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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부비판 집회에 손해배상 악용, 국민 ‘죽으라’ 하는 것”

‘손잡고’ 주관 국가손배토론회 “비판 막기위해 전략적으로 손배소 악용” 비판

 

국가가 정치적 비판을 제기하는 국민을 상대로 비판을 막기 위해 수십억 원의 손배소를 남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민모임 손잡고’와 국회 법사위원회소속 국회의원 금태섭, 노회찬, 이용주 의원실이 주관하고, 416연대, 강정법률기금모금위원회, 민주노총, 참여연대가 공동주최한 <국가의 손해배상청구소송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15일 오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박래군 손잡고 운영위원의 사회로 진행한 이날 토론회는 쟁의, 집회에 대한 국가의 손배소 사례를 집중 조명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국가가 하지 않아도 될 선택적 행위인 손해배상청구제도를 악용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발제를 맡은 금속노조 법률원의 장석우 변호사는 국가의 손배소에 대해 “헌법상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과잉금지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국가는 기본권의 주체가 아니라 기본권을 보장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를 지는 기본권의 수범자”라며 “따라서 국가가 국민들에 대한 손배청구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국가작용에 해당하므로 과잉금지의 원칙이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손배, 사실상 쟁의나 집회 개최 사실 자체로 청구하는 것”

장 변호사는 쟁의행위에 공권력이 투입된 대표적인 사례로 쌍용자동차와 유성기업 노동자에 대한 국가손배 사례를 꼽았다.

장 변호사는 “기본권 보호의무에 반하는 경찰권 행사와 무리한 장비사용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경찰은 요청하지도 않은 헬기와 기중기를 무리하게 투입했고, 저공비행, 특공대 투입 등으로 파업 참가자들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만한 상황이 연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권력 투입은 불가피한 최소한의 상황에서 투입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가의 손해배상 역시 공권력 행사이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여한 국민에 대한 손배소도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집회에 대한 국가손배소 사례발제를 맡은 민변의 서선영 변호사가 경찰의 피의사실 주장 사례를 소개하자 방청석 곳곳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발제문에 게재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사례를 보면, 경찰은 ▲ 본인의 실수(이동하다 발을 헛딛는 등) ▲ 대치과정에서의 부상(중대 사이에 끼여 호흡곤란이 오거나 넘어지는 등) ▲ 대원의 실수로 일어난 부상(헬맷을 쓴 채로 물대포를 뒤쪽에서 맞는 등) 등의 시위참가자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안까지 피해사실로 주장했다.

서선영 변호사는 “최근 촛불집회에 등장한 경찰 차벽에 붙이는 꽃 스티커도 기존 사례를 기준으로 보면 손배청구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업무수행 중 발생한 모든 부상을 집회 주최 측에 배상 청구하는 것은 집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함을 책임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불법행위에 대해 배상하라는 것이 아니라 집회 개최 사실 자체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전문가들도 한 목소리로 ‘국가손배’의 기본권 침해를 지적했다.

김종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의 자유를 억제하고자 하는 의도에 의한 것이라면 미국의 전략적봉쇄소송에 비견될 만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국가의 법익의 침해는 기본적으로 형사적, 행정적 제재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민사상 책임을 묻는 것의 과도함을 강조했다. 이어 “경제적 부담은 생존권과 직결될 수 있는 과중한 부담이 되는데 이를 공권력 행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할 경우 시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공적자유로서의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의 허진민 변호사도 “국가는 기본권의 주체가 아니라 기본권을 보호해야할 주체이며, 국가와 개인 사이의 기본권행사 제한은 공법적 관계에 해당하고 이미 형벌, 행정벌로 제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손배는 제약을 받는 주체에게 제약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까지 묻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이 집회시위를 억제할 목적으로 전략적으로 손해배상제도를 활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노총의 박은정 정책국장은 경찰이 오래전부터 집회를 제지하기 위해 민사소송을 적극 활용할 전략적인 계획을 세워왔음을 주장했다. 박 국장은 “경찰청 소속 치안정책연구소가 2009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대규모집회시위유형 비교연구”에 따르면 “집회가 사회전체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민사상 손해배상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며, “이는 집회시위 억제를 위해 국가손배를 적극 권장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가가 나서서 국민에게 ‘죽으라’고 하는 것”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실제 기본권을 행사하다 수십억 국가손배의 피해자가 된 당사자들이 토론자로 나서 고통과 부당함을 호소했다.
토론에 참여한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은 “2003년 배달호 열사부터 2012년 최강서 열사까지 사측의 손배소로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현실이 많이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국가가 노동자, 국민에게 손배소를 청구한다는 것은 국가가 나서서 국민에게 ‘죽으라’고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쌍용차지부는 2009년 점거파업으로 국가로부터 24억 원의 손배배상을 청구받았다. 이들은 현재 국가손배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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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박은정 정책국장은 “1000명 이상이 모이는 대규모집회와, 노동자들의 파업은 무조건 불법으로 예단한다”며 기본권 행사 자체가 어려운 현실을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쟁의부터 최근 민중총궐기까지 주관단체로 지목되어 가장 많은 국가손배소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 여론을 모아야”
이날 토론회는 국가손배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 입법 추진 ▲ 여론형성 ▲ 정치적 해결 촉구 등이 제안되었다.

장석우 변호사는 “국민이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국가에 청구하는 경우 특별법인 국가배상법이 우선 적용되는 반면 국가가 국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큼에도 별도의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한편, 특별법이 제정되더라도 소급적용되지 않는 만큼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건에 대해서도 해결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토론회를 주최한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에 따르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동안 쟁의와 집회를 사유로 국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금액은 총 67억여 원에 달한다.

서선영 변호사는 “집회는 결국 감정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며 따라서 늘 긴장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며 “집회의 본질은 항의의 목소리를 내고 헌법은 반대자의 목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법 안에서도 얼마든지 법해석에 따라 손해배상청구를 파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득중 지부장은 “쌍차의 사례를 봤을 때 여론을 형성해 부당함을 알리는 것이 큰 효과가 있었다”며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 국가손배 문제가 사회적으로 쟁점화되길 바란다”는 당부를 덧붙였다.
배춘환 손잡고 대표는 “노란봉투캠페인에 응답한 4만7212명을 생각할 때, 또 ‘한 사람’이 밝혔던 촛불이 대한민국의 정의를 한 걸음 성취한 것처럼 오늘 토론회를 시작으로 더 많은 연대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쟁점화를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이에 정치권도 화답했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국가손배가 남발하지 않도록 입법적 노력 및 정치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오마이뉴스 윤지선, 김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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