CCTV를 통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지국 수사는 수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다른 실무수습과 더불어 기지국 수사 공개변론 방청의 경험은 법과 판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이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하였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학기밖에 되지 않았지만 판결문으로만 공부하던 재판이나 사건을, 준비서면 등 각종 기록과 함께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시각을 제공해 주었다. 사건은 항상 판결문에 요약된 것처럼 단순하지 않았고, 법리는 간단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론을 직관적으로 정해놓고 이유를 갖다붙이는 방식으로 생각해온 나에게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배우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