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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및 구제, 법·정책 연구, 교육과 연대를 통하여 인권을 옹호하고 실절적인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아일랜드 골웨이 대학 국제장애인법 연수 참가 후기

글 / 김재왕

 

지난 6월 17일부터 21일까지 아일랜드 골웨이 대학에서 진행된 국제장애인법 연수에 다녀 왔습니다. 연수는 장애인법연구회 사람들과 같이 갔습니다. 아시아에서도 비슷한 국제장애인법 연수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미 비슷한 연수를 하고 있는 곳을 살펴 보고자 함이었습니다. 짤막한 후기를 남겨 봅니다.

강의는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일랜드에 가기 전부터 연수팀 사람들과 영어 공부를 했습니다. 이번 연수의 주제는 장애인 가족생활권이었습니다. 가족생활권에 대한 장애인권리협약을 영문으로 보면서 생소한 단어를 익혔습니다. 우리나라 상황을 알릴 수도 있으니 정부가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제출한 국가보고서 내용도 보았습니다. 어쩌면 연수보다 이 과정이 공부가 많이 됐습니다.
연수 가운데 참가자가 준비한 포스터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장애인권 상황을 알리는 포스터도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과 같은 장애인 학대 사건과 탈시설, 장애인차별금지법과 법원의 구제조치를 설명하고 사례를 설명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영어로 복잡한 소송을 간단하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류다솔 변호사와 같은 영어능력자와 함께 만들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아일랜드에 갔습니다. 골웨이는 한적한 소도시였습니다. 대학 기숙사에 짐을 풀고 4박 5일 동안의 연수에 참여했습니다. 강의장은 규모가 큰 강당이었습니다.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발언자의 말을 자막으로 표시해 주었습니다.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실시간 자막을 볼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저도 자막 내용을 들으며 강의를 쫓아 갈 수 있었습니다. 구글 번역을 활용해 짧은 영어를 보완할 수도 있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그저 놀라웠습니다.

 

아일랜드 골웨이 대학에서 진행된 국제장애인법 연수 기간 동안 여러 강의와 발표가 이어진 회의실 모습

와상장애인이 위탁모가 될 수 있을까? 연수에서 가장 인상적인 사례는 프레야 하랄즈도티르(Frejya Haraldsdottir) 씨 사례였습니다. 그녀는 와상장애인이었는데 국가의 보조를 받는 위탁모가 되고자 했다가 거부당한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과연 중증의 장애인이 위탁모가 될 수 있는가, 양육의 의미는 무엇인가, 아동의 이익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사례였습니다. 연수팀 안에서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연수 내용과 관계 없이 연수팀 사람들과의 이야기도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장애인 콜택시 정책이 지속가능한가? 장애인이 저상버스를 타기 편하려면 어떤 식으로 버스가 설계되어야 하는가 등을 논의하면서 장애가 없는 사람에게도 편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보편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례를 들으며, 우리나라 장애인 운동의 경험이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증장애인으로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를 출산한 박맹희 선생님 사례나 이동권을 쟁취하기 위해 불법을 감수한 투쟁을 벌여온 사례 등은 세계 곳곳에 알리고 싶은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다른 나라 참가자에게 소개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연수 참가자들과 교류하는 시간도 있었는데, 어설프게 몇 마디 나눈 것에 그쳐 아쉬웠습니다. 네팔에서 혼자 온 시각장애인 여성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용기와 열정이 부러웠습니다.

마지막 날엔 모의재판이 진행되었습니다. 지적장애인이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동성의 이주민과 결혼하려는 것을 후견인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가 허락하지 않은 사례에 대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심의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지적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LGBTI 주제가 결합한 흥미로운 소재였습니다. 결론은 물론 지적장애인의 승소였습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재판을 한다면 결론이 어땠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료증도 받고 포스터 발표에 대하여 시상도 있었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덕분인지 저희가 상을 받았습니다. ^^*

 

모든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수료증을 전달받는 모습

아일랜드는 곳곳에서 음악이 흘러 나오는 풍류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음식도 아주 맛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맥주) 한적한 곳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다 보니 그 동안 활동을 돌아볼 수도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했던 활동들이 장애인권리협약이 담고 있는 원칙과 잘 맞았는지, 혹시 놓치고 있는 것은 없었는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활동 방향을 잡을 때는 좀 더 그 원칙에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다시 한번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다음 번에 국제 행사에 가게 되면 조금 더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