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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포스트] ‘동성애 처벌법’ 이제는 정말 없애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교로 복무하면서 연애를 한 게이 친구가 있습니다. 상대방은 병사였는데, 군에서 만난 것이 아니라 바깥에서 알게 된 사이였고, 서로 부대뿐만 아니라 소속 군도 달랐습니다. 서로 군인이라고 사랑이 싹트지 않을 리가 있나요. 둘은 휴가나 외박으로 나와 누구나 그렇듯 즐겁게 데이트도 하는, 옆에서 보면 다들 부러워하는 예쁜 커플이었숩니다.

저같이 못된 사람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군형법 ‘추행’죄 있으니 조심하렴. 한 번 잘 때마다 죄의 숫자가 하나씩 카운트되는 범죄인데, 너네는 대체 몇 번의 범죄를 저지르는 거니?”라고 얘기하기도 했었습니다.

말투는 농담이었지만, 사실 두렵기도 했습니다. 아마 그 친구들도 농담으로 받아쳤지만, 제도가 자신들을 옭아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군 당국이 그 조항을 마구 휘두르지는 않았기 때문에, ‘색출’당해 기소될 가능성은 낮았지요. 그러나 실수로라도 부대에 알려진다면, 또 역시 사정이 달라질 수는 있었으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전역 후에도 “공소시효 동안(5년)에는 조심해라”라는 말을 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고는 했습니다. 지금이야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이 역시 불안한 일인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잠재적인 공포였지, 실제로 누군가가 자신의 정체성과 연애관계를 파헤칠 것이라는 실질적 위협은 아니었습니다.

이제까지 합의한 성관계에 대해 군형법상 ‘추행’죄를 적용해서 처벌한 사례들은 종종 있어왔습니다. 심지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성폭력 피해자마저 처벌한 사례가 있다는 것 역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해서 유죄판결을 내리는 것은 이제까지 없었던 일입니다. 상존해 왔던 이 조항이 주는 공포가, 현실이 됐습니다. 군대가 이렇게 수사를 하고도 뻔뻔한 이유는, 바로 이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조항 이제는 정말 없애야 하지 않겠습니까. 평범한 성소수자 군인들을 가슴 졸이게 하고, 두렵게 하고, 결국 기소와 구속과 처벌까지 하는 하는 이 법, 폐지가 마땅하지 않겠습니다. 오늘의 유죄판결을 보고 기가 막혀하는 이 마음, 당사자와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이 많은 시민들이 국가와 평등과 존엄에 대한 훼손을 경험하게 하는 이 ‘동성애 처벌법’,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누구보다 고통스러울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이 많은 사람들. 이미 상처 난 것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정부와 국회와 사법부 모두 나서서 폐지해야 한다, 위헌이다, 하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 빨리 폐지하지 못해서 가지는 이 아쉬움과 죄책감, 그래도 결국은 이 조항 없애는 날 바라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일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안이 발의됩니다. 마지막까지 발의 의원들을 더 모을 수 있을지 알아보고 있습니다. 발의가 어려웠지만, 어렵게 발의된 이 법안이 활발히 논의될 수 있게 많이 힘 같이 모아주세요. 군사법원이 저러면 입법부가 나서라, 사법부가 저러면 헌재가 나서라 해 주세요.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이번에는 꼭 해야하겠습니다.

 

한가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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