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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Winning Marriage – 미국에서 동성결혼이 헌법상 권리가 되기까지

[책 소개] Winning Marriage

– 미국에서 동성결혼이 헌법상 권리가 되기까지

2015년 6월 26일 결정 직후의 미국 연방대법원 앞

Creative Commons licensed(BY-SA) flickr photo shared by Ted Eytan

지난 6월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동성결혼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라고 판결했다. 케네디 대법원관은 결정문에서 동성 커플들은 결혼제도를 경시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며 이 사회의 가장 오래된 제도 중 하나인 결혼제도에 합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참조] 미국 연방대법원 2015. 6. 26. ‘동성결혼 결정’ 오버게펠 대 호지스

(Obergefell v. Hodges) 국문 번역본

 OBERGEFELL v. HODGES 법정의견.pdf

번역 / 게이법조회

이 판결은 지난 20년간 이어온 동성결혼 제도화 논의에 종지부를 찍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날 아침, 뉴스에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회사 사무실이 들썩였다. 나의 사수는 나의 게이 동기에게 축하한다고 말했고, 게이 동료 중 하나는 더 이상 남자친구와 결혼을 미룰 핑계가 없어져 버렸다는 농담을 했다. 무엇이 동성결혼을 가능하게 했을까? 무엇이 동성애자와 동성결혼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을까? 국민의 70%가 크리스천이며 매주 교회에 나가는 사람들이 40%나 되는 미국에서? 동성결혼 운동가 마크 솔로몬의 책 “Winning Marriage”에서 미국 동성결혼 운동의 여정과 뒷이야기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마크 솔로몬은 미국의 동성결혼 제도화 운동 단체인 Freedom to Marry 의 책임자이다. 그는 2001년 성소수자 공익법단체인 GLAD(Gay & Lesbian Advocates & Defenders)가 매사추세츠에서 동성혼 소송을 진행했을 때 동성결혼 운동에 발을 들였다. 그는 진보 성향의 가정에서 자랐지만 자신 안의 호모포비아 때문에 내적 갈등을 겪다가 서른 살이 되서야 본인의 성적지향을 인정하고 동성결혼 운동에 뛰어들었다고 고백하는데, 자유롭다고 생각되는 미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자 성 지향성을 불편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법률 체계에서는 주(state)법이 결혼을 관할하고 있기에 동성결혼 제도화는 주 대법원의 판결, 주 의회의 표결, 그리고 주 내의 국민투표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 이전에는 37개의 주가 동성결혼을 제도화했다. 솔로몬은 매사추세츠 동성결혼 소송과 그 이후 의회의 표결, 뉴욕 주 의회의 표결, 그리고 메인 등 5개주의 주민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그 진행과정을 소상히 그린다. 

연방대법원 앞에서 Freedom to Marry의 손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

Creative Commons licensed(BY-SA) flickr photo shared by Victoria Pickering

솔로몬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미국의 동성결혼 제도화는 결코 우연이나 운 덕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00년대 초 미국의 동성결혼 운동가들과 법조인들은 함께 “동성결혼을 얻어내는 법: 우리가 해야 할 일” (Winning Marriage: What We Need To Do)이라는 전략 문서를 만들었다. 


그들은 미국 의회와 연방대법원은 새로운 사회 규범을 세우는 것에는 보수적이지만, 일반적으로 인정된 사회 규범을 그러한 규범을 인정하지 않는 주(state)들이 따르게 하는 데 의지를 보인다는 판단을 했다. 그리고 동성결혼 제도화 운동은 여러 주에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겠지만, 시민 교육, 충분한 토의, 정치적 참여 등을 통해서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서 결국에는 여러 주에서 소송과 의회 표결을 통해 동성결혼 제도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활동가들은 2020년까지 10개의 진보적 주에서 동성결혼을 제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고, 또 다른 10개의 주에서는 “결혼과 같지만 이름만 다른” 시민결합 (Civil Union)을 제도화할 수 있으며, 나머지 20개의 주에서는 제한적인 파트너십을 제도화 할수 있을 것 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면 미국 국회나 연방대법원을 통한 전국적인 동성결혼 제도화를 향한 “임계질량” (Critical Mass)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었다. 


솔로몬은 동성결혼 제도화의 성공에는 적절한 프레이밍, 능력 있는 활동가, 수많은 봉사자, 충분한 기금, 여론조사과 사회연구를 반영한 운동 전략, 그리고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행동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한다.

당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2015년 연방대법원은 동성결혼은 “헌법상 권리” 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람들이 동성애자 부부가 이성애자 부부와 다를 바 없이 같이 서로 사랑하고 헌신하고자 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동성결혼 제도화는 거부할 수 없는 물결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기 전,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들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하던 나의 생각은 반쯤 맞고 반쯤은 틀렸다. 



