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수습]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인권팀’ 실무수습 활동 후기

[실무수습]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인권팀’ 실무수습 활동 후기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인권팀’ 실무수습 활동 후기

“아, 여기도 사람이 있구나. 우리가 지금 나누는 것은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구나”

3주 간 희망법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인권팀에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응답을 고민했던, 김윤진 실무수습생의 활동 후기를 들려드립니다.

사진_짤라쓰세요

1. 들어가며

저는 3주 간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인권팀(이하 ‘SOGI팀’)에서 실무수습을 받았습니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 본 적도, 깊은 고민을 해 본 적도 없던 저로서는 기대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던 생각이 납니다. 3주가 지난 뒤 후기를 작성하면서 문득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갑작스레 몰려온 강추위와 함께 시작한 첫 주, ‘SOGI인권의 이해’ 강의 시간. 히터를 틀어도 한기가 스며드는 추위 탓인지 아니면 다소 긴장한 탓인지 저는 다소 몸을 웅크린 채 강의를 듣고 있었습니다. 순간, 담담하지만 진솔한 어조로 희망법이 담당했던 성소수자 사건을 소개하시던 변호사님께서 어느 대목에 이르러 울컥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매우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때 ‘뭘 할 수 있을까’ 걱정하던 제 모습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여기도 사람이 있구나. 우리가 지금 나누는 것은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보내게 될 실무수습 기간이 지금까지 제가 모른 척 했던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 되었으면, 그리고 그 이야기들에 희망법이 함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2. SOGI팀과 함께 한 3주

그렇게 시작된 SOGI팀과 함께 한 3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걱정과는 달리 희망법의 탄탄한 커리큘럼과 변호사님들의 빡빡한 외부일정 덕분에(?) 외부 회의 참관부터 과제 수행까지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었고, 덕분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1) 외부 활동

SOGI팀은 특성상 다른 단위와 함께 연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 덕분에 실무수습 중에도 다양한 회의 등에 참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가족구성권네트워크,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 사례보고회, 혐오발언에 대한 대책회의, 주민등록번호 성별표시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등 다양한 층위에서 진행되는 회의에 참여하였는데요, 다른 모든 인권 문제가 그렇겠지만 SOGI인권 또한 굉장히 많은 법적 사회적 이슈가 연결된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동성결혼 법제화 등에 대해 막연한 이미지만 갖고 있던 저는 이 기회를 통해 동성애자 커플에게 있어 ‘결혼’의 의미를 두고 진행되는 논의에 다양한 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두 사람의 결합으로서 ‘결혼’이 지니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성적소수자로서 살아가면서 경험케 되는 혐오 발언, 혐오 정서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의 언어를 통해 그 가공할 해악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 이러한 문제적 경험들을 어떻게 사회적∙법적 언어로 녹여낼 수 있을지 논의하는 자리에 함께한 것 자체도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희망법 구성원들이 다른 단체들과 연대하면서 법률적 자문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만 멈추지 않고, 활동가 분들과 함께 혐오발언 등에 대한 대응을 기획하고, 토론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학교에서 법을 공부하다 보면 비판적 문제 의식을 갖고 현실을 보는 안목을 갈고 닦기보다는 공부 자체에 질식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희망법 변호사님들을 보며 공익 영역에서의 법률가로서의 전문성과 활동가로서의 역동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를 발견한 느낌이었습니다. 공감과 성실이라는 토대 위에,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를 통해 상상을 확장하는 게 희망법이 희망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 과제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들어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받았던 첫 과제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병무청의 현역병입영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사건에 대한 항소심 준비서면을 쓰는 것이었는데요, 1심에서 이미 충분한 근거를 들어 승소하였는데도 병무청이 동일한 주장을 반복하며 항소를 제기한 사건이었습니다. 병무청은 최근 트랜스젠더의 병역과 관련된 실무에서 잇다은 패소에도 아랑곳 않고 군면제 처분을 받기 위해서는 고환 적출 혹은 생식기 수술 등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그 의학적 근거가 없음은 물론 성주체성을 이유로 한 면제 규정을 실질적으로 형해화하는 작용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건 기록을 읽으며 우리 사회에서 트랜스젠더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미력하나마 공감할 수 있었고, 나아가 개인의 삶에 대한 적절한 고려 없이, 규정에도 없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너무나도 쉽게 ‘당신의 소수자성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국가권력의 야만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리서치 과제와 국가인권위 진정서 초안을 써 보는 과제는 국가권력뿐 아니라 ‘혐오할 권리’를 주장하는 사회권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공적 공간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표현하고 나아가 혐오를 선동하는 일부 사회적 유력 인사들,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보면서, 어떤 법적, 사회적 대응이 가능할까를 고민해보는 것을 넘어 왜 저들은 그토록 강렬하게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것인지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답은 찾지 못했지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생각합니다.

3. 나가며

3주가 지난 지금, 저는 아직 제가 들은 이야기들에 무어라 답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할 수 있다면 오히려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은 그저 희망법을 통해 그 이야기들이 저에게도 닿았음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와 닿을 것임을 알게 된 것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희망법 그리고 실무수습 동기들에게 배운 대로, 비록 그 수준은 얄팍할지라도 법적 언어로 담아낼 수 없는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서면을 통해 담아내려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나아가 함께 꿈꾸고 상상하는 변호사, 궁극적으로는 함께 희망을 만들어 가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가르쳐 준 희망법 그리고 함께한 실무수습생들,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또 만나요 J

 

글_김윤진(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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