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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식] 중국정부의 표현의 자유 침해를 알린 한국의 활동가가 기소되다

희망법은 한 기자회견의 사회를 본 이후 미신고 집회를 주최했다는 이유로 집시법위반죄로 기소된 활동가의 형사변론을 맡아 진행하였습니다. 문제가 된 기자회견은 중국에서 불법체포·구금된 페미니스트·LGBT 활동가의 석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최근 이 사건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고 확정되었는데요, 그에 관한 소식을 전합니다.

중국대사관 앞 기자회견 장면

2015. 3. 18. 중국대사관 앞에서 있었던 기자회견 모습

1. 중국 페미니스트·LGBT 활동가의 구금, 국제적인 구명운동이 벌어지다

2015년 세계 여성의 날(3. 8.)을 앞둔 2016. 3. 6.과 2016. 3. 7. 중국 페미니스트·LGBT 활동가인 리팅팅, 왕만, 웨이팅팅, 젱추란, 우롱롱이 베이징, 항저우 등지에서 갑작스레 연행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들은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공공교통수단에서의 여성에 대한 성폭력에 항의하는 스티커 부착 시위를 기획 중이었는데, 정부 당국에서 이것을 문제 삼은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빠르게 국제 문제로 비화되었습니다. 그동안 중국 정부의 자의적인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제한을 염두에 두더라도, 대규모 정치적 시위가 아닌 평화적이고 일상적 캠페인 혹은 문화적 퍼포먼스에 대하여 사전적으로 여성 활동가들을 구금한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의 자유로운 접견마저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5명의 안전이 상당히 급박한 상황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돌았습니다.

사건 발생이 알려진 직후인 2015년 3월 7일부터 신속하게 5명의 무사 귀환을 위한 국제적인 구명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석방을 요청하는 사진을 올리는 식으로 운동에 동참하였습니다. 한 달 여 기간 동안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chinesefeminists)과 엠네스티 텀블러 홈페이지(http://freethefive.tumblr.com/)에는 구명을 요구하는 피켓을 든 사람들 사진이, 트위터에는 해시태그(#FreeTheFive)를 사용한 응원의 트윗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등 유명 정치인이나 뉴욕타임즈 등 언론에서도 석방을 촉구하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한국에서도 구명을 위한 기자회견이 긴급히 열렸습니다. 40여개 여성·성소수자 단체 및 연대체와 150여 명의 개인들은 2015. 3. 18.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에 열어 중국정부의 인권활동가에 대한 불법적인 체포·감금을 한국 시민사회에 알리고 국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구명운동에 연대하고자 하였습니다.

기자회견문 – 중국 정부는 구금된 페미니스트․LGBT 활동가 5명을 즉각 석방하고 페미니스트∙LGBT 활동가와 사회운동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

관련 기사 – ‘중국 페미니스트·LGBT 활동가 석방요구’ 기자회견

이러한 국제적인 구명운동에 힘입어, 구금된 지 한 달여가 지난 2015. 4. 13. 5명의 활동가들은 보석으로 무사히 집으로 귀환할 수 있었습니다.

2. 구명을 촉구한 한국 활동가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정부의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기자회견을 통하여 알린 한국의 활동가가 형사기소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2015. 3. 18. 중국대사관 앞에 있었던 기자회견이 집회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상 신고해야 하는 집회임에도 신고하지 않고 이를 주최하였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사건 기자회견 당시에는 미신고집회라는 점이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 당시 대사관 앞은 ‘절대적’ 집회금지구역이라는 이유로 ‘불법집회’라고 했을 뿐이며, 그에 근거하여 해산명령을 하였습니다. 한 때 대사관 100m 이내에서 집회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었던 적이 있으나, 그에 대한 헌법재판소 위헌결정 이후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등에는 집회가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즉, 실상 대사관 앞은 절대적 집회금지구역도 아니고, 이 사건 기자회견은 소규모 인원이 모여 평화적으로 진행되어 대사관 앞 집회가 가능한 경우였습니다. 따라서 대사관 앞 집회를 이유로 기소할 수는 없었고, 형식적인 요건을 충족하는 것처럼 보이는 집회 미신고를 사후적으로 문제 삼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당시 경찰에 이 사건 기자회견을 신고했다면 과연 그 신고를 받아주었을까요? 대사관 앞이라는 이유로 ‘불허’하지 않았을까요? 기소를 위한 기소, 규제를 위한 규제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드는 지점입니다.

