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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6명의 성소수자가 동성커플 권리를 위해 국가인권위에 진정”

지난 11월 1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이하 ‘가구넷’)는 <동성혼· 파트너십 권리를 위한 성소수자 집단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성소수자 1,056명이 참여한 집단진정을 제기한다고 밝혔습니다. 동성혼과 파트너십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3월 한국인과 영국인 동성부부의 진정을 각하하는 등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것을 규탄하고, 성소수자 인권 침해에 대해 보다 엄밀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해 나갈 것을 촉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아래의 글은 가구넷에서 발표한 기자회견 당시의 자료와 사진입니다. 한편, 이날 현장에는 희망법 류민희, 박한희, 조혜인 변호사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지난 11월 13일 오전 인권위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 공동진정인 1,056명은 “한국의 동성부부와 커플은 헌법 상 보장된 기본권인 혼인과 가족생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여 차별 없이 주거권, 노동권, 사회보장권, 건강권을 누리지 못하는 등 전반적인 경제적·사회적 권리의 침해를 겪고 있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중앙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 어디에서도 동성부부와 커플에게 어떠한 공적 인정도 하지 않는 한국의 상황은 국제인권법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피진정인은 대한민국 정부 및 각 부처의 장, 국회의장, 각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며, 진정취지는 정부와 국회의장에게는 성별과 관계없이 혼인이 가능하도록 민법 개정 등 입법적 조치를 취할 것, 각 부처에서 동성 부부 및 커플에게 의료, 건강보험, 주거 공급, 직장 복지 등에 관한 제도를 개선할 것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진정서에는 한국의 동성 커플이 주거, 연금 등 사회보장의 측면이나 배우자나 파트너가 아프거나 사망했을 때의 법률관계 등 생활의 많은 면에서 겪는 어려움이 드러나 있습니다. 진정인들은 진정에 참여하며 아래의 내용을 남겼습니다.

 

 

“만난 지 3년이 다 되어가고 미래를 생각하며 결혼을 점점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에 매번 좌절감을 느낍니다. 무연고 장례식을 치른 어떤 노부부의 사연을 보고는 서로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우리도 결국 저렇게 되지 않을까 하고요. 서로가 사실상 파트너이자 동반자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아무런 연이 없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죽음에도 장례조차 치러줄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응급실에서 원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파트너의 보호자가 될 수 없었어요. 보호자가 아니기 때문에 ‘가족도 뭣도 아니잖아요’ 라는 말을 들어야했고, 의식이 없는 파트너에게 적절한 조치는 원가족이 오기 전까지 보호자의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미뤄야했습니다. 원가족이 도착한 후에는 보호자 1인에 속할 수 없었고, 응급실 밖에 있어야 했습니다.”

“지역가입자면서 무주택자여서 애인의 집에 얹혀사는 이유와 가난을 건강보험공단에 설명해서 제출해야했습니다. 동거사유를 쓰는 부분에서 참…”

“저희는 7년째 만나고 있는 레즈비언 커플입니다. 저희는 둘 다 공무원이지만. 다른 부부 및 가족은 다 받는 가족수당도 못 받고, 파트너 가족의 경조사에도 경조사 휴가가 아닌 개인 연가를 사용해야만 합니다. 또한 연금 상속도 어려운 이야기죠.”

<진정서 중 발췌>

 

 

앞서 올해 6월에 진행한 실태조사 (한국에서 동성 파트너와 동거 중인 380명 참여)에서는 한국에서 동거 동성커플은 입원과 수술 등 의료이용 과정에서 서로의 보호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주거정책 등 부부 및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에서 배제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진정인 발언 중인 김용민 씨(우)와 소성욱 씨(좌) 부부

 

 

진정인 김용민 씨·소성욱 씨 부부는 “제가 한 때 매우 아파 2년 동안 집 밖으로 나가기도 힘들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저의 지금 남편이 없었더라면 저는 회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중략) 물을 사러 밖을 나가지도 못할 때 남편이 물을 사다주고, 밥을 먹지도 못할때 식사를 준비해주었습니다. 계절이 바뀌는줄도 모르고 집안에서만 아파하던 저의 곁에서 날씨를 알려주던 것도 남편이었습니다. 저의 남편은 곁을 지켜주고 아플때 보살펴주는 소중한 존재로서 오랫동안 저의 옆에 있었습니다. 이렇게 서로를 위하고 보살펴주는 관계가 가족이 아니라면, 과연 어떤 관계가 가족이라는 걸까요? 이성커플들은 정말 간단한 서류 한 장만으로 결혼이 가능한데, 저희는 왜 이 자리에서 이렇게 저희의 관계를 증명해야만 하는 걸까요?” 라며 동성혼 권리보장을 위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신속한 권고를 촉구했습니다.

 

 

진정인 발언 중인 윤화영 씨(우)와 장서연 씨(좌) 커플

 

 

진정인 윤화영, 장서연 씨 커플은 발언을 통해 “만약에, 나에게 갑작스런 사고가 생긴다면,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내 혈연가족보다 지금 내 파트너이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디가 아픈지, 내가 아플 때도 누구보다 걱정하고 잘 돌봐준 사람인데. 제 파트너는 법적으로 배우자로서의 권리가 없습니다. 가족의 선의에 기대지 않은 채, 저와 관련된 사항은 아무것도 결정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무엇보다 저를 참을 수 없게 합니다. 이성커플은 아주 간단히 혼인신고만 하면 가능한 일을, 우리는 왜 할 수가 없습니까.“라며 동성커플에게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함을 주장했습니다.

 

 

진정인 가족 발언 중인 비비안 씨(성소수자부모모임)

 

 

성소수자부모모임의 비비안 씨는 진정인인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로서 “(동성혼 불인정과 같은) 사회적 차별이 스스로를 부정하고 스스로를 혐오하는데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촉구했습니다.

현재 세계에서는 28개국에서 동성 간 혼인이 가능하며 아시아에서도 대만은 2019년 5월부터 동성 간 혼인이 가능하고 일본의 2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동성간 파트너십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1,056명의 진정인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3월 영국인-한국인 동성 부부 진정 사건을 각하한 것에 큰 실망을 느꼈다고 전하며 현재의 인권침해와 차별행위의 엄중함에 대한 이해에 바탕을 둔 진지하고 철저한 조사와 응당한 구제를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