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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생명평화대행진 사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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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 때쯤 2012년 생명평화대행진에 대해 집시법위반 및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고인들 모두에 대한 전부 무죄판결을 이끌어 내었다는 1심 판결 소식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1심 판결 소식 바로가기).

이 사건은 검사의 항소로 항소심에 올라갔지만 항소기각, 다시 검사의 상고로 상고심에서 다루어졌지만 역시 상고기각판결이 선고되어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경찰의 수사와 검찰의 기소가 집회의 자유에 대한 혐오 아래 얼마나 터무니없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해 주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판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논평을 확인해 주세요~

* 이 소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글_이종희

2012생명평화대행진 일반교통방해 사건

대법원 무죄 확정에 대한 논평

대법원이 2012생명평화대행진에 대한 무죄 판결을 내놨다. 5월 27일 대법원 제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012년 제주 강정마을에서 서울까지 열린 생명평화대행진 관련 일반교통방해 및 집시법 위반 사건의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2년 6월 결성된 ‘SKY ACT 공동행동’은 제주해군기지 백지화, 비정규직·정리해고 철폐, 강제철거금지 등을 요구하며 같은 해 10월 5일 제주를 출발하여 전국을 순회하는 2012생명평화대행진을 진행했다. 대행진의 마지막 날인 11월 3일에는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시작하여 용산 남일당과 국방부, 서울역을 거쳐 서울광장까지 행진이 진행되었다. 검찰은 행진 참석자들이 행진 구간 가운데 삼각지 사거리에서 용산 벽산메가트리움 앞까지 약 500미터 구간의 하위 1개 차로를 약 30여분동안 행진한 것이 인도로 행진하기로 한 집회 신고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났다며 김덕진(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 부장원(제주군사기지범대위 조직국장), 박래군(인권중심 사람 소장), 김득중(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 등 4명을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벌금 100만원~15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이에 불복한 피고인들은 2014년 2월 정식재판을 청구한 바 있다.

2015년 5월 서울서부지법 형사 22단독 이정현 판사는 당시 집회가 집회 신고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지 않았다며 집시법 위반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피고인들이 점거한 하위 1개 차로 외 나머지 차로의 소통은 원활했다며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항소했으나 2015년 9월 서울서부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박평균)는 △이 사건 구간은 집회가 이루어진 전체 약 12Km 중 1/24에 불과한 500m이고 △편도 4차로 도로 중 하위 1개 차로만을 이용했으며 △약 14시간 동안 이루어진 집회 중 신고한 방법을 벗어나 이루어진 행진 시간은 30분에 불과했고 △행렬이 이 사건 구간 직전에도 경찰과 협의하여 삼각지 고가차도를 따라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구간에서도 차도 이용을 경찰과 협의하는 동안 행렬은 계속하여 차도로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집회 신고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지 않았다며 집시법 위반 부분에 대해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점거한 하위 1개 차로 외 나머지 차로의 소통은 원활했다며 일반교통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 사건 구간에서는 인도 외에 일부 차로를 이용하여 행진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법이었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경찰의 수사와 검찰의 기소가 얼마나 터무니없었는지를 뒤늦게나마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 검찰이 문제 삼은 구간은 삼각지 고가차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삼각지역을 우회하는 곳인데, 참가자들이 집회 신고에 따라 고가차도에서 내려와 차도 중앙에서 인도로 한꺼번에 들어갔다면 오히려 삼각지 사거리의 교통 흐름에 더욱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이 구간의 인도에는 지하철 출입시설과 기타 적치물 등이 많아 한 열에 겨우 2~3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좁았다. 만약 참가자들이 집회 신고에 따라 인도로 행진했다면 오히려 인도 통행이 장시간 어려워졌을 것이다. 참가자들이 신속히 차도로 이동한 것이 공공의 이익에 더 부합했던 것이다. 더욱이 참가자들은 이 사건 행진 1시간 후 기소된 구간의 반대편 차로를 통해 남일당에서 국방부로 행진했는데, 당시 경찰은 좁은 인도를 통해서 이동할 경우 오히려 정체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여 하위 1개 차로 행진을 허용하기까지 했다.

한편, 우리는 이번 사건이 집회를 규제하려는 집시법과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및 국제인권기준이 결코 양립할 수 없음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본다. 평화적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신고된 범위를 벗어났다거나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헌법이 보호하는 평화적 집회가 왜 신고라는 행정적 통제에 묶여 불법으로 취급되어야 하는가? 헌법재판소가 밝힌 대로 사전 신고가 경찰로 하여금 집회의 순조로운 개최와 공공의 안전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한 것이라면, 집회의 자유를 행사하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신고 관련 의무를 부과할 게 아니라 반대로 경찰에게 집회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할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시민들에게는 신고 절차를 통해 경찰에게 교통 통제와 차량의 우회로 유도 등 협조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어야 마땅하다. 만약 반대 주장을 하는 다른 집회로부터 위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그러한 위험의 방지를 위해 경찰의 협조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신고를 할 것인가 여부는 집회 주최측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이 사건처럼 신고 범위 일탈이나 미신고를 이유로 주최자를 처벌하거나 해산명령을 하게 되면 결국 집회의 방법을 결정할 자유가 시민으로부터 경찰로 넘어가게 된다. 기본권의 행사가 절차적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 기본권 행사 자체를 범죄행위로 둔갑시키는 것은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보호하는 헌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우리는 집회·시위에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여 기소하는 검찰의 관행과 법원의 해석도 문제임을 지적한다. 형법 제185조는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일반교통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다. 그 목적은 단순히 교통의 원활한 소통을 보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도로를 파괴하거나 교통 표지판을 부수는 행위 등으로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야기하는 행위를 금지하여 공중의 교통안전이라는 공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집회·시위를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한다며 기소하고 있고, 다수 법원 판례도 이를 주저 없이 인정하여 처벌하고 있는 실정이다. 집회·시위가 교통 소통에 장애를 초래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허용된다는 식의 논리는 헌법적 기본권인 집회·시위보다 교통 소통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법적용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으로,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보호 의무를 포기해 버린 것에 다름 아니다. 도대체 다수의 사람들이 도로를 파괴하지도 않고 장애물을 설치하지도 않는 집회·시위를, 단지 행진을 통해 교통 흐름을 막았다는 이유로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발상을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독일과 일본처럼 외국의 비슷한 입법례도 집회·시위를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하지는 않는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다른 범죄를 수반하지 않는 한 그 자체가 범죄로 규정되어서는 안 되는 기본권이다. 인간이 모여 걸을 때 그것이 설령 차도이더라도 그 행진을 형법상의 범죄로 단죄하려는 것은 교통 소통만을 지상가치로 여기는 사고이다. 필요하다면 차량을 우회시켜 교통 소통이 원활하도록 하는 책임은 경찰에게 있다. 교통에 지장을 줄 만큼 많은 사람이 집회·시위를 한다면, 진정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일은 군중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그처럼 많은 사람이 모일 정도로 강력한 주의와 주장을 어떻게 정치적 의사로 수렴하고 의제로 설정하느냐는 문제이다. 인간이 평화적으로 공공의 도로를 걷는다고 곧 반사회적, 반윤리적 ‘범죄’로 단죄하는 법해석으로부터 이제 벗어나야 한다.

2016년 6월 2일

천주교인권위원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