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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프랑스편(1)-

(사진 출처 : http://www.publier.eu/christophe-lemaitre-ambassadeur-contre-le-harcelement-scolaire/1952)

 

1. 들어가며직장내 괴롭힘이라는 개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우리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말이기 때문에 직장 내 왕따 말하는 건가?” 이정도로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만, 직장내 괴롭힘은 직장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인권침해문제를 일컫는 말입니다. 물론, 직장내 따돌림의 문제도 포함됩니다.

ILO, EU 및 유럽의 각국에서는 이 문제를 harassment at work, workplace harassment, bullying, mobbing 등의 용어로 개념화하여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법적으로 규율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래에서 살펴볼 프랑스는 직장내 괴롭힘을 정신적 괴롭힘(harcèlement moral) ‘로 규정하여 노동법 및 형법전에 구제수단 및 벌칙을 규정하고 있는데요, 현재 연간 100건 이상의 최고법원 판결이 나올 정도로 사회적 문제가 법과 제도를 통해 해결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하에서는 프랑스가 직장내 괴롭힘의 문제에 대하여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대응하여 왔는지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2.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입법 이전의 대응

 

프랑스에서는 1992년 사회현대화법률(Social Modernization law) 제정으로 직장내 괴롭힘(harcèlement moral)을 규정하였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이러한 문제를 ‘insidious harassment’ 등으로 명명하면서 기존의 민사/노동법상 법리를 통해 해결해 왔습니다. 예컨대 정신적 괴롭힘으로 인하여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 노동자는 이 근로계약의 종료가 정신적 괴롭힘이라는 사용자의 유책행위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수당과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CA Versailles, 19 oct. 1994), 이를 사용자의 성실의무 위반(민법 제1134조 제3)으로 보아 사용자의 유책사유로 인한 해고로 인정하였습니다(Cass. soc., 16 dec. 1993).

 

 

3. 직장내 괴롭힘의 입법

 

(1) 1989: 직장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의 증진을 위한 EEC 지침

 

1989년 직장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의 증진을 위한 EEC 지침은 고용주에게 피고용자의 안전을 증진을 증진할 일반적인 의무를 부여하였습니다. 또한 직업위험평가(occupational risk assessments)를 도입하였고, 사고 발생 이전의 예방을 강조하였습니다.

 

https://osha.europa.eu/en/legislation/directives/the-osh-framework-directive/1

 

이 지침이 명시적으로 직장내 괴롭힘을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직업안전의 영역에 물리적 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포함시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 지침의 프랑스내 이행법률인 건강과 안전에 대한 법률(1991)은 사용자에게 피고용자의 건강과 안전 예방, 위험평가, 훈련에 대한 일반적 의무를 부여하였는데, 이 법률은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법률적 대응의 초석이 됩니다.

 

(2) 1998: ‘정신적 괴롭힘(harcèlement moral)개념의 사용


심리학자인 Marie-France Hirigoyen1998정신적 괴롭힘, 무자비한 폭력(Le harcèlement moral, la violence perverse au quotidien)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하면서 정신적 괴롭힘(harcelement moral)’ 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이 책의 발간으로 프랑스 내에서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Hirigoyen은 직장내에서의 정신적 괴롭힘을 고용관계 혹은 근로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으로서 개성, 존엄성, 인간의 신체적·심리적 완전성을 침해할 수 있는 어떠한 모욕적 행동, 언어, 제스추어, 표현이 정신적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정의하였습니다.

 


Marie-France Hirigoyen 이 쓴 정신적 괴롭힘무자비한 폭력(Le harcèlement moral, la violence perverse au quotidien)」은 프랑스 내에서 45만부나 팔릴정도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책은 24국어로 번역되었는데, 우리나라에는 「(보이지 않는) 도착적 폭력」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사진 : 위키피디아).



