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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노동 현장은 어떻게 변할까?

* 본 글은 노동건강연대에서 발행하는 <노동과건강> 98호 ‘노동정책리뷰’에 기고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지난 6월 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대표발의로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었다. 다음 날인 6월 30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에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평등법 시안)을 제정하라는 의견표명을 했다. 2013년 두 개의 차별금지법안이 철회된 후 7년 만에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발의와 제정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헌법상 평등권을 일반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법률이다. 차별에 대한 통합적인 정의와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차별을 효과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구제 수단을 제공하며, 국가기관이 차별 시정과 예방, 평등 증진을 주요한 과제로 일관되게 추진하도록 하는 정책의 근거를 마련한다. 차별금지법은 ①고용, ②교육, ③재화‧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 ④행정서비스의 제공이나 이용이라는 네 가지 주요한 사회 영역에서의 차별을 규율하고 있는데, 이 중 가장 주요하게 다루어지는 영역은 고용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고용 차별을 규율하는 법이 이미 여럿 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이러한 개별법들의 규율 범위를 넘어 차별금지 사유, 차별의 개념 및 그에 대한 구제 수단을 가장 포괄적으로 제시하고, 여러 사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현실의 차별 양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 실질적인 의미가 있다.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통해 우리 사회 노동 현장의 풍경은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올해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이하 ‘법안’)을 중심으로 차별금지법이 고용 차별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차별의 개념

법안은 차별의 개념을 통합적으로 정의하기 위해 ‘직접차별’과 ‘간접차별’을 구분한다. 직접차별은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규정된 차별금지사유 19개에 ‘언어, 국적, 성별 정체성, 고용형태’이라는 4개 사유를 추가하여 총 23개 차별금지사유 등을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말한다. 법안은 나아가 간접차별, 성희롱, 괴롭힘, 차별을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광고행위, 복합차별 역시 금지되는 차별에 해당함을 명시하며 차별의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
간접차별은 외견상으로는 중립적인 기준이지만 실제 적용했을 때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를 뜻한다. 인권위는 영어 의사소통이 본질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업무임에도 토익 600점을 일률적으로 요구한 채용공고 지원 자격에 대해, 중증 청각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기준으로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간접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러한 차별은 우리 사회의 ‘노동자’ 상이 청각장애가 없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미 차별적으로 만들어져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처럼 간접차별은 언뜻 중립적으로 보일 정도로 이미 구조화되어있는 차별을 포착하고 시정하기 위해 중요한 개념이다.
괴롭힘은 차별금지사유를 이유로 ’적대적·모욕적 환경을 조성하는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로 정의되고 있다. 차별금지사유들에 기초한 괴롭힘, 성적 괴롭힘을 의미하는 성희롱은 모두 그 피해자를 고용 같은 중요한 사회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차별행위와 다를 바 없다.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규율하는 기존 법률들이 존재하지만, 법안은 차별적 괴롭힘과 성희롱이 모두 차별의 한 유형임을 명확히 하면서 차별의 구제 수단을 동등하게 부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법안은 차별의 예외로 소위 ‘진정 직업 자격’과 ‘잠정적 우대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진정 직업 자격의 경우, “특정 직무나 사업수행의 성질상 그 핵심적인 부분을 특정 집단의 모든 또는 대부분의 사람이 수행할 수 없고, 그러한 요건을 적용하지 않으면 사업의 본질적인 기능이 위태롭게 된다는 점이 인정되는 경우. 다만 과도한 부담 없이 수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상세하고 엄격하게 규정했다. 차별의 예외로 인정되는 진정 직업 자격은 매우 엄격하게 해석된다. 고객들이 특정한 조건의 사람을 선호하거나 불편해해서 경영상 어쩔 수 없다는 등의 사유는 이러한 예외에 해당할 수 없다는 것이 국내외에 확고하게 확립되어 있는 법리다.

 

고용 영역, 근로자사용자의 범위

법안은 고용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 노동자의 범위를 근로기준법보다 넓게 규정하고 있다. 즉, 법안에서 정의하는 근로자에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라도 특정 사용자의 사업에 편입되거나 상시적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그 사용자 또는 노무 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어 생활하는 자”도 포함된다. 또한 “동일 사업장에서 특정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들을 사실상 지휘·감독하는 경우, 일방 사업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과 관련이 없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임을 입증하지 아니하는 한 그 사업자의 근로자는 특정 사업자의 근로자로 본다.” 사용자에 관해서는 “근로계약의 체결 여부와 상관없이 당해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의 결정에 대하여 사실상 지휘·감독권이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
앞서 살펴본 차별의 일반 개념을 토대로, 법안 제3장 제1절은 고용 영역에서 발생하는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구체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고용과 관련한 모든 단계, 즉 노동관계의 성립 전후의 단계 (모집‧채용, 근로계약), 유지단계 (근로조건, 임금‧금품, 임금 외 금품, 교육‧훈련, 배치, 승진), 종료단계 (해고‧퇴직 등) 등에서 문제되는 차별을 각각 규율하는 10개의 조항을 두고 있으며, 노동조합과 직업훈련기관에서의 차별금지 또한 규정하고 있다.
근로계약 내용 중 차별적인 부분이 있으면 무효가 되며, 관련한 내용은 불리하지 않은 내용으로 수정 간주된다. 이런 조항은 기존 법률에 비해 특히 강한 효과를 가지는 규정이다.

