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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승소소식] 경찰 폭력 규탄 집회에 대한 해산명령, 참가자 체포의 공권력 행사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 인정, 그러나 집회 방해라는 본질과 책임져야 할 개인을 쉽게 면책시켜버린 1심 판결에 대하여

 

글 / 서선영

 

지난 2019. 9. 20.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6. 7. 7. 경찰의 집회방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선고했습니다(서울중앙 2016가단5270172 판결, 판사 박병태). 그러나 이 판결은 집회 방해의 직접적 행위자인 당시 서울종로경찰서 경비과장, 경찰서장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 집회 방해의 본질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와 문제점이 많은 판결입니다. 당시 사건의 경과와 1심 판결의 문제점에 대한 글입니다.

 

1. 2016 7월 7일 ‘경찰폭력 규탄의 날집회 신고

 

2016년 겨울 촛불이 타오르기 몇 개월 전을 다시 생각해본다. 지금은 광화문에 갖가지 집회가 열리는게 자연스런 풍경이 되었지만, 당시는 그렇지 않았다. 집회 금지가 일상이었고, 집회를 위한 현수막, 깔판, 고인을 기리는 영정들도 경찰은 쉽게 탈취했었다.

 

7.7 경찰폭력 규탄의 날 집회 포스터

 

유성범대위, 4.16 연대, 백남기 농민 대책위는 2016. 7. 7. ‘경찰폭력 규탄의 날’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집회의 종로구청에서 출발해서 1개 차로를 걸어서 경찰청까지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집회 이틀전인 7. 5. 종로경찰서에 신고했고, 집회 당일까지 경찰의 금지나 조건통보 조치는 없었다.

 

2. 행진 시작 불과 10분전 경찰의 갑작스런 조건통보, 해산명령, 행진 차단, 참가자 체포

 

예정된 대로 집회를 간략하게 하고 행진을 시작하려고 하던 시점에 경찰은 갑자기 조건통보를 하면서 행진을 막아섰다. 이미 이틀전에 종로경찰서에 신고했고, 경찰도 아무런 금지나 조건통고 조치를 하지 않았던 집회 신고 시점으로도 1시간 50분이 지난 시점에서의 갑작스런 조건통보였다.

 

조건통보의 내용은 행진 인원이 300명 미만일 경우 신고된 것과 같이 1차선으로 행진할 수 없고 인도로만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300명을 기준으로 1차선으로 시위를 할 수 없다는 경찰의 조건은 그 자체로 위헌소지가 높았지만, 더 큰 문제는 집회 주최측에서 조건통보에 이의 제기할 기회를 박탈한 행진 시작 10분전 현장 조건통보의 문제였다. 조건을 부과하려면 당사자들이 이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부과했어야 했고, 이틀전 집회 신고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럴수 있었다. 실제 그해말인 2016년 촛불집회에서도 경찰은 이와 비슷한 조건통보를 계속 발하였는데, 최소한 이 때는 조건통보를 집회 몇일 전 발령해서 당사자들이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한 결과, 법원이 집행정지결정을 해서 집회가 원래 계획한 대로. 참가자들과 경찰의 충돌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집회에 대해서 경찰은 집회 주최측이 법적으로 이의제기할 기회의 여지가 전혀 없는 방식으로, 행진 10분전 조건통보를 하면서 1차선으로 행진하려던 시위대를 막아섰다. 경찰에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시위대를 향해 해산명령을 했고 사람들을 채증했다. 경찰 폭력을 규탄하는 집회가 또 다시 공권력의 폭력으로 막힌 상황이었고, 사람들은 경찰에 둘러쌓인 상태에서 발언과 항의를 했다. 결국 경찰은 사람들을 물리력으로 인도로 밀어붙였고, 갑자기 사람들을 ‘납치하듯’ 체포했다.

 

발언하는 참가자를 안내하려던 원고가 갑자기 경찰에 의해 납치되듯 체포, 참가자들이 경찰 방패 차단벽으로 끌려들어가며 현장에 같이 있던 사람들 놀라는 장면  ⓒ영상화면 캠쳐

 

3. 교통소통이 목적이라던 경찰은 시위대를 인도로 밀어붙인 후 자신들이 1차로를 점거하며 이동

 

경찰의 해산명령, 행진 차단, 체포등의 형식적 명분은 교통소통이었다. 행진을 하는 곳은 차량 이동이 많기 때문에 300명 이하는 인도로만 가야 한다는 것이 조건통보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정말 교통소통을 위한 것이었을까?

 

원래 신고한 대로 행진을 하도록 했으면 교통은 조금 서행되었을지 몰라도 경찰이 막은 것 만큼 1차선이 불통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교통이 불통이 되건 말건 자신들이 1차선을 점거하며 행진을 막았다. 실제 경찰의 목적은 ‘오로지’시위대의 1차선 행진은 진행되어서는 안된다는 목적 관철에 있었지 교통소통과는 무관하게 행동했다.

