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승소소식] 법원, 염전 착취 피해 장애인에게 1억 1,300여만 원 지급 판결

[아쉬운 승소소식] 법원, 염전 착취 피해 장애인에게 1억 1,300여만 원 지급 판결

희망법은 염전에서 노동력 착취를 당한 지적장애인을 대리해 염전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10월 31일 염전주는 착취 피해 장애인에게 1억 1,30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지지하며 염전주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지적장애인 김아무개 씨는 2007년 여름부터 2014년 2월까지 전라남도 신안군 신의도 염전에서 노동력 착취를 당하였습니다. 그는 2007년 여름, 목포의 한 직업소개소에서 염전주 한아무개 씨로부터 돈을 벌게 해 주겠다는 말을 듣고 염전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 씨는 약속과 달리 김 씨에게 임금을 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일을 잘 못하거나 다른 염전 노동자와 싸웠다는 이유로 김 씨를 폭행하기도 하였습니다. 김 씨는 2014년 2월,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이 불거지면서 한 씨로부터 벗어났습니다. 한 씨는 수사를 받고 나서야 김 씨에게 최저임금으로 계산한 3년치 임금 3,700여만 원을 지급하였고, 영리유인, 준사기, 폭행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습니다.

희망법은 ‘염전노예장애인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함께 김 씨를 지원했습니다. 희망법은 한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한 씨가 김 씨에게 약 6년 7개월 동안의 임금과 그에 대한 이자, 정신적 위자료로 1억 8,700여만 원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김 씨는 한 번도 임금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김 씨의 임금은 추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희망법은 김 씨의 임금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농촌일용노임을 기준으로 계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김 씨와 같은 노동력 착취 피해자의 임금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여 왔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얻은 이득액을 입증하여야 하는데, 그 입증이 어려운 상황에서 인정할 수 있는 돈은 최저임금이기 때문입니다. 희망법은 노동력을 착취한 가해자에게 최저임금만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불법행위를 한 사람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지나치게 적기 때문입니다. 희망법은 한 씨가 김 씨에게 입힌 손해는 김 씨가 불법행위가 없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이므로, 일반적인 손해배상 기준인 일용노임을 기준으로 임금을 계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최저임금과 농촌일용노임은 거의 두 배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그래서 임금을 어떤 기준으로 계산하느냐는 이 소송의 큰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희망법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습니다. 법원은 김 씨와 같이 일한 다른 노동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김 씨의 임금을 월 150만 원으로 계산하고, 그에 대한 이자와 정신적 위자료를 포함해, 한 씨가 김 씨에게 모두 1억 1,3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월 150만 원의 임금은 농촌일용노임을 기준으로 계산한 임금과 비슷하였지만, 희망법은 법원이 명시적으로 농촌일용노임을 인정하지 않은 점이 무척 아쉽습니다. 이런 판단은, 법원이 노동력 착취 사건을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보지 않고, 임금을 주지 않은 부당이득 사건으로 보는 데서 기인하였습니다. 지적장애인에 대한 노동력 착취가 분명한 범죄 행위인데도, 법원은 이를 일반적인 민사소송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법원의 감수성이 못내 아쉬울 뿐입니다.

김 씨는 재판 과정에서 법정에 출석하여 염전에서 겪은 일을 직접 진술하였습니다. 김 씨의 진술은 겨울철에는 일하지 않았으므로 4월부터 10월까지의 임금만 지급하면 된다는 피고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가 되었습니다. 이번 소송이 승소할 수 있었던 데는 김 씨의 역할이 컸습니다. 하지만 김 씨가 한 씨로부터 돈을 지급받을 수 잇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한 씨에게 재산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 씨와 같이 노동력 착취를 당하는 지적장애인이 많습니다. 하지만 김 씨와 같이 충분히 피해를 배상받지 못하는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지금 임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인데, 김 씨와 같은 지적장애인이 그 청구권을 행사하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래서 김 씨와 같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노동력 착취를 당한 지적장애인의 경우에는 임금청구권의 소멸시효를 달리 규정하는 등의 법률의 보완이 필요합니다. 또한, 착취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의 판결 태도도 바뀌어야 합니다. 김 씨 사건에서 이런 법률과 관행이 바뀌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약하더라도 희망법도 그 길에 힘을 더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