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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7, 2014

이제는 그의 삶이 1991년의 테두리 밖에 놓여질 수 있을까

  이제는 그의 삶이 1991년의 테두리 밖에 놓여질 수 있을까 – 강기훈 유서대필 재심사건 방청기   2014년 1월 16일, 서울고법 형사10부의 심리로 열린 강기훈씨의 유서대필 의혹 사건의 재심 결심공판을 방청하였습니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중요한 사건을 방청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 기대가 되었습니다.   강기훈씨는 1991년 5월 8일 노태우 정권 타도를 외치며 분신자살한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필하여 자살을 방조한 혐의 등으로 1992년 7월 24일 징역 3년의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007년 1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조사위원회’는 김기설씨의 유서 필체와 강기훈씨의 필체가 다르다는 국과수 및 7개 감정기관의 필적 재감정 결과를 토대로 재심 권고를 하였고, 당시 필적감정인 김형영 등의 허위증언이 있었음이 인정되어 재심 결정을 받고 지금에 이른 것입니다.   결심공판에서는 검사측과 변호인측의 최종변론 및 강기훈시의 최후진술이 2시간 반 가량 동안 이어졌습니다. 필체의 동일성 여부가 공판의 쟁점이었던 만큼 일부는 김기설씨의, 일부는 강기훈씨의 것일 수많은 자음과 모음의 파편들이 정리되어 감정결과로 제시되었고, 모두들 저마다의 의문 또는 확신을 가지며 재판에 집중하였습니다.   우리 형사소송법 제307조는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측은 20여 년 전과 다름없이 강기훈씨의 유죄를 주장하면서 그 혐의에 대한 입증이 아닌 의심만을 던지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반면 변호인측은 1991년도 김형영의 감정결과 이외에는 2007년부터 이루어진 모든 감정결과가 유서의 필체가 김기설씨의 것이며 강기훈씨의 필체와 다름을 일관성 있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강기훈씨는 소위 유서대필 사건 이후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몇 가지 장면들에 대한 묘사로 최후진술을 시작했습니다. 순간 이 재판을 방청하기 전에 찾아보았던 1991년의 기사에서 본 청년 강기훈씨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때로는 차분하고 절제된, 때로는 분노에 찬 진술에서 20여 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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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 편의제공 개선을 위한 시각장애인 학생 증언대회 참관기

수능시험 편의제공 개선을 위한 시각장애인 학생 증언대회 참관기     해마다 수능 날이 되면 나라가 들썩입니다. 수험생들이 시험장에 잘 도착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이 조절되고 듣기 평가가 이뤄지는 시간에는 공항에서의 이착륙도 금지됩니다. 한 가지 목표만 보고 달려 온 학생들이 기량을 제대로 펼칠 수 있게 최대한 배려를 해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모든 수험생들이 동등한 출발선에서 수능에 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1월 22일 이룸 센터 누리홀에서 수능시험 편의제공 개선을 위한 시각장애인 학생 증언대회가 있었습니다.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경험담을 들음으로써 수능을 볼 때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어영역의 경우 특히 여러 가지 기호와 지문을 대조하여 문제를 풀어야 할 때 일일이 손으로 훑어가며 필요한 내용을 찾아야 하고, 미니 카세트를 이용하더라도 자체 북마크 기능이 없어 스스로 조작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v74c0yXTwGs7yXXyyQXwVaX [수능 국어영역 비교시연 영상] 수학영역의 경우 점자판을 가지고 필산을 하지만 같은 문제를 가지고 시각장애인 학생과 비장애인 학생이 문제를 푸는 영상을 보니 시간의 차이가 엄청 났고, 결국에는 암산에 의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영어 영역의 경우 지문을 녹음한 테이프가 제공되지만 원하는 부분을 찾아 듣는 것이 어렵고 원어민 발음으로 녹음되어 있어 자세히 들으려 재생속도를 늦추면 발음이 깨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v40cfkkeT6zoVyyoo8yzma6 .[수능 수학영역 비교 시연 영상]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3호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것을 차별행위로 규정합니다. 동조 제2항에 의하면 ‘정당한 편의 제공’이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설비·도구·서비스 등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를 말합니다. 현재 시각장애인 수험생에게는 점자 문제지와 녹음테이프 그리고 1.7배의 시험 시간 연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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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의 기억

‘희망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의 기억   영화 변호인에서는 두 종류의 변호사가 나온다. 유, 무죄를 다투는 변호사와 형량을 다투는 변호사. 영화에서는 후자의 변호사가 부패하고 불의한 법조계의 일부처럼 묘사되지만, 무엇이 그 당시, 그 피고인에게 더 유리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무엇이 구체적 정의이고 부패인지 확신하기는 쉽지 않다. 나에게 공익변호사의 길이 어떤 길인가에 대한 고민은 앞의 불확실과 연결되어있다. 더 이상 나열하기조차 민망한 무수한 비극을 만들어내는 체계 속에서 나는 비극중 하나인 당사자와 거기서 생존해야하는 나를 위해 어디까지 타협해야 하고 어디까지 거부해야하는가. 나에게 희망법은 이와 비슷한 고민들 속에 실천이 있는 장소였고 이곳에서의 다양한 경험들 그 자체로 진로에 대한 고민들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1. 재심 기록과 재판 방청   개별 과제와 재판방청에서는 재심기록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사무실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재심기록을 본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시간이었다. 과거사 문제를 사법적으로 다루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강기훈 유서대필 재판은 생애 처음으로 방청한 재판임과 동시에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재판이었다. 장시간 동안 지속된 프레젠테이션에서 검찰 측은 지루했고 피고 측은 통쾌했다. 마지막에 터져 나오는 피고인의 진술을 듣는 동안에는 분노와 슬픔의 감정이 묘하게 뒤섞였다.   2. 다양한 방법들 꼭 재판이 아니더라도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볼 수 있었다. 희망법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주관한 ‘수능시험 편의제공 개선을 위한 시각장애학생 증언대회’ 는 직접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정책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행사였다. 시각장애 학생들이 직접 수능문제를 푸는 영상을 보면서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편의 제공의 필요를 즉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영상을 뚝딱 만들어내는 변호사님들의 실력에 감탄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 문제를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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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대로 학교 안은 무사한 것일까

