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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법 장애인권팀 왕과 현정이 만나다

희망법 장애인권팀 왕과 현정이 만나다

 

희망법에서 새로 일하게 된 최현정 변호사를 김재왕 변호사가 한 달 동안 만났습니다. 사실 인터뷰한다면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만 하면서 한 달이 훌쩍 지났어요. 아래는 한 달 동안 했었던 여러 질문과 답변을 모아 하나의 인터뷰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편의상 왕과 현정으로 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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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by 달군
:  희망법 합격하고 나서 출근하기 전까지 어떻게 지냈어요?

 

현정: 제주도와 경주 여행을 갔었어요. 경주는 부모님과 같이 여행했는데 좋더라고요. 희망법 사무실 근처로 집도 구하고 이사도 했어요.

왕: 어떻게 상근변호사로 지원하게 됐어요?

현정: 희망법에서 실무수습했었어요. 그때 희망법이 좋았고 이런 데서 일해 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어요.

여기서 잠깐, 최현정 변호사는 소개글에서 희망법에 온 이유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저는 로스쿨에 입학하기 전 약 3년간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에서 일했습니다. 졸업 후에도 전업으로 공익인권 관련 활동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희망법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활동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운 좋게 재작년 여름 실무수습을 통해 구성원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죠.
치열하게 일하다가도 서로 재미있게 대화를 주고 받는 희망법 사람들의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법을 도구로 좀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도 참 부러웠고요.

그랬던 터라 희망법에서 장애팀 상근변호사를 채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꼭 같이 일하고 싶었습니다. 장애여성인권 문제에 집중해서 일할 기회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어쩌면 매력적인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고픈 마음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왕: 회원들이 현정을 궁금해 할 거 같아요. 한 마디로 자기를 소개한다면?

 

현정: 너무 어려운 질문이예요. 차라리 자신을 동물로 비유하면 어떤 동물인가 뭐 이런 질문이 답하기 쉽겠어요.

왕: 그럼 자신을 동물로 비유한다면 어떤 동물이라고 생각하세요?

현정: 오랜 친구가 저 보고 코끼리귀라고 했어요. 귀가 얇다고. 물건 고르거나 메뉴 정할 때 다른 사람들 말에 쉽게 혹하거든요. 그래도 중요한 일에는 그렇지 않아 다행이예요. 그럴 때는 고집이 있어요.

왕: 중요한 일이라면 어떤 일을 말하는 거예요?

현정:전공을 정할 때, 그만 둘 때, 희망법 올 때가 그랬어요.
최현정 변호사는 대학 전공이 천문학입니다. 그래서 생물학 전공인 김재왕 변호사가 면접에서 같은 자연대 출신이라고 가점을 줬다는 의혹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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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by 달군

왕: 전공이 천문학이예요. 왜 천문학과에 갔어요?

현정: 그냥 별 사진이 좋아서 갔어요. 어렸을 때는 별 사진 스크랩도 하고 그랬어요.

왕: 좋아서 선택한 전공인데 왜 그만 두었어요?

현정: 해 보면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잖아요. 천문학이 그랬어요. 학부 때는 놀았어요. 그래서 공부하면 될 줄 알았어요. 대학원 가서 공부해 보니 이건 되는 게 아니었어요. (웃음) 2학기 마친 후 그만 두었어요.

왕: 맞아요. 저도 대학원 가 보니 잘 하는 친구들은 따로 있더라고요. 그 뒤에 여성의 전화에 갔어요? 여기는 어떻게 가게 된 거예요?

 

현정: 학부 졸업하고 여성의 전화에서 교육도 받고 자원활동을 했었어요. 여성의 전화 사람들과 알고 지내던 터에 마침 여성의 전화 성폭력 상담소에 자리가 나서 같이 일하게 됐어요.

왕: 뻔한 질문이긴 한데, 여성의 전화에서 기억나는 사건이나 기억나는 일이 있어요?

현정: 기억나는 사건이라면 감당 못하면서 내담자를 헤집어 놓은 일?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상담은 다른 상담자에게 넘겨야 해요. 감당을 못하면서 계속 상담을 하면 오히려 내담자에게 더 상처를 주거든요. 제가 감당할 수 없는데도 무턱대고 내담자를 돕겠다고 덤빈 적이 있었어요. 결국에는 그 분이 더 힘들어하셨어요.

왕: 그러다가 로스쿨에 갔어요. 여성의 전화에서 로스쿨 가기로 생각한 계기가 있었어요?

현정: 성폭력 상담소도 사회복지사업법 적용을 받아요. 그러다 보니 쉼터 입소자의 개인정보를 정부에 제공해야 했고, 입소자도 자산조사를 받아야 했어요. 자산조사 결과 피해자가 국고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럴 때는 여성의 전화 돈으로 지원해야 했어요. 그때 ‘내가 법을 만드는 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만들어진 법 안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법을 배워 보고 싶었어요.

 

희망법 사람들마다 한 줄 멘트가 있는데, 최현정 변호사의 한줄 멘트는 “희망이 있는 사회를 만드는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입니다. 과연 희망법이 최현정 변호사가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을까요.

왕: 희망법에서 일하면서 걱정되는 건 없어요?

현정: 걱정 많은 성격이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예요. 특히 반찬, 식사 당번이 걱정이예요. 그리고 장애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것도 걱정이예요. 시작하면서 열심히 해 보려고요.

왕: 반찬은 사무실 옆 대조시장에서 사오면 돼요. 말 나온 김에 가리거나 좋아하는 음식 있어요?

현정: 특별히 가리는 건 없어요. 튀김 같은 거 좋아해요.

왕: 희망법에 들어오고 나서 그 전에 가졌던 희망법에 대한 환상이 깨진 건 없어요?

현정: 모두들 솔직하게 일을 미루는 모습이 생각했던 것과 달랐어요. 서로 양보하고 배려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희망법에서 사람을 뽑는다길래 희망법이 돈을 많이 모았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들어와 보니 돈이 없는 것도 예상과 달랐어요. (웃음)
이 질문을 하는 날 점심 때 희망법 사람들은 공익인권법실무학교 진행자를 정하려고 했습니다. 이 때 서로 자기가 왜 진행자로 부적합한지에 대해 얼마나 열심히 논증했는지 모릅니다.^^;

 

왕: 우리가 좀 대 놓고 이야기하는 편이예요. 희망법 사람들과 같이 지내기 어렵지는 않으세요?

현정: 다들 챙겨주고 계시니까 아직까지는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그리고 제 성격이 새로운 환경에 가면 일단은 제가 맞추고 적응하려고 하는 편이예요. 불편한 점이 있으면 대화를 해야 하는데 성격 상 그렇지 못할까 우려돼요.
 

왕: 그래도 솔직히 이야기해 주셔야 해요. 마지막으로 희망법에 바라는 점은 없어요?

현정: 소중한 공간이니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른 후에도 지금처럼 잘 활동하고 있으면 좋겠어요. 간혹 오래된 조직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하잖아요.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최현정 변호사와 같이 지낸 시간은 길지 않지만, 희망법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분이 희망법에 왔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최현정 변호사와 함께 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최현정 변호사가 쓴 소개글로 인터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여기서 ‘응원’은 ‘후원’이라는 점 잊지 말아 주세요.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됩니다. 많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지금의 부족함을 핑계 삼지는 않겠습니다. 제대로 하는지 지켜봐 주시고,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

글_ 김재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