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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10년째 표류 중인 ‘차별금지법’

17일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韓 차별금지법, 10년째 표류 중

“동성애, 차별 받는 존재 아냐” vs “구체적 평등권 실현의 문제”

17일은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IDAHO)’이다. 1990년 5월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 질병 분류에서 동성애를 삭제한 날을 기념하며 시작됐다. 성 소수자에 대한 인권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10년째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나이, 국가, 인종, 성적 지향, 학력 등으로 인해 이뤄지는 비합리적인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명시하는 법이다.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2007년 법무부는 처음 차별금지법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반대에 부딪혀 2008년 폐기됐다. 이후 19대(2012년5월~2016년5월) 국회에서 3개의 차별금지법안이 발의 됐으나 임기 만료로 모두 제정되지 못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의 핵심은 ‘성적 지향’ 포함 여부다. 반대 측은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법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관계자는 “차별의 문제는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존중 받지 못하고 이를 박탈당했을 때 발생하는데 동성애는 그런 차별 받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차별금지법 안의 한 조항으로 들어가서 마치 차별 받는 것처럼 보여 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성 소수자의 인권은 바닥에 가깝다. 성적소수자들의 법적 권리를 보여주는 유럽 무지개 지도에 따라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에서 정리한 ‘무지개 지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지수는 12.32%로 유럽 49개국 중 44위에 해당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법정책연구회 관계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미루어져 있고 동성 결혼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점, 지난 3년 동안 퀴어 문화 축제 거리 행진에 대한 금지 통보 등 성 소수자 공공행사 방해 행위 등으로 가점 요인이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변호사 조혜인씨는 “헌법의 평등권 조항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여러 가지 법들이 현실에서 필요한데 기본권이 있다는 것만으로 실현되지 않기 때문에 차별금지법 같은 법률이 필요하다”며 “남녀고용차별금지법이나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개별법이 존재하지만 이를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법을 만들어 평등에 대한 가치를 실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기독교계와 만나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 문제와 관련해 추가 입법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시민 사회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이해가 많이 높아졌고 공감대도 확대되고 있다고 본다”며 “단순히 성 소수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주민, 여성 등 다양한 주체들을 위한 차별금지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성 소수자나 이주민들처럼 배제되고 있는 사람들도 동등한 시민으로서 민주주의의 장에 설 수 있게 하느냐가 민주주의 핵심 과제”라며 “차별금지법이 안 된다는 차별 논리 때문에 오히려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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