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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터괴롭힘 판례 연재] 4편, 내부고발자 괴롭히기

어느 내부고발자의 30년간의 싸움

 

 

아주 특별한 정년퇴임

 

2006년 가을 K씨의 조촐한 정년퇴임식이 열렸습니다. 퇴근시간인 5시 30분에 회사 앞마당에서 후배 직원들과 몇몇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간단한 인사가 오갔습니다. 수수한 꽃다발을 받아든 K씨는 수줍게 웃었습니다. “퇴직을 하려니 쓸쓸하기도 하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내일부터는 좀 편안히 쉬고 싶습니다.” 그의 짧은 소감이었습니다.

 

K씨는 대학 재학시절 내내 장학금을 받았고, 졸업과 동시에 ‘간부후보생’으로 많은 기대를 받으며 토나미운수에 입사했습니다. 하지만 입사 4년 만에 그는 회사의 골칫덩어리가 되었습니다. 그가 토나미운수를 포함한 대형 운수회사들이 고액의 운임 유지와 상호간에 고객유치 경쟁금지 등을 불법적으로 담합하여 왔다는 사실을 언론사에 고발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당시 큰 파장을 낳았습니다. 회사가 비난을 받은 것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는 내부고발을 하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회사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당당했고, 고발을 한 직후 상사를 찾아가 자신이 고발했음을 밝혔습니다.

 

 

풀뽑기, 설거지 그리고 이불정리

 

내부고발 후 인사부서장은 그에게 한 일주일 정도 ‘구 교육연수원’에서 근무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K씨는 회사가 조용해질 때까지라고 잠시 떠나 있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날이 30년간의 싸움이 시작된 날이었습니다. 그는 연수원 2층 작은 방에서 혼자 근무하면서 여름이면 풀을 뽑고, 연수생용 이불을 정리하고, 식당 설거지도 했습니다. 겨울이면 연수원 마당의 눈을 쓸었습니다. ‘구 교육연수원’이 노후해 문을 닫자 타부서 이동을 제안받기도 했지만, 인사 협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그는 다시 ‘신 교육연구원’으로 이동해 비슷한 일을 이어갔습니다.

 

회사는 그에게 수차례 퇴직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본인에게는 물론 형과 어머니를 찾아가 사직을 권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집으로 협박전화가 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끝까지 그의 싸움을 지지했습니다.

그 30년간 당연히 승진도 하지 못했습니다. 입사 동기들이 차례차례 승진을 하고 급여가 인상되었지만 그는 끝까지 매우 낮은 급여를 받았습니다. 박봉으로 인해 가족들도 큰 고통을 겪어야했습니다. 그래도 두 아이 모두 대학까지 공부시켰고, 그것이 그의 가장 큰 보람이었습니다.

 

27년만에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다.

 

2001년, K씨는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으로 승진을 누락시키고, 부당한 업무를 시켰으며, 인격을 무시하는 등 불법행위를 한 것에 대해 총 5,400만 엔(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위자료 1,000만 엔, 임금 격차 상당액의 손해배상 3,970만 엔 및 소송비용 상당액 430만 엔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내부 고발이 있고 27년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공익을 위한 내부고발은 정당한 행동

격리, 부당한 업무, 퇴직 강요는 일터 괴롭힘

 

일본 법원[이른바 토나미운수 사건, 토야마(富山)지판 2005. 2. 23.]은 K씨의 일부 승소를 판결했습니다.

 

우선 법원은 K씨의 내부고발이 정당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고발과 관련된 사실이 진실한 것이거나 진실하다고 믿기에 충분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았고, 또한 그 내용이 공익적이었으며, K씨가 고발을 한 동기도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고발 방법 또한 정당했다고 보고 K씨의 행위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정당한 행위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K씨가 소송에서 주장하였던 사측의 부당한 행위들의 불법성을 각각 판단하였습니다.

먼저 법원은 ‘구 교육연수원’에서 있었던 사측의 행위들이 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즉, 연수원의 작은방에서 혼자 근무한 행위는 부당한 격리행위에 해당하고, 풀뽑기, 연수생 이불정리, 식당 설거지 등은 지극히 보조적인 잡무를 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승진을 시키지 않은 것 또한 원고에 대한 불이익한 처우를 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나아가 법원은 사측의 이러한 행위가 K의 내부고발 행위에 대한 보복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한편, 법원은 ‘신 교육연구원’으로의 이동과 이후의 업무에 대해서는 다른 측면을 함께 고려하여 판단하였습니다. ‘신 교육연구원’으로 이동한 이후에도 동일한 행위들이 이어졌지만, 사측의 그러한 행위가 부당한지를 판단할 때 다른 사정을 함께 고려한 것입니다.

법원은 ‘구 교육연구원’이 너무 낡아 폐쇄된 점을 고려할 때, 사측이 K씨에게 부서이동을 제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또 제안한 부서가 운송업무 부서로 K씨가 이전에 담당해 본 적이 없는 업무였지만, 법원은 K씨가 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신 교육연구원’에서도 괴롭힘을 계속 당했다고 해도 손해배상액의 산정 등에서 위의 사정을 감안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일터 괴롭힘은 ‘불법행위책임’이자 ‘채무불이행책임’

 

법원은 이러한 사측의 괴롭힘 행위들이 ‘불법행위책임’에 해당된다고 보았습니다. 먼저 법원은 K씨에 대해 이루어진 배치, 이동, 담당업무의 결정, 인사고과의 산정 및 평가, 승진 등은 모두 인사권의 행사에 해당하고, 이러한 사측의 인사권이 재량의 영역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하지만 사측이 마음대로 인사권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합리적인 목적의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고, 노동자 또한 사용자가 합리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할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내부고발자 K씨에 대한 보복적 성격의 괴롭힘 행위들은 인사권의 재량 범위를 넘은 것으로 위법하고, 또한 사용자가 합리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에 대한 이익을 침해한 것으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법원은 이 사건이 사측의 ‘채무불이행책임’에도 해당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법원은 노동자와 사용자는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유지하는 관계에 있고, 노동자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인사권이 공정하게 행사될 것을 기대하며, 사용자도 이를 당연한 전제로 고용계약을 유지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사용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인사권을 행사할 의무가 있고, 이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고용계약에서 유래하는 의무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내부고발행위에 대한 괴롭힘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한 것입니다. 특히, 법원은 ‘인사권의 행사가 절차적인 측면에서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채무불이행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일본법원은 사측이 불법행위 책임과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하며, 이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써 K씨에게 1,347만엔(위자료 200만엔, 재산적 손해 약 1,047만엔, 소송비용 100만엔)을 지급하라고 선고하였습니다.

 

글_김동현, 김광민

 

(이 글은 공익재단법인 21세기 직업재단,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일본 판례 모음』에 수록된 판례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