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송 및 구제, 법·정책 연구, 교육과 연대를 통하여 인권을 옹호하고 실절적인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희망법 동계실무수습 후기

희망을 찾아준 희망법 실무수습

봉세형(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사회 현실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학문을 배우자’ 로스쿨에 진학하여 법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계기였다. 그러나 막상 로스쿨에 입학하여 법을 공부해보니 활자 밖의 현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법은 사람들의 삶과 매우 먼 것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마음으로 두 학기 정도를 로스쿨에서 보내고 나니 진로에 대한 회의가 생기고, 학업에 대한 의욕이 없어졌다.

하지만 희망법에서 4주간의 실무수습을 거친 후 이런 생각들이 매우 어리석은 것임을 깨달았다. 이러한 깨달음은 수습 활동 중 재판 방청, 국회 토론회 참석, 다른 단체와의 연대회의 등을 통해 얻은 것이기도 하지만, 과제로 주어진 ‘실제 사건에 대한 서면 작성’을 한 것이 큰 계기로 작용했다. 서면 작성에는 법리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치열한 고민이 필요했다. 학교에서 공부했던 판결의 이면에는 희망법 변호사님들과 같은 여러 법률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법률가의 노력에 따라 법은 삶과 가까워질 수도, 반대로 멀어질 수도 있다. “법률가는 당위만을 주장해선 안된다.” 수습기간이 끝날 즈음 변호사님이 해주신 말이다. 어쩌면 나는 지금까지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만을 가질 뿐, 법률 전문가로서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치열한 고민과 공부가 없이 법률가가 된다면 내 손으로 누군가의 삶을 법과 멀게 만들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눈 앞이 아찔해졌다. 누구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고민하여 좋은 법률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습을 하는 4주간의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했다. 나에게는 다소 어려운 과제와 씨름하면서 머리는 항상 복잡했지만, 마음만은 편하고 따뜻했다. 가족같은 희망법 사무실의 분위기, 사회의 눈이 닿지 않는 곳을 향한 희망법의 손길, 그 너머에 있던 변호사님들의 노력과 실력 등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희망법의 모든 요소가 만들어준 행복이었던 것 같다.

가족같은 희망법에서의 수습을 마치고 다시 경쟁적인 분위기의 학교로 돌아가야한다. 하지만 학교로 돌아가는 마음이 나쁘지만은 않다. 오히려 어서 돌아가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긴다. 법률가의 진로를 결정한 것이 매우 잘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남은 로스쿨 생활을 성실히 마치고 희망법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법률가가 되었으면 한다.

 

2018 동계 실무수습 참가 할생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어정선, 류선, 이제호, 봉세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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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간의 꿈만 같았던 경험들

어정선(한동대학교 국제법률대학원)

로스쿨 입학 전 몇 년 동안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장과 향상을 지향하는 일에 참여하기를 간절히 바랐던 저는 예전부터 희망법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희망법에서 실무수습을 하게 되었다는 메일을 받게 되었을 때,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희망법 실무수습은 크게 교육, 과제와 기타 외부활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교육은 장애인권,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동성혼, 일터괴롭힘, 국제인권메커니즘의 이해 등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평소에 관심이 많았지만 변호사로서 위와 같은 사안을 어떻게 해결하고 접근해야할지 학교에서 구체적으로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매우 설레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각 주제와 관련하여 변호사님들께서 실제로 진행하셨던 소송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 이러한 과정들이 모두 이어져 결국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향상시킨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하니, 공익변호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용기와 뿌듯함을 상상해볼 수 있었습니다.

과제는 개별과제 2개와 공동과제 1개 이렇게 총 3개로 나뉘어져 있고, 희망법에서 주로 하는 활동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진행될 예정인 사안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소송과 관련하여 준비서면, 검토보고서, 항소이유서 등을 작성하다보니, 당사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절박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과제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찾은 자료가 최대한 유의미하게 활용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과제를 하다 보니 좋은 자료가 찾아지지 않으면 속상하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기분 좋은 책임감에 설레기도 했습니다. 특히 변호사님들께서 매우 꼼꼼하게 과제 평가를 해주셨는데, 단순히 답을 제시해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점을 유의하면서 작성해야 하는지, 어떤 문장과 구조로 작성하는 것이 설득에 효과적인지, 탄탄한 주장을 위해 어떤 근거가 추가되면 좋을지 등 전체적인 글의 흐름부터 구체적인 내용까지 하나하나 짚어주시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제 부족함을 느끼며 스스로 많이 부끄럽고 때로는 그 결과물이 아쉽기도 했지만, 다시 한 번 변호사로서 전문성과 실력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느끼고 스스로를 채찍질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기타 외부 활동으로는 재판 방청,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례회의 등 기타 외부 회의 참여, 국회에서 진행되는 집시법 개정 관련 토론회 참석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참여했던 외부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재판 방청인데, 꼼꼼하게 준비하신 증거 자료를 하나하나 보여주시며 차분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쳐 나가는 변호사님을 보니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희망법에서 실무수습하기를 누구보다 바랐던 저에게 지난 4주간의 시간들은 마치 꿈과도 같았습니다. 제가 가고 싶은 길을 묵묵히 걷고 계신 변호사님들을 옆에서 보면서 공익변호사로서의 삶이 결코 쉽지 않지만, 모두가 외면할 때 세상의 부당함에 소리를 내는 것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총회 현장에 참석하고 함께 식사를 했던 날. 오른쪽부터 어정선, 류선, 봉세형, 이제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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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닿기를 : 열람실을 벗어나 세상으로 손뻗기

류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에 다니다보면 세상을 바꿔가는 일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너무 멀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나는 열람실에서 민법 객관식이나 풀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세상을 바꾼담’. 희망법에서의 4주는 그런 생각을 바꿔주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진 고속버스와 시외버스가 한 대도 없습니다. 장애인의 날인 2014년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이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고속버스 표를 구입하고 승차시도를 하려 하였으나 경찰은 이들의 승차홈 진입을 막고 최루액을 분사하였습니다.

