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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법원 “경찰 도움 못받은 ‘염전노예’ 피해자에 국가가 배상”

전라남도 신안군 신의도 염전에서 감금된 채 노동력을 갈취당한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염전에서 탈출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고도 외면당한 피해자 일부에 대해서 국가가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김한성)는 8일 강아무개씨 등 8명이 국가와 신안군, 완도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대해 위법한 공무집행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구체적 주장이나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같이 판결했다.‘염전노예’ 사건은 상당수 지적장애가 있는 노동자들이 1991~2013년부터 신안군의 염전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노동을 강요당하고 폭행에 노출된 사실이 2014년 초 알려진 것을 말한다. 강씨 등은 2015년 11월 “국가와 지자체가 감독권과 보호의무 등을 다하지 않았다”며 자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 2억4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들은 경찰관이나 근로감독관 등이 해당 염전에서 인권침해나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신안군과 완도군 등 지자체 역시 염전 종사자들의 처우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보호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의 배상 책임을 물으려면 공무원이 고의나 과실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 증명돼야 하는데, 강씨 등이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2013년 염전을 탈출했지만, 경찰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한 박아무개씨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섬에서 가족이나 친인척 없이 생활하는 박씨로서는 위법행위에 대한 도움을 요청할 상대방이 경찰밖에 없었는데도, 해당 경찰관은 염주의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하기는커녕 염주를 파출소로 불러 박씨가 염전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과정에서 박씨가 느낀 당혹감과 좌절감 등 정신적 고통에 대해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박씨가 청구한 대로 국가가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강 씨 쪽은 재판부가 손해배상 증명책임을 엄격하게 적용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씨 등을 대리한 김재왕 변호사는 “국가와 지자체 쪽이 계속 자료 제출을 거부했음에도 재판부가 일반적인 손해배상 책임원칙에 따라 강씨 등에게 국가 등의 불법행위를 입증하라고 한 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강씨 등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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