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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우울증’ 부르는 감사 ‘아웃’

<한겨레21> ‘삼성 감사 우울증’ 보도 뒤 “나도 당했다” 제보 잇따라…
부정·비리 밝히기보단 직원 괴롭히는 데 감사 활용

 

 

<한겨레21>이 삼성 계열사에서 인력을 퇴출할 목적 등으로 직원에게 인간적 모욕감을 주는 감사를 진행하거나(제1183호 ‘삼성SDI 전 직원 감사 우울증 산재 인정’), 직원의 나이를 문제 삼아 퇴출 등을 유도했다(제1189호 ‘나이 쉰이 ‘죄’인 일터’)는 연속 보도를 내놓은 뒤, 다른 삼성 계열사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났다는 제보가 쏟아진다. 삼성그룹의 부당한 인권침해 등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인 ‘삼성노동인권지킴이’는 12월11일 경기도 수원시 ‘민주노총 경기본부’ 회의실에서 최근 <한겨레21> 보도 이후 부각된 삼성 인사관리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는 좌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삼성에버랜드에서 노동조합 설립을 위해 오랫동안 싸워온 조장희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 삼성의 한 계열사에서 감사 피해를 당한 오수민(가명)씨가 참석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수년간 다뤄온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에서 일하는 김동현 변호사도 자리를 지켰다. 진행은 조대환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사무국장이 맡았다. _편집자

 

조대환(삼성노동인권지킴이 사무국장) <한겨레21> 보도를 보면 삼성SDI는 조직 내부에 혹시 있을지 모를 부정과 비리를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직원들을 괴롭혀 퇴출시키려는 목적으로 감사를 활용한 것 같다. 오수민씨도 비슷한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아는데.

오수민(가명·삼성 계열사 감사 피해 직원) 회사에서 특정 부서에 감사가 들어왔다. 나도 감사 대상 중 하나였다.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사안을 감사했다. 나와 관련해 먼저 조사받은 직원들이 “회사가 계속 요구해서 (나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확인서를 써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고 했다. 감사관은 나에게 모든 잘못을 인정하는 자술서를 쓰라고 했다. 그는 “인정하면 별일 없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자포자기한 채 그가 원하는 대로 자술서를 써줬다. 그런데 잘못한 것을 더 많이 쓰라고 계속 요구했다. 그래 놓고 중징계를 내렸다. 직원들에게 억울한 점을 털어놓으면, 그 직원까지 불러서 면담했다. 그런 상황에서 누가 나와 이야기하고 싶겠나. 조직 내 ‘왕따’를 만드는 것이다. 감사를 받은 뒤 심장이 터지고, 눈앞이 깜깜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다시는 삼성에서 이런 피해를 입는 직원이 없었으면 좋겠다.

노동자 관리·통제 수단인 ‘감사’

조대환 우리 단체에도 삼성SDI 감사와 유사한 사례가 많다는 제보가 들어온다. 감사라면 회사가 조직 내 비위 의혹이 있는 이들을 불러 명확한 증거를 갖고 추궁해야 한다. 그런데 ‘그냥 당신이 잘못한 것을 쓰라’는 방식으로 감사가 이뤄진다고 한다. 감사가 더 건전한 회사를 만들려는 게 아니라 노동자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것 같다.

조장희(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 1995년 입사 이후 감사팀이 있는지도 모르고 근무했다. 2002년 ‘근로자위원’으로 선출됐는데, 그때 직원들이 가장 많은 불편을 호소했던 것이 감사였다. 직원들의 증언을 모아보면 죄가 있건 없건 오랜 시간 붙들어놓고 자백을 강요했다고 한다. 아무 잘못이 없다고 결론이 나도 감사 대상자는 피폐해진다. 노사위원회 때 이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채택한 뒤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더니 감사 피해를 당했다는 제보가 줄었다. 하지만 2011년 노조 설립을 하려 하자 비슷한 감사가 시작됐다. 노조 설립 직전까지 회유하다 탄압으로 태세를 바꾸면서 나에게도 징계위원회 참석을 통보했다. 감사팀장이 징계위원회 참석 통보 문서를, 직접 집까지 찾아와 애들이 있는 데서 아내에게 전달했다. 죄인도 아닌데 가족까지 위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감사에서는 회사 컴퓨터에서 개인 메일 계정으로 자료를 보낸 걸 문제 삼았다. ‘자료 유출’이라는 거다. 제3자에게 보낸 것도 아니고 회사 경영에 손실이나 위해를 줄 만한 자료도 아니었다. 위협도 다채로웠다. 감사관이 한 10분 이야기하다 밖으로 나가 감사팀장과 큰 소리로 “이건 형사사건으로 해도 크게 걸릴 것 같다” 등의 대화를 한다. 일부러 들으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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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회사들도 삼성 따를까 우려

