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 조작사건 가해자들의 책임을 묻는 소송의 항소심 선고가 31일에 열립니다.

유서대필 조작사건 가해자들의 책임을 묻는 소송의 항소심 선고가 31일에 열립니다.

서선영 변호사

1991년 집회에 나섰던 대학생이 경찰(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사망한 후 많은 열사들이 정권타도를 외치며 분신을 했습니다전국적으로 불타오른 저항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당시 노태우 정권은 소위 유서대필’ 사건을 만들어냈습니다동료의 유서를 대신 써주며 분신자살하는 것을 도와줬다는 것이었습니다정권에 대한 분노는 동료를 죽음으로까지 몰고가는 비정하고 파렴치한 운동권에 대한 환멸과 냉소로 바뀌어갔고 정권의 반전카드로 호출된 희생자인 강기훈 씨는 24년 동안 유서대필범라는 굴레를 짊어지고 살아야 했습니다.

2015년 재심은 유서는 김기설(분신하신 분)이 쓴 것이 맞고강기훈이 쓴 것이 아니라고 하며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당시 검사와 국과수는 강기훈 씨가 유서대필범이라는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끼워맞추기식으로 몰아갔습니다검사들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유서와 비슷해보이는 김기설의 필적을 그가 근무했던 군부대에서 입수하고도 관련 기록을 남기지 않고 책상 속에 은폐했습니다. 또 검사들은 강기훈 씨를 조사하면서 잠을 재우지 않았고 천장에 매달아 공사를 하겠다고 협박했으며말을 하지 않으면 어머니와 여자친구를 언급하며 ‘주변사람들 족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참고인들이 줄줄이 검찰로 소환되었는데 원하는 진술을 하지 않으면 검사가 수사관들에게 정신 좀 차리게 해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바로 폭행이 난무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게다가 김기설의 필적이 맞다고 진술했는데 조서에는 김기설의 필적을 정확히 모른다고 기록되어 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자술서를 쓰라고 강요당했다는 증언도, 진실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갖가지 수법들이 동원되었다는 증언들도 차고 넘칩니다.

뿐만 아닙니다. 당시 검사들은 교묘하게 국과수 감정결과가 허위로 나올 수 있도록 필적 감정을 의뢰했고, 또 국과수 감정인은 이에 적극적으로 부응했습니다언론플레이를 통해 당시 뉴스를 본 사람은 그 누구도 강기훈 씨가 유서대필범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게 만들었습니다이것이 이 사건이 만들어진 실체입니다.

당시 조작에 가담한 검사와 국과수 감정인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했습니다그런데 1심에서는 국과수 감정인과 국가의 배상책임만 인정했을 뿐사건의 기획과 실행을 담당한 검사들의 책임은 부인했습니다. 1991년 정국을 뒤흔든 조작사건을 단지 국과수 감정인의 허위감정의 문제로 축소시켜버렸습니다법리적으로도 옳지 않고 부정의한 판결입니다이에 강기훈 씨를 비롯한 원고들은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법정 투쟁은 아직도 진행중입니다이달 31일 항소심 선고가 있습니다이제는 정말 온전한 진실과 정의가 울려퍼지길 바랍니다.

※ 희망법은 유서대필 조작사건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의 공동대리인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 항소심 판결 선고는 2018년  5월  3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09호 법정에서 진행됩니다. (서울고등 제4민사부)
※ 1심 판결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서선영 변호사의 인터뷰를 참고해주세요. 인터뷰 바로가기

 

사진출처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