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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하계실무수습 후기 1편] “첫 번째 공동과제는 군형법 제92조의6에 대한 위헌 의견서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글. 한상원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한가람 변호사님의 과제소개를 듣자마자 놀란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 4월, 육군이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에 의거해 동성애자를 색출하는 반인권적인 수사를 진행하였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이후 이 사건으로 구속기소 된 A대위에게는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의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동성군인 간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법률이 과연 정당할까?’ 이러한 문제의식을 안고 교내 인권법학회 친구들과 함께 군형법상 추행죄에 대해 연구하는 모임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군형법상 추행죄의 위헌성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학교 인권법학회와 로스쿨·사법연수원 공익인권법학회 연합 [인;연]의 이름으로 게재하였었다.

이 사건을 통해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단순히 개인과 사회 일부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법률의 이름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성 소수자에 대한 법률적 차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하여 이번 여름방학에 SOGI(Sexual Orientation&Gender Identity-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법·정책 개선 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희망을 만드는 법”으로 실무수습을 나가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희망법에 실무수습을 나와서 처음 받게 된 과제가 바로 군형법상 추행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의 위헌 의견서 작성이라니, 놀람과 더불어 일정 부분은 반가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지나간 첫 주

그러나 공동과제를 받고 첫 주 동안은 빽빽한 교육일정으로 인해 저녁 시간을 이용하여 틈틈이 서면을 검토하고 자료를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안은 헌법재판소에서 지난 2002년도에서부터 바로 작년에 이르기까지 총 세 차례의 결정을 통해 합헌을 선언한 사안의 네 번째 위헌심사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그런 만큼 헌재의 확고한 결정례를 뒤집기 위한 치밀한 법리적 논증과 더불어, 해외사례에 대한 조사를 포함한 실증적, 경험적 자료에 대한 수집까지 요하는 작업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사안 자체가 가지는 특수성은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더욱 배가시켰다. 변호사님들의 말씀에 따르자면 헌법재판 또한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률의 적용을 받는 당사자와 당해 사건의 사실관계는 위헌성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사안은 기존의 합헌결정 당시의 사실관계와 달리, 어떠한 권력관계도 전제되지 않은 동기간의 합의에 의한 성행위에 대한 군검찰의 기소로 의해 시작되었다.

성인 간 합의된 성관계가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은 간통죄의 폐지를 통해 우리 사회의 상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군인이라는 특수성이 과연 이 같은 상식을 뒤집을 만큼 중대한 필요성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처벌이 과연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과 국제적 인권 기준에 부합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 사건은 이러한 의문에 대해 당해 사건의 피고인들보다 앞서, 인천지방법원의 담당 재판부가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사건이었다.

이러한 사실관계는 상급자가 하급자를 상대로 성적 행위를 감행하여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군대 내의 특수한 사정에 근거하여 군형법상 추행죄를 통해 동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를 처벌할 필요성을 역설한 헌법재판소의 기존 결정례가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에서, 불명확한 규정에 의해 억울한 희생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내 주고 있었다.

 

본격적인 과제를 시작하며

둘째 주가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동료 실무수습생들과 더불어 의견서 작성 방향과 구체적인 구성에 대하여 논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2주차까지는 여전히 일과시간 내에 교육 일정이 빼곡하게 차 있었고, 별도의 개별과제도 진행하느라 다소 빠듯하긴 했지만, 막간을 이용하여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첫 의견서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의견서에서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가지고 있는 적용대상, 강제력 요부, 행위장소와 행위자 간의 관계 등의 불명확성이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신체의 자유와 같은 중대한 기본권을 침해하며,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로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는 조항임을 논증하였다.

로스쿨 실무수습은 보통 2주에 거쳐 이루어진다. 따라서 2주라는 시간은 실무수습 하나가 시작되고 끝나는 기간에 해당한다. 그 기간 중 우리는 상당량의 교육과 재판방청, 외부회의와 기자회견 등을 경험하였다. 그리고 동시에 군형법상 추행죄와 끝이 보이지 않는 씨름을 동시에 진행하였다. 그 결과 나온 첫 의견서는 우리에게 큰 보람을 주었지만, 이 의견서를 발전시킨 2차 공동과제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서야 할 또 하나의 기준점이 되었다. 우리는 한가람 변호사님의 1차 공동과제 강평을 통해, 이전에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사안의 쟁점과 잘못된 용어 사용 등을 보완해나가고, 나아가 조금 더 개별 쟁점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진행해 나가기로 하고 또 한 번의 씨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발표를 준비하다

