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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터괴롭힘 판례 연재] 9편,직장 위계와 일터괴롭힘 자살사건

공포의 선배들

 

첫 직장에서 무너진 꿈

A가 키타모토 공제병원에서 준간호사로 일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이었습니다. 19살로 이 병원에서 가장 어린 간호사였습니다. A는 취직 후 고등간호학교에도 입학했습니다. 경력을 쌓으면서 공부도 해서 정간호사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같은해 여름부터 여자친구 B 씨와 사귀기 시작했고, 평소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았습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넘쳐나던 시기였습니다.

A가 일을 시작한 키타모토 공제병원은 남성간호사들 사이에 위계질서가 엄격하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간호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이 병원 선배 간호사들은 공포의 대상일 정도였습니다. A도 병원에 들어가자마자 그것이 부풀려진 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막내였던 A는 온갖 잔심부름을 담당했습니다. 그중에는 업무와 관계없는 개인적이고 부당한 것도 많았습니다. 특히 최고참인 S의 요구가 가장 지독했습니다.

처음에는 간식 같은 것을 사오게 했지만 이내 점점 심해져 집안 청소와 세차를 지시했습니다. 또 어린 아들을 시중들게 하거나, 자신이 술집에 갈 때 운전을 시키고 술을 마시는 동안 대기하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파친코 입장권이나 경마 마권을 사오게도 했습니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병원문화, 그 중에서도 남성간호사들 사이의 의리 관계를 바탕으로 한 괴롭힘은 매우 심각한 상태였지만 아무도 이를 바로잡지는 못했습니다. A도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이런 사실을 털어놓으며 괴로워했지만, 결국은 그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했습니다.

 

죽음 말고 어떻게 벗어날 지 모르겠다

2001년 이후로 선배들의 괴롭힘은 더 악랄하게 변질되어 갔습니다. 쉬는 날이나 퇴근 후인데도 연락해 병원에 오게 하는 일이 빈번했고, 회사 일로 지출할 비용을 부당하게 개인에게 부담시키거나, 힘든 일을 혼자에게만 맡겨 괴롭혔습니다.

2001년 연말에 있었던 직원여행에서는 아주 심각한 일이 있었습니다. 간호사들이 단합대회를 겸해 떠난 온천여행이었습니다. 이날 밤 AS를 비롯한 선배들로부터 터무니없는 강요를 받았습니다. A를 향해 호감을 가지고 있던 여직원과 성행위를 하도록 하고, 몰래 이 장면을 훔쳐보며 촬영을 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A는 이날 두려움에 폭음을 하고, 결국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 병원에서는 당장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간단한 치료만 받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이 사건은 병원에 보고되지 않았고, 오히려 A에 대한 괴롭힘이 더 노골적이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병원 선배 간호사들은 A에게 그때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았을 거야.”, “이 일이 위에 알려졌으면 모두 어떻게 됐을지 몰라.” “넌 그냥 죽어버려!” 등 폭언을 일삼았습니다. 이메일로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을 하는 선배조차 있었습니다.

다음해 1월 초, S를 포함한 선배들은 A의 여자친구가 일 하는 가라오케를 찾았습니다. 선배들은 A에게 뜨거운 고로케를 던지며 받아먹게 하고, 땅에 떨어진 음식을 억지로 입에 넣는 등 그날도 계속해서 괴롭혔습니다. 그리곤 여자친구 B가 보는 앞에서 직원여행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며, 그날 A가 죽어버리면 좋았을 것이라 말하는 등 A를 심하게 모욕했습니다.

이날 밤 AB는 함께 가라오케를 나와 집으로 향했고, B는 병원을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A가 너무 고통스러워보였습니다. 묵묵히 걷기만 하던 A는 그날 밤도 선배들을 차로 집에 데려다 주라는 전화를 받고 다시 가라오케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A는 한 친구에게 병원에서의 괴로움을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친구는 빨리 병원을 그만두라고 조언했지만, A내가 병원 그만두고 어딘가로 도망을 가더라도 S는 끝까지 쫓아올 것만 같아.”라며 울먹였습니다.

같은 달 중순, 휴무일에 A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날 오전에도 한 선배가 전화를 걸어와 일을 똑바로 안 한다며 화를 냈습니다.

 

법원의 판단

재판(이른바 키타모토 공제병원 사건, さいたま地判平16924)A의 유가족이, A에 대하여 직장 선배들의 괴롭힘 행위에 대한 책임을, 그리고 병원에 대해서는 고용계약상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금 총 3,600만엔을 청구하며 시작되었습니다.

법원은 판결에서, A가 괴롭힘으로 자살을 기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결국 자살에 이르게 한 점을 들어 피고인 선배들은 손해배상 의무가 있으며, 위자료로 총 1,000만엔 상당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병원측에 대해서는, AS 등 선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기에 자살을 예측할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자살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직장 내에서 이러한 괴롭힘을 방지하지 못한 책임이 있어 A가 입었을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 500만엔의 위자료에 상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