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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당신이 모르는 ‘차별금지법’의 실체

글 / 박 한 희

 

지난 5월 30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제21대 국회 개원을 맞아 ‘제21대 국회 주요 입법·정책 현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과제들과 부각해야 할 현안을 정리한 이 보고서에는 당연하게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역시 포함됐다.
이처럼 차별금지법이 이미 우리 사회의 주요 과제가 된 지 오래이다. 시민들의 지지도 역시 높다. 지난 1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1대 국회, 국민이 바라는 성평등입법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7.7%가 “성별, 장애, 인종, 성적지향 등 다양한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21대 국회에서는 개원과 동시에 차별금지법에 대한 좋은 움직임들이 나오고 있다. 14일 정의당은 차별금지법 발의 의지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했고,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국회에 차별금지법 입법을 촉구할 예정이다.
차별금지법을 발의조차 못했던 20대 국회와는 다른 모습들에 이번에야말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차별금지법이 그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 글에서는 현재까지 논의된 차별금지법안의 내용과 외국의 사례들을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의 효과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차별금지법 이후 ‘차별 금지’는 가능한가

 

2008년 제17대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노회찬 의원 대표발의)은 제1조에서 “이 법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하며, 차별을 예방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한다.
이처럼 모든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로 인한 피해에 대한 효과적 구제와 예방을 하는 것은 차별금지법의 기본적인 목적 중 하나이다.
성별, 장애 등 몇몇 사유만을 다루거나 고용 등 영역이 한정된 개별적 차별금지법과 달리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고용, 교육, 재화 및 용역, 행정서비스 등 전반적 영역에서 성별, 장애, 인종, 나이, 언어,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 20여 가지의 사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복합차별의 개념을 통해 장애 여성이 받는 차별, 이주민 성소수자가 받는 차별과 같이 중첩되고 교차적인 차별도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개개인의 차별피해에 대한 온전한 구제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효과적인 구제라는 말과 같이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법원을 통해 실효성 있는 손해배상, 적극적 조치 등의 차별구제도 가능해진다.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도 국가인권위가 차별을 조사하고 시정권고를 내리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는 권고이기에 한계가 있다.
가령 숭실대학교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라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전면 불수용하고 또 다시 유사한 차별행위를 했다. 만일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법원의 시정판결이 나왔다면 이 사안은 다르게 처리됐을 것이다.
이처럼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다양한 차별피해에 대해 실효성 있는 구제가 이루어지고 관련된 판례, 결정례들도 축적될 것이다.
이는 향후에 일어날 차별을 금지하는 예방효과도 지닌다. 가령 오스트리아는 1992년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도입했는데 법 도입 초기인 1994년 연간 1200건에 달하는 피해 진정이 도입 후 10년 뒤인 2002년 500건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법의 효과성이 입증됐다. [1]
다만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이러한 구제조치가 형사처벌은 아니라는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표현의 자유가 탄압되고 과도한 처벌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하지만 현재까지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민사상 손해배상, 시정조치를 통한 구제제도를 두고 있다.
벌칙은 오직 한 가지뿐인데 ‘차별을 당했다고 신고한 사람에게 불이익조치를 가하는 경우’이다. 차별에 문제제기를 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차별금지법의 취지 자체를 훼손하는 것이기에 엄격히 금지하는 것이다.

 

 

평등법 도입 이후 영국인의 일상

 

이와 같이 차별금지법 제정은 개별 차별 피해를 구제하고 나아가 잠재적인 차별 피해를 예방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중요한 차별금지법의 효과가 있다.
바로 차별이 무엇인지, 평등을 위해 개인, 단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함으로써 사회 전반의 평등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다.
영국의 사례는 이러한 차별금지법의 효과를 잘 보여준다. 영국은 2010년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해당하는 ‘평등법(Equality Act 2010)’을 제정했다.
이후 2012년 영국 정부 평등청은 기업, 단체들을 대상으로 평등법 시행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평등법 시행 이후 많은 조직에서 지난 2년간 일터에서의 평등 이슈에 대해 좀 더 의식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특히 250인 이상의 대규모 조직의 경우 78%가 평등에 대해 더 민감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존의 평등정책을 갖고 있던 조직들의 50% 이상이 법 제정 이후 내용을 업데이트한 것으로 나타나, 조직 내의 정책에도 평등법이 실질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2]
네덜란드의 1994년 평등대우법(Equal Treatment Act) 시행 이후 효과를 분석한 연구 역시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르면 평등대우법은 직접적인 영향 외에 조직, 기관들이 생각하는 방식과 규범에 간접적인 영향을 줌으로써 사회 전반의 평등을 진전시켰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 이주 아동의 지위, 이주 아동 및 부모에 대한 편견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짐으로써, 아동들에게 관용과 평등이 중요한 규범으로 자리 잡게 되었음을 위 연구는 지적하고 있다. [3]
이처럼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것은 단지 개별적 차별 피해 구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를 통해 평등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좀 더 평등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사람들이 좀 더 인식하고 토론하게 함으로써,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고 평등과 반차별의 관행, 규정들이 정착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즉 차별금지법은 사회 전반의, 모두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법인 것이다.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면

 

“모든 사람은 평등하며 차별해서는 안 된다.”

 

이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지난 총선을 앞두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질의에 “어떠한 차별도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 침해, 인권의 사각지대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라고 답했고, 최근 미래통합당 의원들 역시 미국의 인종차별을 규탄하여 #모든차별에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국회 내에서 퍼포먼스를 했다.
그럼에도 두 거대 양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를 핑계대며 미온적인 태도만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차별금지법 제정은 이미 시민들 절대 다수가 찬성하는 법으로 사회적 공감대는 만들어져 있다. 한발 뒤처진 국회가 이에 맞추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곧바로 모든 차별을 없애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차별 피해에 대한 구제와 예방조치, 평등에 대한 인식 향상을 통해 사회는 조금씩 분명하게 진전돼나갈 것이다.
만일 2007년 그때 차별금지법이 제정됐다면 2020년의 우리 사회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여당은 21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겠다고 했다. 21대 국회가 반차별과 평등에 대해서도 분명히 목소리를 내고 필요한 일을 하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1] McColgan, Aileen. et al(2006). “Comparative analysis on national measures to combat discrimination outside employment and occupation : mapping study on existing national legislative measures – and their impact in – tackling discrimination outside the field of employment and occupation on the grounds of sex, religion or belief, disability, age and sexual orientation, VT/2005/062”, European Commison.
[2] Perren, Kim. et al(2012). “Evaluation of the Implementation of the Equality Act 2010:Report 1 – Organisational Approaches to Equality”, Government Equalities Office
[3] Tetty Havinga(2002), “The effects and limits of anti-discrimination law in The Netherlands”, International Journal of the Sociology of Law 30

 

*사진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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