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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투표하지 못하게 하는 공직선거법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

무더위가 한창이던 8월 초, 희망법 김재왕, 최현정 변호사는 민변 소수자위 변호사들과 함께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낯선 사람에게 투표용지를 보여 주도록 하는 공직선거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습니다.

 

청구인인 정명호 씨는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뇌병변 1급 장애인입니다. 명호 씨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여 혼자 살고 있는데 하루 14시간 활동보조인과 함께 일상생활을 해 왔습니다. 명호 씨는 활동보조제도가 시행된 2011년부터는 투표할 때에도 활동보조인으로부터 투표보조를 받았습니다. 명호 씨는 활동보조인 1명과 함께 기표소에 입장하여 활동보조인이 명호 씨가 원하는 후보에게 기표하는 것을 지켜 봤습니다. 명호 씨는 오랫동안 일상생활을 같이 한 활동보조인을 깊이 신뢰하였습니다.

 

지난 5월 9일 대통령 서거일에도 명호 씨는 늘 같이 다니는 활동보조인과 투표소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투표사무원이 활동보조인 1명만을 동반하여서는 투표할 수 없다고 하면서 명호 씨가 활동보조인과 함께 기표소에 들어가는 것을 제지하였습니다.

 

투표사무원은 제지의 근거로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 후단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업무지침을 제시하였습니다.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 후단은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업무지침은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가 있는 선거인이 지명한 사람이 없거나, 지명한 사람이 1명(가족 제외)인 경우에는 투표참관인의 입회 하에 투표사무원 중에서 2명이 되도록 선정하여 투표를 보조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아래 사진 참조).

당사자가 선거일에 찍은 사진. 선관위에서 근거로 제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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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사무원은 명호 씨가 투표보조를 위해 지명한 사람은 가족이 아닌 활동보조인이고, 그것도 2명이 아니라 1명이므로, 선거관리위원회 업무지침에 따라 투표사무원 중에서 1명을 추가로 선정하여 활동보조인과 함께 투표를 보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즉, 가족이 아닌 활동보조인 1명만을 동반하여서는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명호 씨는 난생 처음 본 투표사무원이 자신의 기표 내용을 보는 것은 비밀선거의 원칙을 침해하고, 활동보조인은 자신의 활동을 보조하는 사람으로서 가족과 달리 볼 이유가 없으므로 활동보조인으로부터만 투표보조를 받겠다고 싸웠습니다. 하지만 투표사무원은 투표사무원의 참관 없이는 기표소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고수하였습니다. 결국 명호 씨는 투표하지 못하고 귀가하였습니다.

 

희망법은 투표사무원의 제지행위와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 후단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명호 씨의 선거권, 평등권, 사생활의 비빌과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낯선 사람이 지켜 보는 아래 자신이 원하는 대로 투표하기는 어렵고(선거권 침해), 가족은 1명이 보조해도 되는데 가족이 아닌 사람은 2명이 보조해야 한다는 것은 가족의 보조를 받는 사람과 가족이 아닌 사람의 보조를 받는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며(평등권 침해), 자신이 알리고 싶지 않은 기표 내용을 누군가에게 보여야 하는 것은 인권침해입니다(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보다 근본적으로 이 사건은 명호 씨가 혼자서 기표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투표보조기기가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입니다. 명호 씨는 입에 스틱을 물고 태블릿 PC를 두드려 공부하고 의사소통하는 사람입니다. 만약 명호 씨가 스틱으로 두드려 기표할 수 있는 전자투표기가 있었더라면 명호 씨는 보조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기표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미 공직선거법 제278조는 전산조직에 의한 투표를 규정하고 있고 전자투표기도 개발되어 있지만,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사용되지 못하였습니다.

 

희망법은 명호 씨 사건은 물론,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여러분도 많이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