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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터괴롭힘 판례 연재] 5편, 사생활을 빌미로 괴롭히기

직원의 사상도 사생활도 인정하지 않는 회사

충고라면서 협박을 하는 상사 / 다이에사건

K는 유통기업인 다이에(DAIEI)의 영업부 직원이었습니다. 당시 K가 임대해 살고 있던 건물의 주인은 공교롭게도 회사 거래처의 M부장이었습니다. 어느 날 M부장이 K에게 건물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했고 K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이는 분명 두 사람 사이의 임대계약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M부장이 K의 상사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부탁하면서 문제가 다른 방향으로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K의 직속상사인 영업부장은 K에게 반복적으로 M부장의 건물에서 나갈 것을 요구했습니다. 처음에는 부하직원에 대한 충고나 조언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K가 끝까지 거부하자 수차례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고, 심지어 인사상 불이익을 거론하며 협박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의 임원이나 인사부장에게도 K를 만나서 건물에서 나와야 한다는 충고를 해 달라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영업부장의 요구대로 K를 만났습니다. K는 큰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직원의 사상을 감시하다 / 간사이전력사건

간사이전력에 근무하는 Y는 일본공산당원입니다. Y의 동료인 H는 공산당원은 아니었지만 Y와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회사 내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동료 직원들이 수군거리기도 하고, 대화에 잘 끼워주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알고 보니 이런 행동들에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YH가 공산당원이고, 또 공산당에 동조하는 사람이라며, 직원들에게 이들과 어울리지 말 것을 회사가 지시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당시 회사는 공산당원과 그 동조자들이 기업의 질서를 파괴하고 혼란을 일으킨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런 이유로 이들을 고립시키기 위해 다른 직원들에게 그들과 어울리지 말 것을 명령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YH에 대해 극렬 좌파라거나 회사의 경영방침에 비협조적이라며 비난했고, 퇴근을 한 후에는 미행까지 해가며 괴롭혔습니다. 심지어 개인사물함을 몰래 열어, 그 안에 있던 민청수첩의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직원은 사상도 사생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다이에사건에서 부동산 임대와 관련된 분쟁은 엄연히 개인의 사생활입니다. 비록 건물의 주인이 회사의 거래처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회사가 관여할 부분은 아닙니다. 그런데 직속상사인 영업부장은 K에게 협박과 강요를 했습니다.

더욱 문제는 이러한 협박과 강요가 충고나 조언의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보통 회사의 상사나 선배들은 부하직원에게 조언이나 충고, 설득을 많이 합니다. 인간관계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충고나 조언이라고 해도 어떤 내용이든 일률적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동산 임대차 문제는 K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로, 당사자 사이에서 해결하면 됩니다. 회사나 상사의 입장을 결부시켜 설득하려 들었다면 부하직원은 불쾌감이나 위화감을 느꼈을 것이고, 이는 위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간사이전력사건은 사상의 자유에 대한 문제입니다. 누구나 사상의 자유를 가지고 있고, 어느 누구도 자신이 어떠한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어떠한 해사행위도 한 바 없는 직원의 사상을 문제 삼으며 고립시키는 등 괴롭혀서 궁극적으로 자신의 사상을 포기하도록 하고자 하는 회사의 행동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에 해당합니다.

나아가 회사는 당사자들을 미행하고, 당사자의 동의도 얻지 않고 사물함을 열어 사진을 찍었는데, 이는 명백히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것입니다. 특히 일련의 행위들이 회사의 방침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 위법성은 더욱 중대하다고 할 것입니다.

법원의 판단

다이에사건(1심 요코하마지방재판소 1990529)에서 법원은 K의 직속상관으로서 K에게 건물에서 나갈 것을 종용한 영업부장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영업부장의 이와 같은 행위들이 업무차원에서 이루어진 점을 고려하여 다이에사의 사용자책임도 인정하여 영업부장과 연대하여 30만 엔을 배상할 것을 명하였습니다.

또한 간사이전력사건(1심 고베 지방재판소 1984518, 항소심 오사카 고등재판소 1992924, 상고심 최고재판소 제3소법정 판결 199595)에서 법원은 회사의 YH에 대한 일련의 행위들이 회사의 방침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모두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고, 원고 YH에 대해 각각 80만 엔의 위자료와 10만 엔의 변호사 비용을 지급하라고 판단하였습니다.

_김동현, 김광민

(이 글은 공익재단법인 21세기 직업재단,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일본 판례 모음』에 수록된 판례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