  그 말대로 학교 안은 무사한 것일까  – 집단 따돌린 자살 국가배상청구사건 방청기 동급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던 한 고등학교 1학년생이 자살을 했다. 4년 가까이 지난 여름에서야, 대법원이 학교당국에 책임이 없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는 기사로 이 일을 처음 접했다. 1심과 2심은 담임교사의 보호감독의무 위반을 일부 인정했었다. 대법원이 “정도가 심하지 않은” 집단괴롭힘에 따른 피해학생의 자살에 학교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건조한 기사에, 몇 언론에서 함께 언급하던 “동성애적 성향”이란 문구가 마음을 죄었다.  “정도가 심하지 않은”, 즉 조롱이나 비난, 장난에 불과할 뿐 ‘폭력적인 방법’은 아니라 판시했던 괴롭힘을 여전히 무미한 언어로 구체화하자면 이렇다. 외모 비하, 잦은 욕설, 물건 숨기기, 주먹질 폭행, 지우개가루와 감기약시럽 투척. 그 ‘이유’는 동성에게 고백했다거나, 여성 아이돌이 추는 춤을 췄다거나, 여자처럼 행동했다는 거다. 이는 학교 선생님의 피해 학생에 대한 행동 교정이나 전학 권유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상고법원이 파기 이유로 삼은 사실상·법률상의 판단에 기속된다. 승소 확률이 제로로 수렴하는 상황에서, 변호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파기환송심 변론에 결합한 희망법과 공감의 변호사들은 동성애혐오성 괴롭힘에 비추어 변론요지서를 새로이 썼고 심리적 부검을 의뢰하였으며, 전문가 증인을 세웠다. 파기환송심의 마지막 공판을 방청했다. 이날 공판은 피해 학생의 심리적 부검을 진행하신 박지영 교수의 전문가증언으로 진행되었다. 심리적 부검(psychological autopsy)은 자살에 대해 수집된 포괄적 정보를 바탕으로 자살의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이다. 전문가는 주변인에 대한 구조화된 면접 등을 통해 모든 활용 가능한 정보를 수집한다. 증언은 따돌림과 괴롭힘 속에서도 선생님을 믿고 성적 지향을 커밍아웃하고, 동급생의 폭행에 도움을 요청하며, 반성문 요구에도 진실을 얘기했던 열여섯 고등학생의 분투를 그렸다. 끝내는 소진되었다는 결과를 알기에, 울걱 이는 속울음을 삼켰다.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이성애중심의 교육 현장에서 ‘비정상’인 성소수자(나 성소수자로 의심받는 이들)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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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행복한 사회를 위하여 – 박주희, 주수원 부부

이번 만남 도란도란에서는 희망법 후원회원이신 박주희, 주수원 부부를 만났습니다. 인터뷰는 작년 11월에 진행되었는데 이제야 글을 게시하게 되었네요. 주수원 회원의 인터뷰는 주로 메일로, 박주희 회원의 인터뷰는 구두로 진행되었습니다. 지면 분량상 인터뷰에서 오간 많은 이야기를 다 담지 못해 아쉽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두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희망법 조혜인: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주희, 주수원: 저희는 2000년에 처음 대학 생활협동조합 학생위원으로 만나, 2012년에 결혼하고, 2013년 7월부터는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부부 박주희, 주수원입니다. 협동조합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하고, 협동하는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있습니다.   혜인: 희망법과는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수원: 희망법에서 일하고 있는 조혜인, 한가람 변호사와 대학 시절 함께 반학생회도 했었고, 김재왕 변호사와도 잠깐 스친 인연도 있어서 가깝게 느껴집니다. 다들 대학 생활협동조합 조합원으로서 인연을 맺기도 했고요. 그렇다고 단지 구성원 때문만은 아니고, 개인적으로는 성소수자 인권 옹호 및 공익인권소송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희망법의 활동을 늘 마음속으로나마 응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동성결합 논의 정리, 성기성형 없이 성별정정허가 이끌어낸 서부지방법원 판결 등을 보며 혼자서 박수를 열심히 쳤습니다.   주희: 조혜인, 한가람 변호사를 알고 좋아합니다. 둘 다 대학을 다닐 때 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이었구요. 조혜인은 생협에서 주최한 책 벼룩시장에서 도우미를 자원해서 처음 만났어요. 사이즈가 큰 기념 티셔츠를 입고 일하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한가람은 육우당 사건 당시 활동하는 모습을 인상깊게 보았다가 희망법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희망법 사람들이 공익적인 활동을 한다는 점도 그렇지만, 자신의 일을 기존 영역 안에서 객관식으로만 찾기보다 주관식으로 답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모습들이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혜인: 두 분은 2012년에 결혼하시면서 결혼 축의금의 일부를 희망법과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에 나누어 기부하셨습니다. 어떤 동기로 이런 기부를 하시게 되었는지요?   수원: 축의금이란게 일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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