(3)  정신적 괴롭힘의 입법과정


이와 같이 Marie-France Hirigoyen이 촉발시킨 논쟁은 1999년, 2001년 이를 규율하기 위한 입법노력으로 이루어졌습니다.1999년 Georges Hage, 2001년 Roland Muzeau가 각각 직장내 괴롭힘를 규율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법과정에서 정신적 괴롭힘을 법제도로 규율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 정신적 괴롭힘의 현상들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식별하기 어렵고, 따라서 그에 따라 그 개념의 윤곽을 정확하게 규정할 수 없어 정신적 괴롭힘의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기존의 법제에서도 정신적 괴롭힘을 규율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있기 때문에 이를 정신적 괴롭힘으로 독자적으로 포섭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비판도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첫째, 정신적 괴롭힘의 현상이 심각하고 그 규모가 크며 보편화되어 있고, 둘째, 기본의 법제에서 정신적 괴롭힘의 개념을 명확하게 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예방이나 금지의 실효성이 떨어지며, 셋째, 노동관계의 측면이나 형사적 측면에서 기존의 법규정들을 피해자 구제 등의 측면에서 정신적 괴롭힘을 규율하기에 불완전하다는 반론이 제기되었고, 입법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결국 사회현대화법률을 통해 정신적 괴롭힘에 대한 법률이 제정되었습니다. 2002년 조스팽 사회당 정부는 사회현대화법률에 직장내에서의 괴롭힘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켜 건강, 주거와 관련한 다른 부분과 함께 통과시킨 것입니다. 


 사회현대화법률(modernisation socilae) : 조스팽 사회당 정부가 노동, 건강, 주거와 관련한 주요 법률을 개정한 것으로 상법, 노동법, 건강법, 주거법 등이 224개 조항의 사회현대화법률을 통해 큰 폭으로 수정되었다.

 


한편, 프랑스의 직장내 괴롭힘의 입법에 한국의 기업이 관여하였다는 웃픈 역사가 있습니다. 당시 프랑스의 로렌지방에 진출한 대우의 공장에서는 사용자가 출산휴가나 병가를 사용한 근로자를 하루 종일 독실에 가두거나 특별히 일을 주지 않는다든지, 담배꽁초를 줍게 하는 등의 굴욕적인 일을 시킨 것이 원인이 되어 노동쟁의가 발생하였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1999년 공산당 George Hage가 정신적 괴롭힘 법안을 제출하였다는 것입니다(로렌지방 대우 공장 전경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로렌지방의 대우공장의 정리해고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였습니다. 4명의 노동자가 정리해고 반대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정리해고후 전자렌지 공장은 폴란드로, TV공장은 터키로 이전했지만, 대부분이 여성이었던 1200여명의 로렌공장의 노동자들은 실업상태로 뿔뿔히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봉은 이들의 정리해고 과정과 이후의 삶을 기록하여 대우라는 이름의 소설로 발간하였는데, 프랑수와 봉의 인터뷰에서 로렌공장에서 일어났었던 직장내 괴롭힘의 내용들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 한국 국적의 공장이라는 특수성, 즉 문화차이로 인한 마찰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답) 노동방식이 많이 달랐다. 여성 노동자들은 한국인 공장장에게 프랑스 방식을 인정할 것을 주장하며 많이 싸웠다. 공장장이 작업중인 노동자 바로 뒤에 서서 10여 분 동안 감시하곤 했다는데 그게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전자렌지 공장에서는 노동자가 질병 등으로 결근을 하고 다음 날 출근하면 사무실에 감금한채 “아침 나절은 여기서 보내면서 정말 결근이 불가피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라”며 일종의 벌을 내리기도 했다. 소위 ‘반성’하느라 사무실에서 반나절을 보낸 한 노동자가 다음날 다시 공장장을 찾아가 “더 생각할 것이 있으니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게 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웃음). 그 다음부터는 그런 식으로 벌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고 들었다.



프랑수아 봉 인터뷰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289961


 

<2편에서 계속>


정리_김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