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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및 구제, 법·정책 연구, 교육과 연대를 통하여 인권을 옹호하고 실절적인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실무수습] 희망법 2015년 하계 실무수습기 – 장애인권팀

희망법 2015년 하계 실무수습기 장애인권팀


 


_이수연(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 희망법 2015년 하계 실무수습)


  




<장애인 권리옹호 상담가 양성교육에서 김재왕 변호사, 고경환 실무수습생과 함께>


 


 


시작 


 


실무수습을 시작하기 2주 전 장애인법 국제 심포지엄에서 김재왕 변호사님을 뵙게 되어 이번에 희망법 실무수습을 나가게 되었다고 인사드리니, 김재왕 변호사님께서 뭐 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어보셨다. 실무수습은 보통 짜여있는 프로그램에 의해 진행되거나 지도 변호사가 지시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실무수습생인 내가 무얼 하고 싶은 지를 묻는 질문에 당황했다. 그리고 나의 어쭙잖은 대답은 현장을 경험하고 싶어요.”였다. (‘현장이라는 표현이 스스로도 어색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공익인권변호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일을 하는지를 직접 경험해보고자 하는 바람이 컸던 터라 나도 모르게 나온 단어였던 것 같다.)


 


이 글에서는 공익인권변호사로서의 활동이 어떠한지를 엿볼 수 있었던 짧고도 긴, 4주간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보고, 듣고, 고민한다는 것


 


#1. 에버랜드 차별구제소송


 


희망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지적장애인의 놀이기구 탑승을 거부한 에버랜드를 상대로 손해배상 및 차별구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장애인권팀의 과제는 지적장애인의 유원시설 이용과 관련된 해외 사례를 리서치하고 반박서면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소장, 준비서면뿐만 아니라 증거자료 등 한 사건의 모든 소송자료를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신기함과 더불어 많은 자료를 꼼꼼히 검토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 그렇지만 김재왕 변호사님으로부터 작년부터의 사건 진행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소송에서 문제된 놀이기구의 탑승 경험을 들으면서(이는 나중에 실무수습생들의 현장답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 사건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 큰 난제는 해외 자료 리서치였다. 학교에서 과제를 하거나 교수님과 프로젝트를 하면서 해외 자료 리서치에 꽤 자신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쉽지 않았다. 또한 놀이기구에 탑승한 지적장애인에게 사고가 발생한 경우 시설업자의 면책요건을 찾는 것은 실무수습이 끝날 때까지 최대 고민거리였다.


 


예전에 미국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월드를 갔었을 때 우리나라 놀이동산과 다르다고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 이용객들이었다. 그 전까지 우리나라 놀이동산에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디즈니월드의 그 광경이 매우 생소하고 신기하게 느껴졌었다. 이런 기억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해외에서특히 미국에서장애인의 유원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사례나 그로 인한 분쟁을 찾기 어려운 이유가 외국에서는 장애인에게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리저리 찾아봐도 원하는 자료를 얻지 못하다보니, ‘이런 사례는 없나보다’, ‘모르겠다는 생각이 커져갔다. 그러나 이 사건의 재판을 방청하면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달라졌다. 이전에도 소송 자료를 본 적이 있고 재판 방청도 해보았었지만 각기 다른 사건에 관련된 것이었고, 한 사건의 소송 자료를 보고 그와 관련된 자료를 찾고 재판 방청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면으로만 사건을 접했을 때와는 달리, 이 사건이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재판 방청 전에는 다소 추상적인사례 문제를 푸는 것과 같은느낌이었다면, 방청 후에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로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면책요건을 찾지 못했다).


 


#2. 인강원 소송


 


실무수습 첫 주 교육에서 류민희 변호사님께서 동성결혼소송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면서 재판의 좋은 점이 법정에서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의견일 뿐이거나 근거 없는 사실을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던 것이 특히 기억이 남는데, 인강원 사건을 다루면서 그 기억을 되새김할 수 있었다.


 


장애인권팀의 또 다른 과제는 인강원 사건의 반박서면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같은 팀인 경환과 역할을 분담하여 서면을 작성하였는데, 내가 맡은 부분은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사안에 대한 문헌조사였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찾고자 하는 내용에 관한 자료를 많이 찾지 못한 채로 간략하게 정리했었는데, 인강원 사건 법률대응팀 회의에서 변호사님들께 서면에 대한 브리핑을 하게 되었다. 입으로는 설명을 하고 있지만 머릿속으로는 논문을 찾았을 때는 내가 찾던 그 자료라고 생각했었는데 혹시 전혀 무관한 내용이면 어쩌지, 주장에 부합하는 근거자료가 아니면 어쩌지, 신뢰할 만한 연구가 맞을까, 영어 원문을 엉뚱하게 해석한 것은 아닐까 등 온갖 걱정이 가득했었다. 소송을 준비하는 회의에서도 이런 생각이 드는데, 법원에 제출하는 서면을 작성할 때에는 얼마나 철저하게 자료를 찾고 주장을 입증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함께 한다는 것


