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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글 / 김재왕

사진 / 에이블뉴스

 

소송 당사자 김아무개 씨는 뇌성마비로 거동하는 데 다른 사람의 지원이 필요한 중증 와상 장애인입니다.

김 씨는 옷 벗고 입기, 세수, 양치 등을 할 때에 다른 사람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김 씨와 같은 중증 장애인은 그렇다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것은 시설에서 사는 모습입니다. 김 씨도 2016. 6.까지는 20년 넘게 시설에서 생활하였습니다.

시설에서 살면 행복할까요?

시설에서의 삶은 집단 생활입니다. 병원에 입원해 본 사람이나 기숙사에 살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집단 생활은 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누리기 어렵습니다. 자유로운 출입이나 친구와의 만남이 제한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어떤 시설에서는 성폭력과 폭력, 신체적·정신적 학대 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김 씨와 같은 장애인이 우리 주변에서, 지역사회에서 살 수는 없을까요?

살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김 씨와 같은 장애인 옆에서 일상을 지원하면, 김 씨도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습니다. 이런 목적으로 마련된 제도가 장애인활동 지원제도입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사를 제공하고 활동지원사가 받는 임금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2007. 4.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하여 처음으로 시범 운영된 후, 2011. 1.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활동법’)이 제정되면서 같은 해 10. 5.부터 정식으로 시행되었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2011. 10. 시행 후 2016. 10. 현재까지 사업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지난 5년 간 지원대상은 14,000명에서 61,000명으로 약 4배, 소요재정은 296억 원에서 5,009억 원으로 4,713억 원이 증가하였습니다.

 

김 씨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아래서 자립생활을 하였습니다.

김 씨는 2016. 6. 자립을 희망하며 요양원을 퇴소하고,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체험홈에 입주하였습니다. 김 씨는 활동지원사로부터 하루 13시간(월 411시간)동안 활동지원을 받았습니다. 활동지원사는 자세변경이 없으면 혈전이나 욕창이 생길 수 있는 김 씨에게 자세변경, 동작변경을 해 주었습니다. 학교를 가본 적 없고 글도 몰랐던 김 씨는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으면서 자립생활센터에서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주학)에 참여하여 한글, 수학, 역사, 만들기 수업 등에 열정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또, 김 씨는 활동지원사와 함께 어느 곳이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여 시설에서 나온 이후에 전주, 춘천, 여수 등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시설을 나온 후 매해 걷기 대회를 참가하였고, 맛집을  찾아 가는 자조모임의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합창대회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외부활동을 활발히 하였습니다. 2018년에는 한국자립생활센터협의회로부터 자립왕으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동료상담가 교육을 받고 동료상담가로 활동하였습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김 씨가 살았던 요양원에 가서 동료들을 상담하고 있는데, 3년 동안 5명의 동료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도왔습니다. 평일에는 복지관과 자립생활센터를 오가며 평생학습도 배웠고, 주말에는 종교 생활에 임했습니다. 제2의 인생을 맞이하여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동료들에게 말했습니다. 이런 소소한 일상에서 김 씨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8. 6.부터는 드디어 김 씨만의 집에서 생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김 씨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2019. 7. 65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이 날부터 김 씨는 65세의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 제1호의 ‘노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날로써 김 씨는 제2의 인생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 때문입니다.

