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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공무원 임용차별 사건 재판 참여기

지난 6월 3일 수원고등법원에서는 ‘청각장애인 공무원 임용차별 항소심’ 재판이 열렸습니다. 이 재판은 원고 류아무개 씨가 여주시 공무원 채용 면접시험을 보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편의제공을 받지 못하고, 차별적인 질문을 받았으며, 사전에 충분한 안내도 받지 못하는 등 부당하고 차별적인 평가를 받았고, 결국 불합격되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재판은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채용과정에서의 장애인 차별 관행을 바로잡아가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재판에 앞서 진행된 준비과정과 당일 재판 현장에 참석했던 희망법 강현진 사무국장과 김광민 모금홍보국장의 글을 통해 이번 재판을 살펴봅니다.

 

장애인 채용과정, 차별없이 이뤄지길

 

강현진

 

얼마 전, 희망법의 김두나, 김재왕, 최현정 변호사가 공동대리인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청각장애인공무원시험 불합격처분 취소’ 행정소송의 원고 류아무개 씨가 사무실에 왔습니다. 지난 2월에 관련 소식을 전했었는데, 곧 있을 변론기일을 앞두고 준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청각장애인 류 씨는 2018년 여주시 장애인구분모집 공무원시험에 응시해서 1차 필기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 후 2차 면접시험에 응시하였다가 불합격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면접시험 과정에서 차별적 질문이 있었고, 응시 안내 및 절차에 문제점이 있어서 여주시를 상대로 행정소송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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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청각장애인과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별로 없었던 터라, 처음에 이 분과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잘 몰라도 우리에겐 눈짓, 손짓, 몸짓이 있으니까, 손짓으로 자리를 안내하고 눈인사를 나눴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이후에 필담과 구어를 사용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음을 알고 마스크를 잠시 벗고 구어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작은 회의실에 둘러앉았는데, 간격을 두고 떨어져 앉아서 구어보다는 필담이 편했습니다. 순간 필담을 나누려면 종이와 펜을 꺼내서 해야 하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벽에 걸린 모니터와 노트북을 연결하고 추가로 류 씨가 사용할 키보드를 하나 더 준비하는 것으로 가능했습니다. 준비가 간단하고 직접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며 소통할 수 방법이라 합리적으로 여겨졌습니다. 평소 소송 관련 업무를 담당 변호사들이 직접 처리하기 때문에 당사자분들과 만나는 자리에 함께할 일이 거의 없지만, 이날은 저도 함께 했습니다. 류 씨와 필담으로 대화를 나눌 때, 김재왕 변호사에게 류 씨가 적는 의사를 읽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필담을 나누는 과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류 씨를 제외한 모두가 음성언어를 사용하였는데, 그걸 최현정 변호사가 모니터에 나타나도록 기록해서 류 씨에게 문자언어로 전달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걸 읽은 류 씨가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작성해서 문자언어를 남기는 방식으로 서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낯선 경험이었지만 여러 명이 함께 대화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습니다. 저는 모니터를 보면서 류 씨의 의사를 김재왕 변호사에게 읽어주었습니다. 모니터에 적힌 (웃음) 을 읽고 들으면서 함께 웃기도 하고, 심각한 표정이 지어지면 같은 표정이 되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저희는 류 씨가 자신의 의사를 작성하는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류 씨와 대화를 나눌 때, 저에게 편한 의사소통 도구인 음성언어로 주고받으면 10초 정도면 할 수 있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강현진입니다.” “, 반갑습니다. 류ᄋᄋ입니다.”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문자언어로 전달하면서 주고받으니 20초 정도 걸렸습니다. 이는 짧은 문장이라 단 10초 차이일 수도 있지만 음성언어만 사용하는 것보다 문자언어와 함께 사용해서 전달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리고, 문장이 길어지면 그 차이가 더욱 벌어지는 것을 알았습니다. 알았다고 했지만, 이는 당연한 것으로 음성언어에 익숙해서 잊고 있었습니다. , 류 씨가 쓴 글을 제가 김재왕 변호사에게 읽어주는 시간도 함께 기다렸습니다. 이것은 특별한 상황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서로 의사소통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적이고 당연한 과정이었습니다.
류 씨가 치른 면접시험도 이와 같은 필담으로 진행되었는데, 류 씨는 면접시험의 항목 중에서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에서 ‘미흡’ 등급을 받아서 불합격했습니다. 류 씨와 만남을 마치고 보니, 불합격 처분 결과가 의아했습니다. 류 씨와 대화하면서 의사표현에서 있어 전혀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상황을 들어보니,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장애인 응시자의 장애의 종류 및 장애 정도에 따라 제공되어야 할 편의제공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보니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면접시험은 업무에 적합한 응시자를 선발하기 위함인데, 류 씨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일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소송 준비 과정에 참여하며 곁에서 본 저도 그러한데, 당사자인 류 씨는 답답하고 화도 났을 것 같습니다. 앞서 여주시에서 류 씨에게 필요한 편의제공을 제대로 제공했더라면, 장애 특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 편견을 드러내지 말고 당사자를 그대로 보고 인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장애인 채용 차별 사건이 류 씨 개인만 겪는 일이 아니라 많은 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일이기에, 시정하길 바라며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도록 계속해서 관심 부탁드립니다.