동성애자들은 오래전부터 커밍아웃을 통해 자신의 친지나 친구들의 의식을 바꿔왔지만, 그들이 더 나아가서 국회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소송의 당사자가 되고, 지역정치에 참여하고, 시위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은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동성결혼 운동 덕분이었다. 그리고 동성결혼 소송은 동성결혼 제도화를 향한 첫 발걸음이었을 뿐, 소송 전후에는 더욱 치열한 정치활동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04년 워싱턴 DC에서 있었던

전국 결혼평등 집회(NATIONAL MARRIAGE EQUALITY EXPRESS RALLY)에 참가한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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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은 사람들의 가치관과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말한다. Freedom To Marry 활동가들은 여론조사와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동성결혼이 이성결혼과 마찬가지로 사랑과 헌신을 기반으로 한 결합이라는 것을 보여줄 때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래서 동성결혼 비제도화가 동성커플에 미치는 손해(배우자에 대한 병원에서의 보호자권이나 사망 시 상속권 등)를 강조하기보다는, 동성커플들이 사랑과 헌신을 위한 결혼 제도에 함께하려고 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또 보통 동성커플에 우호적이지 않던 보수 공화당원(Republican) 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들에게 중요한 가치관인 “자유”(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자유)와 “황금률”(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가치관)을 내세웠다. 이를 전파하는 데에는 감성에 호소하는 TV 광고와 1대1설득이 도움이 되었다. 메인 주의 동성결혼 국민투표 전, 활동가들은 수많은 봉사자들을 조직해 동성결혼 반대자 및 부동표층의 집을 방문해 사적인 대화를 하며 동성결혼도 이성결혼과 다르지 않다는 공감을 이끌어 냈다. 



또 매사추세츠 주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제도화 한 이후 주 의회에서는 주 헌법을 개정해 동성결혼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솔로몬이 일했던 동성결혼 운동 단체 Mass Equality는 보수적인 지역구를 대표하는 정치인들과 동성애자 부부의 만남을 주선해서 그들이 동성커플의 사정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것이 “옳은 일” (right thing)임을 깨닫는 것을 도왔다.

정치인들의 이해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응을 하는 것도 필요했다. 솔로몬은 아쉽지만 정치적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정치인들에게도 동성결혼은 재당선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밥줄이 걸린 일이었다. 



지난 몇 년간 동성결혼을 지지했던 오바마 대통령 역시 2010년 이전에는 “Civil Union은 지지하지만 동성결혼은 지지하지 않는다” 며, “입장을 바꿀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가 있다. 2004년에는 “결혼은 남녀 간의 결합” 이며 자신의 신앙 때문에 동성결혼을 지지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솔로몬은 대통령의 입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동성결혼 지지가 재당선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걸 증명해야 했다고 말한다. Freedom To Marry는 공화당과 민주당내 최고의 여론조사요원에게 국민의 동성결혼 지지도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고, 그들은 동성결혼 지지도는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계층에서 반수가 넘는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제야 오바마 대통령은 동성결혼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 시작했다. 



또 매사추세츠에서 대법원의 판결 이후 동성결혼 금지를 위한 주 헌법 개정 법안이 발의되었을 때, 활동가들은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정치인들과 동성애자 정치인들을 위한 당선운동을 했다. 모든 지지 정치인들을 당선시키면서 동성결혼 운동 진영은 “공격적이고 전략적이며 끈질긴” 정치 세력임을 입증해냈고 동성결혼 지지에 대한 정치인들의 걱정을 덜어낼 수 있었다.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한 커플이 미국에서 1967년 Loving v. Virginia 판결 이전

인종간 결혼금지법이 존재하던 시기도 있었음을 상기시키며 역사의 올바른 방향에 서자고 하는 모습

Creative Commons licensed(BY-SA) flickr photo shared by Elvert Barnes




매사추세츠 주지사 데발 패트릭(Deval Patrick)은 서문에서 “동성결혼 운동의 도전, 실패, 그리고 성공을 통해서 미국은 사회 정의를 향한 투쟁에 대한 새로운 장을 쓰고 있다 … 가까운 미래에, 모든 미국인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진보는 모든 미국인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간단하고 심오한 원칙에 대한 신념을 지키는 것에 달려있다.” 고 썼다. 솔로몬과 미국의 동성결혼 운동 진영은 “법 앞에 평등” 이라는 원칙을 성공적으로 전달했다. 



한국에서도 얼마 전 첫 동성혼 소송이 시작되었다. 어려운 싸움이 되겠지만, 미국에서처럼 예상보다 빨리 제도화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한국 젊은이들의 성소수자에 대한 의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들 역시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크 솔로몬의 책 “Winning Marriage” 는 동성결혼 활동가들에게는 로드맵을 제공한다. 그리고 동성결혼 운동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동성결혼이 자신 주위의 성소수자들에게 가지는 의미를 알려주며,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이 구현될 때 긍정적인 사회변화가 올수 있다는 미국의 선례를 보여준다. 

글 / 희망법 실무수습생 ‘찰스’

Winning Marriage: The Inside Story of How  Same-Sex Couples Took on the Politicians and Pundits – and Won

Marc Solomon

ForeEdge from University Press of New England, 2014. 11. 12. – 36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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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직 국내에 발간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