장애인활동법 제5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5조(활동지원급여의 신청자격) 활동지원급여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다음 각 호의 자격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1.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
2.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노인등이 아닌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연령 이상인 사람. 다만, 이 법에 따른 수급자였다가 65세 이후에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장기요양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 사람으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은 신청자격을 갖는다.
3. 활동지원급여와 비슷한 다른 급여를 받고 있거나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32조에 따른 보장시설에 입소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람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노인등이 아닌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연령 이상인 사람”이라는 신청자격의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노인등”이란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의 자로서 치매·뇌혈관성질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를 말합니다. 김 씨는 65세가 됨으로써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제1호에 따른 노인’에 해당하게 되어 더 이상 활동지원급여를 신청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는 헌법이 추구하는 바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헌법 제34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천명하고, 그 실현을 보장하기 위해서 같은 조 2항은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같은 조 제5항은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장애인활동법은 헌법 제34조 제5항을 실현하고자 제정된 법률입니다. 장애인활동법에 따라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자립생활을 지원받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헌법 제34조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장애인활동법을 통하여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할 권리로 구체화되어 실현되고 있습니다.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는 김 씨가 65세 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김 씨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됩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바탕을 두고 모든 국민은 국가로부터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살 권리,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권, 살고 싶은 곳과 삶의 방식을 결정할 권리 등을 향유합니다. 김 씨는 지금까지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며 위 기본권을 향유해 왔습니다. 그런데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는 김 씨가 단지 65세가 되었다는 이유로 김 씨의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신청자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는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김 씨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됩니다. 그리고 헌법 제10조에 따라 국가는 장애인활동법의 목적에 따라 사회·경제적인 여건 및 재정사정 등을 감안하여 특히 김 씨와 같은 중증장애인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도모하기에 필요한 적절하고 효율적인 조치를 취하여 그 침해의 위험을 방지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는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는 65세 미만인 장애인과 65세 이상인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습니다. 65세 이상인 노인인 장애인 중에는 간병 등의 노인장기요양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이 있고,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필요한 사람이 있습니다. 국가는 개인의 욕구에 따라 노인장기요양 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과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필요한 장애인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는 65세 이상인 장애인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신청 자체를 일률적으로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합리적 이유 없이 김 씨와 같은 장애인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습니다. 이는 65세 이상인 장애인과 그렇지 않은 장애인을 자의적으로 차별하는것이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됩니다.

 

김 씨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김 씨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노인장기요양 서비스뿐입니다. 그런데 노인장기요양 서비스는 하루 이용 가능한 시간이 최대 4시간입니다. 현재 오후 4시에서 8시 사이에 노인장기요양사가 김 씨의 집을 방문하여 식사지원과 청소 등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는 김 씨의 생존은 불가능합니다. 노인장기요양사가 오는 오후 4시에서 8시외에는 김 씨는 밥이나 약을 먹거나, 물을 마시거나, 씻거나, 외출하지 못합니다. 현재는 김 씨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자립생활센터에서 후원금으로 활동지원사 비용을 부담하여 활동지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센터의 재정상황에 따라 활동지원이 끊기면 김 씨는 다시 시설이라는 감옥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김 씨는 욕창을 걱정하고, 공부도 더 이상 할 수 없으며, 동료상담 활동, 걷기대회, 여행, 맛집 탐방, 합창대회 등 외부활동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습니다. 김 씨는 너무 싫어서 나왔던 시설로 다시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 개정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65세 이상인 장애인은 노인장기요양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김 씨 사례처럼 노인장기요양 서비스로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개인의 필요에 맞추어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와 노인장기요양 서비스를 함께 제공함이 사람의 기본권을 가장 적절히 보장하는 길입니다. 예컨대, 노인장기요양 서비스를 받는 65세 이상인 장애인에게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의 추가급여를 제공한다든지,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를 받던 장애인이 병원에서 요양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 한시적으로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를 중단하고 노인장기요양 서비스를 받는 등의 방안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2016. 11. 29.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개선권고’ 결정문에서 “수요자의 필요와 욕구에 부합하는 서비스의 제공 및 서비스의 연속성 확보를 통해 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이라는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장애인활동법 제5조를 개정하여 장애인활동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의 경우 65세 이후에도 장애 특성과 환경 등에 따라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노인장기요양 서비스  중 필요한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권고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 뒤에도 2019. 7. 5., 2019. 9. 25. 헌법 제10조,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19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장애인복지법」 제6조, 제53조 등을 근거로 65세가 되는 장애인이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불이익이 없도록 장애인활동법 및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희망법은 다른 장애인 단체들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습니다. 궁극적으로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를 개정하기 위하여 입법운동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