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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법생각] 장애인차별금지법 벌칙 조항 개정과 시행

지난 해 12월 19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벌칙 조항이 장애계의 바람대로 개정되었습니다.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먼저 “장애인을 차별하면 감옥에 갈 수 있나?” 하고 의아해 하실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장애인을 차별하면 감옥에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경우가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악의적인 차별을 한 경우만 해당합니다.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장애인차별금지법 제49조 제1항).

그럼 악의적인 차별이란 어떤 차별일까요.

개정되기 전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악의성을 판단할 때, ①차별의 고의성, ②차별의 지속성 및 반복성, ③차별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④차별 피해의 내용 및 규모를 ‘전부’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개정 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9조 제2항). 이 네 가지를 전부 고려하다 보니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벌칙을 적용하기가 몹시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10년 가까이 되었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6건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이들 사건들은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시설장 등이 다수의 장애인을 폭행, 감금하고, 장애인에게 지급된 급여를 횡령한 사건이거나, 회사에서 지적장애인을 장기간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착취한 사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없어도 형법이나 다른 법률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벌칙 조항이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개인 인터넷 방송에서 장애인을 비하하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방송하는 경우, 거리에 장애인을 혐오하는 현수막을 내 건 경우, 음식점에서 지속적으로 장애인을 차별하는 경우 등은 기존의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처벌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것이 차별임이 분명해도, 고의적으로 반복하여 피해자에게 보복을 가한 차별이면서 그 피해의 규모가 크다고 보기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애계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9조 제2항에서 ‘전부’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주장대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9조 제2항이 개정되었습니다. 이제 네 가지 요건 중 일부에 해당하면 악의적인 차별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고의적 차별, 지속적·반복적 차별, 피해자에게 보복하는 차별, 피해 규모가 큰 차별 등을 한 사람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애계의 바람대로 법이 개정되었지만 여전히 고민스러운 점도 있습니다. 차별과 관련된 분쟁에서 차별행위자를 처벌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과 상대방 사이에 협의하여 상대방이 스스로 차별을 시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이법·정책적으로 이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계적으로도 분쟁 당사자들이 차별과 관련된 분쟁을 자발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차별금지법들이 제정되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은 이런 추세와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또 어떤 사안이 차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차별을 범죄로 규정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법이 개정되었지만 이에 따라 처벌받는 사람이 늘어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제 막 법이 시행되었기 때문에 어떤 차별이 처벌받는지 기준이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그 기준은 앞으로 법원에서 다양한 사례에 대해 판단하면서 만들어질 것입니다. 악의성 요건이 완화되었어도 차별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에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장애인차별금지법 벌칙을 쉽게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차별행위자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이 지금보다 좁게 차별을 해석하거나 악의성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어찌 됐든 개정된 내용은 이 사회에 경종을 울려서 장애인 차별을 시정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3월 20일부터 시행됩니다. 이를 계기로 장애인 차별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정법이 합리적으로 해석되고 잘 시행되어서 장애인 차별이 줄어들 수 있도록 희망법도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