 

오수민 처음 감사가 시작될 때는 동료들이 의리를 지키겠다고 했다. 회사의 압력에 굴복해 거짓으로 불리한 진술을 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직원을 인사팀에서 불러 추궁한다. “무슨 이야기 나눴냐?” “회사가 진짜 잘못했다고 생각하냐?” “감사하는 이유가 있지 않겠냐?” 등의 말로 회유한다. 그다음부터는 ‘쟤랑 얘기하면 당한다’는 인식이 생긴다. 그렇게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면 동료들도 지친다. 결국 나한테 와서 “우리도 힘들다. 이제 그만하라”는 얘길 던진다. 잔인한 일이다.

조대환 삼성의 감사가 다른 기업과 다른 점은?

김동현(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 ‘희망을 만드는 법’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5∼6년 정도 여러 회사를 상대해봤다. 소송이나 상담을 통해 여러 사례를 봤는데, 퇴출 목적으로 직원들을 괴롭히는 경우는 많다. 그런데 삼성처럼 감사 형식으로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경우는 처음이다. 나쁜 의미에서 훨씬 ‘세련된’ 양상이다. 회사가 자신의 입장을 방어하기 쉬운 방식이다. 이번 사례를 들은 뒤 여러 판례를 찾아봤는데 감사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산재 신청 사례가 있기는 한데 법원은 감사가 이루어지면 감사 대상자가 괴로운 것이 당연하다고 봐서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구조적으로 법적 구제를 받기 어려운 면이 있다. 또 부정이나 비리 단서 없이 퇴출 등 다른 목적으로 대상자를 정한 뒤 문제를 캐내는 방식 자체도 문제다.

조대환 삼성에서 감사가 다용도로 쓰이는 듯하다. 인력 퇴출, 노조 설립 방해는 물론, 튀는 사람을 걸러내는 방법으로도 활용되는 듯하다. 크게 잘못한 것 없어 보이는 직원이 감사로 고통받는 모습을 다른 동료들이 지켜보면, ‘회사에 문제제기를 하거나 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걱정되는 것은 삼성이 하면 다른 회사들이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감사를 활용하는 방식을 다른 기업에서도 차용할까 걱정된다.

균열 조짐 보이는 무노조 ‘철옹성’

김동현 일반적인 괴롭힘의 경우 상사가 “얘는 업무에서 빼”라는 식으로 대놓고 낙인을 찍는 일이 흔하다. 이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다. 하지만 감사의 경우 피감사자는 (무엇인가를 잘못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주변 사람들도 위축되지만, 직접적 가해자는 없다. 이 상황은 바로 감사를 기획한 사람들이 의도하는 바라고 볼 수 있다.

조대환 이런 방식으로 노동권이 침해됐을 때 최소한의 견제 장치는 보통 노동조합이다. 하지만 삼성에서 노조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

조장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지만 내부적으로 자정이 이뤄지거나 개선된 부분이 별로 없다. 노동자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최근 몇몇 계열사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어 이후 역할이 기대된다.

오수민 삼성 직원들의 전체적인 정서도 노조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된다. 힘들어서 퇴사하고 싶다는 직원이 많아, 그러면 노조라도 만들자 하면 대부분 “응원은 하지만 나는 불이익 받을까 두려워서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나 대신 누가 나서서 싸워주면 좋겠다는 정서가 짙게 깔려 있다.

조대환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오랜 기간 난공불락의 ‘철옹성’ 같았다. 하지만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현재 얼마나 많은 삼성 노동자들이 감사 등으로 회사를 그만뒀는지 알 수 없다. 노조가 생긴 계열사들은 자체 조사가 가능할 것이라 본다.

회사 부당행위 스스로 기록 남겨야

김동현 노조도 중요하고, 부당한 감사나 회사의 괴롭힘을 당할 때 그 사실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부당해고나 부당전보는 처분 내용을 확인할 수 있지만 괴롭힘은 명확한 게 없다. 기록에 남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자기가 녹취를 하거나 기록을 남겨놔야 피해를 증명할 수 있다.

조대환 최근 <한겨레21> 보도가 나오면서 삼성 노동자들이 한번 더 자기 상황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차원에서도 부당한 인사관리 조사나 실태 파악을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번 좌담회가 삼성 노동자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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