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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가지 유형의 장애인에게만 장애인 복지를 제공하는 장애인 등록 제도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글 / 김 재 왕

 

희망법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과 함께 현행 장애인 등록 제도를 바꾸는 활동을 벌일 계획입니다. 그 시작으로 지난 10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의 장애인 등록 신청을 지원하고, CRPS가 장애로 인정되어야 하는 이유를 담은 의견서를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제출하였습니다. 그리고 장애인 등록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 장애인 등록 제도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복지 서비스를 받으려면 우선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으로 등록하여야 합니다.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장애인연금은 물론 장애인용 주차 구역을 이용하려고 해도 우선 장애인으로 등록하고 개별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장애인복지법」시행령 [별표 1]은 지체, 시각, 청각 등 15가지 유형만을 규정하고 있고, 보건복지부 고시 「장애정도판정기준」은 위 15가지 장애 유형에 대한 판단 기준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치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HIV 감염인, 뚜렛 증후군 환자 등 15가지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은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장애인 등록 문턱을 넘지 못하여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장애로 인한 어려움을 개인이나 가족의 도움으로 견뎌내야만
하였습니다.

 

❏ 15가지 유형 제한은 정당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1항은 “”장애인”이란 신체적ㆍ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라고 하여, 장애 유형을 제한하고 있지 않습니다. 15가지 유형 제한은 행정부에서 만든 기준일 뿐입니다. 대법원도 지난 해,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별표1]에 열거된 15가지 장애유형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장애의 판정을 위한 절대적인 준거가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장애등록을 신청한 자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1항) 임이 분명하다면, 위 15가지 유형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유사한 장애유형을 유추 적용하여 장애등급 판정을 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6두50907 판결).

 

❏ CRPS는 어떤 장애일까요?
CRPS는 외상 후 특정 부위에 발생하는 만성 신경병성 통증과 이와 동반된 자율신경계 기능 이상, 피부 변화, 기능성 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질환입니다. 통증은 손상의 정도에서 기대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극심하게 발생하며, 해당 손상이 해결되거나 사라졌음에도 지속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러한 통증은 미세한 자극에 의해서도 유발되는 경향이 있고, 통증부위의 운동성 감소, 근육 경련 및 약화, 위축, 관절의 경직도 증가를 동반합니다. 그래서 CRPS 환자들은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 신청인은 아픈 몸을 ‘꾀병 환자’로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이번에 장애인 등록을 신청한 신청인은 간호사로 업무 중 사고로 오른쪽 발목을 다친 뒤에 원인 모를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진통제 투약, 뼈 돌기 제거술 등을 받았지만 통증은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통증 치료를 시작한 지 4년이 더 지나서야 CRPS로 확진 받을 수 있었습니다. CRPS로 진단 받은 뒤에도 마약성 진통제 투약, 척수신경자극기삽입 등 통증과의 싸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청인은 휠체어를 타고 간호 업무가 아닌 접수 업무로 업무를 변경할 만큼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신청인이 이렇게 힘들게 싸우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신청인이 몸을 사린다든지, 무기력하다든지 신청인을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신청인의 싸움은 오롯이 신청인과 그 가족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신청인은 기자회견에서, 죽을 것 같은 통증을 주관적 증상으로 치부함은 부당하다고 하였습니다. CRPS 환자들은 ‘죽음의 고통’을 느끼는 질환임을 입증하기 위해 그만큼 고통스러운 사회 현실에 부딪히고 있다며, 공식적인 인정이 절실하다고 하였습니다. 신청인에게 장애인등록증은 복지 서비스를 받기 위한 조건일 뿐만 아니라 자기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회의 징표인 셈입니다.

 

❏ 장애인 등록 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신청인과 같은 사람이 장애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금의 장애인 등록 제도는 바뀌어야 합니다. 장애인 등록을 기준으로 복지 서비스 대상자를 선별함이 아니라, 개별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이 자신의 욕구에 맞게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고, 서비스별로 대상자를 심사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희망법은 신청인과 같은 CRPS 환자들은 물론 HIV 감염인, 치매 환자 등 현행 장애인 등록 제도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국가로부터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려고 합니다. 계속 지켜봐 주세요.

 

 

10월 15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들에 대한 장애등록 인정을 촉구하고,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에 의견서를 전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