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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문제를 암산으로 풀라고?

   회계 문제를 암산으로 풀라고?

 

 

지난 달 29일 희망법의 김재왕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와 함께 공무원시험에서 뇌병변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한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공무원시험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요.

 

< 사진 >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재왕 변호사

 

관련기사 – “공무원 시험, 직업 가질 마지막 기회”…시험 못 볼 위기?

 

829일 치러지는 7급 공무원시험 

오는 829일에는 인사혁신처가 주관하는 7급 공무원시험 필기시험이 있습니다. 피해자는 인사혁신처 공고에 따라 7급 공무원시험 세무직에 응시하면서 장애인 편의지원을 신청했습니다. 피해자는 2015. 6. 23. 장애인 편의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피해자에게 제공되는 편의지원 내용은 시험시간 1.5배 연장, 대필, 휠체어 전용책상(휠체어 사용자), 별도시험실 배정(좌석간격 조정)”입니다.

 

계산문제가 많은 회계학 시험

7급 세무직은 국어(한문 포함), 영어, 한국사, 헌법, 세법, 회계학, 경제학 등 7과목에 대해 필기시험(선택형)을 치러야 합니다. 이 중 회계학은 다수의 문제가 수학 문제이기 때문에 중간계산과정을 적는 것이 필요합니다. 피해자는 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기 때문에 필기구로 중간계산과정을 적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필자가 중간계산과정을 적지 않으면 피해자는 수학 문제를 암산으로 풀어야 합니다.

 

*** 2014년도 공무원시험 회계학 문제 예시 ***

8. () 한국은 201211일에 기계장치(내용연수는 5, 잔존가치는 없음)100,000에 취득하였다. () 한국은 당해 기계장치에 대하여 원가모형을 적용하고 있으며, 감가상각방법으로 정액법을 사용한다. 2012년말 동 기계장치의 회수가능액이 40,000으로 하락하여 손상차손을 인식하였다. 그러나 2013년 말 동 기계장치의 회수가능액이 70,000으로 회복되었다. 2013년 말에 인식할 손상차손환입액은?

① ₩20,000 ② ₩30,000 ③ ₩40,000 ④ ₩50,000

 

중간계산에 대한 대필자 요구

피해자는 인사혁신처에 장애인 편의지원 내용을 확인하고 중간계산과정의 대필이 가능한지 문의하였습니다. 피해자가 원하는 편의제공은 회계학 시험에서 피해자가 불러주는 숫자나 계산식을 대필자가 종이에 적고, 다른 수험생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별도의 고사실을 배정받는 것이었습니다.

 

인사혁신처의 편의제공거부

그러나 인사혁신처에서는 대필자는 OMR 답안지에 답안을 옮기는 것만 가능하고 중간계산과정의 대필은 불가하다고 답했습니다. 장추련은 피해자로부터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2015. 7. 6. 인사혁신처에 피해자에 대한 중간계산과정의 대필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제3자의 개입 우려, 3자의 역량에 따른 평가의 왜곡 우려, 다른 응시자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편의제공요청을 거부했습니다.

 

국가의 차별금지의무 

장애인도 장애가 없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공무담임권을 가집니다. 그리고 공무원의 임용은 시험성적 등 실제 능력에 따라 행해집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이 없다면 응시 장애인의 능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고 그 결과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험실시기관은 응시한 장애인의 능력을 정확히 증명하기 위해 그 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국가는 공무원을 채용한 사용자로서 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국가는 모집·채용 과정에서 장애인의 능력 평가를 위한 보조수단을 마련해야 합니다. 중간계산과정의 대필은 그 보조수단의 하나라고 할 것입니다.

 

긴급구제조치의 신청

만약 피해자에게 정당한 편의제공으로 중간계산과정의 대필이 제공되지 않으면 사실상 피해자는 불합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계학 20문제 중 계산 문제가 15문제인데다가 40점을 넘지 못하면 불합격이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공무원시험이 치러지면 피해자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긴급구제조치신청을 했습니다.

 

시험에서의 편의제공개선 

지금이라도 인사혁신처가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인권위에서 긴급구제조치의 결정을 내려 주기를 바랍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시험에서의 불합리한 편의제공이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_김재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