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송 및 구제, 법·정책 연구, 교육과 연대를 통하여 인권을 옹호하고 실절적인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희망법 활동] 방송제작현장에서의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권리 보장

글 / 김 두 나

 

K-POP, K-드라마 등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높습니다. 관련 대중문화예술산업 규모도 크게 성장해서 2018년 기준으로 6조 4,210억 이르는 산업이 되었습니다(‘2019년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 중 하나입니다.
대중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아동·청소년도 늘고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 연기자로 활동하거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돌 가수로 활동하기도 합니다. 특히 K-POP 인기가 높아지면서 아주 어린 나이부터 아이돌 연습생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대중문화산업에서 아동·청소년의 비중이 상당한 것에 비해, 이들에 대한 처우는 매우 열악한 상황입니다. 이는 장시간 고강도로 이루어지는 대중문화산업 전반의 제작 관행 때문이기도 하고, 아동·청소년의 노동을 비생계형 단기 노동이나 수련 과정 정도로 보는 사회적 인식 탓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관련 법과 제도가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아동· 청소년들이 겪는 불공정계약이나 장시간 노동, 제작 현장에서 발생하는 폭행이나 괴롭힘, 성폭력 등 인권침해 문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아동·청소년 아이돌과 연습생에 대한 기획사 대표 등의 폭행, 성폭력 문제, 아동·청소년 출연자에 대한 성인 출연자의 폭언 및 성희롱 문제, 야간 촬영 문제 등이 언론에 보도되어 사회적으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그간 표준계약서를 제작하여 배포하기도 하고 관련 법을 제정하는 등 여러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대중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아동·청소년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정책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아 이들의 인권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개선을 위한 팝업(POP-UP) 활동

 

이에 희망법은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단법인 두루, 세이브더칠드런,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치하는엄마들, 청소년노동인권 노랑,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함께 <아동·청소년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개선을 위한 팝업(POP-UP)> (이하 ’팝업‘)을 조직하여 방송제작 관행 및 관련 법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을 전개해오고 있습니다. 팝업은 아동·청소년 연기자의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아동·청소년이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여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인권상황을 드러내고, 관련 법 제도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대중문화예술인”이란 대중문화예술용역을 제공하는 자 또는 대중문화예술용역을 제공할 의사를 가지고 대중문화예술사업자와 대중문화예술용역과 관련된 계약을 맺은 자를 말합니다(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2조 3호).
이 글에서는 팝업의 활동 가운데 관련 현행법과 제도 개선에 관한 활동을 자세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현행 관련 법과 제도의 한계를 살펴보고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어떤 법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하 내용은 희망법 김두나 변호사가 2020년 1월, <아동·청소년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개선 토론회>에서 발표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법제도

우리 법은 아동·청소년의 노동에 대하여 특별 보호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은 “연소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라고 명시하고 있고(제32조 제5항), 「근로기준법」은 아동·청소년 노동자의 근로계약의 서면교부, 근로시간의 제한, 야간․휴일근로의 제한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이 맺는 대중문화예술용역제공계약 또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무계약을 근로계약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노동관계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그동안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은 노동관계법으로도 규율되지 못하면서 기본적인 노동조건조차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4년,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용역제공시간 제한, 기본권 보장 등을 규정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이하 ‘대중문화산업법’)이 도입되었고,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들의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초가 마련되었습니다.
대중문화산업법은 제2장 제2절에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보호’ 규정을 두고,‘국가, 대중문화예술사업자, 친권자 또는 후견인은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중문화예술용역을 제공하는 경우 그 권익이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하며,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야 한다’고 청소년 보호원칙을 선언하고 있습니다(제19조). 또한 위법은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용역제공과 관련하여 계약에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 용역제공시간 제한, 금지행위 등을 규정하여 용역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대중문화산업법은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기본권 보장의 필요성을 선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아래에서 살펴보는바와 같이 기본권 보장에 필요한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모호하고, 그 위반 행위에 대하여 별도의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관련 규정이 작동하기 어려워 개선이 시급합니다.