3, 4주차에는 일정이 많이 잡혀 있지 않았기 때문에 군형법 공동과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2차 공동과제는 1차와 달리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서로 간의 협의가 더욱 중요해졌다. 다행히 동료들과 함께 식사준비를 하고, 외부일정 등을 함께하며 더욱 친해질 수 있었고, 틈틈이 과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기존 선례를 변경해야 할 필요성에 대하여 치밀하게 논증할 것을 요구한 2차 과제를 준비하기 위하여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뿐만 아니라 대법원의 판례를 치밀하게 분석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기존의 결정례와 판례는 언어가 가지는 불명확성을 이용하여 심판대상조항의 보호법익이 가지는 허구성을 은폐하고 있으며,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의 본질을 규명하는 것을 외면해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의식들을 제한된 기간 안에 PPT 안에 모두 정리하고, 발표를 준비하려고 하니 2주라는 시간이 다시금 순삭(순식간에 삭제)되어버리고 말았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4주라는 실무수습 기간은 지나치게 긴 것 같고, 한 3주쯤이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상 4주라는 시간이 모두 지나가고 공동과제 발표의 시간을 눈앞에 두자, 4주라는 시간조차 배움을 통해 무엇인가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부족한, 혹은 최소한으로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발표 전날 밤을 꼬박 새우게 되었고, 마법에 가까운 PPT 제작능력을 보여준 실무수습생 현령님의 맹활약으로 엄청난 퀄리티의 PPT를 통해 발표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1시간으로 예정되었던 시간을 40분가량 초과하여 발표를 진행하고, 변호사님들과 치열한 강평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희망법 실무수습의 특징이자 장점이라면, 바로 이처럼 상호존중 하에 이루어지는 강평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희망법 실무수습은 다른 실무수습과 달리 실제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서면을 작성하게 된다. 아직 변호사님들이 작성하지 않은 서면의 초안을 작성하는 것이니만큼, 변호사님들 또한 일방적인 강평을 넘어 서면의 내용과 의도에 관해 토론 형식의 강평을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설득력 있는 법리와 논증 또는 참고자료 등을 제안할 경우, 실제 사건에서도 적극적으로 반영하신다고 한다. 올해 신입 변호사로 들어오신 박한희 변호사님과 김두나 변호사님 또한 실무수습 당시 발로 뛰며 작성하였던 의견서가 실제 사건에 반영되고 승소까지 이어지게 되어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으셨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발표한 내용이 실제 사건에 얼마나 반영될지, 또한 실제 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형법상 추행죄와 씨름하며 보낸 한 달은, 나에게 성 소수자를 차별하는 법률이 가지고 있는 위헌성과 문제점을 확인하고 동료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국가에 의해 소외되고 배제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성적 소수자의 어려움과 이 같은 차별적 현실에 눈을 뜰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앞으로도 법률가의 길을 걸어가는 이상, 이 같은 문제에 눈감지 않고 희망법 변호사님들이 해오셨듯이 누군가의 아픔과 억울함을 한 줌이라도 나누어지고 함께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실무수습과 더불어 로스쿨에서의 지난 1년 반을 되돌아보다

이처럼 군형법 제92조의6의 위헌성이라는 커다란 주제와 씨름하며, 4주라는 실무수습 기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리고 이 기간은 나에게 있어서 로스쿨에서의 절반을 마무리하고, 변호사시험을 향한 후반부를 준비해야 하는 특별한 순간이기도 하였다. 로스쿨에서의 지난 1년 반을 돌이켜보면, 교과서에 쓰여있는 끊임없는 판례와 학설의 다툼, 그리고 이에 대한 끝없고 무의미해 보이는 암기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었던 것 같다. 법학이 내게 맞는 것인지, 그리고 내가 가려는 길이 정말로 나에게 의미 있는 길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던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러한 고민 끝에 선택한 희망법 실무수습은, 무의미해 보였던 로스쿨에서의 학업이 내가 살아가는 사회를 조금 더 정의롭고 평등하게 만들어 나가기 위해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직접 경험하고, 그 가치를 체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로스쿨에서 남은 시간 동안, 더욱 치열하게 공부할 동기를 유발하기도 하였다. 나에게 이러한 기회를 제공해준 희망법 모든 구성원분들과, 또한 이러한 기회가 있을 수 있도록 희망법을 후원해주신 모든 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끝으로…

희망을 만드는 법이라는 단체명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법을 통해 희망을 만들겠다는 다짐과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함께 찾아 나가겠다는 의지가 그것이리라 생각한다. 나 또한 이러한 희망법의 바람을 함께 공유하며 때로는 암담하고 답이 없어 보이는 현실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법을 통하여 인권침해와 차별로 상처 난 세상을 치유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다짐한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고 있고, 또 앞으로 공유해야 할 로스쿨 학생들이 주저 없이 희망법 실무수습을 선택하여 이러한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