 


#1. 연대 회의 (장애/여성 재생산권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기를 위한 연속 포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례 회의 등)


 


기업과 인권팀에 NCP(National Contact Point, 한국연락사무소)가 있다면 장애인권팀에는 재생산권이 있었다. ‘OECD 가이드라인 NCP 개혁 방안 토론회에 참석했을 때도 NCP가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는데, ‘장애/여성 재생산권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기를 위한 연속 포럼에서의 재생산권도 마찬가지였다. 재생산권 회의에 참석하면서 재생산권의 정의가 무엇인지,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재생산권에 대한 논쟁이 있고, 새로운 방향으로 재생산권 논의를 이끌어나갈 필요성이 있다는 문제의식은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새로운것을 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과거에는 조명이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이슈를 논의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 고민하고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다.


 


함께 한다는 것의 중요성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례 회의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여러 상담사례들에 대해서 활동가, 변호사, 교수 그리고 로스쿨 학생들이 함께 논의를 하는 회의였는데, 회의에 참석한 활동가 분께서 기회가 되면 회의에 자주 나오면 좋다고 권유를 해주시면서 한 사람이라도 더 의견을 내다보면 복잡한 문제라도 해결하기 쉬운 경우가 있다고 덧붙이셨다. 아직 법을 잘 모르는 내가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는 했지만,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은다는 면에서는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 공무원시험에서의 뇌병변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 촉구 기자회견


 


공무원시험에서의 편의제공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는 날 새벽부터 비가 와서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도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에는 비가 그쳤다.


 


희망법 실무수습을 하면서 처음 경험해본 것들이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기자회견이었다. 이전에는 기자회견을 하면 하는가보다 라고만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기자회견에 참여하면서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날 발언하신 분들 중 한 분의 말씀을 듣고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는데, 그 분이 (무슨 시험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시험을 보실 적에 여러 선생님들께서 시험에서의 편의를 제공해달라고 강력하게 건의해주셔서 시험을 치룰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장애인권 이슈들은 당연해야 할 것들이 당연하지 않아 어렵고,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려고 하니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여러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으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한다.


 


이 날의 기자회견은 단순히 이번에 공무원 시험을 보는 장애인 당사자 한 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있을 공무원 시험 또는 그 밖의 시험의 장애인 응시자들이 그들의 장애유형별로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하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장 답사인 듯 답사 아닌 답사기


 


에버랜드 소송의 반박서면을 작성하면서의 고민 중 하나는, 소송에서 문제되는 놀이기구인 우주전투기를 타본 적이 없어서 이 놀이기구의 스릴레벨이 5라고 하는데 정말 최고의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어트랙션인지, ‘빠른 속도, 높은 장소에서 빠른 낙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갑작스런 회전과 상승 등을 체험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이드북상의 설명이나 동영상만으로는 우주전투기에 대해 파악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다른 실무수습생들과도 이에 대한 논의를 왕왕 했었는데, 결론은 직접 가서 타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김재왕 변호사님께서 에버랜드 T익스프레스 관련 소송에 대해 해주신 이야기와 T익스프레스를 타고자 하는 몇 실무수습생들의 바람이 모여 에버랜드에 가게 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주전투기는 안전점검 중이어서 타볼 수 없었다. 한편, 생전 처음 타본 T익스프레스는 스릴레벨 5라는 것에 걸맞게 빠른 속도, 높은 장소에서 빠른 낙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갑작스런 회전과 상승 등을 체험할 수 있었는데, 4번 정도 타니 조금은 즐길 수는 있었다. 본래 목적과는 다른 현장 답사였지만 그래도 현장 답사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김재왕 변호사님께서 부탁하신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 에버랜드에서 탑승 차례를 기다리는 실무수습생들 >


 


 


 


, 다시 시작



 


이라고 하니 마음속에 있던 큰 무언가가 빠져나간 것처럼 허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그 만큼 4주간의 실무수습은 나에게 의미가 컸고 많은 것들을 남긴 것 같다. 두근거리고 반짝반짝했던 그 시간들이 앞으로의 학업에서나 좀 더 후에 실무에 나갔을 때에 나의 지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 시간을 김재왕 변호사님을 비롯한 희망법 구성원들, 같은 실무수습생인 경환, 병민, 유월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