3. 옥외에서 개최되는 모든 기자회견은, 모든 집회는 신고해야 할까?

이 사건 기소는 기자회견도 집시법상 신고해야 하는 옥외집회라는 것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종래 법원은 구호를 외쳤다는 등의 이유로 기자회견을 집회로 보아 왔으며 그러한 기자회견이 옥외에서 벌어진다면 사전신고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왔습니다. 그에 대해 그동안 많은 비판이 있어 왔으나 판례의 입장은 강고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집회’에 대하여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대법원 2012.04.26. 선고 2011도6294 판결 등), 그런 의미에서 기자회견도 ‘집회’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위 정의에 따르자면 술에 취해 어깨동무를 하고 교가를 부르는 고교 동창회, 어깨띠를 두르고 수십 명이 벌이는 상품 홍보전이나 헌혈캠페인 역시 집회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야외해서 벌어진다고 해서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옥외집회ㆍ시위로 인한 심각한 교통소통의 장애나 주거의 평온 침해 등 제3자의 법익에 대하여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옥외집회와 시위에 대한 사전신고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4. 1. 28. 선고 2011헌바174 결정 등). 이러한 사전신고제의 취지를 보았을 때, 추상적으로 옥외집회 또는 시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제3자의 법익에 대하여 발생하는 중대한 위험’이 없다면 사전신고 등 집시법상 규제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닌지 선행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집시법은 학문, 예술 등 일정한 집회의 경우에는 사전신고 등 집시법상 규제의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제15조)을 두고 있는데, 이 규정도 같은 취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옥외에서의 모든 모임을 사전신고의 대상인 옥외집회 또는 시위로 볼 경우, 집회의 자유뿐 아니라 언론의 자유,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됩니다.

4. 재판의 결론은? 벌금은 내지 않게 되었지만…

변호인은 이 사건 기자회견이 사전에 신고해야 하는 옥외집회에 해당하지 않고, 설령 미신고집회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이 사건 기자회견의 의의, 긴급성 등에 비추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하였으나, 그러한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구명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던 점, 소규모 인원이 짧은 시간에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진 해산한 점, 발언과 퍼포먼스가 평화적으로 진행된 점 등을 들어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항소심에서는 2016. 8. 26. 쌍방의 항소가 기각되어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다행이 벌금은 내지 않아도 되게 되었으나 그 한계는 명확합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Special Rapporteur on the rights to freedom of peaceful assembly and of association) 은 2016. 2. 4. 인권이사회 제31차 정례 회기에서 ‘적정한 집회관리(proper management of assemblies)’에 관한 권고를 발표하면서 집회의 사전신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권고한 바 있습니다.

평화적 집회의 자유는 권리이지 특권이 아니며, 따라서 그 권리의 행사가 정부당국의 사전허가(prior authorization)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권리의 행사를 촉진하기 위한 조정, 공공의 안전이나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 타인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보호 등이 목적일 경우, 국가는 집회의 사전신고(prior notification)를 위한 제도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고절차가 사실상 허가요청의 기능을 하거나 집회 내용에 대한 규제의 근거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참가인원이 적거나 공중에 끼치는 영향이 경미할 것으로 예상되는 집회 등 당국의 사전준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집회에 대하여 사전신고가 요구되어서는 안 된다.

신고해야 하는 옥외집회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보고 그 위반을 이유로 형사처벌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과 해석에 대하여 계속 다투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 소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변론기금의 지원 하에 진행되었습니다.

 

글_이종희, 류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