저는 이 사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소송의 준비서면을 작성하는 과제를 받았습니다.

기록을 읽고 필요한 자료들을 찾아 서면을 작성하면서도 사실 저는 무엇이 바뀔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찾은 자료들이 쓰일 거라는 생각은 더욱 하지 못했습니다. 학교에서 그랬듯이 이것은 그냥 연습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무의식중에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작성한 서면의 일부가 실제로 반영되어 제출되었을 때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판사가 제출된 서면을 읽고 그 부분을 언급하였을 때는 방청석에서 뛰어오를 뻔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아닌 제가 세상을 바꾸는 일에 손가락 끝 하나라도 얹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기뻤습니다.

그리고 실무수습이 끝나갈 무렵인 1월 31일, 장거리 버스에 휠체어 탑승 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그 개정안의 작성이나 통과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은 아니었지만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행동이 공권력의 부당한 제지를 받지 않도록 하는 소송에 참여하였다는 점에서 제가 한 일이 결실을 맺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계속되는 시험과 평가에 시달리다보면 사회에서 격리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여기에 왔는지 흐려질 때가 있습니다. 희망법에서의 실무수습은 저에게 세상을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며 저도 그 변화에 충분히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습니다.

희망법 제7차 정기총회 현장에서, 류민희 변호사(왼쪽)와 류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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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고민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희망법’

이제호(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가 평소에 로스쿨 생활을 하면서 가지고 있던 2가지 궁금증 중 첫 번째는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과 인권에 대한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가’ 이고 두 번째는 ‘내가 법조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희망법의 실무수습을 통해 다음과 같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인권의식의 확산은 법률적인 논리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활동 및 전략이 같이 이루어져야 하고 법률가는 그런 변화를 지원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뛰어난 법전문성과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희망법에서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전문적이고 실무적인 법 내용도 많이 공부할 수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저에게 의미가 깊었던 것은 위와 같은 생각의 정리를 할 수 있게 해준 대화들이었습니다. 그런 대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희망법의 소통과 존중의 문화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희망법에서는 실무수습생들끼리는 물론, 변호사님들과도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하고 그러는 중에 서로에 대한 존중할 수 있는 문화가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제 생각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도 더 진솔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4주간 로스쿨 안에서는 쉽게 털어놓지 못 했던 고민이나 궁금한 점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고 내가 되고자 하는 법조인(혹은 다른 무언가)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더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학년 겨울, 본격적으로 변호사시험을 준비해야하는 3학년이 되기 전 방학 때 ‘희망을 만드는 법’ 실무수습은 남은 1년간의 공부에 큰 밑거름이 될 것 같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갖게 해준 희망법 변호사님과 활동가님들 그리고 수습생 친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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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희망을 만드는 법

장은환(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여기, 나 같은 애가 올 데가 아니지 않아?’ 나는 귤을 손 안에서 데굴데굴 굴리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실무수습 첫 날, 길쭉한 테이블 앞에 앉은 다섯 학생들은 나만 빼고 다들 쟁쟁한 인권 투사들 같았다. 인권법학회, 젠더법학회, 속한 학회도 참 다양했다. 그에 비해 나는 속한 학회 하나 없었고, 그저 여름의 공익인권법 실무학교에서 희망법의 후원회원이 되고, 후원한 김에 지원도 해 볼까 하는 가벼운 생각이었다.

첫날 오리엔테이션은 빠르게 지나갔다. 동기들과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한 달간의 일정표를 받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열차 안에서 나는 막연히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상상했다. 잘 해낼 수 있을까, 동기들과는 친해질 수 있을까, 내가 다른 사람들의 발목을 잡진 않을까, 그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결과만 얘기하자면, 희망법에서 보낸 한 달은 로스쿨에 들어온 이후 가장 즐거웠던 한 달이었다. 교육은 한 시간 한 시간이 유익했고, 레퍼토리도 다양해 평소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인권 분야에 대해서 깊숙이 알 수 있었다. 다섯 명의 실무수습생들은 정말 놀랄 만큼 빠르게 친해졌다. 우리는 각자 조금씩 다른 분야에 관심이 있었지만 비슷한 사람들을 싫어했고, 남의 말 듣기를 정말 좋아했다. 우리는 모두 두 개의 개별과제와 한 개의 공동과제를 수행하게 되었는데, 과제 주제는 대부분 실제 진행 중인 사건이었다. 지금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송의 서면을 작성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도 보람찼지만, 무엇보다도 인권 문제의 다양한 층위에서 법조인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희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생각해 보았는가? 희망은 부, 명예와는 아주 다른 성질의 개념이다. 그렇기에 사람의 맨손으로 희망을 만드는 일은 어렵고 고통스럽다. 천지가 어두워 발밑조차 보이지 않고, 빛은 아득히 먼 곳에서 희미하게 비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실무수습 마지막 밤, 나는 학기가 끝나자마자 한쪽에 처박아 두었던 교과서를 다시 펼쳐 보았다. 죽어 흩어져 있던 활자들이 다시 모여 실체를 가지고 맥동했다. 문득, 좋은 변호사가 되고 싶어졌다. 자, 그러니 밤이 어두워도, 길이 보이지 않아도, 한 발짝을 내딛자. 걷자. 앞으로 나아가자. 희망을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