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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수습] 에버랜드 소송 법정방청후기

에버랜드 소송 법정방청후기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7기 정석현

희망법 법정방청 단체사진

 

  • 서론 – 무엇이 장애를 만드는가

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손상이 ‘장애’로 귀결됨에 있어서는, 개인이 가진 손상뿐만 아니라 사회적 요인도 큰 작용을 합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의 정의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법은 장애를 ‘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의 사유가 되는 장애라 함은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를 말한다.’ 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은 ‘손상 또는 기능상실’로 인하여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이 ‘초래된’ 경우를 장애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신체적, 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의 발전 또는 기타 사회적 배려에 의하여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상당한 제약을 받지 않는 경우라면 손상이 장애로 귀결되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도근시는 안경이 발달되지 않은 사회에서는 장애일 수 있으나 안경이 발달된 사회에서는 장애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장애를 사회적 맥락에서 해석하려는 정신이 가미된 정의이기에 정신적·신체적인 손상을 가진 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합리적인 대우를 중시하는 개념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버랜드 소송은 시각장애가 장애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인을 차별을 하는 에버랜드에 대하여 이를 시정하기를 요구하는 소송이었습니다.

  • 에버랜드 소송 과제진행

에버랜드 소송의 발단은, 에버랜드가 시각장애인들에게 특정 놀이기구의 탑승을 금지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T-EXPRESS 등 스릴난이도가 높은 7종의 놀이기구에 대해서 에버랜드는 시각장애인 전면탑승금지 규정을 정하거나, 동승자가 있어야만 탑승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정해놓았습니다.

희망을 만드는 법의 김재왕 변호사님은 놀이기구를 탑승하는데 시각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 시각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 고도 근시자와 시각장애인을 부당히 차별하고 있다는 점, 시각장애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시각장애인 놀이기구탑승금지 규정을 삭제하라는 내용의 적극적 조치’ 및 손해배상을 에버랜드에 청구하였습니다.

치열한 공방은 예상보다 길게 이어져 에버랜드 현장검증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현장검증에 참여한 시각장애인들은 놀이기구 탑승 및 비상상황에서의 대피를 능숙하게 행하여,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놀이기구탑승에 있어서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놀이기구가 360도 회전 구간에서 멈추면 시각장애인의 대피가 현저히 힘들다’는 등의 여태껏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극히 예외적인 사고의 가능성을 들며 항변할 뿐이었습니다. 희망법의 실무수습생들은 피고의 반복되는 주장에 착잡함을 감추지 못하며 원고측의 준비서면을 작성하는 과제를 수행하였습니다.

  • 법정방청

실무수습 2주차에는 에버랜드소송의 기일이 잡혀있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방청을 가게 되었습니다. 로스쿨 2학년이지만 법정에 가본 경험이 아직 없어서 설레기도 하였습니다. 처음 본 법정의 모습은 엄숙한 성당과 같이 느껴졌고 법관들은 사제와 같이 느껴졌습니다.

김재왕 변호사님은 귀를 통하여 소송기록을 보시기에, 파란색 이어폰을 한 귀에 끼시고 변호인석에 착석하셨습니다. 시각 장애인은 눈이 보이지 않으므로 같은 놀이기구를 탈 때 더 많은 충격을 받아 위험성이 훨씬 높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서, 김재왕 변호사님은 오히려 근육이 이완되어 있을 때가 긴장하여 경직하고 있을 때 보다 받는 충격이 적은 것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며 증거를 제시하였습니다. 그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 등 기타 쟁점들과 해외의 유사 사례에 대하여 공방이 오갔습니다.

피고는 놀이기구제작사에 대하여 시각장애인 탑승가능여부에 대하여 답변회신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일을 늦게 잡아줄 것을 법관에게 요청하였는데, 김재왕 변호사님은 피고가 부당히 기일을 연기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셨습니다. 벌써 소송을 시작하고 1년이 넘게 경과한 시점이고 판결이 늦어지는 만큼 시각장애인에 대한 기본권침해는 길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대응하신 것입니다.

예상보다도 흥미진진한 방청이었습니다. 서면대로 진술하고 끝날지도 모른다는 예상과는 달리 구술로 많은 공방이 오갔기 때문입니다. 희망법의 모든 변호사님들이 그러하시듯이, 김재왕 변호사님은 소송을 수행하실 때 자신이 직접 불이익을 당한 것과 같이 열성을 다하여 변론하셨습니다.

  • 결론 – 법정방청으로부터 얻은 교훈

김재왕 변호사님의 모습을 지켜보며, 진정한 변호사의 모습은 사제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조인의 진정한 역할은 확정판결을 통하여 법적갈등을 표면적으로 종결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갈등으로 인하여 고통 받은 사람들을 치유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사의 진정한 역할은 의뢰인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며 의뢰인의 마음을 정화하는데 있는 것입니다. 판결이 확정되어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되었다 하더라도 당사자 간의 응어리가 풀리지 않으면 그 갈등은 오히려 영원히 해결되지 못하는 미제로 남게 됩니다.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임료에 상응하는 법적 조언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의뢰인과 공감하고 그들과 하나가 되며 그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입니다. 김재왕 변호사님의 판사를 향한 호소는 주어진 한계로 인해 차별받을 수밖에 없는 수많은 시각장애인들을 치유할 것입니다. 법적분쟁만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법의 변호사님들처럼 의뢰인의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는 변호사가 되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