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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사법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 참여기

글 / 김 재 왕

 

 

시각장애인은 소송 기록을 어떻게 볼까요? 청각장애인은 법정에서 어떻게 의사소통할까요? 장애인이 사법 절차에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참여하기 위해서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에서는 장애인 사법지원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희망법은 장애인이 당사자인 소송을 할 때가 많은데, 당사자가 소송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 고민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럼 법원은 장애인에게 어떤 지원을 해 왔을까요? 대법원은 2013년 ‘장애인 사법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펴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장애유형별 특성 및 필요한 지원 내용을 소개하고, 장애인 사법지원의 법적 근거, 장애 개념과 유형, 장애 유형 및 정도에 따른 구체적 사법지원 내용, 사법지원 신청 및 제공 절차를 민·형사 소송절차 단계별로 담았습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청각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한 재판에서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을 제공하기도 하였습니다. 희망법이 참여한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권 보장소송에서는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을 동시에 제공하였고, 청각장애인 공무원 임용차별 사건에서는 청각장애인 당사자가 필담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노트북과 스크린을 제공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소개>
[법률 프리즘]장애인에게도 정당한 편의를 제공한 재판
청각장애인 공무원 임용차별 사건 재판 참여기

 

2013년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은 변화된 환경을 반영하고 부족한 내용을 보완하여 개정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2013년 이후 관련법에서 장애인 사법지원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예컨대, 2016년에는 장애로 진술하기 어려운 당사자가 진술을 도와주는 사람과 함께 출석하여 진술할 수 있도록 「민사소송법」 제143조의2가 신설되었습니다. 전자소송도 활성화되었고,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고 장애등급제가 개편되는 등 장애인 관련 법령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한편, 기존 가이드라인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내용은 정신, 지적, 자폐성 장애인을 묶어서 기술하여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이드라인은 재판부에 권고하는 성격이어서 실효성을 담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가이드라인의 존재를 모르는 법관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가이드라인 개정을 위하여 장애인 관련 법률가와 장애인 단체 활동가 등 외부 전문가를 포함하여 제2기 장애인 사법지원 연구반을 꾸렸습니다. 저도 위 연구반에 참여하여 2019년 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활동하였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사법지원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였고, 장애 당사자로서 그 과정에 힘을 더하고 싶어서 참여하였습니다. 연구반에서는 한 달에 한 차례씩 회의하며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집필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법원내 편의시설의 문제, 법원의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의 문제,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규범화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논의하였습니다.
저는 가이드라인에서 시각장애 부분을 주로 수정하였습니다. 기존 가이드라인에 스크린리더(컴퓨터 모니터에 표시되는 정보 가운데 텍스트 정보를 추출해 음성으로 출력해 주는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을 보완하고, 「민사소송 등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규칙」의 전자 파일 제공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였습니다. 그리고 법원에서 생산한 문서뿐만 아니라 법원이 송달하는 문서에도 전자 파일 제공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추가하였습니다.
아쉬움도 남습니다. 사법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장애인만은 아닌데 가이드라인 이름 때문에 장애인만 사법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읽힐까 우려됩니다. 연구반 수준에서는 가이드라인을 규범화할 수 없는 한계도 있었습니다. 가이드라인에 담긴 내용이 실질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법원의 노력이 필요한데, 앞으로 흐지부지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지난 6월, 드디어 결과물을 받았습니다. 아직은 완벽하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작은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법원이 장애인 사법지원에 관심을 가지고 정책 및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긍정적입니다. 최근엔 청각장애인 수어통역비용을 국고 부담하도록 관련 규칙을 개정했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판결문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한다고 합니다. 형사소송절차에 관한 법률용어 수어집 개발도 진행 중입니다. 저도 법원의 이런 노력에 뒤지지 않도록 장애인이 사법절차에 참여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힘쓰겠습니다.

 

ⓒ 상단 사진 / 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
ⓒ 하단 이미지 / 장애인 사법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 표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