 

시위대를 막기 위해 경찰이 1차선을 모두 점거한 모습 ⓒ영상화면 캠쳐

 

심지어 경찰은 시위대를 인도로 밀어붙인 이후에는, 시위대가 1차선으로 내려오는 것을 막는다는 그 목적을 위해 자신들이 1차선을 점거하면서 시위대와 같이 이동했다. (그야말로 ‘이 도대체 무슨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집회 방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1심 판결문(2016가단5270172 판결)중 일부

 

공권력 행사의 중요한 원칙인 비례의 원칙 중 하나로 수단의 적합성의 원칙이라는 법리가 있다. 공권력이 선택하는 수단은 목적 달성을 위해 적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1차선 소통을 위해 집회를 막고, 인도로 밀어붙인 경찰이 1차선을 점거하며 이동하는 상황은 정당화될 여지가 전혀 없었다.

 

4. 대한민국의 책임만을 인정한 1심의 안일한 판단

 

원고측은 손해배상을 제기하면서 조건통보의 위법, 해산명령의 위법, 이에 근거한 집회‧시위 방해의 위법, 현행범 체포의 위법을 주장했다. 실질적으로 이런 위법한 공권력 행사들은 시위를 방해하려는 의도, 집회 참가자들을 괴롭히기 위한 의도로 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행위가 위법한 것이라는 점은 현장에 있었던 경비과장이나, 해산명령등 총책임자인 경찰서장은 알 수 있었으며(고의), 최소한 무거운 주의의무를 갖는 자로서 알 수 있었어야 했다(중과실).

 

그러나 1심은 해산명령의 위법성만을 인정했고, 다른 쟁점들은 적극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이 사건 해산명령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이상 원고들 주장의 이 사건 시위의 저지에 관한 위법성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아니한다”, “이 사건 해산명령이 위법한 이상…위 현행범 체포 역시 위법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행진을 저지한 것은 집회방해라는 불법행위라는 점은 명확히 했어야 했다. 단순히 해산명령이 위법이기 때문에 현행범 체포가 위법인 것이 아니라, 현행범 체포의 방식과 요건 자체의 심각한 흠결이 있었다는 점도 명확히 했어야 했다(현장에 있었으면 전혀 도주의 우려가 없는 원고에 대한 현행범 체포가 위법하다는 것은 알 수 밖에 없었고, 이런 현행범 체포의 위법에 대해서는 고의가 인정될 수 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 행진 10분전 현장에서 이루어진 조건통보에 대해서는 위법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1심은 원고가 피고로 삼았던 대한민국, 종로경찰서 경비과장, 종로경찰서장 중 대한민국에 대해서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대한민국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위법한 체포와 해산명령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은 원고에 대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함께 책임을 지는 것이다.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핵심은 위법한 행위라는 것을 알고서(최소한 알아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자들로서) 직접 행위를 한 사람들이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러나 1심은 이들 행위자들에게는 경한 과실만 있을 뿐개인적으로 책임을 질 만한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5. 항소를 제기했다.

 

원고들이 손해배상을 제기한 목적은 단순히 돈을 받는 것이 아니었다. 책임을 제대로 묻는 것이었다. 그러나 1심의 결과는 여러 위법성 중 아주 일부만이 인정되었을 뿐이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전혀 책임을지지 않는 것으로 되어버렸다. 그래서 원고들은 모두 항소를 제기했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조건통보는 집회측의 이의제기권을 박탈할 뿐 아니라, 집회와 공권력의 충돌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높은 행위다. 현장에서의 조건통보의 위헌성, 집회 방해 행위, 공권력을 행해져야 할 목적과 전혀 무관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항소심에서는 다시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항소를 제기하면서 피고의 주소지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었던 피고, 종로경찰서장이었던 피고의 근무지를 알아보았다. 한사람은 대전 서부경찰서장으로, 한 사람은 충남 서천경찰서장이 되어 있었다. 2016. 7. 7. 집회 방해 행위는 이들의 승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사법농단이 드러났고, 검찰의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한 목소리들이 높은 시기이다. 경찰, 검사, 판사, 이들은 대체로 책임을 지지 않았다. 검사와 판사의 책임은 거의 본적이 없고 경찰은 아주 드물게 책임이 인정되었을 뿐이다. 직접 행위를 한 자들은 잘 살아남고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만 책임을 지는 방식(물론 대한민국의 책임이 조금씩 인정되기 시작한 것도 불과 얼마전 부터이다)은 정의가 아니다. 모두 엄중하게 책임들을 져야 한다.

 

 

2016년 7월 7일 오후 ‘경찰폭력 규탄의 날’ 집회에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으로 행진하던 중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