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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식] 르노삼성 성희롱 사건 민사소송 항소심 – 1심 뒤집고 회사 책임 인정 판결! (2)

[재판소식] 르노삼성 성희롱 사건 민사소송 항소심 

– 1심 뒤집고 회사 책임 인정 판결! (1)

(1)편에서 직장 내 성희롱 자체에 대한 사용자책임 부분의 판결을 살펴보았는데요, 이 글에서는 성희롱 신고 이후 성희롱 피해자가 겪었던 불이익한 조치들에 대한 불법행위책임 부분에 대한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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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 3. 17.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마련했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OUT 선포식’ 모습 (사진 출처: 한국여성민우회 페이스북)

 

남녀고용평등법에 규정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 금지 의무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에는 다음과 같은 규정이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 ① (생략)

②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성희롱 피해자 등에게 성희롱 구제절차에 자유로운 접근을 보장함으로써 성희롱 피해 구제절차를 활성화하고, 나아가 동종의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성희롱 신고 이후 이어진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들

그러나 일터에서 위 조항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성희롱에 대해 문제제기 이후 성희롱 피해자들이 유형무형의 보복 조치를 당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사건의 원고도 상사의 성희롱을 견디다 못해 사내 신고를 하였으나, 이후 불이익한 조치들을 계속 겪어야 했습니다. 원래 하던 업무에서 배제당하고, 견책 징계를 받고,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을 받았습니다. 원고가 가해자를 꼬신 것이라느니 등등의 이상한 소문도 회사 내에서 퍼졌습니다. 원고를 도와주던 동료가 표적적으로 근태조사를 받고 징계를 받는 일도 발생하였습니다. 원고를 회사 내에서 고립시키고 여러 가지 괴롭힘을 통해 회사에서의 문제제기 자체를 차단하려는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1심의 판단 – 다른 사유로 인한 조치일 뿐

1심에서 위의 모든 행위에 대해서, 그것은 다른 사유에 기한 행위일 뿐이라는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내세운 형식적 사유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직장 내 성희롱 이후 성희롱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불이익한 조치가 외형적으로 성희롱 문제가 아니라 대개 다른 사유를 근거로 은밀하게 행해진다는 특성을 간과한 것입니다.

항소심의 판시 – 남녀고용평등법 14의 의미와 판단기준에 관하여

항소심에서는 일부 조치에 대해서 다른 판단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전제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의 의미와 판단기준에 대해서 판시가 있었습니다.

일단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사업주에게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동법 제38조의 양벌규정에 의하여 법인인 회사뿐만 아니라 대표자, 임직원 등도 모두 성희롱 피해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해서는 안 될 의무를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즉, 사업주뿐만 아니라 상사, 동료들에 이루어지는 불리한 조치도 남녀고용평등법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은 직장 내 성희롱 그 자체 내지 이에 대한 피해 근로자의 문제제기 등과 관련한 것이어야 하고 불리한 조치를 하게 된 다른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회사 측이 내세우는 사유가 명목에 불과한지 살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판단기준으로는 회사 측이 내세운 사유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피해 근로자의 문제제기 등이 있기 이전에 존재하였는지 여부 등을 고려사항으로 판시하였습니다.

불리한 조치에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것은 회사가 입증해야

한편,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아래와 같은 입증책임 전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30조(입증책임) 이 법과 관련한 분쟁해결에서 입증책임은 사업주가 부담한다.

회사 내의 성희롱 피해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에 접근하기 어렵고, 회사는 얼마든지 유리한 자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에서 회사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함으로써 피해자의 실질적 구제를 돕는 것이 위 규정의 취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 조항이 소송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한 경우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1심 법원도 입증책임 전환 규정에 대해 별다른 고려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항소심에서는 또한 불리한 조치를 하게 된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는 회사 측에 입증책임이 있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된 입증책임 규정(동법 제47조)과 유사하게, 불리한 조치의 존재 자체는 피해자가, 그에 다른 실질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점은 회사 측이 입증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일부의 불이익 조치에 대해서만 불법행위책임 인정

원고에게 가해졌던 여러 가지 불리한 조치 중에서 업무전환에 대해서만 회사의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원고를 본래 수행하던 전문업무에서 배제하고 비전문업무를 부여한 것에 대해 원고에게 소외감을 주고자 하였던 의도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고의 대학 전공을 볼 때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회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 사유는 직장 내 성희롱 신고 이전에도 원고에게 원초적으로 존재하는 사유였던 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원고에 대한 징계,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원고를 도와준 동료에 대한 징계에 대해서는 회사의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연속적으로 행해진 불리한 조치들에 대해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원고를 도와준 동료에 대해서는 위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성희롱 피해자를 도와준 동료에 대한 불이익을 줌으로써 성희롱 피해자를 직장 내에서 고립에 빠뜨리는 상황은 흔히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즉, 조력자에 대한 불이익은 성희롱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일 수밖에 없는데 그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판결은 여전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회사 내 성희롱 조사자의 소문 유포에 대해서도 회사의 사용자책임 인정

한편, 이 사건에서 원고에 대한 성희롱 사건 조사 업무를 했던 인사팀 직원이 성희롱 사건은 남자에게 불리하게 진행된다‘, ’피해자도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 등의 말을 하여 원고가 성희롱 가해자를 꼬셨다는 등의 소문이 유포된 것에 대해서도 회사의 사용자책임을 인정받았습니다.

조사자에게 비밀유지와 공정성을 엄수하여야 할 조리상의 의무가 있고,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조사업무를 수행하면서 위와 같은 언동을 할 경우 2차 피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사내 조사 과정에서의 피해자에게 오히려 이상한 소문이 퍼지면서 피해자가 고립되는 현실에서 의미 있는 판단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제 상고심…

여전히 한계가 많지만, 의미 있는 판단이 있었던 판결이었습니다. 회사는 최근 상고를 했고, 원고도 인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상고를 했습니다. 성희롱에 대한 문제제기 이후 성희롱 피해자가 겪게 되는 상황을 이해하고 일련의 불리한 조치들을 연속선상에서 고려하는 상고심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 르노삼성자동차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도 이 항소심 판결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 성명서 바로 가기

글_이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