 

수원고등법원 / 사진 비마이너

 

채용시험에서 모두에게 ‘동등한’ 편의제공이 이뤄지려면

 

김광민

 

기온이 쑥 올라간 6월 3일 오후, 저는 수원고등법원에 있었습니다. 재판을 참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청각장애인 류아무개 씨는 공무원 채용 면접시험을 치렀지만 불합격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석연치 않습니다.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편의제공이 충분하지 않았고, 면접관의 질문에 편견과 부당함이 있었습니다. 이에 재판이 시작되었고, 이날 원고 류 씨와 증인들에 대한 신문(訊問)이 진행되었습니다.
법원은 청각장애인인 원고의 신문을 위해 몇 가지 조치를 취해 놓았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판사나 변호사들이 류 씨에게 질문을 하면 속기사가 이를 글로 적어 류 씨의 전용 모니터로 전달토록 했습니다. 그리고 질문을 읽은 류 씨가 키보드로 쓴 답변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재판부의 이러한 편의제공에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스크린의 글자가 읽기 어려운 위치와 각도에서 보였기 때문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문자정보제공을 위한 전용 장치가 아닌 일반적인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사용한 점도 개선되면 좋겠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또 류 씨의 공동대리인단에 참여중인 김재왕 변호사는 시각장애인이어서 이 방식으로는 답변이 김 변호사에게 전달되지 않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저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김 변호사의 곁에서 스크린에 올라오는 답변을 읽어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신문 과정 내내 류 씨는 성실하게 자신의 기억과 생각을 답했습니다. 그는 담담해 보였습니다. 질문 앞에서 성급하게 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답변 중에는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질문에 “네, 그렇습니다”, “아닙니다” 와 같은 짧은 답변만을 적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간혹 긴 문장을 써서 설명해야 하는 경우에도 되도록 짧게 적으려 한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황하게 말하는 경우가 있는 비장애인 증인들과 비교하면 류 씨의 답변은 더욱 간결하게 느껴집니다. 때문인지 판사가 더 답변할 것이 없느냐 되묻기도 했습니다. 그 질문은 얼핏 ‘충분히 말할 기회를 주는데 왜 짧게 대답하나?’라고 묻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조금 긴장감을 느꼈습니다.
류 씨는 왜 더 길게, 더 자세히 진술하려 들지 않았을까요? 질문과 답변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은 왜 생겼을까요? 류 씨가 하고 싶은 말이 적거나, 표현에 서툴러서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 차이가 ‘목소리를 사용할 수 없으니 글자로 하면 된다’고 간단하게 판단하는 비장애인의 생각 때문은 아닌지 고민하였습니다.
비장애인이 사용하는 목소리와 청각장애인이 필담에 사용하는 글자는 모두 소통을 위한 도구이지만 성질이 똑같지는 않습니다. 신속하게 감정을 표현하거나 부족한 설명을 재빨리 보충하는 말과는 달리, 차곡차곡 자음과 모음, 주어와 서술어를 엮어가는 글의 기능과 방식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누구나 말로 할 수 있는 일을 류 씨 혼자만 글로 해야 하는 상황이 ‘동등하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면접시험 현장에서는 더욱 그 간극이 넓었을 것입니다. 면접시험은 매우 긴장되는 평가의 순간인데, 면접관들이 보는 가운데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모든 순간이 스크린으로 전송되고 있을테니, 마음처럼 써지지 않을 것이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한정된 시간에 대답하느라 조급한 상황에서 받은 질문마저 편견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절대 적절한 면접시험은 아닐 것입니다. 면접시험에서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에게 공평한 편의제공이 이뤄지려면 아직 고민과 준비가 더 필요합니다.
다음 재판 날짜를 정한 후에야 4시간에 걸친 재판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저는 그저 방청을 했을 뿐인데도 녹초가 되고 말았습니다. 당사자인 류 씨와 변호인단 얼굴에서도 고단함이 엿보였습니다. 하지만 쉴 틈은 없어 보입니다. 다음 재판까지 빠듯한 일정이지만 계속해서 준비를 이어나갈 것입니다. 그런만큼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