 

지난해 12월 열린 아동청소년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을 위한 캠페인 현장 모습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용역제공시간 제한 규정

대중문화산업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위 법은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용역제공시간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용역제공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학습권, 수면권, 건강권 등의 보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위 조항은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을 15세 미만과 15세 이상으로 나누어 용역 제공시간을 제한하고 있는데, 15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은 1주일에 35시간을 초과하여 용역을 제공하지 못하고, 15세 이상의 경우, 용역 제공 시간은 1주일에 40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 없이 야간에(오후 10시~오전 6시) 용역제공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 규정은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연령을 단순히 15세 미만과 이상으로만 나누어 용역 제공 시간을 규정하고 있어, 영·유아부터 미취학 아동, 및 취학 중인 아동에게 모두 동일하게 용역제공 시간을 적용하고 있어 연령별 특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는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취학 여부, 학기 중인지 여부, 연령에 따른 성장·발달 단계 등을 고려하여 보다 세분된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중문화산업법은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이 야간에 용역 제공을 할 경우 당사자 및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를 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장시간 강도 높은 촬영이 이어지는 국내 드라마, 영화, 방송 제작 현장에서 당사자들이 야간 촬영 등을 거부하기 어렵고, 이후 다른 기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이나 친권자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당사자 동의 조항 역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위 법에는 제작사나 기획업자가 위 용역제공시간 제한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위반 행위에 대한 별도의 제재 규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용역제공시간 제한이 대중문화예술사업자의 의지에 달린 상황입니다. 따라서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용역제공시간 제한이 실질적으로 준수될 수 있으려면 관련 규정 위반 시 대중문화예술사업자를 제재하는 규정도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선언적 수준의 기본권 보호 규정

그리고 대중문화산업법은 “대중문화예술사업자가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과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아동ㆍ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보호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도록 하고 (제7조 제1항 8호)” “대중문화예술인의 신체적ㆍ정신적 건강, 학습권, 인격권, 수면권, 휴식권, 자유선택권 등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조치를 계약에 포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1조).
그러나 위 법은 선언적인 수준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 아동ㆍ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기준이 제시되어 있지 않아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한편 대중문화산업법은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대중문화예술용역제공계약 또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무계약이 해당 아동·청소년에게 현저하게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이에 대하여 시정권고 및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4조). 그러나 위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계약 내용이 불리하거나 부당하다고 하더라도  소위 ‘을’의 위치에 있는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이 이를 적극적으로 문제 삼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보았을 때 이러한 규정이 작동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즉,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과 기준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열린 아동청소년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을 위한 캠페인 현장에 설치되었던 홍보물

 

미흡한 재산권 보호 규정

대중문화산업법은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이 독자적으로 대중문화 예술용역에 따른 보수를 대중문화예술제작업자나 기획업자에게 청구할 수 있으며, 위 청구가 있는 경우, 이러한 보수청구권이 친권자 등 법정대리인에게 있다는 계약이 있더라도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보수를 지급하여야만 계약상의 보수지급채무를 이행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5조). 그러나 위와 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자가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법정대리인인 친권자가 이를 관리할 수 있으므로(「민법」 제916조), 경우에 따라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이 자신의 수익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수익의 일정 부분을 신탁하게 하는 등으로 친권자조차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용역제공과정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발생하는 권익침해를 예방하기 근절하기 위해 금지되는 행위를 구체적을 명시하고, 위반시 규제 방법 등에 관한 내용이 명시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용역제공현장에서 아동·청소년의 산업안전 보장을 위한 조치 마련이 필요합니다.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제도 및 관행 개선의 필요성

최근 공연업계에서는 외국의 제도를 참고하여 아동 배우의 안전과 복지 등을 관리 감독하는 담당자를 배치하기도 하고, 아동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는 영화 제작 현장에서는 아동 배우의 인격과 건강, 안전 등에 관한 촬영 수칙을 마련하기도 하며, 폭염 아래 진행되는 영화촬영 현장에서 아동 배우의 건강을 고려하여 추가비용을 감수하고 야외 촬영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대체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반가운 변화지만 제작자나 감독의 선의나 재량에 기대는 방법으로는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인권침해 문제를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인 드라마, 영화, 방송 제작 환경의 개선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 또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합니다. 적게는 하루 12시간에서 많게는 20시간 이상 이어지는 초장시간 촬영 관행이 계속되고, 제작 스텝에 대한 임금체불 등 기본적인 노동관계법령이 지켜지지 않으며 일상적인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는 제작 현장에서는 관련 법·제도가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고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기본권 보장도 요원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