 

차별의 구제

법안에 의하면, 피해자는 차별이 발생했을 때 ①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하거나, ②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인권위 진정과 그에 따른 시정 권고는 절차적으로는 현재 인권위법상 차별 진정 제도와 유사하다. 다만 진정 대상이 되는 고용 차별의 범위는 앞서 보았듯이 확장되고 구체화된다. 법안은 이에 더해 시정 권고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때 인권위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행 차별 시정 제도와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법원에 차별에 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규정들이다. 차별피해자는 일반적으로 상대적 약자의 위치에 놓여있으며, 차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또한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고용 차별에서 이러한 격차는 특히 심각하다. 따라서 법안은 차별피해자의 불리한 위치를 보완하기 위한 아래와 같은 여러 특례조항을 둠으로써 이 격차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한다.

 

  • ❏ 중대한 차별사건의 경우 인권위가 피해자의 소송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조항

  • ❏ 법원이 차별행위의 중지나 근로조건 개선 등과 같이 차별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직접 명하는 판결을 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본안 판결 전까지 임시조치도 명할 수 있게 한 조항

  • ❏ 악의적 차별의 경우에는 재산상 손해액 이외에 손해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지급할 수 있게 한 조항

  • ❏ 차별에 관한 주요한 내용을 피해자가 아닌 상대방이 증명하도록 하는 조항

  • ❏ 고용 차별과 관련하여 피해자가 사용자 또는 임용권자 등에게 문제 되는 처분의 기준 등의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사용자 등이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경우 사용자가 문제 되는 차별행위를 한 것으로 추정하는 조항

 

또한 차별 진정, 소송 제기, 증언 등을 했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해고, 징계 등의 불이익조치를 하는 경우에는 불이익조치를 무효로 하고 불이익조치를 한 사용자는 형사처벌을 받도록 함으로써 피해자에 대한 보복행위를 예방하고자 하고 있다.

 

고용 형태를 이유로 하는 차별의 규율

마지막으로, 법안은 ‘고용 형태’를 차별금지사유로 명시하면서 이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을 목적으로 하는 통상근로와 단시간 근로, 기간제 근로, 파견근로, 그 밖에 통상근로 이외의 근로형태”로 정의하고 있다. 현행 기간제법, 파견법에 임금과 근로조건에 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시정하는 제도가 도입되어 있으나, 이러한 차별 시정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있다. 법안은 기간제‧단시간‧파견근로 이외의 비정규 근로 형태 또한 차별금지사유로 아우르고, 임금과 근로조건뿐 아니라 고용의 전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 전반을 규율한다. 또한 괴롭힘과 성희롱 등 확장된 차별 개념을 사용하고 있어 기존 법에 비해 그 차별의 규율 범위가 넓다.
고용 형태가 갈수록 일종의 ‘사회적 신분’으로 기능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안이 고용뿐 아니라 교육, 재화‧용역, 행정 서비스 등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고용 형태 차별을 두루 다루게 된다는 점 또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만, 현행 비정규직 차별 시정 제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가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정성 그 자체에 있음을 생각해볼 때, 법안 역시 현행 제도와 유사한 한계를 반복할 위험이 있다. 더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바꾸는 세상

사회를 바꾸는 힘은 법에서 나오지 않는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사회가 변화한다면, 그 변화는 법 자체가 아니라 법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스스로를 바꾸고 서로를 바꾸어내는 힘에서 비롯될 것이다. 우리는 노동자가 매우 다양한 배경과 복합적인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제도에서 그리는 노동자의 상과 노동할 권리는 여전히 편향적이다. 노동자들이 성별, 인종, 장애, 가족 상황 등의 다양한 사유로 겪고 있는 차별들은 그동안 충분히 ‘차별’로 이야기되지 못했고, 그저 각자가 알아서 극복해야 할 조건이자 개인의 무능력으로 취급되어왔다. 현실에서 동등하게 노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간접차별, 괴롭힘, 성희롱, 복합차별 등의 다양한 차별 양상 또한 ‘차별’로 충분히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의 제정과 시행을 통해 이들이 개인의 불운과 무능력, 감내해야 할 노동의 본질 등이 아니며,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해결할 수 있는 차별임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자, 노동할 권리의 ‘보편성’을 재구성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모든 이가 동등하고 존엄하게 노동하는 사회의 모습을 조금 더 가깝게 그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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